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이 떨어지자 거실의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었다.진유경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이미숙을 쳐다보더니 다시 진정훈을 향해 말했다.“오빠, 이 아줌마가 헛소리하는 거야. 이 아줌마 말 믿으면 안 돼. 난 오늘 고은영의 별채에 가지도 않았어. 그리고 내가 정말 갔다고 해도 불을 지를 리가 없잖아.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진유경은 고통스러워하며 말했다.사실 그 건물에 불을 지른 건 진유경이 맞았다.그동안 그 별채는 계속해서 진유경에게 입양된 자신의 처지를 떠오르게 했고 그녀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잃어버린 친딸의 존재에는 비할 수 없음을 매번 일깨워주었다.‘진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도 나고 모든 사람을 위해 노력한 것도 난데 왜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 아이를 잊지 못하는 거야?’매년 명절이 되면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항상 그 별채에 가곤 했다.평소에 다들 진유경을 아껴줘도 그 별채에 그녀가 들어가는 건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마치 진유경이 그 별채에 들어가면 그곳의 공기가 오염되는 것처럼 말이다.그래서 진유경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오랜 시간 잊지 못한 그곳을 불태우고 싶었다.하지만 진정훈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진유경은 진정훈의 사나운 모습에 결국 당황하고 말았다.진정훈에게 자신의 수법이 통하지 않자 진유경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김영희를 바라보며 말했다.“할머니, 정말 내가 불 지른 거 아니에요. 날 믿어주세요.”김영희는 진유경을 믿었고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보니 견딜 수 없어 진정훈에게 말했다.“유경이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 리 없어.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하지 마. 그 건물 안에 물건도 많고 세월이 오래 흘렀으니 전기회로가 낡아서 불이 난 걸 수도 있잖아.”그 별채가 불타버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김영희는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고은영을 막 찾았을 때 김희경이 친딸을 위해 준비했던 물건들이 모두 잿더미로 변했기 때문이다.김영희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불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진정훈은 김영희의 말에
최신 업데이트 : 2024-10-1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