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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Penulis: 송언희
고은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은영아, 나는 병원에 들어온 뒤에 이렇게 나가기 어려울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날 병원에 올 때만 해도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 들어오니 다시는 나갈 수 없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고은지의 슬픈 목소리를 들은 고은영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나 고은영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고은지가 물었다.

“그 남자 소식은 있어?”

이 순간 고은지는 고집스럽게 그 남자를 찾고 싶어 했다.

고은지는 자기가 병마와 싸워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고희주의 아버지라는 그 남자는 분명히 살아있을 것이다.

고은지는 그 남자를 찾는 것이 지금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남자에 관한 얘기를 듣고 고은영은 잠시 멈칫했다.

며칠 동안 병원 일로 바빴던 고은영은 오늘 진청아를 만나 그 일의 진행 상황에 관해 묻는 걸 깜빡했고 또 진청아가 그 일에 대해 배준우에게 보고한 것도 듣지 못했다.

“진청아 씨 쪽에서 아직 아무 말도 없었어. 아마 무슨 문제가 생겨서 다시 조사를 멈춘 것 같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진전이 있으면 바로 알려줄 거야.”

고은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빨리 좀 찾았으면 좋겠다.”

고은영이 말했다.

“알아. 자 그 얘기는 그만하고 이제 골수 얘기를 좀 해볼까?”

골수 얘기를 꺼내자 고은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때로는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큰 법이기 때문이다.

전에 량천옥의 골수가 고은지와 일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은지는 곧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변할 줄 누가 알았을까.

고은지는 이제 생사 문제에 있어 더 이상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고은영은 고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골수에 관한 소식이 있어.”

“소식이 있다고?”

“응. 병원에서 이미 일치하는 골수를 찾았고 선생님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정말?”

“당연하지.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언니만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면 돼. 알겠지?”

고은영은 고은지가 진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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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지도 이제는 고은영의 말을 따르는 것 외에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다.사실 고은지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살고 싶은 본능이 있었다.그러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니 그 고통이 너무나도 견디기 어려웠다.고은지와 꽤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눈 뒤 고은영은 병원에서 나왔다.고은지에게 골수를 기증해 줄 공여자도 찾았으니 서민혁도 이제는 고은지의 컨디션을 최대한 빨리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상태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그들은 모두 이 병은 수술해도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수술하지 않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진씨 가문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진정훈의 귀에 들어갔다. 원래 진정훈은 진씨 가문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현재 진정훈은 진씨 가문에 대해 냉담한 감정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그러나 불이 난 것이 어머니가 여동생을 위해 준비한 그 별채라는 소식을 듣자 진정훈은 거의 미친 듯이 본가에 달려갔다.본가에 도착했을 때 진정훈은 이미 잿더미로 변한 별채의 모습을 발견했다.까맣게 타버린 건물을 보니 말하지 않아도 그 안에 있던 모든 것이 다 타버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 순간 진정훈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바로 진유경의 뺨을 대 두나 때렸다. 짝짝하는 시원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거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긴장한 채 숨을 삼켰다.김영희는 바로 달려와 소리를 질렀다.“진정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미쳤어?”진유경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정훈을 바라보았고 진정훈이 자기를 때렸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진정훈은 미쳤어. 감히 남자가 여자를 때리다니.’그러나 진정훈이 지금 마음속으로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현재 진정훈은 남자가 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는 도덕적인 상념까지 전부 내던져 버린 상태였다.“네가 직접 말할래 아니면 내가 말할까?”진정훈은 어둡고 차가운 기운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유경을 바라보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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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말이 떨어지자 거실의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었다.진유경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이미숙을 쳐다보더니 다시 진정훈을 향해 말했다.“오빠, 이 아줌마가 헛소리하는 거야. 이 아줌마 말 믿으면 안 돼. 난 오늘 고은영의 별채에 가지도 않았어. 그리고 내가 정말 갔다고 해도 불을 지를 리가 없잖아.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진유경은 고통스러워하며 말했다.사실 그 건물에 불을 지른 건 진유경이 맞았다.그동안 그 별채는 계속해서 진유경에게 입양된 자신의 처지를 떠오르게 했고 그녀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잃어버린 친딸의 존재에는 비할 수 없음을 매번 일깨워주었다.‘진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도 나고 모든 사람을 위해 노력한 것도 난데 왜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 아이를 잊지 못하는 거야?’매년 명절이 되면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항상 그 별채에 가곤 했다.평소에 다들 진유경을 아껴줘도 그 별채에 그녀가 들어가는 건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마치 진유경이 그 별채에 들어가면 그곳의 공기가 오염되는 것처럼 말이다.그래서 진유경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오랜 시간 잊지 못한 그곳을 불태우고 싶었다.하지만 진정훈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진유경은 진정훈의 사나운 모습에 결국 당황하고 말았다.진정훈에게 자신의 수법이 통하지 않자 진유경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김영희를 바라보며 말했다.“할머니, 정말 내가 불 지른 거 아니에요. 날 믿어주세요.”김영희는 진유경을 믿었고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보니 견딜 수 없어 진정훈에게 말했다.“유경이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 리 없어.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하지 마. 그 건물 안에 물건도 많고 세월이 오래 흘렀으니 전기회로가 낡아서 불이 난 걸 수도 있잖아.”그 별채가 불타버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김영희는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고은영을 막 찾았을 때 김희경이 친딸을 위해 준비했던 물건들이 모두 잿더미로 변했기 때문이다.김영희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불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진정훈은 김영희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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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마친 고은영은 더 이상 진호영과 대화하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탔다.진호영은 방금 고은영이 한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뭐라고? 내가 역겹게 했다고? 이 년이 정말. 날 오빠라고 부르지도 않은 것도 모자라 내가 역겹다고?’멀어져가는 고은영의 차를 보며 진호영은 분노가 폭발할 듯 머리가 아팠다.고은영은 차 안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더욱 싸늘하게 굳었다.비록 고은영은 진씨 가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은 고은영의 기분에 영향을 끼쳤다.란완 리조트에 도착했을 때 배준우는 식탁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배준우는 고은영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서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아까 전화했는데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온 거야?”두 사람이 통화했을 때 신호등에 걸렸다고 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다.고은영은 가방을 내려놓은 뒤 코트를 벗으며 말했다.“오는 길에 좀 일이 있었어요.”일이 있었다는 말에 배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었는데?”지금은 량천옥이 언제든지 미친 짓을 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 량천옥과 관련된 일이라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고은영이 대답했다.“진호영을 만났어요.”“진호영?”“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고은영이 진호영을 만났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다.배준우가 알기로는 진호영은 진씨 가문 3형제 중에서 가장 진유경을 아끼는 사람이었다.그동안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고 진정훈은 진유경을 진씨 가문에서 내보내려 했지만 진호영은 절대 그걸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진호영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기에 그는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었을 뿐이다.배준우는 고은영의 손을 끌어당기며 말했다.“뭐라고 했는데?”“뻔하죠. 진유경 때문에 오늘 진씨 가문에 불이 났대요. 날 위해 준비했던 건물이 불에 탔고 진정훈이 집안에서 크게 화를 내고 있나 봐요.”지금 이 말을 하면서도 고은영은 진씨 가문 저택의 대단한 규모에 놀라고 있었다.건물 한 채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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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우는 고은영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내가 너한테 준 카드로 이 정도 돈도 못 쓰겠다는 거야?”배준우는 고은영이 왜 난처해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듯 눈썹을 추켜세웠다.고은영은 배준우가 준 카드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최근 고은지의 치료비는 모두 배준우와 안지영이 부담하고 있었기에 고은영은 이 부분에 대해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그래서 고은영은 자기가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몰랐다.배준우는 멍하니 있는 고은영의 모습을 보고 그녀가 또 카드를 잊어버렸다는 걸 눈치챘다.배준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은영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정말 너한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고은영은 오히려 안지영의 돈은 아무렇지 않게 쓰면서도 남편인 배준우에게 의지하는 건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배준우가 아직 고은영이 기댈 수 있는 사람에 속하지 않은 걸 수도 있었다.고은영이 말했다.“이 정도로 큰돈은 준우 씨한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4억은 고은영에게 절대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게다가 고은영은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최근에도 배준우의 카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이에 배준우도 어쩔 수 없었다.“카드는 너한테 줬잖아. 쓰고 싶은 만큼 써도 돼. 나한테 일일이 말하지 말고.”‘그리고 남자가 돈을 버는 이유는 와이프에게 쓰려고 버는 거 아닌가? 도대체 왜 이렇게 망설이는 거지?’배준우는 약간 불만스러웠지만 지금은 고은영을 나무랄 때가 아니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돈을 좀 쓸게요. 골수를 기증해 주는 사람의 어머니도 병에 걸려서 2억에서 4억 정도의 치료비가 필요하대요.”배준우가 말했다.“그건 네가 알아서 처리해.”“알겠어요.”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마음이 조금 놓였다.적어도 지금은 돈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음에 감사했다.예전에 할머니가 병에 걸렸을 때 돈이 없어서 고은영에게 병에 걸린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때를 떠올리면 고은영은 마음속에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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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 멀어져 가는 장면은 무정하기 그지없었다.김영희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걸 보고 진호영이 앞으로 다가갔다.“할머니, 진정하세요.”김영희는 지금 도저히 진정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진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진호영이 진유경을 아껴주고 있다는 걸 알기에 김영희는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상황이 이 지경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김영희는 진호영을 속으로 무시했었지만 이제는 진호영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호영아, 유경이를 구해야 해. 꼭 구해야 해.”“네, 알겠어요.”“네가 큰형을 찾아가 봐.”이제 진정훈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진윤밖에 없었다. 진정훈은 완전히 미친 상태였고 지금 진씨 가문이 강성에서 완전히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는데도 진정훈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이 점이 바로 가장 큰 문제였다.진호영이 말했다.“큰형은 이 일에 관여하지 않을 거예요.”진윤이 진씨 가문의 일에 신경 쓸 리가 없었다.진호영은 그동안 진윤이 진씨 가문을 대하는 태도만 보면 알 수 있었기에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 김영희는 진윤이 이 일에 관여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고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듯 온몸을 떨었다.김영희가 뭔가를 더 말하려는 순간 한쪽에서 도우미가 놀라서 외쳤다.“회장님, 회장님, 괜찮으세요?”진성택이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이미 혼란스러웠던 진씨 가문은 이제 완전히 난장판이 되었다.진호영과 다른 사람들은 진성택을 병원으로 데려가면서 계속해서 진정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진정훈은 진씨 가문을 떠난 뒤 바로 진윤에게로 갔고 전화를 받았을 때는 이미 진윤과 함께 있었다.진정훈은 진성택이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눈빛에는 아무런 온기도 없었다.“병원에 가면 그만이지. 내가 의사야?”“형은 고은영의 둘째 오빠일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아들이기도 해.”진호영은 아주 보기 드물게 강한 말투로 말했다.항상 방탕하고 제멋대로이던 진호영이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건 처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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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전체 진씨 가문은 음산한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고은영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배준우와 함께 아침을 먹은 뒤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고희주도 함께 가고 싶어 했고 지금은 고은지의 상태도 좋았기에 이번에는 고희주도 함께 데려갔다.딸을 본 고은지는 웃으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병원에 세균이 많으니까 자주 오지는 마.”고희주는 어릴 때부터 몸이 워낙 약해서 고은지는 항상 고희주가 병에 걸릴까 봐 걱정이었다.“엄마가 보고 싶어서 왔어.”고희주는 엄마가 정말 많이 그리워 바로 침대로 달려가 고은지의 품에 안기려 했다. 아이들은 늘 그랬다. 부모가 어떤 생활 환경을 주든 아이들이 원하는 건 항상 가장 간단한 것들이었다.비록 낡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하더라도 엄마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였다.고희주는 그동안 고은영의 곁에 있었고 계속 란완리조트에서 고희주를 잘 돌봐주었지만 여전히 엄마가 그리웠다.“우리 희주 착하지.”고은지는 그런 고희주의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파 고희주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고희주가 엄마를 그리워했듯이 고은지 역시 그동안 고희주가 너무 그리웠다.고은영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가슴 아파하며 바라보다가 의사 사무실로 향했다.서민혁은 현재 고은지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지만 골수 기증자와는 이미 협의를 끝냈다고 말했다.이제 수술만 가능하다면 기증자가 바로 올 거라고 했다.이 말을 들은 고은영은 매우 기뻤다.“그럼 기증자 어머니의 치료비는요?”고은영은 기증자가 혹시라도 마음을 바꿀까 봐 걱정되어 이 문제를 빨리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다소 급하게 물었다.서민혁은 고은영의 질문에 기증자 어머니의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 그리고 병원 이름까지 알려주었다. 고은영이 물었다.“그럼 제가 직접 가서 치료비를 결제하면 되나요? 아니면.”“다른 건 필요 없어요. 그 사람을 만날 필요도 없고요. 만나면 번거로운 일이 많으니까요.”일반적으로 혹시라도 나쁜 영향을 줄까 봐 병원에서는 의료법상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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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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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3화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2화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1화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0화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9화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8화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7화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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