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08화

Author: 송언희
량천옥의 말에 고은영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신처럼 악독한 여자는 반드시 벌을 받을 거예요.”

“벌을 받는다고? 자기가 가질 자격이 없는 걸 가져가는 게 진짜 벌받을 일이야. 나는 지금 너한테 그 벌을 주고 있는 거고.”

량천옥이 차가운 비웃음을 날리며 말하자 고은영은 호흡이 거칠어졌다.

하지만 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량천옥이 말을 이었다.

“고은영. 너 정말 간도 크다. 근데 내가 경고하는데 고은지의 목숨은 그렇게 길지 않을 거야. 이제 고은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거야. 고은지를 살리고 싶다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배준우한테 천의를 나에게 돌려주라고 하는 거야.”

량천옥은 한마디 한마디를 아주 날카롭게 뱉어냈다.

이 순간 량천옥의 세계에서 사람의 목숨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량천옥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았고 누군가 그녀의 눈앞에서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고은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량천옥을 쳐다보았다.

“천의는 내 것도 아니고 당신 것도 아니에요.”

“그게 내 것이든 아니든 넌 다 토해내야 해.”

량천옥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아주 독단적인 말투로 말했고 심지어 뻔뻔하기까지 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부딪혔을 때 고은영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결국 참을 수 없던 고은영은 손을 들어 짝하고 량천옥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량천옥은 뺨을 맞은 충격에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량천옥의 눈은 차갑게 번뜩였고 호흡도 거칠어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은영을 쳐다보며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되갚아주려고 했지만 고은영의 큰 키에 결국 뺨을 때리지 못해 그저 차갑게 비웃음을 날렸다.

고은영이 말했다.

“그쪽은 모르겠지만 나의 DNA는 그쪽하고 진씨 가문과 모두 일치한다고 나왔어요. 나조차도 내가 누구의 딸인지 확신할 수 없는데 그쪽은 날 자기 딸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거죠?”

고은지의 일은 고은영에게 약점이었다.

고은영은 자신의 DNA 검사 결과로 량천옥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009화

    고은영은 량천옥의 집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그러던 중 안지영의 전화를 받자 팽팽하게 긴장했던 신경이 풀리면서 전화로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핸드폰 너머에서 안지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너 어디야?”“방금 량천옥의 집에서 나왔어.”“그럼 지금 바로 내 집으로 와.”“알겠어.”안지영은 원래 며칠간 고은영을 보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고은영이 너무 울고 있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30분 뒤 고은영은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된 채 안지영의 앞에 나타났다.안지영은 그런 고은영을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래그래. 별일 아닌데 왜 이렇게 울어?”“량천옥 진짜 너무해.”“량천옥은 원래 그런 나쁜 사람이었잖아. 지금 이렇게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안지영은 고은영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고은영은 계속 코를 훌쩍였다.안지영은 쩔뚝거리며 고은영을 소파로 데려갔고 이 순간 고은영은 안지영이 걷는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너 다리는 왜 그래?”“매하리에서 다쳤는데 지금 거의 다 나았어.”상처는 이제 거의 아물었지만 걸을 때 힘을 주면 아직 조금 아프긴 했다.고은영은 안지영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걱정했다.“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많이 다친 거 아니야?”“너한테 말하면 너 또 울 거 아니야?”안지영은 매번 고은영이 우는 모습만 보면 마음이 아프면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말해 봐. 량천옥이 또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안지영은 자기가 어떻게 다리를 다쳤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고은영은 이미 몸을 굽혀 안지영의 잠옷을 걷어 올리고서는 다리에 있는 흉터를 살펴보며 깜짝 놀랐다.고은영은 안지영의 상처를 보고 방금 간신히 참았던 눈물이 다시 눈가에 고였다.안지영은 고은영을 일으키며 말했다.“됐어. 이제 거의 다 나았는데 뭘 울고 그래. 네가 이러니까 내가 곧 죽을 병에라도 걸린 것 같잖아.”이 말에 원래 안지영을 걱정하던 고은영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안지영이 이어서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010화

    병실에서 큰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간호사들은 병실에 수시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고은지의 간병인들은 그 점을 이용해서 문제를 일으켰다.이 얘기를 들은 안지영은 너무 화가 나서 참지 못했다.“량천옥 이 나쁜년이 정말. 여전히 악독하구나. 전에 널 보호하는 걸 보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네.”‘이게 무슨 괜찮은 사람이야? 그냥 전형적으로 인격 자체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잖아. 이런 사람과 얽히는 것 자체가 문제야. 만약 은영이가 량천옥의 딸이라고 확인되면 그 뒤에는 어떤 더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어? 차라리 은영이가 량천옥의 딸이 아닌 게 다행이야.’고은영이 울음을 멈추지 않자 안지영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천의는 절대 량천옥한테 돌려주지 마.”원래도 천의는 량천옥의 것이 아니었는데 량천옥은 무슨 자격으로 그걸 가져가겠다고 하는 걸까?고은영은 안지영의 말에 침묵했다.물론 고은영도 천의를 다시 돌려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지금은 그저 고은지의 상태가 걱정되었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안지영이 먼저 말했다.“내가 너 대신 복수해 줄까?”“어떻게 복수해 줄 수 있는데?”“복수할래? 말래?”안지영은 대답하지 않고 단호하게 물었다.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안지영은 절대 량천옥을 쉽게 놔두지 않을 생각이었다.물론 그 방법은 고은영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스러운 방식이었다.안지영의 눈빛을 본 고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할래.”“그럼 이 언니가 너 대신 복수해 줄 테니까. 이제 그만 울어. 누가 보면 정말 내가 죽기라도 하는 줄 알겠어.”“에이 그런 말 하지 마.”“그럼 너도 울지 마.”“알았어.”고은영은 감정적으로 아무리 어려워도 안지영의 위로에 항상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은영은 집에 돌아가려 했지만 안지영의 다리가 불편한 상황을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아 안지영에게 점심을 준비해 주기로 했다.병원에는 민초희가 대신 가 있었고 점심시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011화

    고은지는 정말로 힘들어하고 있었다.특히 항암치료에 들어간 뒤로는 매일 멍한 상태였다.고은영은 묵묵히 고은지의 주변을 정리해 주었고 고은지는 힘없이 침대에 누워 말했다.“은영아.”“응.”“미안해. 내가 너한테 짐만 되는 것 같네.”“그런 말 하지 마. 언니는 절대 나한테 짐이 아니야.”고은영은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고은지가 말했다.“하지만 난 지금 내가 짐이 된 것 같아.”특히 주변 사람들의 그런 시선으로 자기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주치의를 매수하지는 못했지만 량천옥은 고은지 주변의 수많은 사람에게 손을 댈 수 있었다.고은지가 이런 말을 꺼내는 걸 보니 이미 고은영은 모르는 많은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고은영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병원을 옮기기로 결심했다.고은영은 고은지가 조금 더 행복해지길 결심했다.하지만 고은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어딜 가든 똑같을 거야.”고은영이 물었다.“량천옥이 또 언니를 찾아왔어?”고은지는 고은영의 질문에 잠시 침묵했지만 고은영은 아무 말도 없는 고은지를 보고 알 수 있었다.하지만 고은지는 고은영이 곤란해지는 걸 절대 바라지 않았기에 량천옥이 했던 말을 고은영에게 전할 수 없었다.고은영이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고은지는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고은영이 힘들게 얻은 오늘날의 행복한 일상을 어떻게 언니가 되어 깨트릴 수 있을까.고은영이 말했다.“언니 걱정하지 마. 난 량천옥의 요구를 그 어떤 것도 들어주지 않을 거야. 이런 사람에게 우리도 강하게 나가야 해. 알겠지?”“그래 알겠어.”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지는 량천옥이 자기를 이용해 고은영을 협박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자기 때문에 고은영이 량천옥에게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길 바랐다.만약 고은영이 타협한다면 고은지는 정말 자기가 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았다.고은영은 고은지의 말에 마음 아파하며 말했다.“언니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모든 걸 나한테 맡겨. 알겠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012화

    량천옥이 난리를 친 뒤 병원 사람들은 더 이상 고은영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량천옥은 정말 미쳐있었다.고은영이 고희주를 데리고 병원을 떠난 뒤 량천옥은 다시 병원에 찾아왔다.하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순조롭게 고은지를 만날 수 없었다.혜나가 량천옥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사모님 고은지 씨는 지금 몸이 많이 약하셔서 안정을 취해야 하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혜나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는 아주 단호했기에 절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량천옥은 란완리조트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걸 눈치채고서는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허 역시 고은영이 이제야 좀 겁을 먹었나 보네요.”량천옥은 고은영을 말하고 있었다.‘이제 병원의 간병인도 쓰지 않는 걸 보니 정말 겁 좀 먹었나 본데? 그래 많이 무서워해야지. 전에 나한테서 그렇게 많은 걸 가졌으니 이 정도 고통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어?’혜나는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량천옥의 앞을 막아섰다.량천옥은 차가운 눈빛으로 혜나를 노려보며 말했다.“비켜.”혜나는 단호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혜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량천옥이 혜나의 뺨을 때렸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나는 끄떡없이 량천옥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사모님께서는 지금 저한테 손을 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세요.”“너.”혜나의 말에 량천옥은 순간적으로 분노했다.혜나는 량천옥에게 더 이상 강성에서 한마디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던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었다.이제 량천옥은 강성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량천옥의 수단은 여전히 잔인하고 모든 것을 장악하려 했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모든 것을 그녀의 뜻대로 통제할 수 없었다.이를 악물고 있는 혜나의 모습에 량천옥은 화가 나서 그녀를 밀쳐버렸다.혜나는 벽에 부딪혔고 량천옥은 그 틈을 타 병실에 들어가려 했다.“저 여자 막아요.”혜나는 화를 내며 말했다.병실 문 앞의 경호원들도 즉시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013화

    병실에 들어온 량천옥은 악독한 표정을 지은 채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한 뒤 침대에 누워 허약한 모습의 고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남자를 잘 유혹하는 동생을 둔 언니는 역시 다르네. 병에 걸려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호해 주니 말이야. 그런데 그거 아니? 너 때문에 네 동생이 배준우 앞에서 얼마나 비굴하게 굴었는지 말이야.”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고은지의 심장을 찌르는 듯한 말이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깎아내릴 수 있을까?고은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저 량천옥을 바라볼 뿐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량천옥은 흥하고 비웃음을 날리며 말을 이었다.“고은지 내가 너라면 그냥 죽어버렸을 꺼야. 왜 이렇게 네 동생의 발목을 붙잡는 거야? 네 동생도 얼굴이 두꺼운데 너도 그렇게 살려고?”“그만하세요.”드디어 고은지가 입을 열었다.고은지는 더 이상 어제 이런 말을 들었을 때처럼 멘탈이 무너지지 않았고 지금은 오히려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량천옥을 바라보고 있었다.량천옥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만이라니.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어? 네 동생 때문에 너는 절대 살아남지 못할 거야. 나는 병원의 모든 경로를 이용해서 네 목숨을 끝장낼 거거든. 고은영이 아무리 나한테 천의를 돌려준다고 해도 난 네 목숨을 가져갈 거야.”량천옥은 광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고은영이 그녀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았으니 그녀도 고은영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겠다는 것이었다.고은지의 텅 빈 눈을 마주하며 량천옥은 잠깐이라도 조금의 연민을 느꼈다.그러나 고은영과의 관계를 떠올리자 그 연민도 금세 사라져 버렸다.“날 원망하지 마. 네가 고은영이 가장 아끼는 언니라서 지금 이런 일을 당하는 거니까.”비록 혈연관계는 아니었지만 고은영은 고은지를 정말 끔찍하게 아꼈다.이 순간 고은지는 량천옥이 어떤 말을 하든 차분하게 듣고만 있었다.량천옥의 독설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고은지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지만 고은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량천옥이 악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014화

    그러나 지금 고은지가 하는 말들도 마치 독침처럼 량천옥의 가슴을 찔렀다.“너.”“그쪽이 은영이를 미워하는 건 알지만 은영이는 한 번도 그쪽을 속인 적 없어요. 은영이는 아무것도 몰랐다고요.”전에도 고은영에게 량천옥과 관련된 일을 알려준 사람은 없었지만 량천옥은 인정하든 말든 일방적으로 고은영에게 보상해 주려 했다.고은영은 그저 이유도 모른 채 그걸 받아들였을 뿐이었다.속였다는 단어가 나오니 량천옥은 순간적으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닥쳐. 이 못된 계집애.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넌 아무것도 몰라.”량천옥은 이 모든 것이 분명 배준우의 음모라고 생각했다.배준우가 량천옥에게 잃어버린 딸이 있다는 걸 알고 이 모든 것을 다 계획했을 것이다.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량천옥을 보고 고은지가 말했다.“그쪽은 지금 비참한 웃음거리에 불과해요.”량천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을 헐떡였다. 병실 안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량천옥은 순간 옆에 있던 물컵을 들어 고은지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한순간에 고은지는 온몸이 흠뻑 젖어 초라해졌다.밖에서 대기하던 혜나와 사라는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이보세요. 보아하니 얘기가 유쾌하게 끝난 것 같지 않은데 그만 나가주세요.”혜나는 고은지의 지시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앞으로 가서 량천옥을 밖으로 밀쳐내기 시작했다.‘이런 미친 여자하고는 될 수 있는 대로 엮이지 않는 게 좋아.’사라는 마른 수건을 가져와 고은지의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었다.고은지는 문 앞에서 개처럼 끌려가는 량천옥을 바라보며 침착함을 유지했다.사라가 물었다.“괜찮으세요?”“고마워요. 난 괜찮아요.”“다음에는 량천옥 씨를 더 이상 만나지 마세요. 너무 상처가 되는 말만 하는 것 같아요.”사라가 말했다.아까 고은지는 량천옥에게 자신의 태도를 확실히 전달했다.어제는 너무 갑작스럽고 당황해서 량천옥의 말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부정적인 감정에 휘말렸었다.하지만 오늘은 고은영의 한 말을 듣고 고은지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015화

    배윤이 어떻게 그런 곳에 간 걸까?량천옥은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말했다.“근데 지금 무슨 일로 날 찾은 거죠?”“배윤이 우리한테서 40억 원을 빚졌습니다. 여사님께서 직접 오셔서 데려가셔야겠는데요? 아니면 저희가 배윤을 보내드릴까요?”여사님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량천옥의 신경을 자극했다.바로 이 순간 량천옥은 자기가 도대체 무엇을 잊었는지 완전히 깨달았다.그녀는 더 이상 무한한 권력을 누리던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아니었다.량천옥은 배씨 가문을 떠나도 돈만 있으면 전과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사모님이 아니라 여사님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비꼬는 듯이 들릴 줄은 몰랐다.40억 원은 예전의 량천옥에게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꽤 큰 돈이었다.량천옥은 몇 번이나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다잡았다.“맞아요. 내가 량천옥이에요. 하지만 당신들 잊은 게 있는데. 윤이의 아버지는 배항준이고 형은 배준우예요.”“하지만 배윤은 지금 저희한테 량천옥 여사님만 찾으라고 하는데요. 지금 여사님께서는 이 돈을 갚아주시지 않겠다는 건가요?”‘배윤이 이 사람들에게 날 말했다고? 이 자식 정말 미쳤네. 지금 자기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곳이 배씨 가문 뿐이라는 걸 왜 모르는 거야?’량천옥도 배씨 가문을 떠날 때 배윤을 데리고 나오고 싶었지만 배윤이 먼저 그녀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했다.당시 배윤은 함께 R국에 가자고 해도 싫다고 했었는데 왜 이제와서 량천옥을 찾는 것일까?량천옥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먼저 말하기 전에 핸드폰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만약 량천옥 여사님께서 아들을 데리러 오지 않으시겠다면 저희는 다른 방법으로 배윤을 여사님께 보내드릴 수밖에 없습니다.”“다른 방법이라뇨?”량천옥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그 남자는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그저 음산하게 웃었다.그 웃음소리에 량천옥은 마음이 불안해졌다.“윤이를 해치지 마세요.”그래도 배윤은 량천옥의 아들이었다.그동안 두 사람의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016화

    고은지의 주치의는 잠시 외출했다가 병원으로 돌아오면서 통화하고 있는 량천옥과 부딪혔다.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지자 화면은 바로 산산조각 났다.원래부터 이미 멘붕이었던 량천옥은 이 상황에 더욱 분노에 휩싸여 소리를 질렀다.“아.”진짜로 멘탈이 무너져 봤던 사람이라면 그 순간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것이다.비명을 질러도 마음속의 분노는 풀어지지 않을 것이다.주치의 서민혁은 량천옥의 미친 듯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서민혁은 멈칫하고서는 허리를 숙여 량천옥의 핸드폰을 주워주려고 했지만 바로 그 순간 량천옥은 그를 가로막았다.“건드리지 마.”서민혁은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지금 이게.”서민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량천옥은 서민혁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날카로운 량천옥의 손톱은 마치 서민혁의 살 속을 파고들 것 같았다.“10억 줄게. 고은지를 죽여.”량천옥은 이를 악물고서는 한 글자 한 글자 분노를 담아 말했다.배윤과 관련된 전화가 량천옥에게 마지막 결정타를 날린 것이었다.량천옥은 마음속으로 모든 걸 고은영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이제 량천옥은 고은영이 고통받길 원했고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 미쳐 있었다.서민혁은 량천옥의 독기 어린 말을 듣고 얼굴이 어두워졌다.“여사님 제발 손 놓으세요.”서민혁은 살면서 이런 악독한 여자를 본 건 처음이었다.만약 량천옥이 배씨 가문에서 본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친자식을 해치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제 량천옥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도 아니었다.최근 배항준에게 새로운 애인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 다들 알고 있었다.배씨 가문에서 량천옥은 이제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량천옥은 더 이상 배씨 가문에 돌아갈 수도 없었고 량천옥에게도 배씨 가문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20억 20억 줄게.”량천옥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순간 병원 입구에서 오가던 사람들은 량천옥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이미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었다.서민혁은 여기서

Latest chapter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5화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4화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3화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2화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1화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0화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9화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8화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7화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