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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이 순간 고은영은 늘 그래왔던 태생부터 나약할 것 같은 분위기는 사라지고 온몸으로 배씨 가문 사모님의 품격과 우아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진성택은 그런 딸의 모습을 보니 더욱 마음이 쓰라렸다.

이것이 바로 요즘 진성택이 고은영을 찾아올 용기가 없었던 이유였다.

알게 모르게 진성택은 이미 고은영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있었다.

진성택이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은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뒤로 제가 아이를 낳았을 때 진유경이 직접 저한테 찾아와서 도발했어요. 준우 씨가 저와 이혼할 거라면서 자신이 미래의 배씨 가문 사모님이 될 거라고 하던데요.”

원래 진유경의 말과는 똑같지 않았지만 의미는 거의 같았다.

진성택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라고?”

“모르셨나 봐요?”

“난...”

진성택은 가슴이 싸늘하게 식었다.

고은영의 차갑고 어두운 시선을 마주하자 진성택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진유경이 그런 짓을 했다는 걸 진성택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고은영이 말했다.

“진씨 가문에서는 진유경을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지만 제대로 교육하지 않으셨나 봐요. 그런데 절 보고 진유경과 평화롭게 지내라고요? 죄송하지만 전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역시 고은영은 진씨 가문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항상 밖에서 오만하고 무례하게 굴던 진유경을 고은영은 정말 좋게 볼 수 없었다.

이른바 당당함이라면 그 당당함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진유경이 고은영에게 한 짓은 많지 않았지만 그중에 어느 하나도 도덕적 한계를 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원래 고은영은 진성택과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가 먼저 찾아왔으니 어쩔 수 없이 그를 단념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고은영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이렇게 많은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성택은 전혀 단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은영이 일어나려 할 때 진성택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이건 다 내 잘못이야.”

고은영은 발걸음을 멈추고서는 눈썹을 치켜세운 채 진성택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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