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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남을 업신여기지 마

김향옥이 세상을 떠난 후 오늘 처음으로 신호연을 만났는데 철이 들었는지 한눈에봐도 제대로 쉬지 못한 듯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

조금 폐인 같은 상태였는데 나를 보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제 연아를 놔줘. 우리 어머니도 하관하셨고 네가 바라던 대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어.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 너도 화 풀어.”

신호연의 말에 분명히 감정이 섞여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몰래 비웃었다. ‘내가 바라던 대로’라니. 하지만 나는 그를 담담하게 바라볼 뿐 반론하지 않았다.

노인네가 돌아가신 그날부터 나는 이 사람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신호연은 내가 말이 없는 것을 보자 태도가 쌀쌀해져서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아이 말인데, 당신도 여자인데 아이가 맨날 울고불고 엄마를 찾는 걸 차마 볼 수 있겠어? 그럼 너는 왜 말끝마다 다른 사람의 악랄함을 토로하는 거야?”

신호연의 표정은 정의롭고 늠름하지만 어두웠다. 자신을 화나게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고 최대한 나와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려고 애썼다.

나는 침착하게 그를 쳐다보며 예의 있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아내가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으면 여기 오지 말고 경찰서에 가야지. 놓아 주지 말지는 내가 아니라 경찰에게만 최종 결정권이 있어.”

신호연은 내 말을 듣고는 참다못해 고함을 질렀다.

“한지아...”

나는 여전히 내색하지 않고 그를 보았다.

신호연은 마침내 신사인 체하지 못하고 흉악한 면을 드러내며 내 책상 앞으로 다가와 탁자를 툭 쳤다.

“너무 선 넘지 마.”

“우리 엄마가 죽은 게 너랑 상관없다고 할 수 있어?”

그의 이 말에 나는 조금 격동되었다. 나는 매서운 눈빛으로 신호연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당연히 상관있지! 그래서 나는 계속 나 자신을 반성하고 있어!”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자 신호연의 얼굴이 실룩거리더니 마음이 좀 편해진 것 같았다.

“나는 끝까지 나 자신을 탓했어. 애초에 그녀를 받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그러면 지금 당신의 추궁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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