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21 - 챕터 1030

1202 챕터

제1021화

고은영은 더 이상 진성택과 말하고 싶지 않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그러나 고은영의 마지막 말은 마치 무거운 망치처럼 진성택의 가슴을 강하게 내리쳤다.‘방금 은영이가 자기 힘을 빌리지 말라고 했는데 무슨 뜻이지? 내가 은영이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건가?’여기까지 생각한 진성택의 마음은 더욱 깊이 가라앉았다.고은영은 진성택의 잃어버렸던 딸인데 어떻게 진성택이 그녀를 이용할 수 있을까?진성택은 그저 죽기 전에 가족들이 잘 지내길 바랐을 뿐인데 왜 이렇게 간단한 소원도 이룰 수 없는 걸까?고은영이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배준우도 이미 회의를 끝낸 상태였다.운전기사는 배준우의 사무실에서 나왔다.배준우는 어두운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오는 고은영을 바라보며 손짓했다.“이리 와.”배준우의 목소리는 여전히 권위적이었다.고은영은 흥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배준우에게 다가갔지만 그녀의 얼굴도 배준우처럼 어두웠다.고은영이 배준우가 앉아 있는 의자에서 1미터쯤 가까워졌을 때 배준우는 팔을 뻗어 고은영을 품에 끌어당겼다.고은영은 잠시 몸부림치다 말했다.“희주는 올라왔어요?”“응, 비서팀이 데려가서 놀고 있어.”고은영이 말했다.“그럼 이거 놔요.”고은영은 지금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그러나 배준우는 고은영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기에 오히려 그녀를 더 단단하게 안았다.“진성택이 널 찾아왔다며?”“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배준우는 이어서 물었다.“무슨 얘기 했어?”고은영이 대답했다.“진유경에 관해 얘기했어요.”몇 분이 지나도 고은영은 여전히 진성택이 그녀를 찾아온 목적이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다.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배준우는 진유경이 진씨 가문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진성택이 진유경을 이렇게 중요하게 여길 줄은 몰랐다.“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데?”배준우의 목소리는 한층 더 낮아졌고 고은영의 안색도 더욱 어두워졌다.‘무슨 말을 했냐고?’고은영은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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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장 이식은 큰 문제였고 골수와는 달리 아무도 쉽게 신장 하나를 기증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이 얘기가 나오자 배준우는 경계하는 듯한 눈빛으로 고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진성택이 너한테 신부전증에 걸렸다고 말했어?”고은영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요.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요.”배준우가 말했다.“진성택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의심할 것도 없이 배준우는 진씨 가문의 파렴치함을 걱정하고 있었다.고은영은 배준우의 말을 듣고 그가 뭘 걱정하는지 알기에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난 그러지 않을 거예요.”진성택이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을뿐더러 설령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고은영에게 검사를 부탁한다고 해도 그녀가 해줄 리는 없었다.고은영은 진씨 가문에 돌아갈 생각도 없는데 어떻게 진성택에게 신장을 기증해 줄 수 있을까?진성택이 정말 고은영의 친아버지라 하더라도 고은영은 절대 기증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이 순간 고은영은 마음속으로 아주 단호한 결심을 내렸다.고은영은 진씨 가문에서 자란 것도 아니었고 또 혈연관계라고 할지라도 이제 그들의 관계는 얄팍한 관계를 넘어서고 있었다.한편 진유경은 드디어 진씨 가문의 친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진유경은 사실을 알고 나서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온몸이 굳어 버렸다.“고은영은 량천옥의 딸 아니었어요?”김영희는 관련 기사를 보는데 댓글에는 대부분 고은영에 관한 얘기였다.게다가 최근 진윤과 진정훈이 고은영에게 보여준 태도만 봐도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걸 설명해 주고 있었다.김영희는 굳은 얼굴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이라고?”진유경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량천옥이 직접 저한테 말한 거라서 틀림없어요.”특히 량천옥이 전에 고은영을 보호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친딸이 아닐 수 없었다.만약 고은영이 량천옥의 친딸이 아니었다면 량천옥 같은 여자가 굳이 쓸데없는 일에 관여할 이유가 없었다.“할머니, 분명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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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여우는 결국 꼬리를 드러내기 마련이야.”김영희는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고은영과 량천옥의 음모이든 아니면 배준우가 고은영에게 걸맞은 신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진씨 가문을 이용하려는 것이든 간에 김영희가 살아 있는 한 고은영은 절대 진씨 가문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다.진씨 가문은 아무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가문이 아니었다.김영희의 말을 들은 진유경은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었다.차에 탄 뒤 김영희는 운전기사에게 물었다.“정보는 얻었어?”운전기사는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량천옥 여사님과 고은영 양이 최근 크게 다퉜습니다.”이 말을 들은 진유경의 얼굴이 굳어졌다.진유경은 김영희가 몰래 조사를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사실 김영희는 평생을 영리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하지 않았다.어떤 일이든 의심스러우면 김영희는 직접 조사를 하곤 했다.즉 김영희는 진유경을 완전히 믿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진유경은 김영희가 항상 자기를 무조건 믿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것은 진유경의 착각에 불과했다.김영희가 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진유경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거기에 량천옥과 고은영이 크게 다투었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더욱 불안해졌다.김영희의 눈은 음침하게 빛나고 있었다.“그럼 그 아이는 정말로 량천옥의 딸이 아닌 거야?”“량천옥 여사님은 병원에서 고은지 씨를 죽여 배준우 대표님의 사모님인 고은영 씨에게 복수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그럼 정말 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이 아닌 거야?’진유경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할머니.”진유경은 긴장된 말투로 말했다.김영희는 진유경을 쳐다보았지만 그 눈빛에는 전에 없던 차가운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그 차가운 눈빛에 진유경은 마음을 더욱 졸였다.곧 김영희는 운전기사에게 이어서 말했다.“그들이 확인한 내용을 조사해 봐.”“알겠습니다.”그들이라면 진정훈과 진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지금 그 두 사람은 고은영을 자신들의 친여동생이라 확신하고 있었다.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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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이곳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느껴지는 컬러는 여전히 눈을 즐겁게 했고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핑크색과 연한 파란색의 조화는 소녀적인 감성을 가득 품고 있었다.여기 있는 모든 장식품과 디자인은 김희경이 손수 꾸민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모두 김희경이 진유경을 친딸처럼 아끼고 사랑했다며 말하곤 했다.그러나 정작 사랑은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었고 진유경은 친자식과 입양한 딸이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옷장 안에는 아기 때부터 소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필요한 모든 옷이 가득 준비되어 있었고 신발도 모두 당시의 명품이었다.이 작은 별채에는 옷장만 해도 다섯 개나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김희경이 준비한 옷을 다 담기에는 부족했다.그래서 여러 방이 그 아이를 위해 준비해 둔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이곳에 올 때마다 진유경은 그 아이에 대한 깊은 질투심을 느꼈다.진유경은 이 별채에 살고 싶었지만 김희경도 진성택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심지어 김희경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진성택은 여전히 허락하지 않았다.“그래, 친자식은 역시 친자식이라는 거지.”진유경은 중얼거리며 말했다.이 모든 것들은 마치 바늘처럼 진유경의 가슴에 꽂혀 숨 막히게 했다.한편 김영희는 방 안에서 진성택을 마주했다.방 안에는 의사와 간호사가 있었다.진성택은 최근 병원에 가는 걸 거부하고 있었기에 투석 장비도 집으로 옮겨왔다.진성택은 처음에는 자신의 병을 숨겼지만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기에 더는 병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김영희는 전에 이 사실을 몰랐을 때는 진유경의 문제로 진성택과 자주 다퉜었다.하지만 지금 병색이 심한 진성택을 보고 더 이상 그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몇 시간 뒤 진성택은 투석을 마침내 끝마쳤다.김영희는 진성택의 곁에서 몇 시간을 지켜보며 자리를 지켰다.“어머니.”진성택은 눈을 뜨고 김영희를 보며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영희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말했다.“깨어났어?”조금 전까지 김영희는 과거 진성택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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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김영희는 진성택의 말에서 느껴지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고 무거운 분위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사람은 원래 그런 것이다. 잃을 때가 되어서야 그동안의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게 되는 법이다.김영희 또한 진성택에 대해서 마찬가지였다.지금 떠오르는 것은 진성택이 예전부터 착하고 말을 잘 듣던 모습들뿐이었다.“그렇다면 이제 확신해진 거구나.”한참 뒤 김영희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확정되었다고? 할 말은 이게 끝인가? 그동안 희경이를 그렇게 차갑게 대하고 힘들게 했던 모든 일들을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대체 뭘까?’진성택은 자신의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진성택은 그동안 그 기억을 회상조차 하지 못했고 아내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두려웠다.젊은 시절 김영희는 너무 강압적이었고 진성택은 일에 치여 너무 바빴었다.진성택은 아내 김희경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고 결국 그렇게 김희경은 병을 얻게 되었다.진성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나 김영희는 더 이상 고은영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다른 걸 물었다.“그렇다면 넌 이제 유경이를 어떻게 할 생각이니?”결국 또 진유경에 관한 얘기였다.진성택은 고은영의 앞에서 진유경을 언급할 때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자신의 어머니가 이 중요한 순간에 진유경을 언급하는 걸 들으니 그 또한 마음이 불편했다.그제야 진성택은 고은영이 왜 그토록 자신에게 차가웠는지 깨달았다.고은영이 진씨 가문에 돌아오느냐 돌아오지 않느냐 하는 문제는 그녀의 선택이었다.하지만 진성택은 고은영을 보고 진정훈에게 가서 진유경을 위해 부탁을 해달라고 했다. 이 행동 자체가 이미 고은영에게 상처를 준 일이었다.고은영이 당시 느꼈을 불편함을 지금 진성택이 느낀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진성택이 대답할 틈도 없이 김영희는 이어서 말했다.“유경이는 그동안 내 옆에 오래 있었어. 나는 유경이가 진씨 가문을 떠나는 게 많이 아쉽구나.”원래 진유경을 진씨 가문 소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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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집사가 말했다.“유경 아가씨가 아니라, 돌아오지 않은 아가씨의 방입니다.”‘고은영의 별채라고?’김영희는 한숨을 내쉬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지만 진성택의 표정은 굳어졌다.“빨리 불을 꺼.”“불길이 너무 빠르게 번지고 있어서 지금 전혀 진화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소방서에 신고했습니다.”진성택은 침대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그 별채 안의 물건들은 모두 김희경이 그 아이를 위해 준비한 것들이었기에 절대 소실되어서는 안 되는 물건들이었다.한편 병원에 도착한 고은영은 회의에 참석하러 간 서민혁을 두 시간이나 기다리고 있었다.회의가 끝난 서민혁은 사무실에 있는 고은영을 보고 말했다.“기증자의 상황이 좀 복잡합니다.”“어떻게 복잡하다는 거죠?”고은영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물었다.서민혁은 설명해 주었다.“기증자의 어머니가 현재 다른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고액의 의료비가 필요하다고 하네요.”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사람의 조건은 골수 기증은 가능하지만 어머니의 의료비를 해결해 달라는 겁니다.”“대체 얼마 정도인가요?”“대략 2억에서 4억 정도 될 겁니다. 그 정도면 충분할 거예요.”서민혁의 말에 고은영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 돈은 제가 내겠습니다. 지금 제 언니의 몸 상태로 바로 이식을 받을 수 있나요?”고은영은 생각할 것도 없이 말했다.지금은 오직 고은지가 성공적으로 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고 어떤 조건이든 다 들어줄 각오가 되어 있었다.적합한 골수를 찾은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이제야 겨우 찾았으니 그 조건이 어떻든 마다할 수 없었다.서민혁은 고은영이 너무 쉽게 동의하자 놀라며 역시 부유한 사람들의 세계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2억이나 4억 정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고은영이 동의하자 서민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제가 기증자와 바로 연락을 취하겠습니다.”고은영은 간절하게 말했다.“이 일은 반드시 빨리 확정해 주셔야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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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고은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은영아, 나는 병원에 들어온 뒤에 이렇게 나가기 어려울 줄은 꿈에도 몰랐어.”그날 병원에 올 때만 해도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 들어오니 다시는 나갈 수 없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고은지의 슬픈 목소리를 들은 고은영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그러나 고은영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고은지가 물었다.“그 남자 소식은 있어?”이 순간 고은지는 고집스럽게 그 남자를 찾고 싶어 했다.고은지는 자기가 병마와 싸워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고희주의 아버지라는 그 남자는 분명히 살아있을 것이다.고은지는 그 남자를 찾는 것이 지금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 남자에 관한 얘기를 듣고 고은영은 잠시 멈칫했다.며칠 동안 병원 일로 바빴던 고은영은 오늘 진청아를 만나 그 일의 진행 상황에 관해 묻는 걸 깜빡했고 또 진청아가 그 일에 대해 배준우에게 보고한 것도 듣지 못했다.“진청아 씨 쪽에서 아직 아무 말도 없었어. 아마 무슨 문제가 생겨서 다시 조사를 멈춘 것 같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진전이 있으면 바로 알려줄 거야.”고은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빨리 좀 찾았으면 좋겠다.”고은영이 말했다.“알아. 자 그 얘기는 그만하고 이제 골수 얘기를 좀 해볼까?”골수 얘기를 꺼내자 고은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때로는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큰 법이기 때문이다.전에 량천옥의 골수가 고은지와 일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은지는 곧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변할 줄 누가 알았을까.고은지는 이제 생사 문제에 있어 더 이상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은영은 고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골수에 관한 소식이 있어.”“소식이 있다고?”“응. 병원에서 이미 일치하는 골수를 찾았고 선생님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정말?”“당연하지.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언니만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면 돼. 알겠지?”고은영은 고은지가 진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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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고은지도 이제는 고은영의 말을 따르는 것 외에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다.사실 고은지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살고 싶은 본능이 있었다.그러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니 그 고통이 너무나도 견디기 어려웠다.고은지와 꽤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눈 뒤 고은영은 병원에서 나왔다.고은지에게 골수를 기증해 줄 공여자도 찾았으니 서민혁도 이제는 고은지의 컨디션을 최대한 빨리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상태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그들은 모두 이 병은 수술해도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수술하지 않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진씨 가문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진정훈의 귀에 들어갔다. 원래 진정훈은 진씨 가문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현재 진정훈은 진씨 가문에 대해 냉담한 감정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그러나 불이 난 것이 어머니가 여동생을 위해 준비한 그 별채라는 소식을 듣자 진정훈은 거의 미친 듯이 본가에 달려갔다.본가에 도착했을 때 진정훈은 이미 잿더미로 변한 별채의 모습을 발견했다.까맣게 타버린 건물을 보니 말하지 않아도 그 안에 있던 모든 것이 다 타버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 순간 진정훈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바로 진유경의 뺨을 대 두나 때렸다. 짝짝하는 시원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거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긴장한 채 숨을 삼켰다.김영희는 바로 달려와 소리를 질렀다.“진정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미쳤어?”진유경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정훈을 바라보았고 진정훈이 자기를 때렸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진정훈은 미쳤어. 감히 남자가 여자를 때리다니.’그러나 진정훈이 지금 마음속으로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현재 진정훈은 남자가 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는 도덕적인 상념까지 전부 내던져 버린 상태였다.“네가 직접 말할래 아니면 내가 말할까?”진정훈은 어둡고 차가운 기운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유경을 바라보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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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이 말이 떨어지자 거실의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었다.진유경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이미숙을 쳐다보더니 다시 진정훈을 향해 말했다.“오빠, 이 아줌마가 헛소리하는 거야. 이 아줌마 말 믿으면 안 돼. 난 오늘 고은영의 별채에 가지도 않았어. 그리고 내가 정말 갔다고 해도 불을 지를 리가 없잖아.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진유경은 고통스러워하며 말했다.사실 그 건물에 불을 지른 건 진유경이 맞았다.그동안 그 별채는 계속해서 진유경에게 입양된 자신의 처지를 떠오르게 했고 그녀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잃어버린 친딸의 존재에는 비할 수 없음을 매번 일깨워주었다.‘진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도 나고 모든 사람을 위해 노력한 것도 난데 왜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 아이를 잊지 못하는 거야?’매년 명절이 되면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항상 그 별채에 가곤 했다.평소에 다들 진유경을 아껴줘도 그 별채에 그녀가 들어가는 건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마치 진유경이 그 별채에 들어가면 그곳의 공기가 오염되는 것처럼 말이다.그래서 진유경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오랜 시간 잊지 못한 그곳을 불태우고 싶었다.하지만 진정훈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진유경은 진정훈의 사나운 모습에 결국 당황하고 말았다.진정훈에게 자신의 수법이 통하지 않자 진유경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김영희를 바라보며 말했다.“할머니, 정말 내가 불 지른 거 아니에요. 날 믿어주세요.”김영희는 진유경을 믿었고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보니 견딜 수 없어 진정훈에게 말했다.“유경이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 리 없어.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하지 마. 그 건물 안에 물건도 많고 세월이 오래 흘렀으니 전기회로가 낡아서 불이 난 걸 수도 있잖아.”그 별채가 불타버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김영희는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고은영을 막 찾았을 때 김희경이 친딸을 위해 준비했던 물건들이 모두 잿더미로 변했기 때문이다.김영희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불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진정훈은 김영희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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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진성택까지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훈은 여전히 차갑게 한마디를 뱉었다.“신고하세요.”진정훈의 말이 떨어지자 이미숙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바로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이를 본 진성택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현재 진성택은 원래도 몸이 좋지 않았기에 조금만 화가 나도 온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사람이란 결국 나이가 들면 병들어 죽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하지만 진성택은 자기 자식들이 이렇게 싸우는 걸 보니 많이 속상했다.“너 정말 일을 이렇게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키워야 속이 후련하겠어?”“네.”진정훈은 담배 한 모금을 뱉어내며 차갑게 말했다.이에 진성택과 김영희는 말문이 막혔다.진정훈은 담배를 한 모금 더 피우더니 다른 사람들이 말하기 전에 말을 이었다.“다들 그때는 혼란스러운 일을 마다하지 않았잖아요. 그때는 내 어머니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을 버렸으면서 이제 와서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걱정하시는 거예요? 그때는 왜 오늘의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셨어요?”이 순간 진정훈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살기를 띠며 말했다.‘그때 다들 엄마에게 마음대로 상처 주면서 조금이라도 선한 마음을 갖고 있었을까? 이제 와서 이 상황이 힘들다는 거야?’안타깝게도 이는 김영희와 진성택이 저지른 죄였기에 누구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진성택은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진정훈을 바라보았다.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정훈은 말을 이었다.“아버지가 첫사랑의 딸을 데려와 엄마에게 키우게 했을 때는 오늘 이 상황을 생각하지 못하셨어요?”이건 정말 도덕적인 선을 넘은 일이었다.진정훈은 진성택이 이런 도덕적인 개념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분명 추악한 일인 걸 알면서도 결국 저지른 것이다.김영희와 진유경은 순간 진정훈의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최근 인터넷에서 떠도는 기사를 통해 진유경도 자기 출생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다.그런데 이 순간 진정훈의 입에서 이 얘기를 들으니 진유경은 스스로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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