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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두 사람이 아침을 먹고 별장을 나섰을 때,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기사님은 이미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고은영이 캐리어를 끌고 천천히 나오자 배준우가 그런 그녀를 기다려 줬다.

"역시 느리군."

배준우는 고은영이 걷는 속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은영은 손에 무언가를 들기만 하면 발걸음이 느려졌다.

"무거워서 그래요."

고은영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배준우는 고은영의 캐리어를 빼앗아 들었지만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표님, 제가 할게요."

고은영이 난감한 얼굴로 배준우에게서 캐리어를 가져오려고 했다.

다른 대표님 비서들은 대표를 대신해 짐을 끌어주기 바빴지만 고은영은 대표에게 물건을 옮기게 하고 있었으니.

기사는 그 모습을 보곤 얼른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배준우의 손에서 캐리어를 가져오며 의미심장하게 고은영을 바라봤다.

회사에는 아직 많은 이들이 배준우와 고은영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듯했다.

고은영은 배준우의 비서였지만 지금 배준우 혼자 캐리어를 든 모습을 보고 기사는 무의식적으로 고은영에게 시선을 둔 듯했다.

고은영은 기사의 그 눈빛이 조금 불편했다.

"안 타?"

차에 올라탄 배준우가 추운데 밖에 서 있는 고은영을 보며 물었다.

고은영은 그 목소리를 듣더니 정신을 차리고 얼른 차에 올라탔다.

"추워?"

고은영이 안전벨트를 하다 배준우와 손이 부딪혔고 배준우가 물었다.

그는 그제야 고은영의 코가 추위에 새빨개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네, 추워요."

고은영이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그러게 왜 옷을 그렇게밖에 안 입었어?"

"너무 많이 껴입으면 불편하잖아요."

지금 고은영은 배준우의 와이프였지만 그저 월급을 받는 와이프에 불과했다.

그랬기에 밖에서는 일해야 했다.

"옷 많이 안 껴입어도 일 처리는 영 별로 던데."

배준우가 고은영을 보며 말했다.

고은영은 배준우가 자신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 몰랐다. 그런데 그는 왜 그녀를 지금까지 옆에 둔 것인지?

고은영이 배준우를 바라봤다. 그녀는 다시 아무 말도 감히 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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