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01 - 챕터 1010

1202 챕터

제1001화

자리의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고은영은 위층으로 올라간 뒤 다시 내려오지 않았다.원래 화가 났던 유청은 여러 번 고민한 끝에 입을 열었다.“난 그저 너희가 요즘 진씨 가문 문제로 바쁠 것 같아서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을까 봐 도와주려는 마음뿐이었어. 그런데 저 여자의 태도는 도대체 뭐니?”‘그러니까 우리를 도와서 아이를 돌봐주겠다는 거야?’배지영이 말했다.“오빠. 새언니가 엄마한테 방금 그런 태도를 보인 건 정말 잘못한 거야.”새언니라는 한마디에서 배지영이 지금 진씨 가문 문제로 인해 고은영을 배씨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이런 미묘한 변화는 이들 같은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배준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란완리조트에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이 하나를 돌보지 못하겠어?”게다가 지금 아이는 아직 교육을 받을 나이가 아니었기에 유모와 도우미만 있으면 충분했다.교육을 받아야 할 나이가 되면 고은영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니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를 리가 없었다.유청은 배준우가 이렇게 말하자 핑계를 대려던 말이 결국 무너졌다.“저 여자가 진씨 가문의 딸이라고 해서 내가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지 마.”결국 유청은 속마음을 드러내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배준우는 이에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진씨 가문이 요즘 영향력이 떨어졌어요? 전에는 진씨 가문의 입양한 딸을 아주 좋아하셨잖아요?”유청이 진유경에게서 선물을 많이 받았다는 걸 배준우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유청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배준우가 말했다.“그리고 은영이는 어머니의 허락을 신경 쓴 적 없어요. 이 문제에 대해서 이미 여러 번 명확하게 말씀드렸는데요.”‘고은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지금 유청은 고은영이 자기에 대한 태도 때문에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이건 고은영이 어느 가문의 딸이든 신분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유청은 자기 아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무거운 한숨을 내뱉으며 눈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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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그래서 고은영은 한동안 거의 고희주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희주를 보고 싶다는 고은지의 말에 고은영은 얌전히 밥을 먹고 있는 고희주를 한 번 바라보며 말했다.“응 조금 있다가 데려갈게.”전화를 끊자 고희주는 기대에 찬 눈으로 고은영을 바라보았다.고은영은 며칠 동안 고희주가 계속 병원에 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은영은 고희주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희주야 엄마는 지금 병원에 있어야 해. 이해할 수 있지?”“이모 걱정하지 마. 다시는 엄마가 걱정할 말은 하지 않을게.”고희주는 지난번 자기가 고은지를 걱정시켜 퇴원할 뻔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정말 착하네 우리 희주.”배준우도 고희주를 바라보며 정말 착하고 이해심이 깊다고 느꼈다.배준우는 배지영의 어렸을 때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은 대부분 장난스럽고 걱정이 없었다.하지만 고희주와 고은지는 서로 의지하며 함께 돌보는 사이였다.밥을 다 먹고 나서 배준우는 직접 고은영과 고희주를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배준우는 어제의 일 때문에 병원에 더 많은 사람들을 배치했다.차에서 내릴 때 배준우는 고은영에게 말했다.“정리하고 나서 회사로 돌아와.”“알겠어요.”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고희주를 데리고 병원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있는 나태현과 마주쳤다.나태현을 보자 고희주는 무의식적으로 고은영의 뒤에 숨었지만 여전히 두 눈은 나태현을 몰래 쳐다보고 있었다.두 사람을 본 나태현은 자신의 어두운 분위기를 거두고 고은영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고은영도 똑같이 인사한 뒤 고희주를 안아 올렸다.고은영은 고희주가 나태현을 두려워하는 걸 느꼈다.고희주는 여섯 살이 되었지만 체중은 그리 많이 나가지 않아 가벼웠다. 잘 먹지 못하면 쉽게 마르고 잘 먹어도 크게 살이 찌지 않았다.그동안 란완리조트에서 혜나가 고희주를 잘 보살폈지만 고희주는 별로 살이 찌지 않았다.고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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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두 명의 간병인은 고은영이 온 것을 보고서는 눈치를 보며 병실을 나갔다. 아무래도 고은지의 구토물을 꺼리는 것 같았다.쓰레기통에 담긴 구토물을 치우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 앞에 놔둔 채로 두 사람은 자리를 피했다.고은영은 그 모습을 보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안고 있던 고희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희주야 엄마랑 잠깐 얘기 나누고 있어.”“이모 내가 할게.”고희주는 고은영이 쓰레기봉투를 갈아 끼우는 걸 보고서는 고은영을 향해 아주 착하게 말했다.고은영은 아까 그 간병인의 얼굴을 고희주가 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런 행동을 하니 더욱 아픔이 아팠다.고희주는 고희주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이모가 할게. 희주는 며칠 동안 엄마를 못 봤잖아. 엄마도 희주가 많이 보고 싶대.”고은지는 고은영이 손쉽게 병실을 정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쓰레기통뿐만 아니라 병실 곳곳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럽고 어지러웠다.환자는 무엇보다 기분이 가장 중요한데 이런 상태에서는 고은영조차도 불편했다. 그런데 모든 것을 견뎌내야 하는 고은지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고은지가 말했다.“은영아 나 퇴원하고 싶어.”고은영은 탁자를 닦던 손길을 멈추며 고은지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고은지의 눈가가 붉어졌다.두 사람은 잠시 시선을 마주쳤다가 이내 피했다. 이내 고은지가 입을 열었다.“집에 가고 싶어.”이번에는 고희주가 말한 것이 아니라 고은지 스스로 병원에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느낀 것이다.고은영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내가 없을 때 간병인 두 명이 뭐라고 했어?”아까 간병인들의 태도를 고은영은 다 봤기에 직설적으로 물었다.고은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이건 그냥 내 문제일 뿐이야.”“왜 항상 다른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려고만 해? 그 두 사람은 언니와 아무런 관계도 없어. 그런데 언니를 막 대했으면 왜 말을 안 하는 거야?”고은영은 화가 났다.고은지는 어릴 적부터 늘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조보은은 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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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근데 너 알아? 매번 항암 치료를 받을 때마다 나는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내가 이 병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은영아 넌 이런 느낌 모르잖아.”이 말을 할 때 고은영을 바라보는 고은지의 눈빛에는 절망이 가득 차 있었다.고은지는 살고 싶었다. 정말 간절히 살고 싶었다.병원에서 살아서 나가고 싶었고 병원 밖의 따뜻한 햇살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병원 안의 햇살은 회색이었기에 그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고은지는 그 차이가 바로 생명과 죽음의 차이라고 생각했다.“나는 저 노란 빛의 햇살을 보고 싶어. 희주와 함께 여기저기 가고 싶어.”고희주와 함께 고은지는 병원만 아니면 어디든 괜찮았다.고은영은 고은지의 말을 듣고 마음이 너무나 아팠고 가슴이 막 답답해졌다.몇 번이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고은영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근데 언니 지금 퇴원하면 희주와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언니는 희주가 자라는 걸 볼 수도 없고 희주가 결혼하는 것도 볼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지난번처럼 희주를 지킬 수 없어.”퇴원의 결과가 이렇게 참담해도 고은지는 정말 감당할 수 있을까?고은영이 그런 말을 하자 고은지의 눈빛은 더욱 고통스럽게 변했다.고은영이 이어서 말했다.“사실 언니는 희주 아빠를 믿지 못하지? 그렇지?”그 낯선 남자가 정말 고희주의 아빠라는 이유로 고희주를 보호하며 성장시킬 수 있을까?고은지는 당연히 믿을 수 없었다.이런 수많은 세월 동안 친부모가 자식을 죽였다는 뉴스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게다가 계모가 아이를 학대해 죽인 사건도 있었다.고은지는 그런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우리 희주 아직 너무 어린데.’고은지는 고희주의 앞날이 너무나 길다는 걸 생각하며 오열하기 시작했다.“그럼 난 지금 어떻게 해야 해?”고은지는 정말로 너무 두려웠다. 병원에서 살아서 나가지 못할까 봐 마지막 순간조차 고희주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동시에 고은지는 살아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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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한편 병원에서 고은영은 병실에서 나와 주치의의 사무실에 가려고 했다. 화장실을 지나쳤을 때 안에서 고은지의 두 간병인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량천옥 사모님이 손이 참 크더라고. 사모님의 말이 맞긴 해. 어차피 죽을 사람이잖아.”“그러게 말이야. 그리고 그 여동생도 겉보기에는 배씨 가문의 사모님 같아 보이는데 사실 배씨 가문에서 별로 대우도 잘 못 받는 것 같아. 어느 날 배씨 가문의 도련님이 싫어하면 그날로 비참한 신세가 되는 거 아니겠어?”“그래. 당분간은 량천옥 사모님의 뜻대로 하자. 어차피 죽을 사람인데 우리 탓은 아니잖아.”두 사람은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은영은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이 대화를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고 가슴속의 분노는 결국 폭발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그리고 두 간병인이 반응하기도 전에 고은영은 한 손으로 한 명씩 붙잡아 바로 옆에 있는 물통에 눌러 넣었다.그 물통의 물은 병원에서 비상용으로 준비한 것이었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간병인 둘은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역한 냄새에 바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으으. 으으.”3초 뒤에 고은영은 그들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다시 그들을 물속에 집어넣었다.고은영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이 못된 사람들을 이 자리에서 익사시키고 싶은 마음이었다.고은영의 이성은 점점 타들어 가고 있었다.다행히 이때 화장실에 사람이 들어와 고은영을 말렸다.“사모님 진정하세요.”그 사람은 바로 나태현의 비서 이지훈이었다.어제 의사 사무실에서 량천옥과 크게 싸운 고은영이 오늘은 간병인들을 거의 익사시킬 뻔했다.예전에 누가 배준우의 와이프를 순하고 귀여운 소심한 여자라고 한 걸까?이건 분명...이지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몸이 자유로워진 두 간병인이 고은영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배씨 가문의 사모님은 무슨. 이런 퉤. 남자한테 기생하는 요망한 년아. 남자한테 기대 사는 건 그렇다 쳐도 언니에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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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고은영은 바빠서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지훈과 몇 마디를 더 나누고서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이지훈은 고은영의 뒷모습을 보며 방금 촬영한 영상을 나태현에게 전송한 뒤 메시지를 보냈다.[지금 병원에서 누군가 고은지 씨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메세지를 보낸 뒤 상황은 조용해졌다.바로 이때 나태현은 이미 동영 그룹에 도착해 있었다.배준우는 나태현이 온 것을 보고 회의를 한 시간 정도 미뤘다.나태현은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담배만 피우면서 왜 온 것인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배준우가 말했다.“태현이 형?”나태현은 배준우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서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깊이 한 모금 빨아들였다.나태현은 배준우를 바라보며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다시 삼켰다.이 순간 배준우는 전에 나태현이 고은지와 관련된 일로 찾아왔던 일이 떠올랐다.하지만 그때는 고은영이 나타났기에 나태현이 찾아온 이유에 대해 듣지 못했었다.배준우는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고은지 때문에 찾아온 거예요?”나태현은 배준우의 말에 담배를 들고 있던 손이 얼어붙었다. 나태현은 아주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고 배준우도 나태현의 눈빛을 보고서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칠 동안 일들이 하나씩 계속 겹치면서 배준우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아 그날 나태현의 이상한 행동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배준우는 지금 나태현의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확신한 거예요?”나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응.”나태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배준우는 가슴이 철렁했다.‘왜 나씨 가문과 엮이게 된 거지? 이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닌데.’배준우가 말했다.“희주와도 확인을 끝냈나요?”나태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이라고 대답하자 배준우의 눈꺼풀은 심하게 떨렸다.고은지와 조영수가 결혼했던 호텔은 별로 좋은 호텔도 아니었는데 왜 나태현이 그곳에 있었던 걸까?나태현이 이미 모든 것을 몰래 확인했다면 이유가 무엇이든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배준우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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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이제 배준우도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나태현은 담배 한 대를 더 꺼내 불을 붙이고서는 한 모금 빨아들였다.배준우는 그저 차분하게 나태현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두 사람은 회의 시간이 다 될 때까지 아무 말도 없었다.진청아가 급히 들어와 말했다.“배 대표님 저희가 복구 중이던 영상이 도난당했습니다.”“응 알고 있어.”“네? 알고 계신다고요?”진청아는 깜짝 놀랐다.영상을 거의 다 복구했을 때쯤 누군가 영상을 훔쳐 갔다. 이는 누군가가 그들의 조사를 방해하려고 한다는 뜻이었다.이건 즉 그날 밤 고희주와 하룻밤을 보냈던 남자가 그들이 사건을 조사 중이라는 걸 알고 진신이 밝혀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배준우가 대답했다.“응 알고 있었어.”이 일은 의심할 것도 없이 나태현의 짓이었다.그러나 나태현도 영상을 훔쳐 가면 진청아가 더 철저히 조사할 거라는 걸 알기에 차라리 배준우의 앞에 와서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다.진청아는 의아해하며 조급해하지 않는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할까요?”이렇게 중요한 물건이 도난당했는데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배준우가 너무 이상했다.‘사모님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일에는 항상 다급해 하셨는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 침착하신 거지?’배준우는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조사할 필요 없어.”“조사하지 않는다고요?”“응. 나가 봐.”배준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배준우의 머릿속도 혼란스러웠다. 사건이 계속 하나씩 터져 나왔기에 그도 혼자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진청아는 더 묻고 싶었지만 나가 보라는 배준우의 말에 더 이상 묻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을 나갔다.문이 닫히고 나서야 사무실은 조용해졌다. 이제 남은 건 배준우의 숨소리뿐이었지만 배준우의 마음은 절대 평온하지 않았다.‘내태현과 고은지라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네.’나태현이 아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건 이 일이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나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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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량천옥의 말에 고은영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당신처럼 악독한 여자는 반드시 벌을 받을 거예요.”“벌을 받는다고? 자기가 가질 자격이 없는 걸 가져가는 게 진짜 벌받을 일이야. 나는 지금 너한테 그 벌을 주고 있는 거고.”량천옥이 차가운 비웃음을 날리며 말하자 고은영은 호흡이 거칠어졌다. 하지만 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량천옥이 말을 이었다.“고은영. 너 정말 간도 크다. 근데 내가 경고하는데 고은지의 목숨은 그렇게 길지 않을 거야. 이제 고은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거야. 고은지를 살리고 싶다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배준우한테 천의를 나에게 돌려주라고 하는 거야.”량천옥은 한마디 한마디를 아주 날카롭게 뱉어냈다.이 순간 량천옥의 세계에서 사람의 목숨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량천옥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았고 누군가 그녀의 눈앞에서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고은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량천옥을 쳐다보았다.“천의는 내 것도 아니고 당신 것도 아니에요.”“그게 내 것이든 아니든 넌 다 토해내야 해.”량천옥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아주 독단적인 말투로 말했고 심지어 뻔뻔하기까지 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부딪혔을 때 고은영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결국 참을 수 없던 고은영은 손을 들어 짝하고 량천옥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량천옥은 뺨을 맞은 충격에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량천옥의 눈은 차갑게 번뜩였고 호흡도 거칠어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은영을 쳐다보며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되갚아주려고 했지만 고은영의 큰 키에 결국 뺨을 때리지 못해 그저 차갑게 비웃음을 날렸다.고은영이 말했다.“그쪽은 모르겠지만 나의 DNA는 그쪽하고 진씨 가문과 모두 일치한다고 나왔어요. 나조차도 내가 누구의 딸인지 확신할 수 없는데 그쪽은 날 자기 딸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거죠?”고은지의 일은 고은영에게 약점이었다.고은영은 자신의 DNA 검사 결과로 량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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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고은영은 량천옥의 집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그러던 중 안지영의 전화를 받자 팽팽하게 긴장했던 신경이 풀리면서 전화로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핸드폰 너머에서 안지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너 어디야?”“방금 량천옥의 집에서 나왔어.”“그럼 지금 바로 내 집으로 와.”“알겠어.”안지영은 원래 며칠간 고은영을 보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고은영이 너무 울고 있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30분 뒤 고은영은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된 채 안지영의 앞에 나타났다.안지영은 그런 고은영을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래그래. 별일 아닌데 왜 이렇게 울어?”“량천옥 진짜 너무해.”“량천옥은 원래 그런 나쁜 사람이었잖아. 지금 이렇게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안지영은 고은영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고은영은 계속 코를 훌쩍였다.안지영은 쩔뚝거리며 고은영을 소파로 데려갔고 이 순간 고은영은 안지영이 걷는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너 다리는 왜 그래?”“매하리에서 다쳤는데 지금 거의 다 나았어.”상처는 이제 거의 아물었지만 걸을 때 힘을 주면 아직 조금 아프긴 했다.고은영은 안지영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걱정했다.“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많이 다친 거 아니야?”“너한테 말하면 너 또 울 거 아니야?”안지영은 매번 고은영이 우는 모습만 보면 마음이 아프면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말해 봐. 량천옥이 또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안지영은 자기가 어떻게 다리를 다쳤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고은영은 이미 몸을 굽혀 안지영의 잠옷을 걷어 올리고서는 다리에 있는 흉터를 살펴보며 깜짝 놀랐다.고은영은 안지영의 상처를 보고 방금 간신히 참았던 눈물이 다시 눈가에 고였다.안지영은 고은영을 일으키며 말했다.“됐어. 이제 거의 다 나았는데 뭘 울고 그래. 네가 이러니까 내가 곧 죽을 병에라도 걸린 것 같잖아.”이 말에 원래 안지영을 걱정하던 고은영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안지영이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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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병실에서 큰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간호사들은 병실에 수시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고은지의 간병인들은 그 점을 이용해서 문제를 일으켰다.이 얘기를 들은 안지영은 너무 화가 나서 참지 못했다.“량천옥 이 나쁜년이 정말. 여전히 악독하구나. 전에 널 보호하는 걸 보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네.”‘이게 무슨 괜찮은 사람이야? 그냥 전형적으로 인격 자체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잖아. 이런 사람과 얽히는 것 자체가 문제야. 만약 은영이가 량천옥의 딸이라고 확인되면 그 뒤에는 어떤 더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어? 차라리 은영이가 량천옥의 딸이 아닌 게 다행이야.’고은영이 울음을 멈추지 않자 안지영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천의는 절대 량천옥한테 돌려주지 마.”원래도 천의는 량천옥의 것이 아니었는데 량천옥은 무슨 자격으로 그걸 가져가겠다고 하는 걸까?고은영은 안지영의 말에 침묵했다.물론 고은영도 천의를 다시 돌려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지금은 그저 고은지의 상태가 걱정되었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안지영이 먼저 말했다.“내가 너 대신 복수해 줄까?”“어떻게 복수해 줄 수 있는데?”“복수할래? 말래?”안지영은 대답하지 않고 단호하게 물었다.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안지영은 절대 량천옥을 쉽게 놔두지 않을 생각이었다.물론 그 방법은 고은영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스러운 방식이었다.안지영의 눈빛을 본 고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할래.”“그럼 이 언니가 너 대신 복수해 줄 테니까. 이제 그만 울어. 누가 보면 정말 내가 죽기라도 하는 줄 알겠어.”“에이 그런 말 하지 마.”“그럼 너도 울지 마.”“알았어.”고은영은 감정적으로 아무리 어려워도 안지영의 위로에 항상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은영은 집에 돌아가려 했지만 안지영의 다리가 불편한 상황을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아 안지영에게 점심을 준비해 주기로 했다.병원에는 민초희가 대신 가 있었고 점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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