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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작가: 송언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0 18:00:00
진호영이 대답하자마자 진윤은 앞에 놓여 있던 재떨이를 집어 던졌다.

아까 고은영이 진윤의 전화를 받았을 때 왜 그런 태도를 보였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차가운 태도 속에 거리감이 묻어나는 고은영의 태도는 그녀가 현재 진씨 가문의 혼란을 직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 멍청한 자식아. 뭐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이 안 돼? 정말 모르는 거야?”

“나도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나도 형이 유경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난...”

“그래서 은영이가 네 부탁을 들어줬어?”

진윤은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

당시 고은영의 태도를 묻자 진호영은 더욱 짜증이 났다.

이 일은 그냥 고은영이 진정훈에게 한마디만 해주면 끝날 일이었고 그녀에게 전혀 해가 될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고은영은 단호히 거절했다.

“고은영은 거절했어. 근데 형, 유경이는 정말 착하고 순수한 애야. 유경이는 절대 고은영을 괴롭히지 않을 거야.”

진호영은 진윤이 진유경을 구해주지 않을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나 진호영은 지금 여기서 아무리 입을 놀려도 진윤이 절대로 진유경을 구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진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너 가.”

“형.”

“그리고 앞으로 다시 은영이를 찾아가면 네 다리를 부러뜨릴 테니 조심해.”

진윤의 말에 진호영은 온몸을 벌벌 떨었다.

진호영은 진윤이 한 번 뱉은 말을 반드시 지킨다는 걸 알고 있었다. 즉, 진호영이 진유경 때문에 또다시 고은영을 찾아간다면 진윤이 반드시 진호영을 죽여버리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유경이는.”

“능력이 있으면 네가 어디 한 번 직접 구해 봐. 정훈이 손에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말이야.”

진호영은 진윤의 말에 말문이 막혔고 떨던 몸을 더욱 심하게 떨었다.

진정훈이 진유경에게 얼마나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지 이제 진씨 가문 전체가 알고 있었다.

이미 시작한 이상 진정훈은 진유경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진호영은 진유경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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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안열이 장선명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때의 그 걱정은 이제 안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지금은 나태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캘리포니아 반도의 한 장소에서는 배준우와 나태웅이 함께 있었고 진윤과 육범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모인 이들이 장선명이 아닌 나태웅을 부른 이유는 사실 그들 모두 나태웅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태웅을 불러내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육범수가 패를 내자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끝났어.” 배준우는 그의 얼굴을 보고 찡그리며 물었다. “방금 그 전화, 안지영이었지?” 방금 나태웅은 나가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안지영이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너 또 안지영 건드린 거야?” 사실 오늘 배준우가 여기 온 이유는 장선명의 부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나태웅과 장씨 가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웅이 이렇게 계속 안지영을 괴롭힌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장선명은 본래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태웅의 이 일에 대해서는 배준우를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금 하주원의 문제도 있고 나태웅의 행동이 점점 더 미쳐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나태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육범수에게 말했다. “너 나한테 만 이천 원 줘야 돼.” 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육범수도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진윤은 본래 남의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의 가문 일도 충분히 골치 아팠기에 그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형이 얘기하잖아. 말 좀 해봐. 대체 안지영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육범수는 달랐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이기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7화

    안지영은 화가 나서 전화를 부수고는 바로 사무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안열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앞으로 나가서 잡았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나태웅을 죽여야겠어요!” ‘아, 진짜 더는 참을 수 없어.’ 나태웅은 정말 죽어 마땅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손으로 그를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대표님은 아직 근육도 제대로 안 키우셨잖아요. 나태웅을 찢어낼 힘이 있을까요?” 원래도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안열의 말에 더 화가 나버렸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더는 못 참겠어!’ 안열은 안지영이 방향을 잃고 분노만 가득한 상태를 보고 바로 말했다. “이건 결국 넷째 도련님께 말씀드려야 할 문제예요.” “또 장선명 씨더러 처리하라고요?” 장선명의 수법은 이미 잘 봤다. 그는 가장 잔인한 방법을 써서 그녀조차도 반응할 틈 없이 모든 것을 정리해버린다. 그래서 만약 이 문제를 장선명이 처리하면 또다시 피비린내 나는 일들이 벌어질 게 뻔하다. “그건, 안돼요!” 안지영은 손을 휙휙 내저었다. 장선명은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다. 그건 안 된다. “왜요?” “그거 기억 안 나요? 지난번에 장선명 씨가 그렇게 처리했을 때 그 몇 억을 가지고 나태웅을 미쳐버리게 만들었잖아요. 이제 나태웅은 진짜 미친 사람이에요.” 특히 지금 그의 행동들은 안지영 마음속에 그가 정말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확신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라, 이 이유가 참 적합하네.’ 안열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계속해서 말했다. “이번에도 강하게 나가면 그 사람은 진짜 미칠거예요. 그럼 우리 모두 큰일 난다니까요!” “혹시 대표님은 무서운 건가요?” “무섭지 않아요. 그런 문제는 제가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안지영은 화가 나서 말투가 거칠어졌다. 아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태웅의 집안까지 욕을 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6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이미 화가 나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해봐, 정말이야?” 다시 입을 열었고 그의 말투에는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 전화가 아니라 만약 눈앞에 있었다면 안지영은 나태웅이 자신을 바로 목 졸라 죽일 것 같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안지영!” “난 장선명 씨와 약혼한 상태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는 네 사촌 걱정이나 해. 내가 너희 나씨 가문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네. 여자는 불여우처럼 순수한 척, 남자는 정신병자에 하나도 좋은 게 없어. 그 뿌리가 다 썩었어!” 그녀는 작은 입술로 욕을 퍼부었다. 안열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이 저절로 떨렸다. 아까는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더니 지금은 완전히 미친 듯이 말하고 있었다. 안지영은 정말로 미친 듯이 화가 난 상태였다. “사과하라고? 대체 누가 누구한테 사과해야 하는 건데! 내 아버지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고 네 사촌은 와서 날 때렸는데 나더러 사과하라고? 너희 나씨 가문 집안 교육이 이 모양이야? 다 멍청이들이야?” 이제는 나태웅의 조상까지 욕을 먹었다. 안지영의 이 폭발적인 성격에 안열은 이제야 제대로 실감했다. 안지영은 욕하는 건 진짜 잘했다. 이제는 나씨 가문이나 하씨 가문, 심지어 그들의 조상까지도 욕을 먹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욕설을 들으며 나태웅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갔다. 그리고 안지영의 입은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폭풍처럼 계속 퍼부어졌다. 한참 동안 욕을 쏟아내고 겨우 숨을 골랐다. “더 욕할 거야?” 그의 말투는 안지영의 폭발적인 분노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차갑고 차분했다. “하, 왜? 더 듣고 싶은 거야? 너...” “더 욕할 거 없으면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자.” 그의 말투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냉랭했다. ‘젠장, 이 사람은 정말 사람 말을 못 알아듣나?’ “나더러 사과하라고? 생각도 하지 마! 꿈도 꾸지 마!” 꿈속에서도 사과할 일 없을 것이다. “그럼, 한 가지 말할 게 있어.” “뭔데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5화

    안지영과의 대화를 끝낸 후 고은영은 마침내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더 이상 불안하게 이리저리 쫓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안지영은 여전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고은영을 달래고 나서도 심장이 가라앉을 틈도 없이 나태웅의 전화가 집 전화로 걸려왔다. 그녀는 번호를 볼 수 없어서 그냥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틀 남았어.” 그 한 마디에 안지영의 화가 폭발했다. “뭐라는 거야?” “주원이에게 사과해!” 안지영은 입을 다물었다. ‘이 미친놈! 끝까지 이러는 거야?’ 만약 예전 같았으면 안지영은 그에게 말도 안 되는 반격을 했겠지만 지금은 화가 나서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안열이 들어왔을 때 안지영은 얼굴이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배씨 부인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안열은 안지영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불안한 이유가 결국 고은영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감정은 조금 달랐다. 안지영은 고은영으로 인해 말문만 막힐 정도였고 다른 사람 때문이라면 분명 엄청 화를 낼 것이다. “아니에요!” 사실 고은영에게 생긴 일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녀의 세상은 너무나 복잡했고 고은영이 또 울기 시작할지도 몰랐다. 안열은 안지영의 목소리에서 누그러지지 않는 화를 느끼며 궁금해했다. 고은영이 아니라면 또 누가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인지 궁금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이죠?” “나태웅이 나더러 하주원에게 사과하라고 했어요. 이틀밖에 안 남았다면서요.” ‘이 사람이...!’ 나태웅에게 욕을 할 만큼 다 했는데도 그를 물리칠 수 없었다. 지금 안지영은 연달아 욕할 힘조차 없었다. 그의 존재를 설명할 만한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미친놈? 병신?’ 안열은 놀라며 물었다. “뭐라고요? 사과요?” ‘정말 이 사람 끝까지 그러는 거야?’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제가 왜 사과를 해야 하죠?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얼마 전 나태웅의 집착과 하주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4화

    안지영은 잠시 침묵했다. 이렇게 큰일이면 분석하는 데 얼마나 큰 두뇌 용량이 필요할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고은영이 울려고 할 정도로 급해진 게 이해가 갔다. 자신이라도 정말 울고 싶을 정도였다. ‘이게 도대체 뭐야, 진짜?’ “그럼 나태현은 량천옥이 너희 언니의 친엄마라는 걸 알아?” “그건 나도 몰라.” 상황이 이미 너무 복잡해서 이젠 고은영조차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태현과 고은지가 거래를 했다는 것만 봐도 그의 동기는 좀 의심스럽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이제 지신혜와 결혼을 약속했고 고은지를 천락 그룹에 다시 데려가려 했다. 그동안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서 일했던 전력도 있으니 나태현의 속셈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게 분명했다. 안지영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음, 난 네가 차라리 네 언니에게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지금 말해?” “그럼, 무조건 말해야지! 량천옥이 아무리 미워도 네 언니의 친엄마잖아.” 진실을 알게 된 후 고은지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녀의 자유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계속 숨기면 만약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고은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태현이 구희주의 아빠라는 사실은?” “그건, 생각 좀 해볼게!” ‘이건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말하지 말아야 할까?’ 안지영은 바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지금 일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태현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역시 나씨 가문 사람이야. 어쩜 다들 이렇게 나쁜 자식이지?’ 전에는 나태현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 보니 하나같이 나쁜 자식들이었다. “그래도 얘기하는 게 좋겠어!” 이렇게 큰일을 말 안 하면 나중에 얼마나 큰일로 번질지 알 수 없었다. 안지영은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었다. 그래서 고은영더러 고은지에게 모든 일들을 잘 설명해 주라고 말했다. 어차피 고은지는 지금 모든 결정을 내린 상황이었고 아무런 일도 모르는 전제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3화

    어떤 실수는 한 번 저지르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예전에 량천옥은 악행을 저지르며 두려움 없이 살아왔고 아무런 후회도 없었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아무런 방법을 쓰지 못했으며 그녀는 자신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그때는 아무도 그녀에게 손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런 강력한 여자가 자발적으로 모든 심판을 받겠다고 결심했다. “나태현이 구희주가 자신의 딸인 걸 알았다고 했지?”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량천옥은 눈을 떴고 그녀의 눈빛은 이제 완전히 맑아졌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강한 분노와 증오가 서려 있었다. 구희주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약속하고 자신과 고은지를 거래로 고은지를 자신의 곁에 두려고 하다니. 도대체 그는 무엇을 하려는 걸까? 이 모든 상황은 나태현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량천옥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알았다. 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 그녀는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자신의 딸, 고은지는 여전히 그녀를 증오하고 있으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온몸에서 풍기는 슬픔은 과거 그녀의 손에 고통받았던 고은영조차도 압도할 정도였다. 결국, 두 사람은 어떻게 헤어졌는지 모르겠다. 고은영은 원래 배준우를 만나러 가려고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안지영을 찾게 되었다. 안지영은 본래 회의를 가려고 했지만 고은영이 찾아오자 30분을 미뤘다. “왜 이렇게 걱정이 많아 보여? 배준우가 너 괴롭혔어?” 고은영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지영아, 내 뇌가 부족한 것 같아.” 안지영은 웃으며 말했다. “너 뇌가 부족한 건 항상 있는 일 아니었어?” 그녀는 장난스럽게 고은영을 놀리며 말했다. 하루 이틀 있는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죽상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고은영이 이 말을 듣고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2화

    이 순간, 고은지는 예전과는 다른 집요함을 보였다. 나태현이 그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그것이 그녀를 이렇게 단단히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량천옥은 계속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은영이 차에 올라타자마자 량천옥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됐어? 은지가 왜 일을 하겠다고 했지? 돈은 줬어?” 량천옥은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은지가 돈 때문에 일을 하러 간다고 믿고 있었다. 돈만 주면 고은지가 편안하게 몸을 회복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고은영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언니가 천락 그룹에서 일하겠다고 했어요.” “뭐?”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서 일한다는 말을 들은 순간 량천옥은 숨이 막힐 정도로 놀랐다. 고은지가 예전에 천락 그룹에서 일했던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나태현이 고희주의 아버지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량천옥은 고은영을 바라보았다. “안 가면 안 돼?” “나태현이 언니와 거래를 한 것 같아요!” “무슨 거래?” 거래라는 말에 량천옥은 갑자기 경계심을 드러냈다. 남자와 여자가 거래를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녀는 몇 년 동안 배씨 가문에서 여러 가지 남자의 모습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속에 숨겨진 더러운 진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나태현이 지씨 가문과의 결혼 소식이 보도되었음을 알았다. ‘약혼도 한 마당에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오게 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결혼도 하기 전에 외도를 하겠다는 건가?’ 량천옥은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고은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국엔 말을 꺼냈다. “나태현이 구희주의 아빠예요.” “뭐?” 량천옥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 구희주의 아빠라니,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구희주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는 자신이 조영수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학교의 아이들은 그녀를 그 문제로 계속해서 괴롭혔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나태현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1화

    한때, 고은지는 딸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랐다. 평온한 삶을 원했기 때문에 이혼 후에는 열심히 일하고 아이와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짧은 평화는 결국 깨지고 말았다. 구희주는 조영수의 딸이 아니었고 그로 인해 일련의 문제가 발생했다. 사회적 편견에 의해 아이는 우울증에 시달렸고 결국 식물인간이 되어 이곳에 누워 있다. 그런 간단한 소망들이 결국은 격렬한 증오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언니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뭐야? 언니 소원이 뭔지 말해봐. 내가 도와줄게...” “은영아!” 고은영의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은지는 차갑게 소리쳤다. 고은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고은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고은영에게는 고은지의 눈에서 날카로운 분노가 드러나는 것을 보았다. 한때, 고은지의 눈에는 세상의 고단함과 부드러움만이 담겨 있었지만 지금은 그 속에서 마치 늑대처럼 야수적인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변화에 고은영은 숨이 막혔다. “나태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태현이 언니에게 무슨 말을 했어?” 고은영은 궁금해했다. 왜 고은지가 이렇게 갑자기 변했는지, 왜 이렇게 두려운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고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희주의 일, 정말 량천옥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없어?” 고은영은 순간 숨을 멈췄다. 고은지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여자가 여전히 자유롭게 돌아다니더라고?” 고은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고은지의 말속에서 느껴지는 분노가 너무 강해서 고은영은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량천옥이 아직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분노를 참을 수 있겠는가? 고은지의 마음속에서 량천옥은 분명히 지옥에서 천 갈래로 찢겨야 할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만약 그들 사이에 그런 관계가 없었다면 아마 고은영은 고은지에게 증거를 찾아준다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량천옥과 고은지 사이의 관계를 알게 된 후 고은영은 더 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0화

    량천옥은 생각을 거듭한 끝에 결국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고은영에게 건넸다. “이게 뭐죠?” 고은영은 물었다. “안에 2억 원이 들어있어. 고은지에게 전해줘.” 결국 그녀는 조금씩 무심해졌다. 고은지는 지난 몇 년 동안 조영수와 결혼한 뒤 좋은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이혼한 후에도 제대로 된 직장이 없었고 지금은 구희주를 돌봐야 하니까 돈이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은영은 찡그린 채로 카드를 바라보았다. 량천옥은 그것을 고은영의 손에 강제로 쥐여주었다. “너는 똑똑한 아이니까 분명히 은지에게 잘 전달할 방법이 있을 거야.” 고은영은 카드를 잠시 들고 있던 손으로 다시 한번 확인한 뒤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량천옥의 돈을 받는 것에 대해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고은지를 보상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은영이 카드를 받은 것을 본 량천옥은 약간 마음이 놓였다. 그동안 량천옥이 어떻게 지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병원에서 고은지가 고통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량천옥은 그 자리에 자신이 누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함께 란완리조트에 도착했다. 고은영이 차에서 내릴 때 량천옥은 차 안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고은영은 고개를 돌려 바라봤고 량천옥은 입가에 쓴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나는 안 올라갈 거야.” 지금 그녀가 올라가면 모든 일이 설명이 안 될 것 같았다. 고은지가 자신을 보고 화를 내고 미워할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두려웠다. 자신의 딸의 눈에서 자신을 향한 증오를 보고 싶지 않았다. 고은영은 량천옥의 뜻을 이해하고 더 이상 강요하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혜나는 고은영이 돌아오자 정중히 다가가며 말했다. “사모님.” “언니는요?” “희주 아가씨의 병실에 있어요.”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구희주의 병실에 도착했을 때 문을 열자마자 고은지가 혼자 병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어제와 똑같은 자세로 조용히 구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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