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도 량천옥은 더욱 불쾌해할 뿐이었다.“시골 촌뜨기 같은 계집애. 더럽기 짝이 없구나.”고희주는 눈물을 참으며 량천옥의 시선을 피했다.량천옥은 시간을 확인했다. 비록 고희주가 싫었지만 굶길 생각까진 없었기에 량천옥은 결국 고희주에게 햄버거를 배달시켜 줬다.배달이 도착했을 때 고희주는 햄버거를 쳐다볼 뿐 먹지 않았다.이를 본 량천옥이 입을 열었다.“먹어.”“엄마가 이런 음식은 많이 먹지 말라고 했어요.”“먹기 싫으면 먹지 마. 이거 안 먹으면 다른 건 없어. 굶어 죽길 기다리던가.”량천옥이 매섭게 말하자 고희주는 그 자리에 서서 코를 훌쩍였다.량천옥은 고은영에 대한 분노를 고희주에게 쏟아냈다.언어 폭력은 물론 직접 손을 대기까지 했다.고희주의 팔에는 푸른 멍 자국이 가득 남아 있었다. 하지만 량천옥은 그렇게 해도 화가 풀리지 않아 떨고 있는 고희주에게 무섭게 말했다.“경고하는데 내 말 잘 듣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날 화 나게 하면 널 죽여버릴 수도 있어.”량천옥의 말에 고희주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작은 얼굴이 창백해졌다.량천옥의 언어 폭력은 학교에서 고희주를 괴롭혔던 애들보다 더 잔인하고 거칠었다.고희주는 눈물 가득한 눈으로 량천옥을 바라보았지만 량천옥은 그런 고희주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네가 어린애라고 내 마음이 약해질 거라 생각하지 마. 난 네 엄마도 꼴 보기 싫거든. 그리고 네 아버지는 누구인지도 모르니까 넌 그냥 사생아야.”고희주의 창백한 얼굴은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고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량천옥은 아이를 대하는 데 있어서 전혀 인내심이 없었고 고희주가 울려고 할수록 말투는 더욱 거칠어졌다.결국 고희주는 무서워서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량천옥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고희주에게 음식을 시켜줬으니 먹든 말든 량천옥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량천옥은 고희주를 아무도 모르는 자기 아파트로 데려갔다.고희주와 잠시 같이 있었지만 량천옥은 곧 지루해져 배준우가 보내온 40억이 도착하
“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어요. 준우 씨는요?”“대표님께서는 사무실에 계십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사무실로 걸어갔다.부서 사람들은 고은영이 울고 있는 걸 보고 서로 눈치를 봤다.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화가 나서 울고 있다니 역시 재벌가 며느리로 살아가는 건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더군다나 회사 사람들은 배씨 가문에서 고은영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지금 고은영이 진씨 가문의 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진씨 가문에서 고은영을 집으로 데려갈 의사는 전혀 없어 보였다.그래서 현재 고은영의 신분은 매우 애매한 상황이었다.직원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고은영을 쳐다보다가 고은영이 사무실로 들어간 순간 진청아의 차가운 눈길에 모두 저절로 고개를 숙였다.“헛소문이나 퍼뜨리는 버릇은 아직도 못 고친 건가요? 다들 회사 그만두고 집에서 놀고 싶어요?”진청아의 엄격한 말에 고은영의 흉을 보려던 사람들은 곧바로 표정을 가다듬었다.고은영이 사무실로 들어가자 배준우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배준우가 걸음을 떼기도 전에 고은영은 곧장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배준우는 고은영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준우 씨, 희주는 꼭 무사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언니가 슬퍼서 견디지 못할 거예요.”고은영은 괴로움에 차서 말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고희주의 친아버지가 나섰으니 무슨 일이 생길 리가 없었다.하지만 현재 나태현의 태도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배준우는 사람을 보내 알아보라고 지시했다.진청아는 사무실로 들어와 배준우의 지시를 듣고 깜짝 놀랐다.이제 보니 아까 고은영이 울었던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진청아는 배준우가 고은영을 울린 줄 알았다.하지만 이제 그 이유를 알고 나니 진청아는 더욱 걱정되었다.“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량천옥 쪽을 계속 주시해
나태현은 강성 도시 전역을 샅샅이 뒤졌고 량천옥과 관련된 부동산은 거의 다 찾았다. 그러나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배준우도 나태현과 함께 고희주를 찾고 있었다.진윤에게서 전화가 오자 배준우는 바로 말했다.“내일 우리 못 갈 것 같아.”“왜?”진윤의 목소리는 순간 무거워졌다.배준우는 진윤의 반응을 듣고 그가 오해했다는 걸 눈치챘다.어찌 됐든 고은영이 요즘 진씨 가문과 거리를 두고 있는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사실 고은영은 진씨 가문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모든 마음이 고은지에게 쏠려 있었다.진윤은 어젯밤 일로 인해 고은영이 진씨 가문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진 것으로 생각했다.배준우는 오해를 풀고자 말했다.“여기 좀 문제가 생겼어. 고은지의 딸이 량천옥에게 납치당해서 지금 은영이가 많이 혼란스러운 상태야. 그래서 내일은 갈 수 없는 거니까 다른 오해는 하지 마.”“량천옥이 고은지의 딸을 납치했다고?”“어.”배준우가 대답하자 잠시 침묵이 흘렀고 뒤이어 진윤이 입을 열었다.“알겠어.”그렇게 전화는 끊어졌다.나태현은 빠르게 움직여 량천옥의 모든 부동산을 뒤져도 고희주를 찾지 못하자 마음이 더욱 초조해졌다.나태현이 하룻밤 사이에 나씨 가문의 인력을 많이 움직이자 결국 나씨 가문의 어르신이자 나태현의 할아버지인 나태범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밤 10시경 나태현의 할아버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지금 당장 본가로 돌아와.”전화 속 나태범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반박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담고 있었다.나태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지금은 힘들 것 같아요. 문제가 생겨서요.”“무슨 문제? 이혼한 여자 때문에 그 여자 딸을 찾으러 다니는 거야? 나태현, 너 지금 한가해?”“이 문제에 대해선 합리적인 설명을 하겠습니다.”“지금 네 설명은 필요 없어. 당장 집으로 와.”그렇게 말한 뒤 나태범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나태현은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뚜뚜 소리를 들으며 차가운 한숨을 쉬었다.배준우는 나태현의 표정을
“허. 배준우, 내가 좋은 사람처럼 보여? 나보고 지금 인질을 잘 대해주라고?”배준우는 싸늘한 눈빛을 번뜩이며 핸드폰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아직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량천옥이 말을 이었다.“심리 문제가 있다고? 그럼, 혼자 있는 걸 아주 무서워하겠네? 어둠도 두려워할 거고.”“희주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배준우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지자 량천옥이 말했다.“뭘 했겠어? 그냥 집에 혼자 던져뒀어. 먹을 것과 물은 놔줬고.”“량천옥.”배준우는 이를 악물었다.배준우는 량천옥이라는 여자가 이렇게까지 악랄할 줄은 몰랐다.고희주는 그저 어린아이일 뿐인데 어린아이를 어떻게 혼자 집에 버려둘 수 있는 걸까?‘량천옥 이 여자는 심장이 돌로 만들어진 거 아니야? 아니야. 이 여자는 심장이 없는 것 같아.’량천옥은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그 계집애를 빨리 고통 속에서 구하고 싶다면 네가 이모부로서 얼마나 아이를 아끼는지에 달렸어. 아니면.”여기까지 말한 량천옥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내 더욱 광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니면 네가 그 아이의 이모인 고은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달렸겠지.”이렇게 말한 뒤 량천옥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배준우는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뚜뚜 소리를 듣자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량일은 집에서 량천옥이 통화하는 내용을 듣고서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지금이 바로 천의를 되찾을 기회야.”량일의 말에 량천옥이 말했다.“난 지금 천의뿐만 아니라 윤이도 되찾아야 해.”말을 마친 량천옥은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량천옥은 아들이 어쩌다가 이런 도박에 중독되었는지 알지 못했다.40억은 배윤이 도박으로 날려버린 것이다.배준우에게서 40억을 받은 것은 그저 시작일 뿐이었다.오늘 밤 배준우는 란완리조트로 돌아오지 않았다.대신 배준우의 비서가 안지영을 란완리조트로 데려갔다.란완리조트로 오는 동안 배준우의 비서는 안지영에게 대강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상황을 안 안지영은 고은영을 만난
안지영의 말은 정확했다. 고은영도 전에 배준우의 옆에서 비서로 일했기에 그가 어떤 사람들을 데리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 해도 고은영은 마음속으로 여전히 불안했다.“나도 희주에게 큰일은 없을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난 량천옥이 희주를 학대할까 봐 무서워. 너도 알다시피 희주는 전에 학교에서 겪은 일 때문에 심리적으로 큰 문제가 있어. 전에 자살 시도도 했었고.”여기까지 말한 고은영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생명에 위협은 없을 거야. 결국 량천옥도 고희주를 이용해 너희와 천의 문제를 협상하려고 할 테니까. 량천옥이 고희주의 목숨을 해치지는 않을 거야.”말은 이렇게 해도 그 미친 량천옥이 고희주를 학대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었다. 특히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량천옥이 고희주에게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고은영은 전에 량천옥이 자기에게 사용했던 수법을 떠올리니 더욱 긴장되었다.안지영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몸을 떨었다.“맞아. 그 미친 여자는 아이를 학대할 수도 있어.”이렇게 생각하니 안지영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어떻게 량천옥 같은 미친 여자를 만나게 된 걸까? 지금 상황은 정말 속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그래도 걱정하지 마. 내 생각에 해 뜨기 전까지 배준우가 분명 희주를 데리고 돌아올 거야.”안지영이 보기에 지금 상황에서 배준우를 믿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었다.고은영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안지영은 고은영에게 고은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지금 이 상황은 정말 골치 아픈 문제였다.만약 고은지가 딸이 사라진 걸 알게 된다면 큰 충격을 받아 무슨 일이 생길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량천옥은 정말 이기적인 인간이었다.이런 사람은 애초에 아이를 가질 자격도 없었다. 량천옥이 누군가의 엄마라는 사실 자체가 엄마라는 이름을 더럽히는 것이었다.“그리고 내가 오는 길에 선명 씨한테 얘기해서 사람들을 시켜 희주를 찾게 했어. 걱정하지 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데 하룻밤 사이에 희주를 찾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안지영은 정말 믿을 수 없었다.장선명이 말했다.“응. 은영 씨한테 전해줘. 너무 호들갑 떨지 말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은영 씨를 위해서 애쓰고 있잖아.”장선명의 뜻은 자기 약혼녀를 괜히 귀찮게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장선명은 고은영이 핸드폰 너머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고은영이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의도를 알아차리길 바랐다.그러나 지금 고은영은 초조한 마음에 정신을 차릴 수 없어 장선명의 말에 담긴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의도를 눈치채고서는 바로 화를 내며 말했다.“그런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요. 오늘 밤은 돌아가지 않을 거니까 끊을게요.”안지영은 말을 마친 뒤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고서는 품에 안긴 고은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착하지. 너도 들었지?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주를 찾고 있으니까 아무 일도 없을 거야.”‘배준우와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고희주를 찾는 건 그렇다 쳐도 나태현은 왜 돕는 거지?’안지영은 생각에 잡겼지만 고은영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은 걸 보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뚜뚜 소리에 장선명은 얼굴이 굳어졌다.‘아니 약혼녀의 전썸남을 경계하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베프까지 신경 써야 하는 거야?’장선명은 나태웅이 매일 말썽을 부리는 것도 짜증 나는데 이제는 고은영까지 얽혀 정말 성가셨다.나태웅을 생각할 때마다 장선명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정말 짜증 나네.”장선명은 짜증 나는 마음에 투덜거렸다. 현재 나씨 가문의 어르신인 나태범이 나태웅을 제대로 단속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선명은 제발 나태웅 그 자식이 더는 자신과 안지영의 앞에 나타나지 않길 바랐다.매하리에서 돌아온 후 장선명은 안지영에게 끊임없이 질척거리는 나태웅이 너무 짜증 나서 결국 나태범에게 고자질했다.하지만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다 큰 성인 남자가 어르신에게 고자질했다는 생각
량천옥은 모든 것을 고은영 때문에 잃었다.량천옥은 한동안 고은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귀하게 여겼다.하지만 지금 고은영은 량천옥이 없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껴주고 있다.반면 량천옥은 천의를 잃었고 배씨 가문도 잃었다.평생을 다 바쳐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들을 고은영은 너무나 쉽게 손에 넣었다.이런 상황 속에서 량천옥이 어떻게 고은영을 증오하지 않을 수 있을까?량천옥은 고은영을 무너뜨리고 싶었고 고은영을 지키는 사람들까지 파괴하고 싶었다.이제는 진정훈까지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증오했다.진정훈은 량천옥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함부로 건드렸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때 핸드폰에서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씨 가문 둘째 도련님께서 감옥에 자기가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사모님이 먼저 들어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량천옥은 이 말을 듣고 핸드폰을 세게 쥐며 거친 호흡을 뱉어냈다.“진정훈의 조건을 말해 봐.”“고은지 씨의 딸을 란완리조트로 돌려보내면 도련님도 무사히 돌려보내겠다고 했습니다.”량천옥은 진정훈의 조건을 듣고 더욱 이를 갈며 분노했다.고희주에게 지금 량천옥이 천의를 되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달려있었다.지금 만약 고희주를 돌려보내면 앞으로는 거의 기회가 없을 것이다.이번 일로 그들은 경계를 더욱 삼엄하게 설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량천옥은 더욱 고희주를 돌려보내기 싫었다.하지만 배윤이 문제였다.배윤이 진정훈에게 잡혀간 걸 떠올리며 량천옥은 더욱 이를 갈았다.량천옥은 일을 저지르기 전에 머릿속으로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했지만 결국 자기 아들이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이 멍청한 녀석.”량천옥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그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전화를 끊었다.량천옥은 고희주를 돌려보낼지 말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깊은 미련이 남았다.하지만 배윤은 량천옥의 친아들이다.지금은 배윤이 량천옥의 유일한 자식이기에 그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진정훈의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거칠었다.량천
량천옥은 독하게 말했다.고희주는 량천옥의 말을 듣고 얼굴이 더욱 창백하게 질렸고 온몸에 힘이 빠졌다.그러나 량천옥은 고희주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려 진정훈과 인질을 교환할 장소에 관해 얘기했다.아들을 위해 량천옥은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진정훈이 말했다.“마찬가지로 그 아이에게 손 하나라도 대면 난 바로 배윤에게 똑같이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흥, 네가 감히. 너희들 지금 모두 고은영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잖아. 고은영이 너희를 실망시키지 않길 바랄 뿐이야.”량천옥은 비웃듯 말했다.두 사람은 계속해서 위험한 경고를 주고 받으며 대화를 이어갔다.량천옥은 날카롭게 말을 뱉어내며 온몸에서 위험한 기운을 뿜어냈다.이런 사람을 보면 일반적인 아이들은 놀라서 울음을 터트릴 것이다.하지만 고희주는 울지 못했다.마침내 량천옥이 더욱 독한 말을 뱉어냈다.“네가 윤이한테 대가를 치르게 한다면 나도 가능해. 진정훈, 난 이미 고은영 때문에 모든 걸 잃었어. 내가 죽더라도 너희 중 두 명은 함께 끌어내릴 거야.”량천옥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량천옥이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지만 거실에는 더 이상 고희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멀리 창문이 열려 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계속 안으로 불어오고 있었다.이 광경에 량천옥은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을 떨었다.이어서 아래층에서 보안 요원이 소리를 질렀다.“무슨 일이죠? 이 아이는 어느 집의 아인가요?”량천옥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순간 머릿속이 윙하고 울리더니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아니, 이럴 리가 없어.’핸드폰의 화면을 보니 진정훈은 이미 전화를 끊은 상태였다.량천옥은 무의식적으로 창문 쪽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뭔가 생각난 듯 또 다급하게 멈춰 섰다.하지만 다음 순간 아래층의 모든 불빛이 켜지더니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누군가는 119에 전화했고 또 다른 사람은 큰 목소리로 외쳤다.“아이의 몸을 움직이지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