이미월은 조심스레 말했다.배준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이미월은 이토록 차갑고 냉담한 눈빛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만 그랬던 그의 얼음장 같은 냉정함이 정확히 언제부터 그녀에게도 향하기 시작했는지.이미월은 서러웠다. 하지만 배준우의 눈빛이 하도 냉담해서 감히 뭐라고 하지 못했다.“미안해. 얼른 가!”“나 실장한테 방 예약하라고 할게.”배준우는 차갑게 한마디만 하고 고은영을 데리고 나가려 했다.배준우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여기서 기다리면 안 돼?”이미월은 벌떡 일어서서 배준우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불편해.”그의 말투는 아무런 온기 없이 냉담했고 그를 따라가던 고은영마저 긴장하게 했다.이미월도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불편하다고?’그가 그녀에게 불편하다고 말했다.‘도대체 그들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이미월은 가슴이 아팠다.배준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은영을 데리고 나갔다.방에는 이미월과 진승연 둘이 남았다. 진승연의 오만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이미월은 걱정스럽게 이미월을 쳐다보았다.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언니, 준우오빠랑 그 여자 진지한 사이가 아닐 거야. 언니 화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진승연을 쳐다보는 순간 이미월은 눈물이 흘렀다. 그러고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나한테 화가 많이 났어. 3년 전에 내가 말도 없이 떠나서 그러는 걸까?”3년 전 얘기를 꺼내니 이미월은 더 억울했다.3년 전 량천옥과 배준우의 상속권에 대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사실 일을 이렇게 만든 건 다 량천옥이었다.이미월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이었는데 그가 지금 그녀를 원망하고 있다.생각할수록 이미월은 마음이 아팠다.“근데 언니 3년 전에 왜 떠났어?”이미월의 씁쓸한 말투에 진승연이 물었다.당시 이미월과 배준우가 사귀고 있을 때 다들 그들을 완벽한 한 쌍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둘이 당연히 끝까지 가리라 생각했다.
배준우가 이미월을 대하는 태도만 생각하면 진승연은 분노가 치밀었다. 배준우에 대한 이미월의 마음을 잘 알기에 더욱 그랬다.현재 진승연의 마음속에는 오히려 배준우가 말없이 떠난 사람인 것 같았다.“그러지 마. 준우가 화낼 거야,”이미월은 흥분한 진승연을 말리며 말했다. 고은영의 물건을 던지지 못하게 그녀를 끌어당겼다.배준우와 고은영이 계약된 사이든 뭐든, 지금 그의 아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고은영이고 배준우는 그런 그녀를 보호하고 있다. 절대 자기 아내가 괴롭힘을 당하도록 내버려 둘 사람이 아니었다.이미월은 배준우의 성격을 너무 잘 파악하고 있었다.비록 그녀도 고은영의 물건을 다 내다 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 배준우가 분노하면 그 대가가 뭔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진승연이 그러도록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승연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화를 내야 할 사람은 언니라고!”“겨우 3년밖에 안 됐는데 다른 여자랑 결혼했어. 언니에 대한 마음이 부족했던 거라고!”진승연은 말할수록 화가 났다.이미월의 손을 뿌리치고 방에 있는 고은영의 물건을 뒤지기 시작했다.이미월은 겁에 질렸다. 그녀가 말리기도 전에 진승연은 이미 고은영의 물건을 찾아 호텔 복도에 던져 버렸다.이미월은 고은영의 물건이 버려지는 걸 보고, 자신도 모르게 후련한 감정이 스쳤다.배준우는 자신의 거라고...이번엔 절대 양보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말로는 진승연을 말렸다.“승연아, 괜한 소란 피우지 마. 얼른 물건들 다 가지고 들어와.”“가지고 들어오라고? 밖에 내다 버리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해.”진승연은 행동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이미월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일어서서 고은영의 물건을 주우려 했다. 그녀는 일어서자마자 진승연이 막았다.“언니는 너무 착한 게 문제야. 그래서 그 여자가 감히 언니 자리를 넘볼 수 있는 거라고.”진승연은 이미월이 고은영의 물건을 주우려 하는 걸 완강하게 막았다.얼마 지나지
아마 호텔 직원의 말을 들은 모양이다.“언니.”“날 정말 이 방에서 쫓아내네.” 이미월은 씁쓸하게 말했다.그를 찾아오면 그가 기뻐할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자신을 피할 줄 몰랐다.어제 진승연이 배준우에게 자신이 취했다고 전화를 걸어 그가 자신을 데리러 올 거로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는 오지 않았고 진승연이 다시 전화했을 때는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보아하니, 그는 정말 아무런 감정이 남지 않았나 보다.씁쓸해하는 이미월의 모습에 진승연도 속상했다.“분명히 그 여자가 꾸민 수작이야. 생각 이상으로 추잡한 여자야.”고은영 얘기만 나오면 진승연은 분노가 치밀었다.이미월의 안색도 더 창백해졌다.지금 아무리 그녀에게 불만이 많아도 그녀가 현재 배준우의 아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게다가 곧 그들의 결혼식이다.결혼식에 대해 생각하니 이미월은 더욱더 질투 났다. 정말 웅장하고 굉장한 결혼식이 될 예정이니 말이다.한 편 차 안에서는.고은영은 조심스럽게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그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괜찮아 보였다.고은영의 그 감정변화 요인에 대한 파악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그녀의 시선에 배준우는 그녀의 작은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왜 쳐다봐?”고은영은 재빨리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배준우는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은영은 순간 멍했다.“대, 대표님?”“안 내려?”“내려요.”고은영은 재빨리 자기 손을 그의 손바닥에 살며시 얹었다.그녀의 소심한 모습에 배준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그녀가 이토록 두려워하는 것도 배준우 뿐일 것이다.그가 없을 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당당하기 그지없었다.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그녀가 배준우에게 물었다.“오늘 만날 고객은 누구예요?”그녀는 일에 조금 서툴지 몰라도 회사 고객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꿰고 있었다.어느 도시에서 그가 꼭 만나야 할 고객이 누군지 다 알고 있었다.“유가그룹 대표.”유가그룹이요?순간 고은영은 긴장했다.
배준우도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지만, 고은영은 육명호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걸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너 별로 마음에 안 드나 봐?”“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그분 인성이 별로라고 생각해요.”고은영은 솔직히 털어놨다.배준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녀를 뚫어지라 쳐다봤다.그의 눈빛에 고은영은 감정을 숨기며 재빨리 말했다.“잘못했어요.”“그 사람 인성이 어떻든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우리한테 쓸모 있냐 없냐가 중요한 거지.”“네, 명심할게요!”고은영은 입을 삐죽거렸다.‘거래 대상의 인성이 배준우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가?’고은영은 그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녀가 보기엔 인성이 아주 중요했기 때문이다.그녀가 삐죽거리는 모습에 배준우의 눈가에 은은한 웃음기가 돌았다.두 사람이 VIP룸에 도착했을 때 안에는 이미 사람이 있었다.“배 대표.”육명호가 웃으며 일어났다.육명호가 나름 잘생겼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그의 그 교활한 웃음에 고은영은 토가 나올 것 같았다.배준우는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육 대표.”“앉아요.”육명호는 배준우를 룸 안으로 끌어당겼다. 안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아마 육명호가 데려온 파트너인 것 같았다. 예쁘장한 여자였다.육명호의 옆에 나란히 있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미모였다.육명호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고 비서, 오랜만이에요.”고은영은 입꼬리가 떨렸다.‘그놈의 바람기......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하고 그만 웃을 수 없나?’사실 그의 웃는 얼굴은 꽤 매력적이었다.순간 방 안의 분위기가 다운됐다.배준우는 자리에 앉으며 고은영을 흘겨보았다. 고은영도 재빨리 그의 옆에 앉았다.그의 유혹하는 듯한 미소에 고은영은 감히 대꾸할 용기가 없었다.동영그룹 회사 내에 그런 규정이 있다. 어떤 부서 직원이든 몸을 팔아서 거래를 성사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이 규정은 마케팅 부서에 대한 경고이
그러니까......“육 대표님, 제가 대신 마실게요.”고은영은 재빨리 배준우의 술잔을 집어 들었다.그 말을 들은 육명호는 멈칫하다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은영을 쳐다보고는 또 배준우를 쳐다봤다.“배 대표?”“네. 나 술 못 마셔요.”배준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육명호는 눈치를 살피더니 배준우의 말에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고은영에게 말했다.“그럼, 고 비서가?”다소 애매한 말투로 말이다.고은영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면 그를 째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중한 자리이니 꾹꾹 참고 있었다.육명호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배준우의 심기도 불편해졌다.육명호는 아마 자신의 계획이 있는 모양이다. 방금 자기 파트너에게 술을 따르게 한 걸 보면 그래 보였다. 다만 배준우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을 줄은 몰랐다. 아마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을 것이다.심지어 소주이다!고은영은 술을 들이키자마자 목구멍이 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 비서 주량이 끝내주네.”그녀의 원샷하는 모습에 육명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은영은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급하게 한마디 했다.“죄송합니다.”말하고는 룸 밖으로 급하게 나갔다.이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 임신한 탓인지 술 냄새에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방금 마신 술을 바로 화장실에 가서 깨끗이 토해냈다.“너 정말 얌전하지 못하구나.”고은영은 아랫배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그녀가 정리하고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육명호가 보였다.‘설마? 이 사람이......!’고은영은 소름이 끼쳐 그를 피해서 돌아서 가려고 했다.하지만 그의 곁을 지나가는 순간 그에게 손목을 잡혔다.“은영 씨?”은영 씨라는 말에 고은영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고은영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육 대표님, 자중하시고 손 놓으세요!”육명호는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살짝 당황했다. 이전에 회
역시 북성의 제일가는 재벌이다. 육명호는 북성에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하다.소문에 의하면 그는 수단이 악랄하고, 심지어는 굽힐 줄 아는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오늘 그녀는 그 진면모를 보게 되었다.알랑거릴 때는 먼지보다 더 작은 존재가 되었다가, 뒤돌아서면 마치 제왕처럼 카리스마가 넘친다.그런데 이런 사람이 배준우 앞에서 두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는 건, 배준우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설명한다.고은영의 첫 반응은 바로 이 사람과의 협력은 위험하다는 생각이었다.“같이 놀러 갈래?”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육명호는 그녀의 말랑말랑한 볼을 꼬집었다.그의 몸에서 보였던 날카로움이 마치 착각이었다는 듯 순식간에 부드럽게 변했다.고은영은 그제야 대답했다.“아니요. 저 대표님한테 가야해요.”하지만 순식간에 육명호는 그녀를 확 낚아채며 말했다.“대표님은 무슨, 오늘 밤 배 대표 옆에서 돌봐줄 사람이 있어.”고은영은 바로 육명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반박했다.“우리 대표님 그런 분 아니세요.”“뭐가 그런 분이 아니야. 은영씨는 남자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육명호는 그녀의 끌고 호텔 밖으로 향했다.“이거 놔요!”고은영은 육명호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만약 지금 그녀가 육명호를 따라간다면, 배준우의 성격에 가만있을리가 없다.전에도 바이어가 이런 행동을 했는데, 그 결과는 아주 심각했다.육명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배불리 못 먹었지? 북성에 왔으니 은영 씨를 굶게 할 수는 없어.”고은영은 손을 빼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육명호는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호텔 입구까지 다다랐고 육명호는 그녀를 자기 차에 태우려고 했다.이때 뒤에서 배준우의 화가 잔뜩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두 사람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뒤를 돌아보니 배준우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고, 그 뒤에는 놀란 이소원이 보였다.고은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육 대표
“손 안 더러워요. 아까도 씻었어요.”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배준우는 그녀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그 눈빛에 고은영은 깜짝 놀라 바로 말했다.“닦을게요, 지금 닦는다고요.”‘이러면 됐지?’고은영은 조금 억울했지만 바로 물티슈를 꺼냈다.그녀는 배준우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전혀 그게 아닌 것 같다.적어도 이 순간, 그는 그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를 노려보았다.고은영이 고분고분 손을 닦자 그제야 배준우의 화도 많이 내려간 듯 보였다.배준우는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회사 접대 규정 외워봐!”“네?”‘이건 또 뭐야?’배준우가 큰 소리로 말했다.“외워!”두 글자는 차갑고 위험하게 들려왔다.그제야 고은영은 배준우가 정말 화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술도 안 마셨는데 이렇게 버럭버럭하는 걸 보면 정말 화가 난 게 틀림없다.고은영은 숨을 들이쉬고 마른침을 삼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고객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고, 스킨십과 사사로운 만남을 금지하며 사적의 거래를 할 수 없다..”“근데 너 아까 뭐했어?”‘아까? 육 대표님이 나 끌어당긴 거? 그래서 내가 지금 스킨십했다는 거야?’고은영은 순간 억울해졌다.“그게 내가 당긴거에요?!”“당긴다고 그대로 끌려가는 건 또 뭐야?”고은영은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다.비록 그녀의 잘못으로 배준우에게 혼난 건 아니지만 고은영은 반박할 수 없었다.고은영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니 배준우가 버럭 화를 내며 물었다.“그래서, 나중에 또 그럴거야?”“아니요, 잘못했어요!”고은영은 전에 육명호의 인품에 문제가 있다고 배준우에게 알려주었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그런데 이제 와서 그녀를 탓하다니.배준우는 그녀의 공손한 태도에 더는 따지지 않았다.그 뒤로 두 사람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배준우는 여전히 차가운 기운을 풍겼다.호텔에 거의 도착했을 때 배준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아까는 어떻게 된 거야?”그녀가 술 한 잔 마신 후를 말한다.그녀가 룸에서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진승연과 함께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배준우가 그녀를 방으로 밀며 말했다.“씻으러 가. 땀 냄새나.”그의 태도에 배준우를 제외한 세 여자 모두 할 말을 잃었다.진승연과 이미월은 배준우가 고은영에 대한 태도를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특히 이미월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진승연은 고은영을 데리고 나가 두 사람에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주려고 했지만, 배준우의 한 마디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그녀는 이미월의 새하얗게 질린 표정을 보고 다급히 말했다.“준우 오빠.”배준우는 진승연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고 고은영을 노려보았다.“그래요, 씻을게요.”‘땀 냄새가 그렇게 심해? 난 모르겠는데? 내 몸에서 나는 거 아닌 것 같은데!’하지만 배준우의 위압적인 눈빛에 고은영은 반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이미월은 가련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향해 고통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준우야.”진승연도 말했다.“준우 오빠, 언니한테 그러지 마세요. 언니 많이 힘들어요.”두 사람이 나간 뒤 진승연은 힘들게 그녀를 위로했다. 그런데 배준우가 돌아오자마자 또 이런 상황으로 돌아가다니.진승연도 머리가 아팠다.고은영은 들어간 지 몇 분도 안 되어 다급히 뛰쳐나왔다.배준우는 그녀의 경망스러운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래?”“캐리어가 사라졌어요.”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더니 시선을 진승연과 이미월에게 돌렸다.그녀는 캐리어를 방에 두고 배준우와 외출했으며 호텔에는 진승연과 이미월이 남아있었다.그 말에 진승연과 이미월은 놀라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배준우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이미월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질문의 눈빛이다.이미월은 가슴이 떨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준우의 눈빛을 살피던 진승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내가 던져버렸어요.”그녀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배준우의 질책이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아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