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어머님, 지금 현우 씨가 실력이 제일 좋은 의사한테 연락하고 있어요. 이따가 병원 가서 검사하고 괜찮으면 옛집에 같이 가요. 이후엔 안심하고 여기 살아요. 이곳에는 서로 돌봐주는 사람도 있으니 저도 안심할 수 있어요.”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말하지 않았다. 마치 속마음을 억누르는 것 같았다.“어머님께서 집에 가시면 제가 어떻게 마음을 놓겠어요. 신호연이 그렇게 믿음직스러운 사람도 아닌데 혼자서 어떻게 하시려고요.”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께서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하신 것일까 하는.“일단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고 결정해요. 네?”나는 그녀를 좋게 타일렀다. 어머님께서 난처하고 조급해지지 않게.“안 간다. 나는 괜찮아. 나는 그저 집에 가보고 싶을 뿐이야. 그럼 아가, 시어머니를 도와 도우미를 좀 구해줘. 내게 돈이 있으니 돈은 내가 낼게.”김향옥이 내 손을 잡으며 감정을 참으며 울먹였다.“지아야. 전생에 내가 무슨 덕을 쌓았길래 너같이 참한 며늘아기를 얻었을까. 그런데... 미안하게...”“됐어요. 쓸데없는 생각 마세요. 저는 그저 콩이 대신 효도하는 것뿐이에요.”이때 콩이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엄마. 삼촌이 준비 다 끝났대요!”나는 콩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알겠어. 우리 착한 콩이, 엄마가 할머니 데리고 병원 갈 테니까 외할머니랑 언니랑 집에서 기다려야 해.”“엄마, 나도 엄마랑 할머니 모시고 병원 갈래요. 제가 할머니 돌봐야 해요.”콩이가 말하며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김향옥의 다리를 주물러주며 말했다.“할머니가 아프니까 콩이가 돌봐줘야 해.”웃는 김향옥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역시 내 손녀, 착하다!”바로 이때 배현우도 현관으로 들어와 침대 위의 김향옥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님, 얼른 함께 병원 갑시다. 이미 진료해 줄 의사 선생님도 찾았어요.”“아... 아니야. 난 그냥 지아랑 얘기 좀 하고 싶어.”그녀가 말하며 배현우를 바라보았다.“배
내가 옛집에 도착했을 때 뜻밖에 신연아도 도착했다.내가 보온병을 들고 사람까지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신연아가 비꼬며 말했다.“뭐야? 지가 아직도 신씨 집안 며느리인 줄 아나. 데려가 놓고 왜 또 보낸 거예요? 아니면 병원에 버리고 간 건가? 사람이 곧 죽을 것 같으니까 다시 보낸 거예요? 왜, 본인 집에서 죽을까 봐 두려워요?”신연아의 입에서 사람다운 말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나는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님께서 큰 침실의 침대에 누워계셨는데 신호연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어머님!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세요. 그래도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 과정의 약을 다 써야지 몸에 좋죠. 그래야 더 이상 아프지도 않죠!”나는 침대 앞으로 걸어가 그녀를 나무랐다.“신호연은요?”“걔 탓하지 마라. 내가 오겠다고 한 거야. 집에 있어야 마음이 편안하니까. 그리고 걔 회사에 일이 있어서 나갔어.”그녀가 나를 보고 일어나 앉았다. 어젯밤 약을 먹은 탓인지 오늘은 다행히도 정신이 맑아 보이셨다.나는 얼른 보온병을 가져왔다.“아침 만들었으나 얼른 드셔보세요. 그리고 간호사 한 분 청했으니 병원에 정 가기가 싫으시면 신호연과 상의해서 집에서 약 써보세요. 간호사님이 경험이 풍부해서 다 아시니까. 그렇지만 간호사님 말 잘 들어야 해요!”김향옥이 일어나 침실을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나도 얼른 뒤따라 부엌으로 향했다. 그릇과 수저를 가져다주려는 찰나 신연아가 글쎄 식탁을 엎어버렸다.“어머님? 뻔뻔해 죽겠네, 정말. 누가 어머님이라고 부르래?”정성껏 준비한 아침밥이 그대로 바닥에 마구 나뒹굴었다.이 광경에 나는 정말로 화가 났다.“신연아,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 밥 안 해줄 거면 안 하면 그만이지.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오늘 너랑 나랑 끝장 봐?”나는 걸어가 대문을 활짝 열고 이웃 사람들을 모두 불러들였다.“여러분 저를 도와 증인 해주세요. 이게 다 신연아가 한 짓입니다!”이후 나는 신호연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나는 무력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신호연, 너 정말 대단하구나. 신연아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네 엄마한테 손찌검했는데도 걜 보호하는 거야?”나의 말이 신호연의 체면을 깎아내린 건지, 아니면 보고 있는 이웃이 많아 대응할 수 없었던 건지, 나의 태도가 너무 강했던 건지, 혹은 내가 신씨 집안의 일에 참견하는 것이 싫었던 건지 알 수 없지만.그는 뜻밖에도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전혀 묻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나에게 호통쳤다.“신연아가 손찌검을 한 건지 안 한 건지 나는 못 봤으니 모르지. 내가 확실하게 본건 네가 신연아를 때리는 모습이야. 넌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괴롭힐 수가 있니?”신호연이 신연아를 품에 껴안았다. 마치 듬직한 남자가 여인을 보호하는 모양새였다.“한지아, 이건 우리 집안의 일이야. 그러니까 상관 말고 썩 꺼져. 성모 행세 하지 말고.”모여들었던 이웃들이 모두 입을 딱 벌리며 신호연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너도나도 웅성웅성 떠들어대며 그를 나무라기 시작했다.“신호연, 참 어리석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도 않는 거야?”“불효자군. 어머니를 괴롭히는데도 참아준다라.”“아들이 맞긴 해? 병 때문에 이렇게 아프기까지 한데, 그런데도 부인이랍시고 짐승을 감싸기만 하네.”“퉤. 악독한 여자 같으니. 배은망덕해.”“이건 적게 때린 거야. 네가 잘 교육했다는 그 아내.”“...”신호연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모든 화를 나에게 돌렸다.“한지아, 이게 바로 네가 바라던 결과지? 네가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날 욕보인 거잖아. 이제 좀 화가 풀려?”이후 신호연은 문 안팎으로 서있는 이웃들에게 고함을 지르며 화를 냈다.“꺼져... 다 꺼지라고!”이웃들이 모두 화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심지어 화를 못 이겨 발을 구르기까지 했다.“언젠가 벌 받게 될 거야. 불효한 자식.”“인간성이라곤 없는 가족이네.”“...개 같은 자식.”어떤 사람들은 진작부터 화나 바로 가버렸다. 그들
나는 비명을 질렀다.“...어머님!”이때 신연아는 곁에서 욕설까지 퍼부었다.“죽은 척하는 거야! 이 목숨 질긴 할망구 같으니라고. 쌤통이다!”나는 할머니에게로 다급히 기어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마구 흔들며 울부짖었다.“어머님... 어머님 일어나봐요. 저 놀라게 하지 말고요! 어머님...”그러나 내가 아무리 어떻게 할머니를 불러도 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 나는 집에 모인 사람들에게 소리쳤다.“앰뷸런스 불러주세요! 빨리요!...”“어머님... 일어나 봐요! 병원, 병원 모셔갈게요...”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나는 그녀가 이대로 가는 건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나는 다급하게 손가락을 내밀어 그녀의 숨결을 확인했다. 그러나 숨결이 너무 미약했다.눈앞의 광경은 신호연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땅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멀뚱히 바라보았다.그리고 이때 이마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할머니를 품에 안고 있었는데 내 상처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나는 땅을 헤집으며 내 가방을 찾았고 대경실색했던 간호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나를 도와 할머니를 안았다.나는 간신히 전화를 찾아 배현우에게 연락했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현우 씨, 의사 찾아주세요. 어머님 이제 안 될 것 같아요... 제일 실력이 좋은 의사로...”나는 횡설수설하며 소리쳤다.그는 한편으로는 나를 위로하고 한편으로는 간단하게 몇 마디 물어본 후에 나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할머니를 안았다.“어머님, 일어나봐요! 함께 집 돌아가기로 했잖아요. 제가 직접 한 아침 아직 먹지도 못했잖아요!”나는 슬픔에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쨌든 내가 콩이를 낳고 산후 조리할 때 그녀는 나를 위해 정성스레 매 끼니를 챙겨주던 좋은 시어머니였다.“꼭 깨어나야 해요. 저 아직 하고 싶은 말도 많은데, 이대로 가면 절대 안 돼요!”나는 할머니에게
내 말이 너무 음산했던 탓인지 모든 사람의 관심을 이끌었다. 그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신고요?”모두가 내가 뱉은 두 글자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고 있을 때, 나에게 부탁받은 그 이웃은 이미 내 말에 반응한 듯 즉시 전화를 돌리며 몇 마디 나누고 있었다.나는 무뚝뚝하고 짜증 섞인 얼굴로 신호연의 옆에 서 있는 신연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후 전화를 들고 경찰에 신고했다.경찰이 오기 전, 배현우는 병원 측과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게 설득했다.신호연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한편에서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신호연, 이제 어머니 보러 가.”나는 공허하고 냉담하게 그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어머님 마지막 모습이야.”바닥을 짚은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그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할머니... 나 할머니 보고 싶어!”콩이의 울음소리가 가슴을 쥐어뜯는 듯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이미연과 도혜선이 내 곁에 와서 섰다.“우리가 함께 있을게.”“나 할머니 볼래요!”콩이가 울부짖었다.“엄마, 나도 할머니 볼래!”나는 서글픈 미소를 지어 보이고 아이에게 대답했다.“우리 콩이, 착하지? 엄마가 콩이 대신해서 할머니 잘 보내드리고 올게. 콩이 울지 마. 할머니는 콩이가 우는 것을 원하지 않아.”나는 결심한 듯 결연히 응급실로 걸어들어갔다. 이제 응급실에는 의사와 간호사가 없었고 하얀 불빛 아래 흰 천 시트가 눈이 부셨다. 본디 생의 땅이었던 이곳은 지금 이순간이순간 더없이 음산했다.내 심장은 격렬하게 뛰었다. 이날은 내가 숨 쉬지 않는 사람을 처음 본 날이었다. 두려웠지만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나와 십수 년 동안 가깝게 지냈던 가족이자 내 아이의 할머니니까.이미연이 작게 내 귓가에 한마디 했다.“아니면... 아냐, 됐어.”오랫동안 묵묵히 서 있던 나는 등을 곧게 펴고 앞으로 걸어갔다.나는 시트를 살짝 열어 그녀의 얼굴
모두 성난 눈으로 노려보는 신호연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중 담이 비교적 큰 나이 지긋한 분이 신호연의 모습을 보고 꾸짖었다.“이게 무슨 소란이야? 대역무도한 것... 짐승만도 못한 놈.”“닥쳐...”신호연은 어르신을 향해 한바탕 고함을 지르더니 분노한 모습으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러고는 나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한지아, 너. 너 대체 또 뭘 하려고 그래? 우리 엄마가 죽었는데... 죽었는데...”그는 히스테릭하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분개하여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내 곁에 서 있는 배현우를 보더니 더 다가오지 못하고 멈춰 섰다. 그리곤 나를 노려보며 계속 말했다.“신연아까지 데려간다면 이건 신씨 가문을 풍비박산 내는 거야. 난 아직 장례식도 치러야 해. 신연아는 남아서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어머님은 신연아를 보고 싶어 하지 않으셔!”말을 마친 나는 경찰에게 전화번호를 남기고 가족들과 함께 병원을 떠났다.집에 돌아오자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그럼 할머니의 장례는... 어떡하려고?”나는 어머니를 한 번 힐끗 쳐다보고는 힘없이 그녀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엄마! 우린 이미 배웅했어! 어머님은 아들도 있으시고. 난 내가 해야 할 일, 그리고 안 해도 될 일까지 다 했어. 그러니 이제 남은 건 신호연한테 넘겨줘야지. 우린 이제 그만할 때야.”모두가 내 말을 듣고 분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을 표했다.이미연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그럼 이제 더 이상 관심 주지 마. 신호연 이 짐승은 사람 될 자격이 없고, 신연아는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해.”“관심 안 줄 거야. 난 아직 격전도 남았는걸.”나는 묵묵히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할머니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잠시 조용히 있고 싶어.”방문을 열고 천천히 들어갔다. 방 안에는 아직도 그녀의 숨결이 남아있는것처럼 익숙했다.침대에 앉으니 눈에 보이는 건 김향옥의 목소리와 웃는 얼굴들뿐이다. 그녀는 웃었고 울었고 나에게
그 결과지를 보는 순간 나는 할머니의 지혜에 감탄해야 할지 어리석음을 탓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신건우의 억압으로 평생 괴롭힘을 당해오던 그녀는 죽음 직전에 이렇게 현명한 선택을 하고 갔다.그런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이제 그 무엇도 하늘나라로 간 그녀를 되돌릴 수 없다.나는 보고서에 적힌 날짜를 보고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진작부터 이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이곳에서 콩이를 보기도 전에.나는 그녀가 이 결과지를 본 이후에야 깨닫고 콩이에 대해 무한한 아픔과 그리움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이런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한 것 같다.나는 만약 이 리스트의 결과가 다른 상황이었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됐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에이, 됐다. 사람은 어리석기 십상이고, 그녀는 마지막에 진심으로 나를 위해 아파했고 나의 억울함을 위해 힘껏 부딪히려 했으니...아마 이것도 일종의 보상인 거겠지.그녀는 불쌍하게 태어나 갈 때도 가진 것 없이 갔다. 아마 내 앞에 남은 것들이 전부일 것이다.나는 손을 뻗어 그 통장을 잡았다. 미소를 지으며 통장을 천천히 펼쳐보았다...통장의 저축 금액이 내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적지 않게 놀랐다. 통장의 숫자는 나에게 있어 절대적인 큰돈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통장에는 입금만 있을 뿐 출금은 없었다.그녀가 일생 동안 돈을 얼마나 중요히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거금을 모두 콩이에게 남겼으니. 그녀가 콩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여실히 보아낼 수 있다.나는 김향옥 본인도 나로 인해 번 돈이 결국 내 손에 오게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할 것 같았다.어쩌면 이건 하늘의 뜻일지도?한참을 멍하니 있던 나는 물건들을 챙겨 방을 나왔다. 배현우가 다가와 내 얼굴을 응시했고 나는 웃으며 가볍게 말했다.“걱정 끼쳤네요.”그녀는 대답 없이 나를 살짝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한참 뒤 나는 가족들에게 말했다.“모두 지나간 일이고, 우리는 우리
김향옥이 세상을 떠난 후 오늘 처음으로 신호연을 만났는데 철이 들었는지 한눈에봐도 제대로 쉬지 못한 듯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 조금 폐인 같은 상태였는데 나를 보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제 연아를 놔줘. 우리 어머니도 하관하셨고 네가 바라던 대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어.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 너도 화 풀어.”신호연의 말에 분명히 감정이 섞여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몰래 비웃었다. ‘내가 바라던 대로’라니. 하지만 나는 그를 담담하게 바라볼 뿐 반론하지 않았다.노인네가 돌아가신 그날부터 나는 이 사람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신호연은 내가 말이 없는 것을 보자 태도가 쌀쌀해져서 말을 계속했다."그리고 아이 말인데, 당신도 여자인데 아이가 맨날 울고불고 엄마를 찾는 걸 차마 볼 수 있겠어? 그럼 너는 왜 말끝마다 다른 사람의 악랄함을 토로하는 거야?”신호연의 표정은 정의롭고 늠름하지만 어두웠다. 자신을 화나게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고 최대한 나와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려고 애썼다.나는 침착하게 그를 쳐다보며 예의 있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아내가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으면 여기 오지 말고 경찰서에 가야지. 놓아 주지 말지는 내가 아니라 경찰에게만 최종 결정권이 있어.”신호연은 내 말을 듣고는 참다못해 고함을 질렀다.“한지아...”나는 여전히 내색하지 않고 그를 보았다. 신호연은 마침내 신사인 체하지 못하고 흉악한 면을 드러내며 내 책상 앞으로 다가와 탁자를 툭 쳤다.“너무 선 넘지 마.”“우리 엄마가 죽은 게 너랑 상관없다고 할 수 있어?”그의 이 말에 나는 조금 격동되었다. 나는 매서운 눈빛으로 신호연을 똑바로 쳐다보았다.“당연히 상관있지! 그래서 나는 계속 나 자신을 반성하고 있어!”나는 진지하게 말했다.그러자 신호연의 얼굴이 실룩거리더니 마음이 좀 편해진 것 같았다.“나는 끝까지 나 자신을 탓했어. 애초에 그녀를 받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그러면 지금 당신의 추궁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