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61 - 챕터 170

1216 챕터

제161화

안지영은 어떻게 사무실에서 나왔는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3일이라는 두 글자가 메아리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3일 뒤, 그녀는 고은영을 팔아야 했다.아니면 남성에서의 그날 밤, 배준우의 방에 있었던 사람이 자신이라고 인정해야 했다.후자는 절대 성립해서는 안 되었다, 안지영이 인정해 버린다면 배준우는 배씨 가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그녀와 가족들은 길거리로 쫓겨나 거지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어떡하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항상 똑똑하고 침착하던 안지영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결국 안지영은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이 얼마 가지도 않고 끊겨버렸다.휴대폰을 잡은 안지영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순간, 고은영이 배준우에게 심문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그녀였다.안지영은 절망스러웠다, 지금 그녀와 고은영은 완전히 궁지에 몰렸다.머지않아 안지영은 다시 다른 이에게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은 빠르게 전화를 걸었다."아버지, 저 오늘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싶어요."안지영은 상대방이 입을 떼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동영에서 버는 돈으로 밥도 못 해 먹고 사는 거야?"안지영의 아버지 안진섭이 하찮다는 듯 말했다."아버지랑 같이 밥 먹고 싶어서 그러죠, 저를 그렇게 쓸데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아 주시죠."안지영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밥 한 끼 먹자는 거 가지고 그런 소리를 하다니.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이 동영그룹의 판매왕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는 걸까?’"너 원래 쓸데없어!"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늘 자신에게 편견이 있는 안진섭이 안지영은 늘 불만이었다."그래서 저녁 먹으러 가요, 말아요.""와야지, 말까지 꺼내놓고 안 오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아버지와 함께 사직하는 일에 관해 얘기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계속 동영그룹에 있다가는 심장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또 무슨 사고 친 거야?"안지영이 전화를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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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배준우가 량천옥을 피해 해외의 모든 것을 가지게 된다면 두 사람의 결혼도 끝을 봐야 했다.그때가 되면 배준우는 자신의 첫사랑인 이미월을 찾아갈 것이고 고은영은 여전히 고은영으로 남게 될 것이다."저 내일 출장 가야 하니까 짐 정리 해주세요."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배준우가 아주머니께 말했다."네, 도련님."아주머니께서 공손하게 배준우에게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너도 준비해."배준우가 다시 고은영을 보며 말했다.고은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저도 가요?""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또 있어?"전에는 고은영을 데리고 가지 않겠다고 하더니, 하지만 생각해 보면 배준우가 출장 갈 때마다 고은영은 그를 따라갔다. 그랬기에 이번에도 그가 자신을 데리고 가는 것이라고 고은영은 생각했다."지금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고은영이 배준우의 시선을 받으며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방으로 돌아간 그녀는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하던 배준우를 생각하며 고민에 빠졌다.전에 안지영과 계획을 세울 때, 고은영은 배준우가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하면 그가 출장을 간 사이, 병원으로 가 아이를 지우기로 했었다.‘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그녀는 배준우의 스케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내일의 출장 말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배준우는 출장 갈 일이 없었다.그렇게 되면 아이는 벌써 4, 5개월에 접어들었다.‘그때 이 아이를 지울 수나 있을까?’고은영은 그 생각을 하니 울고 싶었다.방금, 안지영과 통화까지 한 고은영은 걱정되는 마음에 방문을 걸어 잠갔다.그리고 고은영이 다시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그녀의 휴대폰이 먼저 울렸다.서정우가 그녀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고은영은 고민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지만 곧바로 고은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응, 언니.""오후에 병원에 올래?"고은지가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이따 갈게."지금 고은영은 고은지의 곁을 지키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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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고은영은 결연한 고은지의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아팠다."정말 칼로…"고은영은 채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녀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그동안 자신들을 돌봐준 고은지에게 조보은은 어떻게 매정하게 그런 짓을 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하지만 자신을 할머니에게 집어던지고 그동안 고은지를 대한 태도를 생각해 보면 조보은이 충분히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응, 맞아."고은지가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니 조보은이 더욱 미워졌다."너 이제 병원 안 와도 돼.""왜?"고은지가 생각해 보더니 다시 말했다."서정우가 강성으로 온다고 했어."서정우는 조보은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에 두 자매에게 손을 내밀 줄 밖에 몰랐다, 특히 돈에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 서정우는 두 자매에게서 어마어마한 수자의 돈을 얻어갔다.고은지는 이번을 계기로 그동안의 모든 일들을 제대로 해결할 심산이었다. 사람은 선이라는 게 있어야 했다. 아니면 결국 상처받는 건 자신이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들도 따라서 다치게 되었다."언니 혼자 괜찮겠어?"어쨌든 고은지는 지금 입원해 있었기에 고은영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상처 안 깊어서 걱정할 필요 없어."고은지는 고은영을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이번 일을 잘 해결하지 못한다면 조보은은 앞으로 두 자매를 괴롭힐 것이 분명했다.고은지는 그동안 자신이 고생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조보은이 고은영까지 해치게 할 수 없었다."그래, 그럼."고은영은 여전히 걱정되었지만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고은지가 이렇게 단호한 건 처음이었기에 고은영은 고은지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 스스로 마주하게 할 생각이었다.고은지는 이번을 계기로 씩씩하게 스스로 일어나야 했다.그동안 연약하게 굴었으니 이제 일어설 때도 되었다."서정우 제일 먼저 병원으로 나를 찾아올 거야, 내가 상대해 주지 않으면 너를 찾아갈 거고."고은지가 고은영에게 귀띔해 줬다."나 내일 대표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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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왜 이런 역겨운 말만 하는 것인지 고은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너같이 가족도 신경 안 쓰는 사람이 제일 역겨워."서정우도 말이 통하지 않는 고은영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그래도 가족 돈만 가져가려고 하고 가족들 피 빨아먹으려고 하는 너희보다 낫지 않아?"고은영이 서정우를 비웃었다.예전의 그녀는 서정우 같은 사람을 거들떠보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지금 그녀는 인정사정없이 서정우에게 욕을 퍼붓고 있었다.고은영의 말을 들은 서정우는 멍했다.그의 기억 속에서 고은영은 늘 담이 작았는데 오늘은 낯설었다."역시 큰 도시로 간 사람은 다르구나, 이제 이런 말도 감히 하고.""왜, 너 따위가 평생 나를 짓누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서정우는 고은영의 말을 들으니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너 이미 강성으로 오고 있는 거지?""응, 그러니까 내일 아침 9시에 기차역으로 나 데리러 와."서정우 이 멍청한 것이 아직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니, 고은영은 할 말이 없어졌다. 이런 사람들의 가장 역겨운 점 한가지가 바로 아무리 듣기 싫은 소리를 해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마치 기생충 마냥 숙주를 벗어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너를 데리러 가라고? 꿈도 꾸지 마.""나 강성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런 나를 그냥 두겠다고?""너 따위한테 내 시간 낭비할 생각 없어."고은영의 말을 들은 서정우가 화가 나 욕을 지껄였다."그리고 나 내일 출장이라서 너 나 못 봐.""뭐? 출장? 안돼, 너 못 가.""내가 왜?""네가 큰누나 설득해야지, 지금 출장 가면 나 혼자 어쩌라는 거야?"서정우는 조보은이 왜 들어갔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전에 했던 전화나 오늘 했던 전화에서 고은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았다.고은영은 고은지가 그동안 서정우를 위해 돈을 쓴 것이 참 아깝다고 생각했다."네 일을 왜 나한테 물어?"고은영이 멍청한 질문을 던지는 서정우에게 차갑게 말했다."그럼 돈이라도 좀 줘."역시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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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고은영은 화를 잔뜩 내고 있을 서정우가 머릿속에 그려졌다.하지만 고은지도 이제 더 이상 그에게 돈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면 화가 조금 풀렸다.매번 고은지가 그들에게 타협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고은영은 답답했었다.하지만 지금 모든 것이 끝을 보게 되었다.고은영은 다시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더 머리가 아픈 건 자기 일이었다."너한테 또 무슨 일이 생긴 거라고 말하지 마."안지영의 목소리는 풀이 잔뜩 죽어있었다."왜 그래?""너 배 대표님이랑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나 실장이 나한테 임신했느냐고 물어보는 건데.""그래서 너 뭐라고 했는데?""아니요, 네 맞아요!"안지영이 말했다, 그녀는 오늘의 일만 생각하면 심장이 아팠다."그러니까 임신했다는 거야, 말았다는 거야?""나 실장이 지금 그날 밤 여자가 너 아니면 나라고 의심하고 있어."‘이렇게 심각한 정도까지 발전했다니?’고은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창백했다."너는 뭐라고 했는데?""나 실장이 나한테 3일 주겠다고 했어."그러니까 안지영은 잠시 안전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고은영은 3일이라는 말을 들으니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옥죄는 것 같았다.그리고 고은영이 말을 하기 전, 안지영이 다시 덧붙였다."나 실장이 지금 너 아니면 나라고 아주 확신을 하고 있어.""그럼 이제 어떡해?"나태웅이 확신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고은영은 좋은 세월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안지영은 무슨 일이나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안지영은 나태웅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은영아, 너 도대체 어떻게 오늘까지 버틴 거냐?"‘어떻게 오늘까지 버텼느냐니? 안지영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는 무엇일까?’바로 그녀는 지금 충분히 힘들고 견뎌내지 못할 것 같다는 뜻이었다."그냥, 무서워하면서 버텼지."고은영은 그동안의 심정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몰랐다.매번 외줄 타기를 하듯 조마조마한 마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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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전에는 확실히 이렇게 얘기했었다.아니면 두 사람은 내일 배준우가 출장 가는 일을 두고 계획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방금 그렇게 말했어, 자기랑 같이 출장 가자고.""그럼 어떡해?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처리하기 힘들어질 텐데. 아이 3개월 되면 낙태도 못 해."그런 법률이 있다는 것도 고은영은 아예 모르고 있었다.배준우가 다음 출장을 떠날 때면 아이는 벌써 4개월이었다.고은영은 그 생각을 하니 더욱 답답해졌다.지금 그녀에게는 고민할 시간도 별로 주어지지 않았다."나 어떡해야 하는 거지?""출장 안 갈 생각을 해야지.""무슨 방법이 있을까?"안지영이 오늘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고은영은 일이 이렇게 심각해졌는지도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다."아픈 척하자.""그런 안 돼."고은영은 아픈 척은 더 이상 하기 싫었다. 전에 임신했을 때, 백 어르신 때문에 마음 졸였던 것만 생각하면 고은영은 힘들어졌다."배 대표님 개인 의사가 있어서 내가 아프다고 하면 분명 그분한테 부탁하실 거야."그러니까 아픈 척을 하는 건 아예 통하지 않았다."그럼 너희 언니는?"고은지 핑계를 대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안지영은 곧 고개를 저었다.배준우가 고은영을 데리고 출장을 가기로 마음을 먹은 상황에서 고은지의 얘기를 한다면 그는 직접 사람을 안배해 고은지가 있는 병원으로 보낼 것이 분명했다.결국 좋은 방법은 없었다."혼자 알아서 해."한참이 지나 안지영이 한마디 뱉었다.그녀도 더 이상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기 힘들었다.배준우가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꾼 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는 분명 이렇게 쉽게 마음이 변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고은영은 그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마치 배준우가 모든 것을 알고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안지영은 그런 생각을 하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정말 그렇게 된다면 3일 뒤, 그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할지도 몰랐다.안지영은 생각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고은영은 3개월 후면 아이를 지울 수 없다는 안지영의 말을 듣고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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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사모님, 조심하세요. 갓 냄비에서 가져온 거예요."아주머니께서 얼른 차가운 물을 건네주며 말했다.고은영은 눈물이 찔끔 나올 것만 같았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도대체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배준우가 아주머니에게서 물을 받아 그녀에게 건넸다.눈물을 글썽이는 고은영을 보는 배준우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예전의 그는 여자가 우는 것을 보면 짜증이 났다. 하지만 고은영이 울먹이는 모습을 봐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고은영은 차가운 물을 들이켜고 나서야 조금 편안해졌다."사모님, 얼음 좀 물고 계세요."아주머니께서 이번에는 얼음을 가져와 말했다."아 해."배준우가 얼음 통에서 얼음 하나를 꺼내 고은영의 입가로 가져가자 고은영이 얌전하게 입을 벌렸다.얼음이 입으로 들어간 순간, 따가웠던 느낌이 조금 사그라졌다."아파요."고은영이 불쌍하게 배준우를 보며 말했다."이제 아픈 줄 알겠어? 앞으로 밥 먹을 때 정신 좀 집중해서 먹어."배준우가 조금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불쌍한 얼굴을 한 고은영을 향한 질책도 조금 담겨있었다.고은영은 아픈데다가 엄숙한 배준우의 말을 들으니 더욱 눈물이 났다.결국 고은영이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배준우는 그 모습을 보더니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울지 마!"고은영의 그 목소리에 얼른 눈물을 거두었다."예전에는 일하는데 덤벙거리는 줄만 알았더니 이제 보니 밥도 제대로 못 먹네. 고은영, 너 정말 여태껏 살아온 것도 대단하다."배준우는 이렇게 덤벙거리는 고은영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니 더욱 억울해졌다.그녀는 덤벙거리는 것이 아니라 배준우가 무서운 것이었다.하지만 배준우의 앞에서 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억울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이제 좀 괜찮아?"배준우가 고은영을 보며 물었다."네, 조금 괜찮아졌어요."고은영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웠다."좀 아파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짓 안 하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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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말 버벅거리는 습관은 언제 고칠래?"고은영은 언제 자신이 배준우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면 고치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배준우는 자신을 무서워하는 고은영이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은 분명 그녀에게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은영은 자신을 이렇게까지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노, 노력해 보겠습니다."고은영이 웃으며 말했다."짐 정리는 다 했어?""네."배준우가 말을 하며 그녀의 머리를 닦아줬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고은영은 순간 얼어버리고 말았다.두 사람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 배준우의 기운이 고은영을 완전히 포위했다.고은영은 그러고 있으니 더욱 긴장되었다."들어가서 자."머지않아, 머리를 다 말린 배준우가 말했다."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이 얼른 몸을 일으켜 방으로 들어갔다."밤에 또 열나면 어떡하려고?"배준우가 그녀가 들어가는 쪽을 보며 물었다.그 말을 들은 순간, 발걸음을 멈춘 고은영이 불쌍하게 고개를 돌렸다."그럴 일 없을 겁니다.""내 방으로 와."배준우의 그 말에 고은영은 또 반박할 수 없었다.고은영은 그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다가 자신이 또 배준우의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갈까 봐 걱정되었다. 그녀는 그동안 자신에게 몽유병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이번 한 번은 그렇다고 쳐도 매일 그랬다가는 배준우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고은영은 아직 더 살고 싶었다."안 가고 뭐 해."배준우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고은영을 보며 물었다.차가운 그 눈빛을 확인한 고은영이 침을 삼켰다."네, 지금 갈게요."고은영이 반항하지 않고 배준우의 방으로 들어갔다.그의 방은 유난히 컸다. 하지만 흑백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덕분에 무척 깨끗해 보였다.고은영은 이런 색깔 조합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배준우 방의 디자인이 싫지 않았다.방으로 들어간 고은영은 이불을 안고 소파에 누웠다. 그녀는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을 묶어버리고 싶었다.뒤따라 들어온 배준우는 소파에 누운 고은영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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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고은영은 그렇게 고민하다 잠들어버렸다.그리고 이튿날, 배준우의 알람 소리에 깨어났다.하지만 비몽사몽으로 눈을 뜬 그녀는 눈 크기를 키운 눈앞의 남자를 보며 숨을 멈췄다.고은영이 다시 배준우의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왔던 것이었다."대표님."고은영이 고개를 숙이고 얼른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지금의 그녀는 배준우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리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 고은영은 자신이 다리를 배준우의 다리 위에 올려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은영은 자신을 뺨을 갈기고 싶었다.게다가 배준우의 손이 조금 튀어나온 고은영의 아랫배를 덮고 있었다.그 따뜻한 느낌에 고은영은 감전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녀는 배준우가 혹시라도 힘을 줄까 봐 걱정되었다."안 일어나?"그때, 머리 위에서 차가운 배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지금 일어나겠습니다."고은영이 말을 하며 배준우의 몸 위에서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랬다, 그녀는 배준우의 몸 위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녀의 몸 절반이 그의 몸을 덮고 있었다.고은영이 도망치듯 침대에서 내려왔고 덕분에 그녀의 배가 잠시 노출되었다.배준우는 살짝 튀어나온 고은영의 배를 보며 여자는 살이 찌면 배부터 찌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반 시간 뒤, 식탁.아주머니께서는 배준우가 오늘 출장 간다는 걸 알고 아침 일찍이 아침을 준비하러 왔다. 바깥은 아직 조금 어두컴컴했다.고은영이 만두 하나를 집어 들었을 때, 배준우가 갑자기 말했다."요즘 먹는 것 좀 주의해.""네?"그녀는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먹으면 안 되는 거예요?""너 살쪘어."그 말을 듣는 순간, 고은영은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어느 여자도 남자가 자기에게 살이 쪘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건 고은영도 마찬가지였다.배준우의 진지한 얼굴을 보며 고은영은 참아보려고 애썼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저 살 안 쪘는데요."그 말을 들은 배준우가 멈칫했다."너 배 나왔어, 그런데 살이 안 쪘다고?"고은영은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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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두 사람이 아침을 먹고 별장을 나섰을 때,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기사님은 이미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고은영이 캐리어를 끌고 천천히 나오자 배준우가 그런 그녀를 기다려 줬다."역시 느리군."배준우는 고은영이 걷는 속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은영은 손에 무언가를 들기만 하면 발걸음이 느려졌다."무거워서 그래요."고은영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캐리어를 빼앗아 들었지만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대표님, 제가 할게요."고은영이 난감한 얼굴로 배준우에게서 캐리어를 가져오려고 했다.다른 대표님 비서들은 대표를 대신해 짐을 끌어주기 바빴지만 고은영은 대표에게 물건을 옮기게 하고 있었으니.기사는 그 모습을 보곤 얼른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배준우의 손에서 캐리어를 가져오며 의미심장하게 고은영을 바라봤다.회사에는 아직 많은 이들이 배준우와 고은영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듯했다.고은영은 배준우의 비서였지만 지금 배준우 혼자 캐리어를 든 모습을 보고 기사는 무의식적으로 고은영에게 시선을 둔 듯했다.고은영은 기사의 그 눈빛이 조금 불편했다."안 타?"차에 올라탄 배준우가 추운데 밖에 서 있는 고은영을 보며 물었다.고은영은 그 목소리를 듣더니 정신을 차리고 얼른 차에 올라탔다."추워?"고은영이 안전벨트를 하다 배준우와 손이 부딪혔고 배준우가 물었다.그는 그제야 고은영의 코가 추위에 새빨개졌다는 것을 발견했다."네, 추워요."고은영이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그러게 왜 옷을 그렇게밖에 안 입었어?""너무 많이 껴입으면 불편하잖아요."지금 고은영은 배준우의 와이프였지만 그저 월급을 받는 와이프에 불과했다.그랬기에 밖에서는 일해야 했다."옷 많이 안 껴입어도 일 처리는 영 별로 던데."배준우가 고은영을 보며 말했다.고은영은 배준우가 자신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 몰랐다. 그런데 그는 왜 그녀를 지금까지 옆에 둔 것인지?고은영이 배준우를 바라봤다. 그녀는 다시 아무 말도 감히 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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