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 Chapter 1 - Chapte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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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실마리

깊은 밤, 딸을 재우고 나서야 난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침대에 기대어 핸드폰으로 틱톡 동영상을 넘겨보다가 길거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라이브 방송 화면에 시선이 꽂혔다.순간, 화들짝 놀란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화면을 자세히 보려고 핸드폰을 가까이 댔지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비제이가 화면을 돌려버렸다.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에는 땀이 줄줄 흘렀다. 라이브 방송 시간을 확인해 보니 지금 시간 때와 똑같았기에 실시간 방송이 확실했을 뿐만 아니라 라이브 방송 장소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었다.난 다급하게 남편 신호연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남편이 부산에 출장 간지 3일이 지났는데 조금 전의 라이브 방송에 그의 모습이 찍혔다. 남편은 한 여자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연결음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화면이 살짝 흔들리더니 훤칠한 외모의 신호연이 나타났고 그는 카메라를 보며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여보!”“당신 지금 어디야?”난 남편에게 물으면서 화면 속 배경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식당의 복도인 듯했는데 남편은 흰색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하지만 조금 전에 라이브에서 잠깐 봤던 남자는 분명히 회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난 고객이랑 밥 먹고 있다가 당신 전화를 받았지. 왜? 무슨 일 있어? 콩이는 자?”남편이 술술 대답했지만 난 여전히 의심이 들어서 계속 물었다.“당신 지금 부산에 있어?”“당연하지. 왜 그래?”남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화면 속의 나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그래? 아… 아니야! 언제 돌아와?”내 질문에 남편이 피식 웃으면서 다정하게 대답했다.“곧 돌아갈 거 같아. 여기 일만 잘 처리되면 바로 돌아갈게. 남편이 보고 싶은 거야? 최대한 일찍 갈 테니까 얼른 자. 난 아직 좀 바빠서 이만 끊을게!”남편은 나에게 입술을 삐죽 내민 뒤, 영상 통화를 끊었고 난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남편을 의심한 나 자신에게 살짝 실망스러웠다.신호연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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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문자 내용

내가 발신자를 확인하려고 핸드폰에 손을 뻗은 순간, 신호연이 갑자기 안방으로 돌아와 핸드폰을 확 낚아채더니 문자 내용을 힐끔 쳐다보고는 멍하니 자리에 굳어버린 나에게 말을 건넸다.“연아가 보낸 카톡이야!”“무슨 일인데 나한테 들키면 안 돼?”내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남편을 빤히 쳐다보며 추궁했고 괜히 마음이 불안했다.그 카톡 내용은 단 한 마디였다.[혹시 들켰어?]간단한 몇 글자에 너무도 많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나에게 뭔가 들킬까 봐 걱정하고 있는 게 분명했을 뿐만 아니라 왠지 말투도 야릇해 보였다.난 신호연을 빤히 쳐다보면서 불길한 예감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이때, 신호연이 갑자기 피식 웃더니 핸드폰을 침대 끝에 다시 놓아둔 채, 나를 품속으로 확 잡아당기더니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말했다.“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네가 아니라 우리 엄마 얘기야! 연아가 또 나를 내세워서 엄마한테서 돈을 가져갔거든!”신연아는 신호연의 여동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몸이 허약하고 잔병치레가 많았기에 남편 집에서 애지중지 키웠던 것이다. 덕분에 부잣집 공주님 성격이 되어버린 신연아는 20대 중반이 되었지만 여태껏 일도 안 하고 여기저기 여행만 다니고 있었다.“어머님 돈을 가져갔다니, 어머님 돈이 결국 누구 돈인데?”내가 입을 삐죽 내밀면서 말하자 신호연이 실실 웃으면서 알몸인 나를 번쩍 안더니 연신 뽀뽀를 하며 욕실로 향했다.“그럼, 그럼, 다 우리 여보 돈이지! 난 착하고 마음이 넓은 와이프가 있어서 너무 좋아!”난 늘 남편의 이 한마디에 넘어갔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댁에 인색한 적이 없었으며 가정이 평화로워야 모든 것이 잘 풀린다고 여겼다.또한 내가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하면 상대방도 그만큼 나에게 진심을 보일 것이다.욕조에서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은 난 기분이 너무 좋아서 불안했던 마음과 원망스러운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늦은 밤, 침대에 누운 난 신호연의 품에 안겨 아파트 얘기를 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다. 결혼하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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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엄습하는 불안감

“그저께? 어디서 봤는데?”난 자신도 모르게 말이 빨라졌고 이미연은 이런 나를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며 되물었다.“반응이 왜 이래?”“그 사람을 어디서 봤는데?”난 그녀의 말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추궁했고 바로 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으며 발신자를 확인한 그녀는 나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면서 몸을 뒤로 기댄 채, 전화를 받았다.“뭐? 내가 지금 당장 거기로 갈게!”통화를 하던 이미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힐끔 쳐다보다가 이내 노트북을 탁 닫더니 황급히 밖으로 향했다.“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나 먼저 간다!”“아니… 야!”이미연은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나를 가게에 덩그러니 남겨두고 부랴부랴 떠나갔고 난 그녀가 남긴 말을 곱씹었다.‘그저께 신호연을 만났다고? 그저께라면 남편은 분명히 부산에 있었는데 이미연은 남편을 어디서 본 거지? 그럼 그 시간에 미연이도 부산에 출장 간 건가? 그런 기막힌 우연이 있다고?’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닫은 채 앉아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엄습했다. 라이브 방송에서 봤던 장면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 사람이 신호연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설마 신호연이 나에게 거짓말을 한 건가? 애초부터 부산에 가지 않은 건가? 남편에게 여자가 생긴 걸까?’한 홀로 멍하니 디저트 가게에 앉아 머릿속이 복잡해졌으며 온몸은 어느새 얼음장 마냥 차갑게 식어버렸다.‘만약 신호연이 정말 바람을 피운 거라면 난 어떡해야 하지? 우리 콩이는 어떡하지? 우리 가정은 어떻게 되는 거지?’난 영혼을 잃은 시체 마냥 해롱해롱한 정신으로 하루를 보내느라 어린이집에 콩이를 데리러 가는 것마저 잊었다.다행히 신호연이 일찍 퇴근한 덕분에 아이가 집에 없는 걸 눈치채고 다정하게 날 위로해 준 뒤, 어린이집으로 향했고 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서 식사를 차리러 주방으로 들어갔다.신호연과 아이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신연아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우리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기에 본인 집처럼 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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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바른말은 귀에 거슬린다

난 얼른 핸드폰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자마자 이미연에게 원망을 털어놓았다.“너 어떻게 그런 말만 남겨두고 도망갈 수 있어?”“회사에 문제가 좀 생겨서 급했어. 지금 막 처리하고 너에게 전화하는 거야. 왜 소리를 질러! 내가 너처럼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이미연의 목소리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난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게… 너 그저께 신호연 봤다고 했잖아. 몇 시에 어디서 봤어?”난 하루 종일 이 질문을 하고 싶어서 미칠 것만 같았고 전화기 너머 이미연은 흠칫 놀란 듯하다가 이내 덤덤하게 대답했다.“나도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안 나. 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본 거거든.”“그래?”왠지 모르게 난 이미연의 대답에 살짝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덕분에 전전긍긍하고 있던 마음은 훨씬 홀가분했으며 피가 날 정도로 꽉 쥐고 있던 주먹도 스르르 풀렸다.어떻게든 신호연이 바람을 피웠다는 걸 입증하고 싶어 하는 나 자신에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신호연이 나의 하늘이고 그 하늘이 무너질까 봐 늘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넌 진짜 남편밖에 모르는구나. 신호연 이름만 언급되면 이렇게 신경을 곤두세우다니. 너도 이제 너 자신을 좀 가꿔 봐. 콩이도 어린이집에 보냈으니까 너도 네 할 일을 찾아야지. 설마 평생 신호연의 부속품으로 살 건 아니지? 너 그러다가 사회와 완전히 멀어져서 네 세상에 신호연 한 사람만 남을 수도 있어!”이미연이 구구절절 얘기하며 나에게 호통을 쳤고 입장이 난처해진 난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근데 신호연이…”“거 봐. 맨날 신호연, 신호연. 내 말이 맞지? 네 세상에는 이제 신호연밖에 없어. 그 사람 말이 법이고 성지가 됐다고! 너 그러다가 신호연이 죽으라면 죽을 거야? 널 어디에 팔아버려도 좋다고 실실 웃을 거야?”이미연이 한심한 듯 꾸짖었고 그 말에 난 버럭 반박했다.“퉤! 너 진짜! 그런 말 하지도 마! 신호연은 날 너무 사랑해서 절대 날 못 팔아!”“그래, 그래. 네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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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유력한 증거

”오빠, 나 바래다주면 안 돼?”식사를 마치고 잠시 소파에 앉아있던 신연아가 신호준에게 말했고 그 모습에 내가 신연아를 힐끔 째려보았지만 그녀는 못 본 척하며 신호연의 팔을 잡고 계속 흔들었다.신호연은 난감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내 의견을 묻는 듯했지만 내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신호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조금만 기다려. 네 형수를 도와서 설거지만 하고 바래다줄게.”난 신연아의 꼴을 일 초도 더 보기가 싫었기에 신호연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얼른 바래다줘! 나 혼자서 치울 수 있어!”“아빠! 어디 가요? 나도 갈래요!”의자에 앉아있던 콩이가 벌떡 일어나 작은 손을 뻗으며 말하자 신호연은 아이가 혹시라도 떨어질까 봐 재빨리 아이를 안은 채, 볼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아빠 바로 올게! 엄마랑 잠깐만 놀고 있어. 착하지?”“어린 게 왜 따라오려고 그래?”신연아는 콩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아이를 너무 귀찮아했다.“콩이야, 아빠는 고모를 바래다주러 가는 거야. 조금만 있으면 돌아올 거니까 엄마랑 잠깐만 있어주면 안 돼?”내가 아이를 건네받은 뒤, 아이에게 묻자 콩이가 맑고 고운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팔로 내 목을 감싸더니 고개를 돌려 신호연에게 말했다.“그럼 일찍 와요 아빠!”“알았어!”콩이의 이마에 뽀뽀를 남긴 신호연이 차 키를 챙겨 신연아와 집을 나섰고 오빠의 팔짱을 꽉 잡고 있던 신연아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이날 밤, 일찍 들어오겠다던 신호연은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지극한 효자인 그가 또 부모님과 얘기를 나누느라 늦은 거라고 여긴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난 신호연은 9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 하면서 내가 힘들까 봐 겸사겸사 아이까지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다.신호연은 이렇듯 다정하고 세심한 사람이었으며 덕분에 난 신경 쓸 일이 거의 없었다. 이미연의 말처럼 신호연은 나를 완전히 애지중지 아꼈으며 모두가 인정하는 일등 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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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또 다른 사모님

신흥 건재 회사가 진후 빌딩으로 이사 온 뒤, 난 이사 초기에 딱 한 번 회사에 와봤으며 그것도 신호연이 나를 데리고 구경한 것이다. 회사가 건물 전체를 전세 냈으며 보기만 해도 너무 화려하고 성취감이 느껴졌다. 그날 신호연은 나를 꽉 껴안으며 사무실 창가에 서서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나에게 약속했다.“고마워, 여보! 당신이 나에게 마음껏 꿈을 펼칠 자본을 만들어줬어! 난 상상치도 못한 인생을 살게 되었어! 내가 더 힘내서 조만간 이 건물을 당신에게 선물로 줄 테니까 나 믿고 딱 기다리고 있어!”이런저런 생각에 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신호연이 두 손으로 직접 이 모든 걸 부수고 있는 셈이다.건물에 들어서자 데스크를 지키고 있던 직원이 나에게 몇 층으로 갈 건지, 또 누구를 찾는 건지 물었다. 내 입에서 신호연 이름이 언급되자 직원이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공적인 태도를 장착한 채 말했다.“죄송합니다! 신 대표님은 지금 자리에 없습니다. 사모님과 함께 나가셨습니다!”난 순간 번개라도 맞은 듯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충분한 마음의 준비도 했고 별의별 상황을 전부 상상했지만 이런 답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가방을 꽉 움켜쥔 난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뭐라고요? 혹시 뭔가 오해가 있는 거 아니에요?”“전 오해할 리가 없어요. 10층 신흥 건재 회사의 신호연 대표님을 찾으시는 거 아닌가요? 그분은 확실히 아침 일찍 사모님과 나가셨습니다.”직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확신에 찬 듯 말했다. 그녀의 단호함에 머리가 복잡해진 난 대체 같이 나간 그 사모님이 누구인지, 그러면 난 또 누구인지 너무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끝내 참은 채, 이를 악물고 진후 빌딩을 나섰다.난 최후의 체면을 챙기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저 직원이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믿고 싶었으며 신호연에게도 최후의 양심을 남겨주고 싶었다.데스크 직원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난 떨리는 손으로 신흥 건재 마케팅 부서의 서강훈에게 전화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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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증거 수집

신호연이 딸을 데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난 이미 요리를 끝낸 상태였다.“엄마, 저 다녀왔어요! 아빠가 저를 데리러 왔어요!”콩이가 토끼 마냥 총총 뛰어와 나에게 말을 걸었고 그 앳된 목소리에 순간 눈시울이 붉어진 난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대답했다.“우리 콩이가 제일 좋아하는 딸기 사 왔어!”“와! 엄마 최고! 지금 먹을래요! 얼른 먹고 싶어요!”방방 뛰던 콩이가 돌아서서 신호연에게 달려가 안기며 계속 졸랐다.“아빠, 저 딸기 먹을래요!”“그래, 그럼 일단 하나만 먹고 나머지는 밥을 먹고 나서 먹자!”신호연이 딸기 한 알을 씻어서 콩이에게 건넸고 좁은 주방으로 들어오더니 뒤에서 나를 껴안으며 물었다.“오늘 맛있는 거 왜 이렇게 많이 했어?”마음이 너무 씁쓸했다. 이렇게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인데 한순간에 위기에 빠지다니.“출장 다녀오느라 고생했잖아! 오늘 바빴어?”난 피식 웃으며 덤덤한 표정으로 물었고 그는 나의 어깨에 기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은 나는 팔꿈치로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수저 챙겨, 얼른 밥 먹자!”난 그의 스킨십에 헛구역질이 났다. 나를 안고 있는 이 순간에도 다른 여자를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의심됐다.“한잔할래? 오랜만에 술을 마시고 싶네.”식탁에 앉아 억지웃음을 보이며 그에게 묻자 신호연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왜 갑자기 술을 마시고 싶어?”“별다른 일도 없잖아. 당신 또 나갈 거 아니지? 맛있는 거 많이 했는데 분위기 있게 한잔해야지!”대꾸를 하면서도 마음속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술이 약한 신호연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난 그에게 조금 따라주고 나머지는 내가 마셨다.술이 어느 정도 취하자 우리 두 사람은 말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고 난 감개무량한 척하며 그와 옛 추억을 들먹였다.내가 신나 보이자 신호연은 자신에게 술을 조금 더 따르면서 나에게 과음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결국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많이 마신 건 신호연이었다.그를 침대로 부축했을 때 그는 이미 만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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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절친의 배신

이튿날 아침, 나는 퀭한 눈으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났고 신호연이 초췌한 나의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지아야, 너 어디 아파? 안색이 너무 안 좋네?”“네가 날 밤새 괴롭혔잖아. 몰라서 물어?”대충 얼버무리자 흠칫하던 신호연이 씩 웃으며 나를 껴안았다.“앞으로 술 마시지 말고 운동하자! 수면에 도움이 된대!”그의 말에 갑자기 구역질이 확 올라온 탓에 화장실로 달려가 콧물까지 흘려가며 토했고 신호연은 뒤에서 긴장한 얼굴로 내 등을 두드려 주며 말했다.“왜 이래? 나랑 같이 병원 가자!”“아니야, 몸이 살짝 피곤해서 그래. 당신이 콩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줘. 난 조금만 더 잘게!”난 신호연을 밀쳐내며 억지웃음을 보였고 그는 갑자기 나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침대에 눕힌 뒤, 이불까지 덮어줬다.“그럼 더 자. 딸은 내가 등원시킬게. 걱정하지 마. 혹시 많이 아프거나 불편하면 나에게 전화를 해. 알았지?”난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두 부녀의 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현관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가에 기대 신호연이 콩이를 차에 태우고 동네를 벗어나는 걸 확인했으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모든 게 예전처럼 평범하고 행복했으면 얼마나 좋을까?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나갈 준비를 했으며 평소의 옷차림과는 다르게 흰 티에 청바지, 그리고 머리를 깔끔하게 묶은 뒤, 모자를 푹 눌러썼다.진후 빌딩 맞은편에 있던 카페에 도착하여 빌딩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은 뒤, 빤히 빌딩 입구만 쳐다보았다.가장 멍청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하지만 3일 내내 카페에서 지켜보고 있어도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난 신호연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는데 신호연은 보통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했으며 그곳에는 빌딩 로비로 통하는 통로가 있었다.4일째 되던 날, 점점 주의력이 분산되던 그때, 신호연이 핸드폰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빌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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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엎친 데 덮친 격

난 씁쓸하게 웃으며 알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지금 이 순간, 이미연이 내 남편에게 꼬리를 치는 여우로 느껴졌으며 내 앞에서는 자기 계발을 하라고 그렇게 구구절절 설득하더니 지금은 내 남편 앞에서 한가한 여자라고 비꼬다니. 진짜 너무 소름이 돋았다.인제 보니 신호연을 봤다고 얘기한 것도 괜히 마음이 뜨끔해서 나를 떠본 것이 분명했다. 그날 밤 신호연도 나에게 이미연을 본지도 꽤 됐다고 말했던 게 생각이 났다.가장 친한 사람에게 농락을 당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 낯선 도시에서 유일하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 두 사람인데 이렇게 대놓고 날 바보로 만들다니. 이제 아무도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난 창문을 빤히 바라보면서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신호연에게 전화를 걸었고 내 예상대로 그의 대답은 이미연과 완벽하게 일치했다.화가 치밀어 올라서 찻집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핸드폰이 울렸고 콩이가 어린이집 미끄럼틀에서 떨어졌다는 선생님의 전화였다.화들짝 놀란 마음에 택시를 잡고 병원으로 향하면서 신호연에게 전화를 걸어 딸이 사고가 났다고 전했다.나와 신호연은 거의 동시에 병원에 도착했고 응급실에 누워있는 콩이를 발견하자마자 아이가 땀까지 줄줄 흘리며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마음을 꾹 참고 선생님 품에서 아이를 건네받아 품에 꼭 안은 채, 그들을 원망했다.똑같이 놀란 신호연은 의사에게 콩이 상황을 물어보았고 의사가 검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아이가 어리고 몸이 유연한 덕분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마에 상처가 많이 생겨서 뇌진탕이 의심되기도 하기에 병원에 입원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더군다나 병원에 오기 전에 구토 현상도 있었다고 한다.콩이 담당 선생님은 너무 놀라서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될 정도로 울고 있다가 신호연과 원장 선생님을 쳐다보며 연신 사과를 했다.신호연도 기분이 언짢긴 했지만 이성적으로 아이의 사고 과정을 물었고 원장 선생님은 미끄럼틀에서 한 통통한 남자애한테 밀려 떨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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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놀라운 생각

“지아가 지금 기분이 안 좋아!”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신호연이 나서서 설명을 하다가 이내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은 채, 힘을 살짝 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여보, 걱정하지 마. 의사 선생님도 괜찮다고 했어. 집에 가서 조금만 주의하면 된대!”집이라는 말에 자극을 받아 순간 이성을 잃어버린 난, 신호연을 밀어버리고 벌떡 일어나 병실을 나서서 눈물을 흘렸고 이미연이 다급하게 나를 따라 나왔다.갑작스러운 모습에 병실에 있던 콩이도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지아야, 너 왜 그래? 아이가 놀라잖아! 기분이 안 좋아도 아이를 위해서 좀 참아야지!”이미연이 나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렸고 화가 치밀어 오른 난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참아? 내가 어떻게 참아?”이성을 잃은 나 자신에 정신이 번쩍 들어 겨우 감정을 억누르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입꼬리를 덜덜 떨며 말을 이어갔다.“너 먼저 돌아가. 우린 괜찮아. 네가 얼마나 바쁜데 네 일에 지장을 주면 안 되지!”말을 마친 뒤, 눈물을 닦고 이미연을 지나쳐서 병실로 돌아왔다. 콩이를 다독여주고 있는 신호연을 밀쳐내고 콩이 곁에 앉아 눈물을 뚝뚝 흘렸다.곁으로 밀려난 신호연은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굳어 있다가 이내 다정하게 날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응? 아이가 놀라잖아!”한참 지나고 나서야 병실로 돌아온 이미연은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입술만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어색했다.“지아야, 나 먼저 갈게. 너무 마음 졸이지 말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해!”조심스럽게 말을 하던 이미연은 돌아서서 콩이에게도 인사를 했다.“콩이야, 이모 이만 가볼게. 얼른 나아서 이모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당신 미연이를 오랜만에 보는 거잖아. 좀 바래다줘!”난 눈물을 닦으며 신호연에게 눈치를 주었고 흠칫하던 신호연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당신 그만 울어! 알겠지?”신호연이 이미연을 바래다주려고 병실을 나서던 순간, 이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바래다줄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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