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조심하세요. 갓 냄비에서 가져온 거예요."아주머니께서 얼른 차가운 물을 건네주며 말했다.고은영은 눈물이 찔끔 나올 것만 같았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도대체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배준우가 아주머니에게서 물을 받아 그녀에게 건넸다.눈물을 글썽이는 고은영을 보는 배준우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예전의 그는 여자가 우는 것을 보면 짜증이 났다. 하지만 고은영이 울먹이는 모습을 봐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고은영은 차가운 물을 들이켜고 나서야 조금 편안해졌다."사모님, 얼음 좀 물고 계세요."아주머니께서 이번에는 얼음을 가져와 말했다."아 해."배준우가 얼음 통에서 얼음 하나를 꺼내 고은영의 입가로 가져가자 고은영이 얌전하게 입을 벌렸다.얼음이 입으로 들어간 순간, 따가웠던 느낌이 조금 사그라졌다."아파요."고은영이 불쌍하게 배준우를 보며 말했다."이제 아픈 줄 알겠어? 앞으로 밥 먹을 때 정신 좀 집중해서 먹어."배준우가 조금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불쌍한 얼굴을 한 고은영을 향한 질책도 조금 담겨있었다.고은영은 아픈데다가 엄숙한 배준우의 말을 들으니 더욱 눈물이 났다.결국 고은영이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배준우는 그 모습을 보더니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울지 마!"고은영의 그 목소리에 얼른 눈물을 거두었다."예전에는 일하는데 덤벙거리는 줄만 알았더니 이제 보니 밥도 제대로 못 먹네. 고은영, 너 정말 여태껏 살아온 것도 대단하다."배준우는 이렇게 덤벙거리는 고은영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니 더욱 억울해졌다.그녀는 덤벙거리는 것이 아니라 배준우가 무서운 것이었다.하지만 배준우의 앞에서 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억울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이제 좀 괜찮아?"배준우가 고은영을 보며 물었다."네, 조금 괜찮아졌어요."고은영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웠다."좀 아파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짓 안 하지."고은
"말 버벅거리는 습관은 언제 고칠래?"고은영은 언제 자신이 배준우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면 고치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배준우는 자신을 무서워하는 고은영이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은 분명 그녀에게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은영은 자신을 이렇게까지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노, 노력해 보겠습니다."고은영이 웃으며 말했다."짐 정리는 다 했어?""네."배준우가 말을 하며 그녀의 머리를 닦아줬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고은영은 순간 얼어버리고 말았다.두 사람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 배준우의 기운이 고은영을 완전히 포위했다.고은영은 그러고 있으니 더욱 긴장되었다."들어가서 자."머지않아, 머리를 다 말린 배준우가 말했다."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이 얼른 몸을 일으켜 방으로 들어갔다."밤에 또 열나면 어떡하려고?"배준우가 그녀가 들어가는 쪽을 보며 물었다.그 말을 들은 순간, 발걸음을 멈춘 고은영이 불쌍하게 고개를 돌렸다."그럴 일 없을 겁니다.""내 방으로 와."배준우의 그 말에 고은영은 또 반박할 수 없었다.고은영은 그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다가 자신이 또 배준우의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갈까 봐 걱정되었다. 그녀는 그동안 자신에게 몽유병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이번 한 번은 그렇다고 쳐도 매일 그랬다가는 배준우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고은영은 아직 더 살고 싶었다."안 가고 뭐 해."배준우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고은영을 보며 물었다.차가운 그 눈빛을 확인한 고은영이 침을 삼켰다."네, 지금 갈게요."고은영이 반항하지 않고 배준우의 방으로 들어갔다.그의 방은 유난히 컸다. 하지만 흑백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덕분에 무척 깨끗해 보였다.고은영은 이런 색깔 조합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배준우 방의 디자인이 싫지 않았다.방으로 들어간 고은영은 이불을 안고 소파에 누웠다. 그녀는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을 묶어버리고 싶었다.뒤따라 들어온 배준우는 소파에 누운 고은영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리
고은영은 그렇게 고민하다 잠들어버렸다.그리고 이튿날, 배준우의 알람 소리에 깨어났다.하지만 비몽사몽으로 눈을 뜬 그녀는 눈 크기를 키운 눈앞의 남자를 보며 숨을 멈췄다.고은영이 다시 배준우의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왔던 것이었다."대표님."고은영이 고개를 숙이고 얼른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지금의 그녀는 배준우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리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 고은영은 자신이 다리를 배준우의 다리 위에 올려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은영은 자신을 뺨을 갈기고 싶었다.게다가 배준우의 손이 조금 튀어나온 고은영의 아랫배를 덮고 있었다.그 따뜻한 느낌에 고은영은 감전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녀는 배준우가 혹시라도 힘을 줄까 봐 걱정되었다."안 일어나?"그때, 머리 위에서 차가운 배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지금 일어나겠습니다."고은영이 말을 하며 배준우의 몸 위에서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랬다, 그녀는 배준우의 몸 위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녀의 몸 절반이 그의 몸을 덮고 있었다.고은영이 도망치듯 침대에서 내려왔고 덕분에 그녀의 배가 잠시 노출되었다.배준우는 살짝 튀어나온 고은영의 배를 보며 여자는 살이 찌면 배부터 찌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반 시간 뒤, 식탁.아주머니께서는 배준우가 오늘 출장 간다는 걸 알고 아침 일찍이 아침을 준비하러 왔다. 바깥은 아직 조금 어두컴컴했다.고은영이 만두 하나를 집어 들었을 때, 배준우가 갑자기 말했다."요즘 먹는 것 좀 주의해.""네?"그녀는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먹으면 안 되는 거예요?""너 살쪘어."그 말을 듣는 순간, 고은영은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어느 여자도 남자가 자기에게 살이 쪘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건 고은영도 마찬가지였다.배준우의 진지한 얼굴을 보며 고은영은 참아보려고 애썼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저 살 안 쪘는데요."그 말을 들은 배준우가 멈칫했다."너 배 나왔어, 그런데 살이 안 쪘다고?"고은영은 그 말
두 사람이 아침을 먹고 별장을 나섰을 때,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기사님은 이미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고은영이 캐리어를 끌고 천천히 나오자 배준우가 그런 그녀를 기다려 줬다."역시 느리군."배준우는 고은영이 걷는 속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은영은 손에 무언가를 들기만 하면 발걸음이 느려졌다."무거워서 그래요."고은영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캐리어를 빼앗아 들었지만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대표님, 제가 할게요."고은영이 난감한 얼굴로 배준우에게서 캐리어를 가져오려고 했다.다른 대표님 비서들은 대표를 대신해 짐을 끌어주기 바빴지만 고은영은 대표에게 물건을 옮기게 하고 있었으니.기사는 그 모습을 보곤 얼른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배준우의 손에서 캐리어를 가져오며 의미심장하게 고은영을 바라봤다.회사에는 아직 많은 이들이 배준우와 고은영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듯했다.고은영은 배준우의 비서였지만 지금 배준우 혼자 캐리어를 든 모습을 보고 기사는 무의식적으로 고은영에게 시선을 둔 듯했다.고은영은 기사의 그 눈빛이 조금 불편했다."안 타?"차에 올라탄 배준우가 추운데 밖에 서 있는 고은영을 보며 물었다.고은영은 그 목소리를 듣더니 정신을 차리고 얼른 차에 올라탔다."추워?"고은영이 안전벨트를 하다 배준우와 손이 부딪혔고 배준우가 물었다.그는 그제야 고은영의 코가 추위에 새빨개졌다는 것을 발견했다."네, 추워요."고은영이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그러게 왜 옷을 그렇게밖에 안 입었어?""너무 많이 껴입으면 불편하잖아요."지금 고은영은 배준우의 와이프였지만 그저 월급을 받는 와이프에 불과했다.그랬기에 밖에서는 일해야 했다."옷 많이 안 껴입어도 일 처리는 영 별로 던데."배준우가 고은영을 보며 말했다.고은영은 배준우가 자신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 몰랐다. 그런데 그는 왜 그녀를 지금까지 옆에 둔 것인지?고은영이 배준우를 바라봤다. 그녀는 다시 아무 말도 감히 하지 못했
그리고 배준우에게 고은영은 술자리에서만 쓸모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술을 대신 마셔줄 수 없으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도 아니었다.고은영은 고민하는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배준우는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왜?”“아니에요!”고은영은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얘기를 감히 말하지 못했다.만약 그녀의 가치가 그 정도밖에 안 된다면 술을 못 마신다고 말하면 해고당할 수도 있지 않을지 걱정했다.나름으로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성실하고 본분을 잘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부정당할 순 없었다.고은영은 억울했지만 뭐라고 말할 용기는 없었다.두 사람은 함께 비즈니스석에 탔다.승무원이 작은 간식들을 건넸다. 고은영은 이런 간식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왠지 먹고 싶었다. 배준우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고은영은 간식 봉지를 뜯어 과자 하나를 입속에 넣었다.“와그작~!”이 소리에 눈을 감고 있던 배준우가 순간 그녀를 쳐다보았다.고은영은 그의 눈빛에 침을 삼키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제가 대표님을 방해했나요?”배준우가 대답했다.“내가 아침에 말하지 않았어? 너 살쪘다고.”간식을 들고 있던 고은영의 손이 굳어버렸다.‘이런 심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고은영은 먹고 싶었지만, 그의 말에 더 먹을 수 없었다. 배준우의 말에 삐친 듯 간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럼 안 먹을게요.”그의 말이 그녀의 가슴에 꽂혔다. 이 말을 들으면 그 어떤 여자라도 그럴 것이다.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배준우의 살쪘다는 말에 고은영은 점심 기내식도 먹지 않았다.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지경이었다.그녀의 무기력한 모습에 배준우가 물었다.“너 왜 그래?”고은영이 대답했다.“배고파서요.”배준우는 의아했다.“근데 아까 왜 밥 안 먹었어?”고은영은 따지듯 말했다.“대표님이 저 살쪘다면서요!”두 사람의 오가는 대화에 호텔 복도의 공기도 조용해졌다.고은영은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
고은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물었다.“제가 이렇게 일도 잘 못하고 하는데 왜 저를 계속 대표님 곁에 남겨두시는 거예요?”고은영 이전의 비서들은 배준우 곁에 그리 오래 머물지 못했다. 제일 길어봤자 3개월이었다. 배준우에게 어떻게든 수작을 걸어보려고 하는 바람에 다들 잘렸다.하지만 그들과 비교했을 때 고은영의 업무 능력은 정말 평범했다. 업무를 질서정연하게 처리하긴 하지만 뛰어나게 잘하는 데 속하진 않는다. 심지어 조금 뒤떨어진다.겉으로는 노련해 보이지만 실수가 잦은 편이라 안심할 수가 없다.배준우는 그녀의 질문에 생각에 빠졌다.배준우가 아무 대답이 없자 고은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제가 술을 잘 마셔서요?”그녀의 말에 배준우는 잠깐 멈칫하며 고민이 섞인 표정을 한 고은영을 쳐다보았다.생각해 보면 진짜 그런 것 같기도 했다.“응, 그렇지.”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억울한 마음이 몰아쳤다. ‘걱정했던 일이 진짜 사실이었다니.’진짜 그녀가 술을 잘 마시기 때문이었다.배준우가 물었다.“왜? 뭐 다른 능력이라도 있어?”“아니요!”고은영은 더욱더 억울한 말투로 대답했다.다른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자기를 곁에 두고 있다니 고은영은 매우 서운했다.배준우가 말했다.“그래, 자기 인식이 정확하네.”고은영은 할 말이 없었다.“......”자기 인식이라고?사실 그녀는 자기가 동영그룹 보다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이미 동영그룹을 떠나면 어떤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동영그룹을 떠나서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룸서비스가 도착했다. 배준우는 먹을 생각이 없었고 계속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다이어트를 한다던 고은영은 디저트를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30분 동안 먹는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가 물었다.“안 느끼해?”고은영이 대답했다.“아니요. 너무 배
어쨌든 조보은은 아직 안에 있고, 고은지 쪽에서도 그러고 있으니, 돈을 달라고 할 수 없었다. 지금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건 고은영뿐이었다. 돈을 좀 아껴 써야 해야 했는데, 지금 돈이 하나도 없어서 어떻게 할지 몰랐다. 고은영이 차갑게 말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네가 어떻게 하는지 나랑 상관있어?”“아니, 누나는 내 친누나잖아. 나한테 이러면 안 돼!”서정우는 더욱 다급해졌다.만약 고은영이 돈을 보내주지 않으면 이 번화한 강성에서 살아남을 길이 없었다.친누나라는 말에 고은영은 더욱더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네가 날 친누나 취급해?”“무슨 말이야, 내 친누나잖아.”서정우는 점점 더 다급했다.고은영이 대답했다.“아쉽네. 난 널 동생으로 생각한 적이 없는데.”“뭐, 야 고은영...”고은영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어이가 없었다.하긴 고은영은 정말로 조보은과 서정우를 친엄마, 친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전화를 끊자마자 서정우가 또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고은영은 무시하고 받지 않았다.서정우도 열 몇 번을 걸고서야 포기했다.고은영은 안지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서정우가 회사에 가서 소란을 피우지 않게 주시하라고 말이다.안지영이 물었다.“감히 회사에 와서 소란을 피운다고? 그럼 그 대가가 뭔지 똑똑히 알려줄 거야.”‘조보은의 그 소란을 피우는 방식을 여기에도 써먹는다고? 후회하게 할 거야!’안지영의 반응에 고은영도 마음이 놓였다.“그래. 그럼, 너한테 맡길게.”“걔한테 차릴 예의 따위 없어.”안지영이 또 한마디 거들었다.고은영이 대답했다.“그래! 절대!”서정우에게 예의 따윈 사치다.안지영이 그를 때려서 병원에 입원시킨다 해도 고은영은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고은영의 태도에 안지영은 안심했다. 왜냐면 고은영도 저번 고은지처럼 상황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자신을 갉아먹는 가족에게 매번 타협하며 그들에게 휘둘리는 것이다.지금은 그 가족이 완전히 흩어졌다.세상에서 제일 하지 말아
고은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 귀여워.” 배준우가 대답했다.‘귀, 귀엽다고?’배준우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고은영은 자신이 환청이 생겼다고 느꼈다. 그처럼 무심한 사람의 입에서 귀엽다는 소리가 나왔으니 말이다. 그는 다른 여자에 대해 평가는 커녕 말도 별로 하지 않았다.‘근데 지금은...?’고은영을 반복해서 이러쿵저러쿵 평가하고 있다.‘정말 그 정도로 별로인 사람인가?’고은영은 억울한 얼굴로 배준우를 쳐다봤다.“그럼, 저 밥 먹어요? 안 먹어요?”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밥을 먹을지 말지 혼란스러웠다.배준우는 그런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그래서 언제 일어날 거야?”“무슨 일 있어요?”고은영은 아직 잠에서 덜 깨서 정신이 없었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배준우가 시계를 확인하더니 말했다.“곧 6시야, 지금 출발해야 해.”고은영은 멍했다.“...... ‘‘출, 출발이라니!’저녁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근데, 지금 술을 못 마시는데.’배준우의 차가운 눈빛에 고은영은 꾀병을 부리기에 아직 늦지 않았는지 생각했다.“밖에서 기다릴게.”고은영이 대답도 하기 전에 배준우는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고은영은 당황스러웠다.“......”멍하니 침대에 앉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은영이 옷을 차려입고 화장하고 나오자,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배준우가 보였다.이미 깔끔한 차림새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은영이 그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띵동 띵동”고은영은 배준우를 쳐다보았다.“또 뭐 주문하셨어요?”“아니, 가 봐.:“네.”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바로 문을 열지 않고 보안경으로 내다보았다. 밖을 확인하자마자 깜짝 놀라 목을 뒤로 젖혔다.그녀의 순간적인 긴장감에 배준우도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야?’“이, 이, 이미월 씨에요.”고은영은 놀란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다봤다.지금 그들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