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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서산의 무덤

그 결과지를 보는 순간 나는 할머니의 지혜에 감탄해야 할지 어리석음을 탓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신건우의 억압으로 평생 괴롭힘을 당해오던 그녀는 죽음 직전에 이렇게 현명한 선택을 하고 갔다.

그런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이제 그 무엇도 하늘나라로 간 그녀를 되돌릴 수 없다.

나는 보고서에 적힌 날짜를 보고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진작부터 이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이곳에서 콩이를 보기도 전에.

나는 그녀가 이 결과지를 본 이후에야 깨닫고 콩이에 대해 무한한 아픔과 그리움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이런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한 것 같다.

나는 만약 이 리스트의 결과가 다른 상황이었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됐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에이, 됐다. 사람은 어리석기 십상이고, 그녀는 마지막에 진심으로 나를 위해 아파했고 나의 억울함을 위해 힘껏 부딪히려 했으니...

아마 이것도 일종의 보상인 거겠지.

그녀는 불쌍하게 태어나 갈 때도 가진 것 없이 갔다. 아마 내 앞에 남은 것들이 전부일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그 통장을 잡았다. 미소를 지으며 통장을 천천히 펼쳐보았다...

통장의 저축 금액이 내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적지 않게 놀랐다. 통장의 숫자는 나에게 있어 절대적인 큰돈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통장에는 입금만 있을 뿐 출금은 없었다.

그녀가 일생 동안 돈을 얼마나 중요히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거금을 모두 콩이에게 남겼으니. 그녀가 콩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여실히 보아낼 수 있다.

나는 김향옥 본인도 나로 인해 번 돈이 결국 내 손에 오게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어쩌면 이건 하늘의 뜻일지도?

한참을 멍하니 있던 나는 물건들을 챙겨 방을 나왔다. 배현우가 다가와 내 얼굴을 응시했고 나는 웃으며 가볍게 말했다.

“걱정 끼쳤네요.”

그녀는 대답 없이 나를 살짝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

한참 뒤 나는 가족들에게 말했다.

“모두 지나간 일이고, 우리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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