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연의 말에 나는 갑자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를 보고는 씩 웃고는 다시 의자에 기대앉았다.눈에 거슬린다는 눈빛으로 신호연을 보고 말했다.“그건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야. 남자라면 네가 말한 대로 하고, 자신의 언행에 책임지기를 바래!““신연아를 놓아주든 말든 경찰을 찾아가 답을 들으라고 했지. 나한테 소리 지르지 마!““좋아, 한지아. 배짱이 있으면 끝까지 모르는 척해 봐!“신호연은 험악한 기운을 안고 뒤돌아 떠났다. 그의 뻣뻣해진 뒷모습을 보고 나는 차갑게 비웃었다. “너야말로 괜히 내 앞에서 얼씬거리지 마!“그런데 2분도 안 돼서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나는 놀라서 얼른 빠른 걸음으로 나갔는데 이미연과 신호연이 정신없이 싸우는 것을 보았다.알고 보니 신호연이 나간 후 마침 나에게 물건을 주려고 온 이미연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다. 원수끼리 만나 서로 목에 핏대를 세우고 죽일 듯 달려들려고 했는데 내가 다가가서 이미연을 끌어당겼다.나는 마침 내게서 분노가 쌓인 신호연의 심기를 이미연이 건드려 모든 분노를 이미연에게 다 털어놓을 거라고 생각했다.이미연이 어디 가만히 있을 사람인가. 그녀는 신호연의 코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새끼야,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와서 난리 치는 거야? 나도 아직 널 찾아가지 않았는데. 지아 이마에 난 상처는 어떻게 생긴 거야? 감히 지아에게 손을 대다니, 정말 내 말을 귓등으로 들었구나.““지랄도 작작 해.“신호연이 폭언을 퍼부었다.이미연이 신호연에게 덤벼들자 나는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이미연, 짐승과 상대하지 마. 들어가자.“이미연은 고개를 돌려 신호연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언젠가 그 천한 년이 네 가문을 풍비박산 낼 거야. 네 어머니마저 신연아에게 죽임을 당했는데 무슨 낯짝으로 아직도 곳곳에 행패를 부리고 다니는 거야. 언젠가 후회막급할 때 네가 통곡하고 눈물을 흘리는 꼴을 보이지 마.““헛소리 하지 마! 우리 엄마의 죽음은 너희 누구도 책임을 벗을 수 없
그리고 나는 이미연을 끌고 사무실로 돌아갔다.이미연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아 고개를 돌려 신호연에게 한마디 욕했다.“죽어도 반성하지 않는 X신!”사무실로 돌아온 이미연이 나를 보며 물었다.“아직 손쓰지 않고 뭘 기다리고 있어? 너 또 마음이 약해진 건 아니지?”나는 잠자코 창가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며 담담하고 공허한 목소리로 말했다.“노인네가 살아계실 때 나한테 손쓰지 말라고 하셨어!”이미연은 내 말을 듣자 갑자기 초조해졌다.“젠장. 이것 봐, 내 말이 맞았네! 마음이 약해졌네. 너희 노인네가 결국 어떻게 돌아가셨는데.”나는 이미연의 공격적인 눈빛을 감히 볼 수 없었다. 이 일에 있어서 노인네가 나에게 남긴 마지막 말을 보았을 때, 확실히 마음이 약해졌다.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는데, 신호연이 노인네를 때린 짐승을 감싸지 않았다면 노인네가 과연 보배 아들을 들이받았을까?”“마지막에 신연아가 밀어붙인 것이 노인네가 목숨을 잃게 한 결정적 행동이었어. 그런데 너는 아직도 신호연에게 관대하네. 그가 신연아를 두둔하면 그건 공범이야.”나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이미연이 묘사하는 화면이 내 눈앞에서 재생되었다. 내가 어찌 그때의 분노를 모를 수 있겠는가.“네가 마음 아파하는 노인네가 바로 그들의 손에 죽었어. 마음이 약해질 이유가 뭐가 있어? 옛말에 마음이 어질면 화를 당한다는 말이 있어. 네 이마의 상처에서 흘렀던 피가 모두 어떻게 생긴 것인지 생각해 봐.”이미연은 나에게 울부짖듯 말했다.“좋아, 네가 움직이지 않으면 내가 할게. 신호연은 완전히 맛 갔어. 엄마가 죽어도 정신 차리지 못하는데 왜 아직도 그를 두둔해? 정의를 위해서라도 나는 신호연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거야.”나는 눈을 뜨고 움직이지 않았다. 먼 하늘가에 떠가는 뜬구름을 보고 있는데, 노인네는 어느 구름일까?내가 그녀의 아들을 건드리면 그녀가 나를 탓하지 않을까?“미연아, 난 노인네의 뜻을 거스르고 싶지 않아. 신호연을 건드리지 않는 게 노인네
관련 부서에서 조사 요원을 철수시킨 그날 밤, 전 씨 가문은 미리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였다. 직원들이 철수하는 동안 뒤에서 조용히 재료를 교체했다.하지만 누구도 이동철이 이미 준비를 마쳤을 줄 상상 못했다. 그들이 움직이자 다른 관계자에 의해 그 자리에서 붙잡혀 사람과 물건을 모두 가져갔다.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전지훈은 급히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경찰이 유일하게 내막을 알고 있는 재료의 담당자를 찾았을 때, 사람을 건물 아래로 밀어버려 재료 담당자가 공사장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처럼 꾸몄다.하지만 건설 중인 건물은 CCTV 사각지대여서 단서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시신도 다음 날 공사 인부가 발견했다.우리는 이것이 전지훈이 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를 건드릴 수 있는 어떤 증거도 없었다.자필 유서는 모든 일이 신연아의 소행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전 씨 가문은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 것을 이용해 모든 사건을 갇혀있는 신연아에게뒤집어씌웠다. 신연아는 법인인 동시에 인천 프로젝트의 직접적인 책임자여서 유구무언이었다.그리고 이미 건설 공정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게다가 우리가 제보한 자료 때문에 증거가 확실해서 신연아가 나오지 못하는 것은 확실했다.신호연은 그동안 사이버 폭력에 노출됐을 뿐만 아니라 불륜 사실이 까발려졌다.게다가 회사에 일이 생겨 더욱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 전희는 이 틈을 타서 파란을 일으키고, 신연아가 저질 재료를 사용한 일을 이용해 신호연을 제압했다.처음에 투자한 몇몇 파트너들은 전희의 부추김으로 일제히 신호연에게 비난을 퍼부었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사태가 뜻밖에도 전희가 대승을 거두는 쪽으로 발전했다.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닌 예상을 빗나간 상황에 나는 조급해졌다. 게다가 인천 공정에 문제가 생긴 것 때문에 배유정이 서울에 왔다.오늘 회사 일을 다 끝내고 일찍 퇴근했는데 마침 도혜선 집에 가려던 이해월이 나를 데려다줬다. 어쨌든 회사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어
“한지아,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너에게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어. 나는 정말 전희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아. 그녀는 지금 날 함정에 빠지게 하려는 거야.”신호연의 목소리는 잠겨 있고, 말투는 원망으로 가득했다. “한지아, 전희는 내가 죽 쒀서 개 주는 꼴을 보려는 거야. 그들은 모든 책임을 연아에게 떠넘기더니 이제는 내 회사를 원하고 있어.”신호연의 말투는 매우 씁쓸했는데 나는 그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 모르겠다.신호연의 하소연을 들으며 나는 한 사람이 생각났다. 말 많은 아줌마! 이때 신호연은 말 많은 아줌마 같았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디어 좀 내줘. 나 좀 도와줘!”솔직히 신호연의 이런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치 않은데 특히 김향옥이 생각났다.그녀가 떠날 때 가장 마음이 놓이지 않는 사람은 바로 신호연이었다. 이 세상에서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그녀의 아들과 손녀이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 당신은 그녀의 약점을 찾아야 해. 당신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일했는데 설마 그녀의 어떠한 약점도 찾을 수 없어?"나는 코웃음을 치며 귀띔했다.“죄를 씌우려고만 한다면 어찌 구실이 없음을 걱정하랴, 일단 마음만 먹으면 그 구실은 만들 수 있다고 전희는 나를 편하게 지내게 할 생각이 없어. 연아가 단순해서 어떤 서류에도 막 서명했는데 그 재료원은 연아가 찾은 사람이 아니야. 그들이 지금 모두 연아에게 떠넘겼어.”신호연의 말투는 무지한 아이 같았다. 나는 예전에 내가 본 그의 모습이 어떻게 봐도 풍류스럽고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눈앞의 이 사람은 어떻게 완전히 통제 불능이 되어 생각이 없는 사람이 될 수 있지?설마 예전에 그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단 말인가?나는 좀 정신이 아찔해졌다. 신호연의 말을 듣고 나는 빈정거렸다.“그럼 신연아의 단순함에서 문제를 찾아.”말을 마친 나는 전화를 끊었다.단순?오늘부터 이 두 글자에 대한 나의 인식은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의미이다.나는 내려가서 바로 집에 돌아갔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이셨다.“그럼 너희들의 말을 들을게.”배현우는 안심하고 웃으며 나를 봤다. 내 마음에 고민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얼른 수습했다. “피곤한 것 같으니 빨리 위층에 가서 샤워하고 좀 쉬다가 같이 식사해요.”나는 배현우를 감탄이 가득한 눈빛으로 힐끗 쳐다보고는 일어나 그에게 말했다.“그럼 따라오지 않을래요?”배현우는 서둘러 아버지에게 말했다.“아버님! 지아 씨랑 먼저 올라갈게요.”그가 아버지를 자연스럽게 부르는 것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이 남자는 저자세로 말하자면, 그야말로 대성공이다.내 뒤를 따라 함께 방으로 올라간 배현우가 나에게 물었다.“왜 그렇게 시무룩해요?”나는 간단명료하게 지금의 일을 그에게 한 번 말하고는 쓴 얼굴로 말했다.“지금 당장 전희의 꼬투리를 잡지 못하는 게 짜증 나요.”배현우는 나를 침대에 눕히고, 내 몸을 짓누르며 입을 맞추었다.“그게 고민이라고? 이런 상황일수록 좋은 일이죠!”나는 영문도 모른 채 배현우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왜요?”배현우는 내 입술을 깨물더니 나를 보고 말했다.“사람은 득의양양할 때 허점을 드러내요. 짜증 내지 말고 침착해요.”눈알을 굴리며 그의 말을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나는 약간 애교 섞인 목소리로 배현우에게 말했다.“낚싯바늘이 빠져서 도망갈까 봐 두려워요.”“도망? 어디로 도망가겠어요. 손을 쓰면 반드시 잡혀요. 그 이치를 아직도 모르는 거 아니죠?”배현우는 의기양양하게 물었다.“하지만 유력한 증거를 찾지 못해 그들을 건드릴 수 없어요.”나는 억울한 얼굴을 했다.“이렇게 끄는 게 지겨워요!”“그럼 미끼를 풀어서 낚아요.”배현우는 가볍게 말했다. 나는 의아한 눈으로 배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낚아요?”“사람은 자기가 한 일이 아니면 몰라요. 재료 담당자가 한 명만 있다고 했죠? 그럼 한 명 더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도둑이 제 발 저린다'라는 말 못 들어봤어
우리가 밥을 먹자마자 김우연에게서 전화가 왔다. 배현우는 전화를 받고 몇 번을 대답하고서야 전화를 끊었다!그리고는 다시 테이블로 돌아와 태연하게 식구들과 식사를 마친 뒤에야 말했다.“잠깐 나갔다 올게요.”내가 보기에 그의 모습은 무슨 중요한 일이 있는 것 같아 그에게 말했다.“같이 나가요. 나도 도혜선에게 가야겠어요.”콩이가 기분이 나쁜 듯 달려와서 마치 수업이라도 해주는 것처럼 우리 앞에 섰다.“항상 바쁘기만 하고 집에서 저랑 같이 있어주면 안 돼? 이러면 난 너무 외로워.”우리 둘이 어이가 없었다. 이 꼬맹이가 외롭다고?배현우는 콩이가 외로워할까 봐 이미 제인이를 찾아줬는데 콩이가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우리를 협박했다. 우리 둘은 마주 보고 웃었다. 배현우는 몸을 숙여 콩이를 안아 올리며 다정하게 말했다.“아저씨 잘못이야. 다음부터는 반드시 주의할게!”“그럼 엄마는? 엄마는 왜 아무런 표현도 안 해?”작고 예쁜 얼굴이 나를 엄숙하게 바라보며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나도 얼른 진지한 얼굴로 콩이에게 입장을 표했다.“그래, 다음에 조심할게! 아니면... 너랑 제인이, 엄마랑 같이 나가자!”콩이는 그 말을 듣고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부릅뜨고 의심스러운 듯이 물었다.“진짜?”나는 콩이를 보았다. “엄마가 언제 우리 아기들한테 거짓말했어?”콩이는 내 말을 듣자마자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제인 언니, 빨리 먹어. 엄마가 우리 데리고 나간대. 다 먹었어?”제인은 콩이의 외침에 밥을 씹으며 뛰쳐나왔다.“우리 어디 가?”“혜선 이모 집에 간대!”콩이는 어른아이처럼 말했다. “다 먹었어?”“배불렀어. 출발하자!”제인은 뒤뚱뒤뚱 나에게 달려왔다.배현우는 콩이를 안고 나는 제인의 손을 잡고 네 사람이 같이 화기애애하게 집을 나섰다.배현우는 우리 셋과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도록 혜선 언니네 아래까지 같이 걸어갔다. 우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배현우는 차에 올랐다. 차는 재빨리 골드 빌리지를 떠났다. 나는 두
늦게까지 놀았더니 콩이의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 나는 빨리 몇 명에게 작별을 고하고 두 아이를 집에 데리고 가서 쉬려고 했지만 콩이는 아무리 설득해도 가려고 하지 않았다. “싫어, 아저씨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어!”콩이는 집요하게 나를 보고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나와 흥정했다.“아저씨가 볼일이 있어서 늦게 올지도 몰라. 그러면 우리를 데리러 올 수 없어. 내일 제인 언니랑 학교도 가야지!”나는 콩이를 달랬다. “싫어! 아저씨가 한 말은 지켜. 난 아저씨가 우리를 데리러 올 거라고 믿어.”콩이는 내 손을 피하며 입을 삐죽 내밀고 달려갔다.“난 꼭 아저씨가 데리러 오라고 할 거야!”콩이는 막무가내로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마음이 좀 허탈했다. 이 아이는 그동안 정말 응석받이로 자랐다. 내가 콩이를 데리고 있을 때는 얌전했고 내가 하는 말은 무엇이든 다 들었다. 지금은 정말 총애를 믿고 교만해졌다.내가 얼굴을 붉히려고 할 때, 초인종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콩이는 비명을 지르며 문으로 달려갔다.“아저씨... 아저씨가 돌아왔어! 아저씨가 약속을 지킬 거라고 했잖아!”콩이는 입구로 달려가 까치발로 문을 열어젖힌 다음 비명을 질렀다.“아저씨! 콩이는 아저씨가 약속을 지킬 줄 알았어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제 우리 집에 가요.”배현우는 온화한 얼굴로 손을 뻗어 콩이를 안았다.“당연히 약속 지켜야지. 집에 가자.”나는 배현우를 흘겨보았다.“다 당신이 버릇 들였어요. 콩이는 지금 정말 다루기 힘들어요.”“콩이가 꼭두각시도 아니고 우리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야. 그렇지?”배현우는 다정하게 말하며 콩이의 작은 코를 쓸어내렸다.“맞아요. 난 똑똑해요!”콩이는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사랑스럽게 애교를 부렸다. 나도 뒤돌아 졸린 제인을 안았다. 이 아이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나는 딸처럼 대했다.하지만 제인이 콩이보다 크고 무거워서 일 층에 도착하자 좀 힘들었다. 배현우는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웃으며 얼른 제인을 받아 안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배현우가 이세림을 언급하고 두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함께하고 그들이 함께 찍은 아주 화기애애한 사진을 생각하면 조금 질투 났다. 어릴 때부터 그들은 함께했으니 감정이 두텁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럼 그녀와 임윤아는 도대체 무슨 관계예요? 왜 다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임윤아라고 해요?”나는 배현우의 정교한 이목구비를 보면서 자꾸만 그 수수께끼를 풀고 싶었다.그러나 서두를수록 많은 일들이 마치 얇은 베일을 씌운 것처럼 흐릿하고 한 발짝 떨어진 듯 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우둔한 건지 아니면 현혹된 건지, 그것도 아니면 정말 배현우가 나를 다치게 할까 봐 두려워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배현우에게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나는 지금 가짜 이세림의 말처럼 진짜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기 때문인 건지 의심했다. 배현우는 나를 꼭 껴안았는데 뜻밖에도 나에게 잃어버린 것을 다시 얻은 느낌을 주었다. 내가 진짜 이세림과 너무 닮아서 나한테 이러는 건가?“다른 사람 말은 듣지 말아요. 당신은 내가 말한 것만 믿으면 돼요.”배현우는 다시 한번 나에게 주의를 주었다.“과거는 돌이킬 수 없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오랫동안 행복하지 못했어요. 외할아버지 댁은 모두 그들이 떠난 슬픔에 잠겨 뒷수습을 하느라 바빴고, 아버지의 외할아버지 댁과 손을 잡고 정보를 찾아 뒷수습을 하느라 저를 신경 쓰지 못했어요.”배현우가 처음으로 먼저 그때 얘기를 꺼냈다. 나는 한 가닥의 정보도 놓칠세라 품에 안겨 열심히 듣고 있었다.나는 배현우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줄곧 들었다. “나와 세림이는 제 엄마 곁에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때 모든 따뜻함은 제 엄마가 주었어요. 그녀는 나와 세림이를 안고 우리에게 울지 말라고 말했어요. 그녀는 끊임없이 내 이름을 부르며 나에게 잘 살아있어야 한다고 당부하고 빨리 자라서 반드시 아버지의 대업을 계승해야 하며 아버지의 염원에 따라 자립해야 한다고 했어요.”배현우의 이야기를 듣고 솔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