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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유력한 증거

”오빠, 나 바래다주면 안 돼?”

식사를 마치고 잠시 소파에 앉아있던 신연아가 신호준에게 말했고 그 모습에 내가 신연아를 힐끔 째려보았지만 그녀는 못 본 척하며 신호연의 팔을 잡고 계속 흔들었다.

신호연은 난감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내 의견을 묻는 듯했지만 내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신호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조금만 기다려. 네 형수를 도와서 설거지만 하고 바래다줄게.”

난 신연아의 꼴을 일 초도 더 보기가 싫었기에 신호연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얼른 바래다줘! 나 혼자서 치울 수 있어!”

“아빠! 어디 가요? 나도 갈래요!”

의자에 앉아있던 콩이가 벌떡 일어나 작은 손을 뻗으며 말하자 신호연은 아이가 혹시라도 떨어질까 봐 재빨리 아이를 안은 채, 볼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아빠 바로 올게! 엄마랑 잠깐만 놀고 있어. 착하지?”

“어린 게 왜 따라오려고 그래?”

신연아는 콩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아이를 너무 귀찮아했다.

“콩이야, 아빠는 고모를 바래다주러 가는 거야. 조금만 있으면 돌아올 거니까 엄마랑 잠깐만 있어주면 안 돼?”

내가 아이를 건네받은 뒤, 아이에게 묻자 콩이가 맑고 고운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팔로 내 목을 감싸더니 고개를 돌려 신호연에게 말했다.

“그럼 일찍 와요 아빠!”

“알았어!”

콩이의 이마에 뽀뽀를 남긴 신호연이 차 키를 챙겨 신연아와 집을 나섰고 오빠의 팔짱을 꽉 잡고 있던 신연아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이날 밤, 일찍 들어오겠다던 신호연은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지극한 효자인 그가 또 부모님과 얘기를 나누느라 늦은 거라고 여긴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난 신호연은 9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 하면서 내가 힘들까 봐 겸사겸사 아이까지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다.

신호연은 이렇듯 다정하고 세심한 사람이었으며 덕분에 난 신경 쓸 일이 거의 없었다. 이미연의 말처럼 신호연은 나를 완전히 애지중지 아꼈으며 모두가 인정하는 일등 남편이었다.

난 남편이 벗어 놓은 옷을 정리하면서 일부 옷들을 세탁소에 맡기기 위해 주머니를 훑었고 다음 순간, 남편의 주머니에서 상상도 못 할 물건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물건을 본 순간, 지금까지 나의 모든 의심과 걱정이 확신이 되어버렸다.

곱게 포장된 콘돔이었다. 난 콩이를 낳은 뒤로부터 루프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나와 신호연 사이에는 이 물건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순간 충격을 받은 난, 손에 들고 있던 콘돔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신호연이 나의 믿음을 저버린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그와 갖은 고생과 고난을 겪으면서 이제야 겨우 좋은 날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신호연이 이렇게 날 배신한 것이다.

난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움켜쥐었다. 머릿속에서 신호연이 여자와 침대에서 뒹구는 모습이 상상되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나의 모든 청춘과 모든 사랑을 하나도 남김없이 신호연과 이 가정에 바쳤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겨우 정신을 차린 뒤, 난 속으로 나의 이름을 한 번 또 한 번 부르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한지아, 정신 차려야 해. 지금까지 힘들게 이뤄낸 이 모든 걸 쉽게 잃을 수는 없어. 반드시 나 자신을 책임져야 해. 어떻게 된 일인지 반드시 제대로 알아내야 해.’

콘돔을 챙기고 나서 난 최대한 감정을 숨기려고 노력했고 주먹을 꽉 쥔 채, 절대 이 모든 걸 빼앗기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나갈 준비를 마친 난 택시를 타고 나의 회사로 향했다.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ryg1208
형수가 아니라 올케..올케언니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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