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11 - 챕터 1020

1202 챕터

제1011화

고은지는 정말로 힘들어하고 있었다.특히 항암치료에 들어간 뒤로는 매일 멍한 상태였다.고은영은 묵묵히 고은지의 주변을 정리해 주었고 고은지는 힘없이 침대에 누워 말했다.“은영아.”“응.”“미안해. 내가 너한테 짐만 되는 것 같네.”“그런 말 하지 마. 언니는 절대 나한테 짐이 아니야.”고은영은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고은지가 말했다.“하지만 난 지금 내가 짐이 된 것 같아.”특히 주변 사람들의 그런 시선으로 자기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주치의를 매수하지는 못했지만 량천옥은 고은지 주변의 수많은 사람에게 손을 댈 수 있었다.고은지가 이런 말을 꺼내는 걸 보니 이미 고은영은 모르는 많은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고은영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병원을 옮기기로 결심했다.고은영은 고은지가 조금 더 행복해지길 결심했다.하지만 고은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어딜 가든 똑같을 거야.”고은영이 물었다.“량천옥이 또 언니를 찾아왔어?”고은지는 고은영의 질문에 잠시 침묵했지만 고은영은 아무 말도 없는 고은지를 보고 알 수 있었다.하지만 고은지는 고은영이 곤란해지는 걸 절대 바라지 않았기에 량천옥이 했던 말을 고은영에게 전할 수 없었다.고은영이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고은지는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고은영이 힘들게 얻은 오늘날의 행복한 일상을 어떻게 언니가 되어 깨트릴 수 있을까.고은영이 말했다.“언니 걱정하지 마. 난 량천옥의 요구를 그 어떤 것도 들어주지 않을 거야. 이런 사람에게 우리도 강하게 나가야 해. 알겠지?”“그래 알겠어.”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지는 량천옥이 자기를 이용해 고은영을 협박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자기 때문에 고은영이 량천옥에게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길 바랐다.만약 고은영이 타협한다면 고은지는 정말 자기가 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았다.고은영은 고은지의 말에 마음 아파하며 말했다.“언니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모든 걸 나한테 맡겨.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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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량천옥이 난리를 친 뒤 병원 사람들은 더 이상 고은영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량천옥은 정말 미쳐있었다.고은영이 고희주를 데리고 병원을 떠난 뒤 량천옥은 다시 병원에 찾아왔다.하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순조롭게 고은지를 만날 수 없었다.혜나가 량천옥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사모님 고은지 씨는 지금 몸이 많이 약하셔서 안정을 취해야 하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혜나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는 아주 단호했기에 절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량천옥은 란완리조트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걸 눈치채고서는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허 역시 고은영이 이제야 좀 겁을 먹었나 보네요.”량천옥은 고은영을 말하고 있었다.‘이제 병원의 간병인도 쓰지 않는 걸 보니 정말 겁 좀 먹었나 본데? 그래 많이 무서워해야지. 전에 나한테서 그렇게 많은 걸 가졌으니 이 정도 고통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어?’혜나는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량천옥의 앞을 막아섰다.량천옥은 차가운 눈빛으로 혜나를 노려보며 말했다.“비켜.”혜나는 단호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혜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량천옥이 혜나의 뺨을 때렸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나는 끄떡없이 량천옥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사모님께서는 지금 저한테 손을 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세요.”“너.”혜나의 말에 량천옥은 순간적으로 분노했다.혜나는 량천옥에게 더 이상 강성에서 한마디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던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었다.이제 량천옥은 강성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량천옥의 수단은 여전히 잔인하고 모든 것을 장악하려 했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모든 것을 그녀의 뜻대로 통제할 수 없었다.이를 악물고 있는 혜나의 모습에 량천옥은 화가 나서 그녀를 밀쳐버렸다.혜나는 벽에 부딪혔고 량천옥은 그 틈을 타 병실에 들어가려 했다.“저 여자 막아요.”혜나는 화를 내며 말했다.병실 문 앞의 경호원들도 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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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병실에 들어온 량천옥은 악독한 표정을 지은 채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한 뒤 침대에 누워 허약한 모습의 고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남자를 잘 유혹하는 동생을 둔 언니는 역시 다르네. 병에 걸려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호해 주니 말이야. 그런데 그거 아니? 너 때문에 네 동생이 배준우 앞에서 얼마나 비굴하게 굴었는지 말이야.”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고은지의 심장을 찌르는 듯한 말이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깎아내릴 수 있을까?고은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저 량천옥을 바라볼 뿐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량천옥은 흥하고 비웃음을 날리며 말을 이었다.“고은지 내가 너라면 그냥 죽어버렸을 꺼야. 왜 이렇게 네 동생의 발목을 붙잡는 거야? 네 동생도 얼굴이 두꺼운데 너도 그렇게 살려고?”“그만하세요.”드디어 고은지가 입을 열었다.고은지는 더 이상 어제 이런 말을 들었을 때처럼 멘탈이 무너지지 않았고 지금은 오히려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량천옥을 바라보고 있었다.량천옥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만이라니.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어? 네 동생 때문에 너는 절대 살아남지 못할 거야. 나는 병원의 모든 경로를 이용해서 네 목숨을 끝장낼 거거든. 고은영이 아무리 나한테 천의를 돌려준다고 해도 난 네 목숨을 가져갈 거야.”량천옥은 광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고은영이 그녀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았으니 그녀도 고은영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겠다는 것이었다.고은지의 텅 빈 눈을 마주하며 량천옥은 잠깐이라도 조금의 연민을 느꼈다.그러나 고은영과의 관계를 떠올리자 그 연민도 금세 사라져 버렸다.“날 원망하지 마. 네가 고은영이 가장 아끼는 언니라서 지금 이런 일을 당하는 거니까.”비록 혈연관계는 아니었지만 고은영은 고은지를 정말 끔찍하게 아꼈다.이 순간 고은지는 량천옥이 어떤 말을 하든 차분하게 듣고만 있었다.량천옥의 독설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고은지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지만 고은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량천옥이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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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그러나 지금 고은지가 하는 말들도 마치 독침처럼 량천옥의 가슴을 찔렀다.“너.”“그쪽이 은영이를 미워하는 건 알지만 은영이는 한 번도 그쪽을 속인 적 없어요. 은영이는 아무것도 몰랐다고요.”전에도 고은영에게 량천옥과 관련된 일을 알려준 사람은 없었지만 량천옥은 인정하든 말든 일방적으로 고은영에게 보상해 주려 했다.고은영은 그저 이유도 모른 채 그걸 받아들였을 뿐이었다.속였다는 단어가 나오니 량천옥은 순간적으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닥쳐. 이 못된 계집애.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넌 아무것도 몰라.”량천옥은 이 모든 것이 분명 배준우의 음모라고 생각했다.배준우가 량천옥에게 잃어버린 딸이 있다는 걸 알고 이 모든 것을 다 계획했을 것이다.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량천옥을 보고 고은지가 말했다.“그쪽은 지금 비참한 웃음거리에 불과해요.”량천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을 헐떡였다. 병실 안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량천옥은 순간 옆에 있던 물컵을 들어 고은지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한순간에 고은지는 온몸이 흠뻑 젖어 초라해졌다.밖에서 대기하던 혜나와 사라는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이보세요. 보아하니 얘기가 유쾌하게 끝난 것 같지 않은데 그만 나가주세요.”혜나는 고은지의 지시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앞으로 가서 량천옥을 밖으로 밀쳐내기 시작했다.‘이런 미친 여자하고는 될 수 있는 대로 엮이지 않는 게 좋아.’사라는 마른 수건을 가져와 고은지의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었다.고은지는 문 앞에서 개처럼 끌려가는 량천옥을 바라보며 침착함을 유지했다.사라가 물었다.“괜찮으세요?”“고마워요. 난 괜찮아요.”“다음에는 량천옥 씨를 더 이상 만나지 마세요. 너무 상처가 되는 말만 하는 것 같아요.”사라가 말했다.아까 고은지는 량천옥에게 자신의 태도를 확실히 전달했다.어제는 너무 갑작스럽고 당황해서 량천옥의 말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부정적인 감정에 휘말렸었다.하지만 오늘은 고은영의 한 말을 듣고 고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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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배윤이 어떻게 그런 곳에 간 걸까?량천옥은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말했다.“근데 지금 무슨 일로 날 찾은 거죠?”“배윤이 우리한테서 40억 원을 빚졌습니다. 여사님께서 직접 오셔서 데려가셔야겠는데요? 아니면 저희가 배윤을 보내드릴까요?”여사님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량천옥의 신경을 자극했다.바로 이 순간 량천옥은 자기가 도대체 무엇을 잊었는지 완전히 깨달았다.그녀는 더 이상 무한한 권력을 누리던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아니었다.량천옥은 배씨 가문을 떠나도 돈만 있으면 전과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사모님이 아니라 여사님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비꼬는 듯이 들릴 줄은 몰랐다.40억 원은 예전의 량천옥에게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꽤 큰 돈이었다.량천옥은 몇 번이나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다잡았다.“맞아요. 내가 량천옥이에요. 하지만 당신들 잊은 게 있는데. 윤이의 아버지는 배항준이고 형은 배준우예요.”“하지만 배윤은 지금 저희한테 량천옥 여사님만 찾으라고 하는데요. 지금 여사님께서는 이 돈을 갚아주시지 않겠다는 건가요?”‘배윤이 이 사람들에게 날 말했다고? 이 자식 정말 미쳤네. 지금 자기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곳이 배씨 가문 뿐이라는 걸 왜 모르는 거야?’량천옥도 배씨 가문을 떠날 때 배윤을 데리고 나오고 싶었지만 배윤이 먼저 그녀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했다.당시 배윤은 함께 R국에 가자고 해도 싫다고 했었는데 왜 이제와서 량천옥을 찾는 것일까?량천옥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먼저 말하기 전에 핸드폰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만약 량천옥 여사님께서 아들을 데리러 오지 않으시겠다면 저희는 다른 방법으로 배윤을 여사님께 보내드릴 수밖에 없습니다.”“다른 방법이라뇨?”량천옥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그 남자는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그저 음산하게 웃었다.그 웃음소리에 량천옥은 마음이 불안해졌다.“윤이를 해치지 마세요.”그래도 배윤은 량천옥의 아들이었다.그동안 두 사람의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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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고은지의 주치의는 잠시 외출했다가 병원으로 돌아오면서 통화하고 있는 량천옥과 부딪혔다.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지자 화면은 바로 산산조각 났다.원래부터 이미 멘붕이었던 량천옥은 이 상황에 더욱 분노에 휩싸여 소리를 질렀다.“아.”진짜로 멘탈이 무너져 봤던 사람이라면 그 순간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것이다.비명을 질러도 마음속의 분노는 풀어지지 않을 것이다.주치의 서민혁은 량천옥의 미친 듯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서민혁은 멈칫하고서는 허리를 숙여 량천옥의 핸드폰을 주워주려고 했지만 바로 그 순간 량천옥은 그를 가로막았다.“건드리지 마.”서민혁은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지금 이게.”서민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량천옥은 서민혁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날카로운 량천옥의 손톱은 마치 서민혁의 살 속을 파고들 것 같았다.“10억 줄게. 고은지를 죽여.”량천옥은 이를 악물고서는 한 글자 한 글자 분노를 담아 말했다.배윤과 관련된 전화가 량천옥에게 마지막 결정타를 날린 것이었다.량천옥은 마음속으로 모든 걸 고은영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이제 량천옥은 고은영이 고통받길 원했고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 미쳐 있었다.서민혁은 량천옥의 독기 어린 말을 듣고 얼굴이 어두워졌다.“여사님 제발 손 놓으세요.”서민혁은 살면서 이런 악독한 여자를 본 건 처음이었다.만약 량천옥이 배씨 가문에서 본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친자식을 해치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제 량천옥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도 아니었다.최근 배항준에게 새로운 애인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 다들 알고 있었다.배씨 가문에서 량천옥은 이제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량천옥은 더 이상 배씨 가문에 돌아갈 수도 없었고 량천옥에게도 배씨 가문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20억 20억 줄게.”량천옥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순간 병원 입구에서 오가던 사람들은 량천옥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이미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었다.서민혁은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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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이런 진성택을 보고 고은영은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었다.하지만 진씨 가문의 사람을 대면하는 건 언젠가 꼭 겪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운전기사에게 먼저 고희주를 데리고 올라가 진청아에게 맡겨 달라고 했다.그리고 고은영은 진성택과 함께 회사 건물 아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뭐 드실래요?”고은영은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 진성택에게 물었다.진성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난 괜찮아. 너 마셔.”진성택은 지금 병 때문에 마음대로 마실 수 없었다.고은영도 더 이상 개의치 않고 메뉴판을 웨이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그냥 커피로 주세요. 감사합니다.”“네 잠시만요.”웨이터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진성택은 고은영을 바라보며 자기 아내와 닮은 모습에 가슴이 크게 요동쳤다.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이 모든 것이 마치 꿈만 꾸는 것 같았다.고은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무슨 일로 절 보자고 하셨죠?”진성택이 계속 말이 없자 고은영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고은영은 오늘 진성택이 찾아온 것은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진성택은 한숨을 쉬며 무언가 말하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전혀 몰랐다.고은영은 이 상황이 짜증 나기 시작해 눈살을 찌푸렸다.요즘 고은영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정신이 없었고 또 이미 진씨 가문 사람들의 태도를 봤기에 그녀도 뭔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사실 고은영은 그동안 가족에 대한 기대조차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지금 진성택의 태도는 고은영의 아픔을 조금도 달래주지 못했다.잠시 후 고은영이 커피 한 잔을 거의 다 마셔갈 때쯤 진성택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내가 정말 미안하다. 이제야 널 찾아왔구나. 그동안 우리 가문에서 일어난 많은 일을 너도 들었을 거라 생각한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대꾸할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그런 고은영의 모습에 진성택은 더욱 가슴이 아팠다.고은영이 계속해서 대꾸가 없자 진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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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고은영은 사실 집으로 네가 돌아오고 싶다면 언제든지 돌아와도 된단다. 유경이는 네 걸림돌이 아니야. 너희 둘은 평화롭게 지낼 수 있어.”진성택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는 자기 뜻을 고은영의 앞에서 완전히 드러냈다.하지만 고은영은 진성택의 말을 듣고서는 속으로 차가운 비웃음을 날렸다.고은영은 진성택의 뜻을 이해하고서는 진정훈이 전체 진씨 그룹을 장악했다는 걸 깨달았다. 진정훈이 진유경을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려 한다면 그건 시간문제였다.하지만 진성택은 진유경이 떠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결국 진정훈이 이 모든 일을 저지르는 건 고은영 때문이기에 진성택은 지금 고은영에게 진유경을 위해 진정훈에게 잘 말해달라는 것이었다.고은영에게 이걸 부탁하기 위해 긴 얘기를 빙빙 돌려 말했다는 것이 정말 웃겼다.“진씨 가문의 모든 건 네 것이야. 유경이는 그런 것들을 원하지 않아. 하지만 제발 유경이를 진씨 가무에서 내쫓지 말아줘. 우리도 유경이를 이렇게 오랫동안 키웠고 너에 대한 사랑을 유경이한테 쏟았단다. 우리도 유경이에게 정이 들었어. 너도 이해할 수 있지?”고은영은 당연히 이해했다.이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지금 진유경을 위해 이렇게 급급해하는 진성택의 모습을 보면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고은영은 진성택의 말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그래서 하고 싶은 말씀이 도대체 뭐죠?”고은영은 일부러 못 알아들은 척하며 물었다.진성택은 그 말을 듣고 약간 부끄러워졌다.진성택은 더욱 미안한 눈빛으로 고은영을 바라보았다.그도 이렇게 고은영을 찾아 와 진유경을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진성택은 아주 명확하게 뜻을 전달했기에 고은영이 알아듣고 진정훈에게 먼저 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고은영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진성택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정훈이가 널 많이 아끼고 있으니 네가 하는 말은 뭐든지 다 들어줄 거야.”고은영이 말했다.“전 진정훈 씨하고 그렇게 친하지 않은데요.”“하지만 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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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고은영은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꽉 쥐었다.최근 기사로 나온 것만 봐도 진씨 가문이 얼마나 파렴치한 사람들인지 알 수 있었다.하지만 고은영이 그들의 밑바닥을 과소평가한 것 같았다.현실 속에서 그들은 상상 이상의 비열함을 보여주고 있었다.고은영은 다시 소파에 앉아 눈앞에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성택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순간 고은영은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 속에는 짙은 조롱의 뜻이 깃들어 있었다.“저보고 진정훈 씨에게 부탁하라고요?”이런 요구를 진성택은 어떻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걸까?진성택은 지금 자기가 누구에게 이런 무례한 요구를 하는 건지 알고 있는 걸까?그는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진성택은 고개를 숙이고서는 손을 맞잡았다.분명 그도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진성택은 고통스럽게 눈을 감으며 말했다.“네가 말하면 정훈이는 뭐든지 들어줄 거야. 지금은 네 말만 들을 거야.”아니, 진정훈은 진윤의 말도 들을 것이다.하지만 진윤과 진성택 사이는 진정훈보다 더 안 좋았다.이렇게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진성택은 절대로 고은영을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진성택도 지금 자기가 얼마나 비열한 요구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그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허허.”고은영은 다시 한번 비웃음을 날렸다. 그녀는 조롱의 뜻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진성택은 그 조롱 섞인 웃음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더 아팠다.그는 다시 한번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유경이는 절대 진씨 가문에서의 네 몫을 건드리지 않을 거야. 유경이는 단지 진씨 가문에서 살고 싶을 뿐이야.”결국 진씨 가문에서 사는 것과 쫓겨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진유경도 분명 진씨 가문에서 쫓겨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진씨 가문에서 떠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고은영이 말했다.“정말 놀랍네요.”고은영은 조롱 섞인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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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이 순간 고은영은 늘 그래왔던 태생부터 나약할 것 같은 분위기는 사라지고 온몸으로 배씨 가문 사모님의 품격과 우아함을 뿜어내고 있었다.진성택은 그런 딸의 모습을 보니 더욱 마음이 쓰라렸다.이것이 바로 요즘 진성택이 고은영을 찾아올 용기가 없었던 이유였다.알게 모르게 진성택은 이미 고은영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있었다.진성택이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은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 뒤로 제가 아이를 낳았을 때 진유경이 직접 저한테 찾아와서 도발했어요. 준우 씨가 저와 이혼할 거라면서 자신이 미래의 배씨 가문 사모님이 될 거라고 하던데요.”원래 진유경의 말과는 똑같지 않았지만 의미는 거의 같았다.진성택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뭐라고?”“모르셨나 봐요?”“난...”진성택은 가슴이 싸늘하게 식었다.고은영의 차갑고 어두운 시선을 마주하자 진성택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진유경이 그런 짓을 했다는 걸 진성택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은영이 말했다.“진씨 가문에서는 진유경을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지만 제대로 교육하지 않으셨나 봐요. 그런데 절 보고 진유경과 평화롭게 지내라고요? 죄송하지만 전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역시 고은영은 진씨 가문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항상 밖에서 오만하고 무례하게 굴던 진유경을 고은영은 정말 좋게 볼 수 없었다.이른바 당당함이라면 그 당당함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진유경이 고은영에게 한 짓은 많지 않았지만 그중에 어느 하나도 도덕적 한계를 넘지 않은 것이 없었다.원래 고은영은 진성택과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가 먼저 찾아왔으니 어쩔 수 없이 그를 단념시킬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고은영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이렇게 많은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성택은 전혀 단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고은영이 일어나려 할 때 진성택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미안하다. 이건 다 내 잘못이야.”고은영은 발걸음을 멈추고서는 눈썹을 치켜세운 채 진성택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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