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 Chapter 601 - Chapter 610
692 Chapters
제601화 죽어가는 사람도 이길 수 없어
나는 이런 일들이 그녀에게 엄청나게 큰 상처로 가슴에 못 박힌 건 알고 있다.“사실 나를 빛 좋은 개살구라고 말한 건 나에 대한 과찬이야. 그 사람들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어. 난 ‘죽은 그녀를 계승할’ 자격조차 없어. 그러니까 더 이상 환상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마쳤다.“꼭 그렇게 자신을 비하해야 해?”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목이 멨다.“이건 비하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야! 난 예전부터 이런 마인드로 살아왔어.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나면 자연스럽게 내가 서강민 옆자리를 차지하게 될 거라고. 오랜 세월 동안 서강민은 사람들이 나에게 퍼부었던 모든 모욕과 조롱을 생생하게 목격해 왔어. 나도 내가 서강민의 아내가 되었을 때 그동안 겪었던 이 모든 고통을 가뿐하게 훌훌 털어내고 웃어넘길 수 있을 거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살아왔어.”도혜선은 눈물을 훔치며 나에게 하소연을 털어놨다. 나는 그녀의 하소연이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진심일 거라고 확신했다.그녀는 지금 나에게 진심을 보여주고 있다.“사실 난 서강민을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아. 단지 한 사람을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참고 견디다 보니까 그게 습관이 되고 또 욕망의 씨가 되어 빠져나올 수 없는 진흙탕에 빠져 허덕이게 되었을 뿐이야...” 도혜선은 내 다리를 톡톡 치며 가까스로 웃었지만 눈물은 끊어진 실로 꿰맨 구슬처럼 뚝뚝 떨어졌다.나는 서둘러 그녀를 위로했다.“네 말이 맞아. 이 세상 그 누구라 해도 너와 똑같은 생각일 거야.” “왜냐하면 나도 체면이란 게 있기 때문이야.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나에게 퍼부은 욕설을 들으며 난 점점 더 확신이 들었어. 나중에 꼭 내가 원했던 결과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거라고 말이야.”“그리고 이 확신이 나를 점점 더 절박한 사람으로 바꾸어놨어. 그 절박함이 나를 이 결과는 사실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 정도까지 끌고 가게 된 거야. 내가 생각했던 결과는 서강민의 집이 곧 내 집이고 그의 가족이 곧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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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차원이 너무 높은 강적
“지아야, 이게 사실이야. 서강민이 내 곁에 있어주고 내 편이 되어주고 지금 당장 나와 결혼해 남편이 되어준다고 약속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 그 말 한마디, 그 동작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되었고 내 모든 자존심을 무너뜨리게 했어.”“네 말을 충분히 이해해.” 나는 담담하게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서강민의 앞에서 내가 그의 동정 어린 호의를 받아들이면 내 인생엔 더 이상 자존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난 반드시 그의 지옥 속에서 기어 나와야만 해. 그래야만 더 이상 비천하고 하찮은 남의 등만 쳐 먹는 여자가 아닌 진정한 나 자신이 될 수 있을 거야.”그녀의 입에서 주옥같은 멘트가 줄줄이 흘러나왔다.“내가 네 곁에 있어줄게.”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내 진심을 전했다.“그러니까 날 이해하는 너라면 나를 돌아서라고 더 이상 설득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도움만 줘. 나에겐 돌아설 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내가 서강민을 해치고 싶거나 복수하고 싶은 게 아니야. 그렇다고 그를 버리고 사라지고 싶은 건 더욱 아니야...” 도혜선은 내가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두려운 듯이 속마음을 다 꺼내서 내게 보여주며 애절하게 말했다.그녀는 두 손을 내밀고 나를 바라보며 흥분한 목소리로 절규했다. “서강민이 나를 빠져나올 수 없는 심연으로 밀어 넣었고 내 모든 자존심을 가차 없이 빼앗아 갔어. 그러고 나서 그는 나를 도덕의 고지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고 주저없이 다시는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엄연히 선포했어.”그녀는 갑자기 소름 끼치는 웃음을 터뜨렸다.“놀고 있네! 내 입장 같은 건 개나 주라 이거야? 난 완전 그에게 놀아난 거잖아!”그녀는 돌연 뒤쪽 소파에 몸을 기대더니 주체할 수 없이 흐느꼈다.잠시 후,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몸을 가누며 천천히 말했다.“난 더 이상 죽은 사람과 화내며 따지지 않을 거야. 그 사람은 차원이 너무 높은 강적이야. 그녀에게 진 게 하나도 억울하지 않아.”“네 생각이 맞아. 네가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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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이제 막 시작이야
담황색 가로등 아래서 배현우가 성큼성큼 다가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안고 그에게 달려갔다. “왜 아직도 안 잤어요?”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나와 거의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은 가로등 불빛 아래서 평소보다 더 온화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그의 눈동자에는 나에 대한 끔찍한 사랑이 숨겨져 있었다.“지아 씨가 돌아오지 않았잖아요. 내가 어떻게 잠이 올 수 있겠어요?”배현우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나의 입술에 살포시 키스하고 기분 좋게 말했다.“집에 가죠!”원인은 잘 모르겠으나 매번 이 네 글자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올 때 나는 마음이 감동에 젖어 따뜻해졌다.배현우는 곰처럼 우직한 손으로 내 손을 잡고 비비며 물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도혜선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서 풀어주느라 좀 늦었어요.” 나는 미안한 마음에 멋쩍게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기다리다 지쳤어요?”“다른 사람을 돌보기 위해 약혼자를 내버려두고 뛰쳐나간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 더군다나 오늘은 모처럼 특별한 날이잖아요.” 배현우는 나에게 불만 아닌 불만을 털어놓는 것 같았다.“나도 이렇게까지 늦을 줄은 몰랐어요... 에휴.”나도 피곤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내 애인은 세상에서 제일 착한 선녀예요.”그는 여자들을 홀릴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 세상을 구해야 해요!”나는 배를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가볍게 한 대 때렸다.“그렇게 비꼬지 마세요! 이 모든 건 다 서강민이 도혜선에게 도저히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에요. 도혜선은 그의 곁에 머물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납득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길 기다렸지만 하필이면 서강민이 그녀와 통하는 유일한 대화창을 닫아버렸잖아요. 그래서 도혜선의 세계는 균형을 잃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추락하게 된 거예요.”방금 전 도혜선의 모습을 생각하니 나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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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어느 것이 진실일까?
제일 먼저 나를 찾아온 사람이 이세림이라는 사실이 나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녀가 겨울바람처럼 매서운 분위기로 내 앞에 나타났을 때 나는 내 사무실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이세림은 내 책상으로 다가와서 자태를 높여 한참 동안 나를 노려보더니 경멸하는 듯한 어조로 한마디를 날렸다. “나랑 얘기해."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착하게 의자를 향해 손짓했다.“앉아.”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내 앞에 놓인 의자에 털썩 앉더니 거만한 표정으로 나에게 일침을 날렸다. “내가 너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네.”그녀의 말에 나는 피식 웃고 여유롭게 말했다. “애초에 나를 과소평가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지.”“난 너를 그냥 제2의 임윤아 정도로만 생각했거든.” 그녀는 빙빙 에둘러 말하지 않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나는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겨우 억누르며 이세림을 빤히 쳐다봤다.“그래서 네가 지속적으로 나에게 손을 썼던 거구나. 임윤아가 당해왔던 짓거리를 나도 똑같이 당해봐라 이거지? 그녀를 절벽에서 밀어 떨어지게 하고 나를 바다에 밀어 물에 빠지게 하고 참 가지가지 악랄한 짓거리를 많이 했지. 그러나 네 그 미친 짓은 그냥 삼류 수법에 불과했어.”나는 전혀 흥분하지 않고 이세림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당당하게 말했다.그녀는 내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얘기할 줄 예상하지 못했던지 한참 동안 말없이 침묵을 지키다가 돌연 홀가분한 표정으로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녀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이해가 안 돼. 증거도 없이 이렇게 생사람을 잡으면 되겠냐? 그것보다 난 이것만은 확신해. 네가 앞으로 가시밭길만 걷게 될 것을. 현우 오빠의 옆자리는 그렇게 쉬운 자리가 아니거든. 딱 보면 알아. 너희는 무조건 헤어지는 결말이거든.”“그렇게 허겁지겁 찾아와서 하고 싶었던 말이 고작 이거야? 할 말이 끝났으면 얼른 돌아가.” 나는 찔리는 게 하나도 없이 떳떳했다.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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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소식이 정말 빨라
나는 흐트러진 실처럼 뒤엉킨 혼란스러운 생각 때문에 업무를 볼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이내 가방을 들고 일어나 천우 그룹에 직접 찾아가 배현우와 명확하게 진실을 물어보겠다고 이해월에게 알렸다.나는 이세림이 털어놓은 얘기 중에 꼭꼭 숨어 있는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 그와 하나하나 따져볼 생각으로 찾아갔다.하지만 내가 천우 그룹에 도착했을 때 배현우가 경읍에 갔다는 사실만 전해 듣게 되었다.나는 즉시 그에게 전화를 걸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이 문제를 과연 전화로 몇 마디 물어보는 방식으로 명확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다시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조급하지 말자 한지아. 배현우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직접 물어보자.나는 다시 전화를 들어 도혜선의 번호를 눌렀다. 어제 도혜선이 오늘 천우 그룹에 교육받으러 온다고 했으니 그녀가 왔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필경 어제 그녀의 정서가 불안정했던지라 나는 아직도 그녀가 걱정스러웠다.통화음이 잠시 울리더니 도혜선이 전화를 받았다. “이른 아침부터 전화하는 걸 보니 아직도 내가 걱정되는 거구나?”도혜선이 전화 너머로 나에게 물었다.“그걸 말이라고 해?” 나는 걱정 어린 어조로 되물었다.“팀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전 지금 한창 업무를 공부하고 있어요.” 도혜선은 기분 좋은 목소리를 길게 내빼며 가벼운 장난을 쳤다.그녀의 이런 목소리를 듣자 나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내가 괜한 걱정을 했던 것 같았다. 배현우의 말처럼 그녀는 의외로 강인한 여자였다. 나는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물었다.“지금 어디야? 천우 그룹에 있어?”“그래, 왜? 못 믿겠어?” 도혜선은 미심쩍은 어조로 되물었다.“내가 그렇게 못난 사람으로 보여? 이런 황금 같은 공부 기회를 내가 어떻게 낭비할 수 있겠어? 더군다나 이건 현우 씨가 직접 마련한 기회잖아. 물론 내가 현우 씨 부인님의 덕을 좀 본 건 인정할게.”그제야 나도 활짝 웃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나도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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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남씨 가문 가주의 도움
나는 남미주를 응시하며 말했다.“현우 씨에게 미안해서요. 저는 현우 씨가 J 국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그 사람이 비행기를 타서야 알았는데, 현우 씨가 J 국 조직의 소굴까지 쳐들어갈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보아하니 미주 씨 정말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네요.”“왜 그렇게 말해요?”남미주가 나를 보며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현우 씨는 그 조직에 부모를 죽인 원한이 있어요. 해독약을 위해 직접 조직 소굴까지 쳐들어간 건 정말 필사적으로 최선을 다한 거예요. 심지어 그것도 범인이 우리 손에 들어온 후니까요.”나는 나를 해친 사람이 아직 문기태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일 미주 씨가 오늘 이 일을 말하지 않았다면 저는 미처 물어볼 겨를도 없었을 거예요. 이제 보니 저는 정말 약혼녀가 되기엔 불합격이네요.”“지아 씨 말은, J 국 조직이 현우 씨 부모님을 죽였다는 말이에요?”남미주가 놀라며 되물었다.“네. 몇 년간 그들은 계속 싸우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제 딸까지 납치했었고, 저에게도 자주 손을 썼었죠. 그런데 아직 그들을 겨냥하는 유력한 증거를 찾지 못했어요. 모든 정황이 이 조직을 가리키지만 아직 중요한 사람 한 명을 계속 찾지 못해서 당시의 키포인트를 정확히 알 수 없어요.”나는 남미주에게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그래서 이번에 당신을 실수로 다치게 한 거예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제가 죽었을 거예요!”“그런 거였군요?”남미주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은 어엿한 가주의 모습이었다.“그럼 찾아야 하는 사람은 누구예요?”내가 잠시 망설이자, 남미주가 바로 물었다.“저 못 믿어요?”“그게 아니라, 말해야 할지를 알 수 없어서요.”나는 솔직히 대답했다.“이게 무슨 말이죠? 우린 이미 친구인데 그런 것도 고민해야 해요?”남미주가 의문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이재승이라는 사람이에요. 원래는 현우 씨 아버지의 가장 친밀한 조수였는데, 정상적인 정보로는 현우 씨 부모님의 항공사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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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소득 없는 결말
서둘러 회사로 돌아왔더니 장영식이 제니와 함께 설계도를 보고 있었다.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제니에게 분부했다.“수정 완료하면 설계원에 보내서 검토하게 해요.”제니는 짧게 대답한 후 얼른 나갔다.나는 장영식을 보며 물었다.“오늘 발표했다고? 그럼 전희도 이제 본인이 가망이 없다는 걸 안다는 거야...?"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니 신호연이었다. 나는 순간 신호연도 소식을 전해 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식 한번 빠르네.전화를 받았더니 건너편에서 상당히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아야, 역시 내가 널 잘 봤어. 너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구나? 이 일을 정말 해내다니!”당연히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지만 나는 인정하지 않았다.“무슨 말이야? 내가 왜? 말 좀 분명하게 해줄래?”나는 일부러 어수룩한척하며 그에게 물었다.“아, 자꾸 애태우지 말고. 한신로얄에 관한 일 네가 한 거 맞잖아.”그가 여전히 즐거운 어투로 말했다.“전희 지금 노발대발하고 있어. 여기저기 전화해서 도움 요청하는 중이야!”“제대로 말해. 도대체 무슨 일인데?”내가 추궁했다.“너 한신로얄이랑 계약 파기한 거 아니야?”신호연이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이어 말했다.“전희가 계속 차일피일 서명을 미루다가 결국 아무 소득 없이 끝났어.”“언제 일인데?”나는 여전히 모르쇠를 댔다.“너희가 돈 써서 한 일 아니었어?”“수상쩍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야!”신호연이 추측하더니 나에게 말했다.“그럼 지아야, 혹시 이 프로젝트 싫으면 나 한 번만 도와줘! 다른 사람들이 해코지 못하게.”신호연이 열정적으로 나에게 말했다.나는 속으로 욕 한마디를 내뱉었다.‘저 뻔뻔한 놈, 꿈 깨라.’“도와준다고? 너 기억력이 금붕어구나? 어제 네 아내라는 사람이 내 뺨을 그렇게 세게 때렸는데, 그걸 벌써 잊은 거야? 널 도와 계책을 세우는 것도 대가가 필요한데 너한테 프로젝트를 줘라?”“지아야! 너 손해 보는 장사 아니야!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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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어차피 언젠간 돌아갈 것
나는 어머니의 말투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얼른 물었다.“왜요? 무슨 일 있어요?”“할머니가 오늘 좀 이상해.”어머니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네가 돌아오면 좀 얘기할까 했는데. 아니면 병원에 모셔갈까?”나는 깜짝 놀라 얼른 물었다.“어떻게 이상한데요?”“병세가 심해진 것 같아. 너 언제 오느냐고 계속 묻는 데 전화해 보자니까 또 안된대. 저녁도 적게 드셨고.”어머니가 사실대로 나에게 말했다.“현우도 아직 안 왔어!”“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현우 씨는 지금 저랑 있어요!”배현우가 내 안색이 좋지 않자 계속 쳐다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전화를 끊은 나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경원에 못 돌아갈 것 같아요. 엄마가 콩이 할머니가 아픈 것 같대요.”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김향옥은 사실 말해서 배현우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다. 이혼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런 짐까지 안고 있으니, 나조차도 말을 꺼내기에 어려웠다. 그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그럼 얼른 가요!”“그... 그럼 경원에 전화 쳐서 알려줘요.”나는 겸연쩍게 말했다.“괜찮아.”그는 말을 마치고 나를 끌어당겨 함께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고개를 들어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현우 씨 기분 나쁘진 않겠죠? 저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 콩이의 할머니기도 하니까...”“절 그렇게 못 믿어요?”배현우가 나를 응시하며 손을 어루만졌다.“앞으론 저한테 이런 말 하지 않아도 돼요. 할머니께서 애초에 지아 씨 돌봐준 적도 있으니까, 전 받아들일 수 있어요.”“현우 씨...”그의 말에 감동받은 나는 살며시 그의 품에 기대었다.“저는 자꾸 제가 현우 씨를 소홀히 대하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껴요. 현우 씨가 다친 것도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지 못했고. 오늘 남미주 씨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전 현우 씨가 얼마나 위험했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현우 씨가 다 저를 위해서 그런 건 알아요.”나의 말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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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병세가 심해지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어머님, 지금 현우 씨가 실력이 제일 좋은 의사한테 연락하고 있어요. 이따가 병원 가서 검사하고 괜찮으면 옛집에 같이 가요. 이후엔 안심하고 여기 살아요. 이곳에는 서로 돌봐주는 사람도 있으니 저도 안심할 수 있어요.”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말하지 않았다. 마치 속마음을 억누르는 것 같았다.“어머님께서 집에 가시면 제가 어떻게 마음을 놓겠어요. 신호연이 그렇게 믿음직스러운 사람도 아닌데 혼자서 어떻게 하시려고요.”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께서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하신 것일까 하는.“일단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고 결정해요. 네?”나는 그녀를 좋게 타일렀다. 어머님께서 난처하고 조급해지지 않게.“안 간다. 나는 괜찮아. 나는 그저 집에 가보고 싶을 뿐이야. 그럼 아가, 시어머니를 도와 도우미를 좀 구해줘. 내게 돈이 있으니 돈은 내가 낼게.”김향옥이 내 손을 잡으며 감정을 참으며 울먹였다.“지아야. 전생에 내가 무슨 덕을 쌓았길래 너같이 참한 며늘아기를 얻었을까. 그런데... 미안하게...”“됐어요. 쓸데없는 생각 마세요. 저는 그저 콩이 대신 효도하는 것뿐이에요.”이때 콩이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엄마. 삼촌이 준비 다 끝났대요!”나는 콩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알겠어. 우리 착한 콩이, 엄마가 할머니 데리고 병원 갈 테니까 외할머니랑 언니랑 집에서 기다려야 해.”“엄마, 나도 엄마랑 할머니 모시고 병원 갈래요. 제가 할머니 돌봐야 해요.”콩이가 말하며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김향옥의 다리를 주물러주며 말했다.“할머니가 아프니까 콩이가 돌봐줘야 해.”웃는 김향옥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역시 내 손녀, 착하다!”바로 이때 배현우도 현관으로 들어와 침대 위의 김향옥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님, 얼른 함께 병원 갑시다. 이미 진료해 줄 의사 선생님도 찾았어요.”“아... 아니야. 난 그냥 지아랑 얘기 좀 하고 싶어.”그녀가 말하며 배현우를 바라보았다.“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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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생각지 못한 싸움
내가 옛집에 도착했을 때 뜻밖에 신연아도 도착했다.내가 보온병을 들고 사람까지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신연아가 비꼬며 말했다.“뭐야? 지가 아직도 신씨 집안 며느리인 줄 아나. 데려가 놓고 왜 또 보낸 거예요? 아니면 병원에 버리고 간 건가? 사람이 곧 죽을 것 같으니까 다시 보낸 거예요? 왜, 본인 집에서 죽을까 봐 두려워요?”신연아의 입에서 사람다운 말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나는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님께서 큰 침실의 침대에 누워계셨는데 신호연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어머님!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세요. 그래도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 과정의 약을 다 써야지 몸에 좋죠. 그래야 더 이상 아프지도 않죠!”나는 침대 앞으로 걸어가 그녀를 나무랐다.“신호연은요?”“걔 탓하지 마라. 내가 오겠다고 한 거야. 집에 있어야 마음이 편안하니까. 그리고 걔 회사에 일이 있어서 나갔어.”그녀가 나를 보고 일어나 앉았다. 어젯밤 약을 먹은 탓인지 오늘은 다행히도 정신이 맑아 보이셨다.나는 얼른 보온병을 가져왔다.“아침 만들었으나 얼른 드셔보세요. 그리고 간호사 한 분 청했으니 병원에 정 가기가 싫으시면 신호연과 상의해서 집에서 약 써보세요. 간호사님이 경험이 풍부해서 다 아시니까. 그렇지만 간호사님 말 잘 들어야 해요!”김향옥이 일어나 침실을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나도 얼른 뒤따라 부엌으로 향했다. 그릇과 수저를 가져다주려는 찰나 신연아가 글쎄 식탁을 엎어버렸다.“어머님? 뻔뻔해 죽겠네, 정말. 누가 어머님이라고 부르래?”정성껏 준비한 아침밥이 그대로 바닥에 마구 나뒹굴었다.이 광경에 나는 정말로 화가 났다.“신연아,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 밥 안 해줄 거면 안 하면 그만이지.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오늘 너랑 나랑 끝장 봐?”나는 걸어가 대문을 활짝 열고 이웃 사람들을 모두 불러들였다.“여러분 저를 도와 증인 해주세요. 이게 다 신연아가 한 짓입니다!”이후 나는 신호연에게 전화를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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