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호텔 직원의 말을 들은 모양이다.“언니.”“날 정말 이 방에서 쫓아내네.” 이미월은 씁쓸하게 말했다.그를 찾아오면 그가 기뻐할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자신을 피할 줄 몰랐다.어제 진승연이 배준우에게 자신이 취했다고 전화를 걸어 그가 자신을 데리러 올 거로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는 오지 않았고 진승연이 다시 전화했을 때는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보아하니, 그는 정말 아무런 감정이 남지 않았나 보다.씁쓸해하는 이미월의 모습에 진승연도 속상했다.“분명히 그 여자가 꾸민 수작이야. 생각 이상으로 추잡한 여자야.”고은영 얘기만 나오면 진승연은 분노가 치밀었다.이미월의 안색도 더 창백해졌다.지금 아무리 그녀에게 불만이 많아도 그녀가 현재 배준우의 아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게다가 곧 그들의 결혼식이다.결혼식에 대해 생각하니 이미월은 더욱더 질투 났다. 정말 웅장하고 굉장한 결혼식이 될 예정이니 말이다.한 편 차 안에서는.고은영은 조심스럽게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그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괜찮아 보였다.고은영의 그 감정변화 요인에 대한 파악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그녀의 시선에 배준우는 그녀의 작은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왜 쳐다봐?”고은영은 재빨리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배준우는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은영은 순간 멍했다.“대, 대표님?”“안 내려?”“내려요.”고은영은 재빨리 자기 손을 그의 손바닥에 살며시 얹었다.그녀의 소심한 모습에 배준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그녀가 이토록 두려워하는 것도 배준우 뿐일 것이다.그가 없을 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당당하기 그지없었다.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그녀가 배준우에게 물었다.“오늘 만날 고객은 누구예요?”그녀는 일에 조금 서툴지 몰라도 회사 고객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꿰고 있었다.어느 도시에서 그가 꼭 만나야 할 고객이 누군지 다 알고 있었다.“유가그룹 대표.”유가그룹이요?순간 고은영은 긴장했다.
배준우도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지만, 고은영은 육명호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걸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너 별로 마음에 안 드나 봐?”“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그분 인성이 별로라고 생각해요.”고은영은 솔직히 털어놨다.배준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녀를 뚫어지라 쳐다봤다.그의 눈빛에 고은영은 감정을 숨기며 재빨리 말했다.“잘못했어요.”“그 사람 인성이 어떻든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우리한테 쓸모 있냐 없냐가 중요한 거지.”“네, 명심할게요!”고은영은 입을 삐죽거렸다.‘거래 대상의 인성이 배준우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가?’고은영은 그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녀가 보기엔 인성이 아주 중요했기 때문이다.그녀가 삐죽거리는 모습에 배준우의 눈가에 은은한 웃음기가 돌았다.두 사람이 VIP룸에 도착했을 때 안에는 이미 사람이 있었다.“배 대표.”육명호가 웃으며 일어났다.육명호가 나름 잘생겼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그의 그 교활한 웃음에 고은영은 토가 나올 것 같았다.배준우는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육 대표.”“앉아요.”육명호는 배준우를 룸 안으로 끌어당겼다. 안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아마 육명호가 데려온 파트너인 것 같았다. 예쁘장한 여자였다.육명호의 옆에 나란히 있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미모였다.육명호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고 비서, 오랜만이에요.”고은영은 입꼬리가 떨렸다.‘그놈의 바람기......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하고 그만 웃을 수 없나?’사실 그의 웃는 얼굴은 꽤 매력적이었다.순간 방 안의 분위기가 다운됐다.배준우는 자리에 앉으며 고은영을 흘겨보았다. 고은영도 재빨리 그의 옆에 앉았다.그의 유혹하는 듯한 미소에 고은영은 감히 대꾸할 용기가 없었다.동영그룹 회사 내에 그런 규정이 있다. 어떤 부서 직원이든 몸을 팔아서 거래를 성사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이 규정은 마케팅 부서에 대한 경고이
그러니까......“육 대표님, 제가 대신 마실게요.”고은영은 재빨리 배준우의 술잔을 집어 들었다.그 말을 들은 육명호는 멈칫하다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은영을 쳐다보고는 또 배준우를 쳐다봤다.“배 대표?”“네. 나 술 못 마셔요.”배준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육명호는 눈치를 살피더니 배준우의 말에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고은영에게 말했다.“그럼, 고 비서가?”다소 애매한 말투로 말이다.고은영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면 그를 째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중한 자리이니 꾹꾹 참고 있었다.육명호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배준우의 심기도 불편해졌다.육명호는 아마 자신의 계획이 있는 모양이다. 방금 자기 파트너에게 술을 따르게 한 걸 보면 그래 보였다. 다만 배준우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을 줄은 몰랐다. 아마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을 것이다.심지어 소주이다!고은영은 술을 들이키자마자 목구멍이 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 비서 주량이 끝내주네.”그녀의 원샷하는 모습에 육명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은영은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급하게 한마디 했다.“죄송합니다.”말하고는 룸 밖으로 급하게 나갔다.이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 임신한 탓인지 술 냄새에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방금 마신 술을 바로 화장실에 가서 깨끗이 토해냈다.“너 정말 얌전하지 못하구나.”고은영은 아랫배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그녀가 정리하고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육명호가 보였다.‘설마? 이 사람이......!’고은영은 소름이 끼쳐 그를 피해서 돌아서 가려고 했다.하지만 그의 곁을 지나가는 순간 그에게 손목을 잡혔다.“은영 씨?”은영 씨라는 말에 고은영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고은영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육 대표님, 자중하시고 손 놓으세요!”육명호는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살짝 당황했다. 이전에 회
역시 북성의 제일가는 재벌이다. 육명호는 북성에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하다.소문에 의하면 그는 수단이 악랄하고, 심지어는 굽힐 줄 아는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오늘 그녀는 그 진면모를 보게 되었다.알랑거릴 때는 먼지보다 더 작은 존재가 되었다가, 뒤돌아서면 마치 제왕처럼 카리스마가 넘친다.그런데 이런 사람이 배준우 앞에서 두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는 건, 배준우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설명한다.고은영의 첫 반응은 바로 이 사람과의 협력은 위험하다는 생각이었다.“같이 놀러 갈래?”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육명호는 그녀의 말랑말랑한 볼을 꼬집었다.그의 몸에서 보였던 날카로움이 마치 착각이었다는 듯 순식간에 부드럽게 변했다.고은영은 그제야 대답했다.“아니요. 저 대표님한테 가야해요.”하지만 순식간에 육명호는 그녀를 확 낚아채며 말했다.“대표님은 무슨, 오늘 밤 배 대표 옆에서 돌봐줄 사람이 있어.”고은영은 바로 육명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반박했다.“우리 대표님 그런 분 아니세요.”“뭐가 그런 분이 아니야. 은영씨는 남자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육명호는 그녀의 끌고 호텔 밖으로 향했다.“이거 놔요!”고은영은 육명호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만약 지금 그녀가 육명호를 따라간다면, 배준우의 성격에 가만있을리가 없다.전에도 바이어가 이런 행동을 했는데, 그 결과는 아주 심각했다.육명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배불리 못 먹었지? 북성에 왔으니 은영 씨를 굶게 할 수는 없어.”고은영은 손을 빼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육명호는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호텔 입구까지 다다랐고 육명호는 그녀를 자기 차에 태우려고 했다.이때 뒤에서 배준우의 화가 잔뜩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두 사람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뒤를 돌아보니 배준우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고, 그 뒤에는 놀란 이소원이 보였다.고은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육 대표
“손 안 더러워요. 아까도 씻었어요.”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배준우는 그녀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그 눈빛에 고은영은 깜짝 놀라 바로 말했다.“닦을게요, 지금 닦는다고요.”‘이러면 됐지?’고은영은 조금 억울했지만 바로 물티슈를 꺼냈다.그녀는 배준우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전혀 그게 아닌 것 같다.적어도 이 순간, 그는 그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를 노려보았다.고은영이 고분고분 손을 닦자 그제야 배준우의 화도 많이 내려간 듯 보였다.배준우는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회사 접대 규정 외워봐!”“네?”‘이건 또 뭐야?’배준우가 큰 소리로 말했다.“외워!”두 글자는 차갑고 위험하게 들려왔다.그제야 고은영은 배준우가 정말 화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술도 안 마셨는데 이렇게 버럭버럭하는 걸 보면 정말 화가 난 게 틀림없다.고은영은 숨을 들이쉬고 마른침을 삼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고객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고, 스킨십과 사사로운 만남을 금지하며 사적의 거래를 할 수 없다..”“근데 너 아까 뭐했어?”‘아까? 육 대표님이 나 끌어당긴 거? 그래서 내가 지금 스킨십했다는 거야?’고은영은 순간 억울해졌다.“그게 내가 당긴거에요?!”“당긴다고 그대로 끌려가는 건 또 뭐야?”고은영은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다.비록 그녀의 잘못으로 배준우에게 혼난 건 아니지만 고은영은 반박할 수 없었다.고은영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니 배준우가 버럭 화를 내며 물었다.“그래서, 나중에 또 그럴거야?”“아니요, 잘못했어요!”고은영은 전에 육명호의 인품에 문제가 있다고 배준우에게 알려주었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그런데 이제 와서 그녀를 탓하다니.배준우는 그녀의 공손한 태도에 더는 따지지 않았다.그 뒤로 두 사람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배준우는 여전히 차가운 기운을 풍겼다.호텔에 거의 도착했을 때 배준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아까는 어떻게 된 거야?”그녀가 술 한 잔 마신 후를 말한다.그녀가 룸에서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진승연과 함께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배준우가 그녀를 방으로 밀며 말했다.“씻으러 가. 땀 냄새나.”그의 태도에 배준우를 제외한 세 여자 모두 할 말을 잃었다.진승연과 이미월은 배준우가 고은영에 대한 태도를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특히 이미월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진승연은 고은영을 데리고 나가 두 사람에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주려고 했지만, 배준우의 한 마디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그녀는 이미월의 새하얗게 질린 표정을 보고 다급히 말했다.“준우 오빠.”배준우는 진승연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고 고은영을 노려보았다.“그래요, 씻을게요.”‘땀 냄새가 그렇게 심해? 난 모르겠는데? 내 몸에서 나는 거 아닌 것 같은데!’하지만 배준우의 위압적인 눈빛에 고은영은 반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이미월은 가련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향해 고통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준우야.”진승연도 말했다.“준우 오빠, 언니한테 그러지 마세요. 언니 많이 힘들어요.”두 사람이 나간 뒤 진승연은 힘들게 그녀를 위로했다. 그런데 배준우가 돌아오자마자 또 이런 상황으로 돌아가다니.진승연도 머리가 아팠다.고은영은 들어간 지 몇 분도 안 되어 다급히 뛰쳐나왔다.배준우는 그녀의 경망스러운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래?”“캐리어가 사라졌어요.”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더니 시선을 진승연과 이미월에게 돌렸다.그녀는 캐리어를 방에 두고 배준우와 외출했으며 호텔에는 진승연과 이미월이 남아있었다.그 말에 진승연과 이미월은 놀라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배준우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이미월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질문의 눈빛이다.이미월은 가슴이 떨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준우의 눈빛을 살피던 진승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내가 던져버렸어요.”그녀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배준우의 질책이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아무래
“준우야......”그녀는 또 한 번 배준우에게 아련한 눈빛을 보냈다.그녀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마치 고은영이 대역무도한 말을 한 것처럼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진승연은 고은영이 이미월의 남자를 빼앗았다고 생각해 그녀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했다.게다가 이미월은 고은영의 말 때문에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화가 제대로 치밀어 오른 진승연은 손을 휘둘러 고은영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다.“이 파렴치한 내연녀, 네가 뭔데 감히 자격을 논해!”하지만 그녀의 손바닥이 고은영의 뺨에 닿기도 전에, 배준우가 먼저 낚아챘다.손목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배준우를 바라봤다.“준우 오빠.”배준우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그만해!”“오빠나 그만 하세요! 언니가 사과도 했는데 어떻게 계속 이래요?”배준우의 안색은 이미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졌다.배준우는 더는 불필요한 말을 하기 싫어 나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나태웅이 이내 전화를 받았다.“준우야.”배준우가 말했다.“진영 그룹과의 모든 협력 다 종결시켜!”“갑자기 왜? 대체 무슨 일인데?”그 말에 나태웅은 어리둥절했다.동영그룹과 진영그룹은 이미 여러 해 동안 협력해 온 사이다.게다가 배준우와 이미월의 동창 관계 때문에 두 기업의 협력은 비교적 긴밀했다.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관계를 청산한다고? 게다가 협력을 전부 종결한다고?배준우는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당장 진영그룹에 계약 해지 통보해!”쌀쌀한 배준우의 목소리를 들으니 전혀 전환의 여지가 없었다.나태웅은 배준우의 확고한 말투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얼른 대답했다.“그래, 당장 통보할게.”진미월은 배준우의 차갑고 위협적인 말투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배준우가 드디어 전화를 끊었다.진승연은 굳은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준우 오빠, 오빠가 어떻게.”“준우야, 너가 어떻게 우리 외삼촌한테!”이미월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배준우를 쳐다보았다.설마 고은영을 위해서?고은영도 배준우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진승연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이 말을 내뱉었다. 사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회사에 누가 될까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일어서는 그때, 배준우가 차갑게 말했다.“필요 없어.”“준우야..!“배준우의 필요 없다는 말에 이미월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배준우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배준우가 필요 없다고 말하면 후과는 심각하다.배준우가 쌀쌀하게 계속 말했다.“난 아무에게나 기회를 주지 않아.”이미월과 진승연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두 여자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배준우,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아무나? 우리가 아무나야?’이미월은 멍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고 눈가에는 고통이 역력했다.“준우야, 너.”진승연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이게 대체 무슨 뜻이지? 지금 타협하고 고은영 그년의 캐리어를 도로 찾아와도 필요 없다는 뜻인가?’“오빠 정말 너무해!”진승연은 화가 난 듯 고함을 지르며 몸을 일으키더니 밖으로 뛰쳐나갔다.눈물을 머금고 배준우를 바라보자 이미월은 고통을 도저히 감출 수가 없었다.“준우야, 날 봐서라도 나 실장한테 전화 좀 해줘. 우리 외삼촌은 건드리지 말아줘.”이미월은 풀이 죽어 말했다.하지만 배준우는 그저 소파에 앉아 담배만 피울 뿐이다.이 상황을 지켜보는 고은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정말 난감했다.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마침 배준우는 오늘 밤 기분이 나빴고, 진승연은 하필 지금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배준우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이미월은 또 한 번 그를 불렀다.“준우야......”하지만 배준우는 그저 쌀쌀맞게 담배만 피울 뿐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 쌀쌀한 모습에 이미월은 눈물이 차올랐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고은영을 향해 말했다.“고은영 씨, 정말 미안해요. 승연이가 성격이 워낙 날카로우니 마음에 두지 않길 바라요.”아까만 해도 진승연과 입씨름을 벌이던 고은영은 이미월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어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