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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이제 막 시작이야

담황색 가로등 아래서 배현우가 성큼성큼 다가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안고 그에게 달려갔다.

“왜 아직도 안 잤어요?”

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나와 거의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은 가로등 불빛 아래서 평소보다 더 온화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그의 눈동자에는 나에 대한 끔찍한 사랑이 숨겨져 있었다.

“지아 씨가 돌아오지 않았잖아요. 내가 어떻게 잠이 올 수 있겠어요?”

배현우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나의 입술에 살포시 키스하고 기분 좋게 말했다.

“집에 가죠!”

원인은 잘 모르겠으나 매번 이 네 글자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올 때 나는 마음이 감동에 젖어 따뜻해졌다.

배현우는 곰처럼 우직한 손으로 내 손을 잡고 비비며 물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도혜선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서 풀어주느라 좀 늦었어요.”

나는 미안한 마음에 멋쩍게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기다리다 지쳤어요?”

“다른 사람을 돌보기 위해 약혼자를 내버려두고 뛰쳐나간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 더군다나 오늘은 모처럼 특별한 날이잖아요.”

배현우는 나에게 불만 아닌 불만을 털어놓는 것 같았다.

“나도 이렇게까지 늦을 줄은 몰랐어요... 에휴.”

나도 피곤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내 애인은 세상에서 제일 착한 선녀예요.”

그는 여자들을 홀릴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 세상을 구해야 해요!”

나는 배를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가볍게 한 대 때렸다.

“그렇게 비꼬지 마세요! 이 모든 건 다 서강민이 도혜선에게 도저히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에요. 도혜선은 그의 곁에 머물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납득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길 기다렸지만 하필이면 서강민이 그녀와 통하는 유일한 대화창을 닫아버렸잖아요. 그래서 도혜선의 세계는 균형을 잃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추락하게 된 거예요.”

방금 전 도혜선의 모습을 생각하니 나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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