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31 - 챕터 1040

1200 챕터

제1031화

지금 진유경을 위해 변명하러 온 사람들은 고은영의 감정을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그래도 고은영은 차에서 내려 밖에 서 있는 진호영과 1미터 거리를 두고 마주 보았다.진호영은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 계속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고은영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더 이상 진호영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이때 진호영이 말했다.“오늘 밤 집에서 불이 났어. 불이 난 건물은 바로 엄마가 널 위해 준비한 건물이고 형은 지금 모두 유경이 탓으로 돌리고 있어.”그저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고은영은 오늘 밤 진씨 가문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알 수 있었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진호영이 이 시간에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역시 진유경 때문임을 깨달았다.진유경을 아끼는 사람들은 진유경이 급박한 상황일 때만 고은영의 앞에 나타났다.고은영이 예상하지 못한 건 진씨 가문에 그녀를 위한 건물이 있다는 사실이었다.진씨 가문의 저택이 얼마나 큰지 고은영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몰랐다.하지만 배준우의 친구 중에 진윤과 장선명이 가장 부자라는 걸 알기에 진씨 가문의 재력이 상당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고은영은 진호영이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는 목소리에 가볍게 웃었다.“그래서 날 왜 찾아온 거죠?”“나와 같이 우리 집에 가줄 수 있을까? 오늘 밤 집에서 일어난 일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형이 경찰에 신고하려고 해.”“내가 가면 해결 되나요?”고은영의 목소리는 점점 더 비꼬는 것처럼 변했다.진호영도 고은영의 목소리가 변하는 것이 느껴져 마음이 불편했다.진호영은 원래 세상 물정도 모르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잘 처리하지 못하는 철부지였다.그러나 이번 일에 있어서는 고은영을 귀찮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은영은 깊은 한숨을 쉬더니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진유경이 전에 배준우와 어떤 사이였는지 알고 있어요?”“응, 알고 있어.”진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이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은영은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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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말을 마친 고은영은 더 이상 진호영과 대화하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탔다.진호영은 방금 고은영이 한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뭐라고? 내가 역겹게 했다고? 이 년이 정말. 날 오빠라고 부르지도 않은 것도 모자라 내가 역겹다고?’멀어져가는 고은영의 차를 보며 진호영은 분노가 폭발할 듯 머리가 아팠다.고은영은 차 안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더욱 싸늘하게 굳었다.비록 고은영은 진씨 가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은 고은영의 기분에 영향을 끼쳤다.란완 리조트에 도착했을 때 배준우는 식탁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배준우는 고은영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서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아까 전화했는데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온 거야?”두 사람이 통화했을 때 신호등에 걸렸다고 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다.고은영은 가방을 내려놓은 뒤 코트를 벗으며 말했다.“오는 길에 좀 일이 있었어요.”일이 있었다는 말에 배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었는데?”지금은 량천옥이 언제든지 미친 짓을 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 량천옥과 관련된 일이라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고은영이 대답했다.“진호영을 만났어요.”“진호영?”“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고은영이 진호영을 만났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다.배준우가 알기로는 진호영은 진씨 가문 3형제 중에서 가장 진유경을 아끼는 사람이었다.그동안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고 진정훈은 진유경을 진씨 가문에서 내보내려 했지만 진호영은 절대 그걸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진호영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기에 그는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었을 뿐이다.배준우는 고은영의 손을 끌어당기며 말했다.“뭐라고 했는데?”“뻔하죠. 진유경 때문에 오늘 진씨 가문에 불이 났대요. 날 위해 준비했던 건물이 불에 탔고 진정훈이 집안에서 크게 화를 내고 있나 봐요.”지금 이 말을 하면서도 고은영은 진씨 가문 저택의 대단한 규모에 놀라고 있었다.건물 한 채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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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배준우는 고은영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내가 너한테 준 카드로 이 정도 돈도 못 쓰겠다는 거야?”배준우는 고은영이 왜 난처해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듯 눈썹을 추켜세웠다.고은영은 배준우가 준 카드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최근 고은지의 치료비는 모두 배준우와 안지영이 부담하고 있었기에 고은영은 이 부분에 대해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그래서 고은영은 자기가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몰랐다.배준우는 멍하니 있는 고은영의 모습을 보고 그녀가 또 카드를 잊어버렸다는 걸 눈치챘다.배준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은영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정말 너한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고은영은 오히려 안지영의 돈은 아무렇지 않게 쓰면서도 남편인 배준우에게 의지하는 건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배준우가 아직 고은영이 기댈 수 있는 사람에 속하지 않은 걸 수도 있었다.고은영이 말했다.“이 정도로 큰돈은 준우 씨한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4억은 고은영에게 절대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게다가 고은영은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최근에도 배준우의 카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이에 배준우도 어쩔 수 없었다.“카드는 너한테 줬잖아. 쓰고 싶은 만큼 써도 돼. 나한테 일일이 말하지 말고.”‘그리고 남자가 돈을 버는 이유는 와이프에게 쓰려고 버는 거 아닌가? 도대체 왜 이렇게 망설이는 거지?’배준우는 약간 불만스러웠지만 지금은 고은영을 나무랄 때가 아니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돈을 좀 쓸게요. 골수를 기증해 주는 사람의 어머니도 병에 걸려서 2억에서 4억 정도의 치료비가 필요하대요.”배준우가 말했다.“그건 네가 알아서 처리해.”“알겠어요.”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마음이 조금 놓였다.적어도 지금은 돈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음에 감사했다.예전에 할머니가 병에 걸렸을 때 돈이 없어서 고은영에게 병에 걸린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때를 떠올리면 고은영은 마음속에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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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차가 멀어져 가는 장면은 무정하기 그지없었다.김영희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걸 보고 진호영이 앞으로 다가갔다.“할머니, 진정하세요.”김영희는 지금 도저히 진정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진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진호영이 진유경을 아껴주고 있다는 걸 알기에 김영희는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상황이 이 지경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김영희는 진호영을 속으로 무시했었지만 이제는 진호영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호영아, 유경이를 구해야 해. 꼭 구해야 해.”“네, 알겠어요.”“네가 큰형을 찾아가 봐.”이제 진정훈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진윤밖에 없었다. 진정훈은 완전히 미친 상태였고 지금 진씨 가문이 강성에서 완전히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는데도 진정훈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이 점이 바로 가장 큰 문제였다.진호영이 말했다.“큰형은 이 일에 관여하지 않을 거예요.”진윤이 진씨 가문의 일에 신경 쓸 리가 없었다.진호영은 그동안 진윤이 진씨 가문을 대하는 태도만 보면 알 수 있었기에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 김영희는 진윤이 이 일에 관여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고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듯 온몸을 떨었다.김영희가 뭔가를 더 말하려는 순간 한쪽에서 도우미가 놀라서 외쳤다.“회장님, 회장님, 괜찮으세요?”진성택이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이미 혼란스러웠던 진씨 가문은 이제 완전히 난장판이 되었다.진호영과 다른 사람들은 진성택을 병원으로 데려가면서 계속해서 진정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진정훈은 진씨 가문을 떠난 뒤 바로 진윤에게로 갔고 전화를 받았을 때는 이미 진윤과 함께 있었다.진정훈은 진성택이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눈빛에는 아무런 온기도 없었다.“병원에 가면 그만이지. 내가 의사야?”“형은 고은영의 둘째 오빠일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아들이기도 해.”진호영은 아주 보기 드물게 강한 말투로 말했다.항상 방탕하고 제멋대로이던 진호영이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건 처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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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지금 전체 진씨 가문은 음산한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고은영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배준우와 함께 아침을 먹은 뒤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고희주도 함께 가고 싶어 했고 지금은 고은지의 상태도 좋았기에 이번에는 고희주도 함께 데려갔다.딸을 본 고은지는 웃으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병원에 세균이 많으니까 자주 오지는 마.”고희주는 어릴 때부터 몸이 워낙 약해서 고은지는 항상 고희주가 병에 걸릴까 봐 걱정이었다.“엄마가 보고 싶어서 왔어.”고희주는 엄마가 정말 많이 그리워 바로 침대로 달려가 고은지의 품에 안기려 했다. 아이들은 늘 그랬다. 부모가 어떤 생활 환경을 주든 아이들이 원하는 건 항상 가장 간단한 것들이었다.비록 낡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하더라도 엄마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였다.고희주는 그동안 고은영의 곁에 있었고 계속 란완리조트에서 고희주를 잘 돌봐주었지만 여전히 엄마가 그리웠다.“우리 희주 착하지.”고은지는 그런 고희주의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파 고희주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고희주가 엄마를 그리워했듯이 고은지 역시 그동안 고희주가 너무 그리웠다.고은영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가슴 아파하며 바라보다가 의사 사무실로 향했다.서민혁은 현재 고은지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지만 골수 기증자와는 이미 협의를 끝냈다고 말했다.이제 수술만 가능하다면 기증자가 바로 올 거라고 했다.이 말을 들은 고은영은 매우 기뻤다.“그럼 기증자 어머니의 치료비는요?”고은영은 기증자가 혹시라도 마음을 바꿀까 봐 걱정되어 이 문제를 빨리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다소 급하게 물었다.서민혁은 고은영의 질문에 기증자 어머니의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 그리고 병원 이름까지 알려주었다. 고은영이 물었다.“그럼 제가 직접 가서 치료비를 결제하면 되나요? 아니면.”“다른 건 필요 없어요. 그 사람을 만날 필요도 없고요. 만나면 번거로운 일이 많으니까요.”일반적으로 혹시라도 나쁜 영향을 줄까 봐 병원에서는 의료법상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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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의심할 여지도 없이 고은영에게는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다행히 고은영은 전에 량천옥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 진윤을 오빠라고 부르는 이 상황이 더욱 이상했을 것이다.“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고은영은 조용히 물었다.고은영은 자기에게 호의적인 사람에게는 말투가 확실히 달랐다.진윤이 말했다.“내일 완도로 와서 밥 먹자. 외할머니도 오실 거야.”‘외할머니?’이전에 정가 마을에서 진경희는 고은영을 매우 잘 챙겨줬었다. 그때는 정설호가 고은영에게 진경희를 아주머니라 부르라고 했다.그런데 그 사람이 바로 고은영의 외할머니일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그러나 고은영은 아직 이 관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윤의 말을 듣고도 잠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진윤이 말했다.“그럼 내가 준우한테 말해 놓을게.”고은영이 계속 말이 없자 진윤은 고은영이 지금 많이 어색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은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윤은 먼저 전화를 끊었다.솔직히 말해서 고은영은 지금 어떻게 사람들을 마주해야 할지 몰랐고 마음속에는 오직 고은지에 대한 걱정뿐이었다.어제 하루 종일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고은영의 앞에 나타났기 때문에 고은영은 진씨 가문과 관련된 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한편 완도에서 윤설은 진윤에게 물 한 잔을 건네며 생각에 잠긴 진윤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왜? 일이 잘 안 풀려?”“얼마 전에 은영이가 량천옥을 엄마로 인정할 뻔했잖아. 그래서 마음속에 조금 상처가 남아 있을 거야.”윤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겠지. 이 일은 너희한테는 아주 명확한 일일 수 있지만 은영이는 아직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를 거야.”만약 전에 량천옥 사건이 없었다면 고은영도 이렇게까지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그 사건은 고은영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진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도 은영이를 억지로 몰아붙이고 싶지 않아.”“지금 진씨 가문도 좀 혼란스러우니까 은영이 마음도 더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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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진윤과 윤설이 떨어지기 아쉬워할 때쯤 밖에서 도우미가 갑자기 들어오더니 진호영이 찾아왔다고 말했다.그 말에 진윤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진윤은 요즘 동생들이 너무 성가시게 느껴졌다.전에는 진정훈이 그랬는데 이제는 진호영까지 그랬다. 하나같이 진윤에게는 골치 아픈 존재들이었다.윤설은 진윤이 얼굴을 굳히는 걸 보고 조금 불편해하며 말했다.“저기. 나 먼저 위층으로 가 있을까?”“그래. 천천히 가. 뛰지 말고.”진윤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당부하자 윤설은 흥하고 투덜대며 말했다.“나 어린애 아니거든.”윤설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진윤은 매우 조심스러워했고 그녀를 안을 때도 손에 힘을 뺐다.혹시라도 힘을 조절하지 못해 윤설을 다치게 할까 봐 매우 신경 썼다.진호영이 들어왔을 때 진윤은 계단 위로 올라가는 윤설을 다정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형?”진호영은 순간 자기가 잘못 본 줄 알고 시험 삼아 진윤을 불렀다.그는 진윤이 이렇게 다정한 표정을 짓는 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진윤은 언제나 차갑고 엄격했다.진호영의 목소리를 들은 진윤은 바로 얼굴을 굳히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진윤은 늘 그랬던 것처럼 엄숙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이에 진호영은 순간 할 말을 잊었다.‘역시 내가 잘못 본 거야. 형이 그렇게 온화한 표정을 지을 리가 없어.’진윤이 냉랭한 얼굴을 보고 진호영이 말했다.“형, 윤설하고 진지한 사이야?”“설이는 네 형수님이야.”진윤의 말투는 더 차가워졌다.전례 없이 차가운 분위기가 진호영의 온몸을 휘감는 것 같았다.‘형수면 형수지 굳이 이렇게 큰 소리 낼 필요까지 있나?’진호영은 진윤과 윤설이 이렇게 진지한 사이라는 사실에 진심으로 놀랐다.윤설과 진윤이 오랫동안 함께 했지만 그들이 본 진윤은 항상 냉정하고 무정했기에 모두 그저 진윤과 윤설이 가볍게 즐기는 사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진윤이 이렇게 진지하게 윤설을 대할 줄 누가 알았을까?진윤이 물었다.“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진윤은 동생 진호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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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진호영이 대답하자마자 진윤은 앞에 놓여 있던 재떨이를 집어 던졌다.아까 고은영이 진윤의 전화를 받았을 때 왜 그런 태도를 보였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차가운 태도 속에 거리감이 묻어나는 고은영의 태도는 그녀가 현재 진씨 가문의 혼란을 직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충분히 보여주었다.“이 멍청한 자식아. 뭐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이 안 돼? 정말 모르는 거야?”“나도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나도 형이 유경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난...”“그래서 은영이가 네 부탁을 들어줬어?”진윤은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당시 고은영의 태도를 묻자 진호영은 더욱 짜증이 났다.이 일은 그냥 고은영이 진정훈에게 한마디만 해주면 끝날 일이었고 그녀에게 전혀 해가 될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고은영은 단호히 거절했다.“고은영은 거절했어. 근데 형, 유경이는 정말 착하고 순수한 애야. 유경이는 절대 고은영을 괴롭히지 않을 거야.”진호영은 진윤이 진유경을 구해주지 않을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그러나 진호영은 지금 여기서 아무리 입을 놀려도 진윤이 절대로 진유경을 구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진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너 가.”“형.”“그리고 앞으로 다시 은영이를 찾아가면 네 다리를 부러뜨릴 테니 조심해.”진윤의 말에 진호영은 온몸을 벌벌 떨었다.진호영은 진윤이 한 번 뱉은 말을 반드시 지킨다는 걸 알고 있었다. 즉, 진호영이 진유경 때문에 또다시 고은영을 찾아간다면 진윤이 반드시 진호영을 죽여버리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유경이는.”“능력이 있으면 네가 어디 한 번 직접 구해 봐. 정훈이 손에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말이야.”진호영은 진윤의 말에 말문이 막혔고 떨던 몸을 더욱 심하게 떨었다.진정훈이 진유경에게 얼마나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지 이제 진씨 가문 전체가 알고 있었다.이미 시작한 이상 진정훈은 진유경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여기까지 생각한 진호영은 진유경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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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진호영은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진윤은 윤설이 뒤에 다가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윤설의 차가운 손이 진윤의 관자놀이에 닿았을 때야 그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진윤은 윤설을 한 번에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조심해.”‘이 남자가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는 거야.’윤설은 진윤이 힘 조절을 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사실 진윤도 매우 조심스럽게 윤설을 끌어당기면서 다른 손으로 그녀를 보호하고 있었다.윤설은 이어서 말했다.“내가 과일 요구르트 만들었는데 좀 먹을래?”“앞으로 이런 일 하지 마. 주방에도 가지 말고.”“그럼 어떻게 해? 네가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은 잘 안 먹잖아.”윤설은 투덜거리며 말했다.그동안 윤설은 진윤의 곁에서 그의 식사와 생활을 거의 전부 챙겨왔다.“네가 할 필요 없으니까 말 들어.”습관은 정말 무서웠다.윤설의 말 대로 이 몇 년 동안 진윤은 윤설의 보살핌에 익숙해졌고 윤설이 만든 음식에 길들었다.그래서 계약이 끝나갈 무렵 진윤은 윤설이 자기를 떠나려는 걸 눈치채고 다급하게 그녀와 결혼했다.하지만 이제 그 습관을 조금씩 바꿔야 했다.“어찌 됐든 넌 이제 주방에 들어가지 마. 알았지?”“괜찮아. 특별히 큰 변화도 없는걸.”생리가 10일이나 늦어져 오늘 임신 테스트를 해보니 임신이었다.하지만 요즘 자주 졸리거나 입덧 같은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진윤이 말했다.“변화가 곧 있을 거야.”“그래 알겠어. 네 말대로 할게.”진윤이 고집하자 운설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사실 윤설은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현재 집에도 청소를 도와주는 아주머니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고 남은 일과 주방일은 대부분 윤설이 해왔다.윤설은 요리하는 걸 아주 좋아했고 그 시간을 아주 즐거워했다.진윤은 윤설이 순순히 따르자, 미소를 지었다.“착하네.”“외할머니와 은영이가 내일 오잖아. 그럼 내가.”“그건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이 순간 진윤은 고은영에게 윤설의 요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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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고은지는 도저히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퇴원은 고은지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뭔가 더 말하려던 차에 고은영의 핸드폰이 울려 꺼내 보니 혜나에게서 온 전화였다.고은영은 전화를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갔고 그녀가 먼저 말할 틈도 없이 혜나가 다급하게 말했다.“사모님, 큰일 났어요. 희주가 량천옥한테 끌려갔어요.”“뭐라고?”고은영은 순간 놀랐다.“희주가 량천옥에게 끌려갔다고? 어떻게 된 일이야?”고은영은 말하면서 이미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혜나는 전화로 상황을 설명했다.혜나와 고희주는 밀크티를 사러 나왔다가 병원 입구에서 량천옥을 만났지만 조심하지 않아 량천옥과 부딪혔고 량천옥이 손을 들어 고희주의 뺨을 때렸다고 한다.이에 분노한 혜나가 량천옥에게 따지려고 할 때 량천옥이 대동한 경호원 두 명이 혜나를 붙잡았고 그 사이 량천옥이 고희주를 차에 태워 데려가 버렸다고 한다.고은영은 혜나의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지금 어디에 있어?”“병원 입구예요. 사모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막지 못했어요.”혜나는 겁에 질려 울먹였고 고은영도 당황한 상태였다.혜나의 설명을 들어보니 혜나를 탓할 수도 없었다. 그녀도 여자였기에 혼자서 량천옥이 데려온 경호원 두 명을 상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병원 앞에 밀크티를 사러 나간 것뿐인데 이렇게 큰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을까.혜나의 전화를 끊은 뒤 고은영은 곧바로 량천옥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량천옥의 비웃는 듯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어머 배씨 가문의 사모님께서 이제야 급해졌나 보네?”량천옥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특별히 비꼬며 말했다.량천옥도 배씨 가문에 오랫동안 있었지만 배준우의 사람들은 단 한 번도 량천옥을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라 부르지 않았다.배준우는 량천옥을 새엄마로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배준우가 고은영과 결혼한 뒤 그녀가 란완리조트의 여주인이 되자 사람들은 고은영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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