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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차원이 너무 높은 강적

“지아야, 이게 사실이야. 서강민이 내 곁에 있어주고 내 편이 되어주고 지금 당장 나와 결혼해 남편이 되어준다고 약속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 그 말 한마디, 그 동작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되었고 내 모든 자존심을 무너뜨리게 했어.”

“네 말을 충분히 이해해.”

나는 담담하게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서강민의 앞에서 내가 그의 동정 어린 호의를 받아들이면 내 인생엔 더 이상 자존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난 반드시 그의 지옥 속에서 기어 나와야만 해. 그래야만 더 이상 비천하고 하찮은 남의 등만 쳐 먹는 여자가 아닌 진정한 나 자신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녀의 입에서 주옥같은 멘트가 줄줄이 흘러나왔다.

“내가 네 곁에 있어줄게.”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내 진심을 전했다.

“그러니까 날 이해하는 너라면 나를 돌아서라고 더 이상 설득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도움만 줘. 나에겐 돌아설 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내가 서강민을 해치고 싶거나 복수하고 싶은 게 아니야. 그렇다고 그를 버리고 사라지고 싶은 건 더욱 아니야...”

도혜선은 내가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두려운 듯이 속마음을 다 꺼내서 내게 보여주며 애절하게 말했다.

그녀는 두 손을 내밀고 나를 바라보며 흥분한 목소리로 절규했다.

“서강민이 나를 빠져나올 수 없는 심연으로 밀어 넣었고 내 모든 자존심을 가차 없이 빼앗아 갔어. 그러고 나서 그는 나를 도덕의 고지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고 주저없이 다시는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엄연히 선포했어.”

그녀는 갑자기 소름 끼치는 웃음을 터뜨렸다.

“놀고 있네! 내 입장 같은 건 개나 주라 이거야? 난 완전 그에게 놀아난 거잖아!”

그녀는 돌연 뒤쪽 소파에 몸을 기대더니 주체할 수 없이 흐느꼈다.

잠시 후,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몸을 가누며 천천히 말했다.

“난 더 이상 죽은 사람과 화내며 따지지 않을 거야. 그 사람은 차원이 너무 높은 강적이야. 그녀에게 진 게 하나도 억울하지 않아.”

“네 생각이 맞아. 네가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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