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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의 모든 챕터: 챕터 441 - 챕터 450

692 챕터

제441화 사랑의 깊이와 감정의 절절함

“... 미연아... 미연아...”탱크 꼭대기로 달려가자 아래에서 문기태의 급박한 외침이 들려왔고 그 목소리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나는 머리가 띵하고 울려와 저도 모르게 발이 삐끗해 아래로 떨어지려고 했고 다행히 뒤에서 따라오던 배현우가 나를 덥석 잡아서 일으켜줬다. 마음이 급한 나는 물불 안 가리고 탱크 꼭대기부터 밑으로 연결된 계단을 따라 달려가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미연! 미연이 괜찮아요?”사실 나는 아래쪽 상황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탱크 밑부분에 은은하게 몇 가닥의 빛이 아른거렸는데 물도 있는 것 같았다. 아래로 갈수록 녹슨 쇠냄새와 고인 물의 비릿한 냄새가 짙어졌고 음침하기 그지없었다. 아래에 있는 문기태 쪽 사람들이 전부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탱크 밑부분을 비추고 있자 거대한 탱크 안에서는 반딧불 빛과 같아 보였다. 눈앞에 천이 한층 가린듯 보이지 않았는데 어둠 속에서 사람이 움직이고 문기태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칼!”내 심장이 덜컥했다. 칼을 왜 찾는 거지?굽이 있는 신발을 신어 빨리 달려갈 수 없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마음이 초조하고 급한데 느린 발걸음에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끊임없이 떨리는 두 다리를 이끌고 힘겹게 밑에 도착하자 눈도 어느새 어둠에 익숙해졌다. 나는 이미 고인 물에 들어가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물속에서 하얗게 퍼진 이미연을 안아 꺼내온 문기태를 봤고 누군가 칼로 그녀의 손발을 묶은 끈을 자르고 있었다. 반딧불 같은 불빛 아래,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이미연은 머리와 몸이 이미 축 늘어져 숨이 간들간들했다. “... 미연아!”문기태는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끊임없이 이미연을 불렀다. “미연아, 눈 좀 떠봐. 나왔어.”그는 속수무책인 듯 품속에 금방 손발이 풀린 이미연을 바라봤고 아무런 생명 반응이 없는 모습에 무너질 듯했다. 어슴푸레한 빛 아래서 사람의 그림자가 기이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문기태가 이미연을 부르는 소리와 어우러져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문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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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분노한 남자

남미주의 해골같이 검은 눈동자는 음산한 기운을 풍겼고 기세등등하게 문기태를 바라봤다. “문기태, 나 남미주가 하려는 일을 당신은 알고 있죠. 그리고 제 말을 거역한 대가도 보았을 테고.”“그럼 어디 해봐요.”문기태의 말투는 전혀 굽힐 의사가 없이 단호했다. 비록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강단 있는 말투로 말을 마친 그는 망설임 없이 이미연을 안고 출구를 향해 큰 걸음으로 걸어갔다.“분노를 참지 못한 남미주의 외침에 그녀가 데리고 온 사람들이 단번에 문기태를 에워쌌는데 각자 손에 거무튀튀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나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고 미칠 듯 화가 났지만 이미연의 상태는 더 이상 지체할수 없었다. 48시간!그녀는 이미 물속에서 48시간 있었다. 탱크 속은 낮에는 숨 막힐 듯 뜨거웠고 저녁은 음산하고 어두웠는데 이미연이 48시간 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 “남미주!”나는 이미 무섭다는 생각은 안 한 지 오래됐다. 앞뒤 가릴 것 없이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남미주에게 소리쳤다. “당신 정말 무법천지군요. 미연이가 죽으면 당신도 살 생각하지 말아요.”도혜선이 얼른 나를 잡고 뒤로 끌어당겼다.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분노에 찬 눈으로 남미주와 눈을 마주쳤다. “비켜!”남미주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하더니 포악한 기운이 감도는 목소리로 낮게 소리쳤다.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은 또 처음 보네요.”“그러면 날 상대해 보든지.”나는 겁도 없이 소리쳤다. “지금 당장 꺼져!”남미주가 분노를 안고 날 향해 한 걸음 걸어오자 배현우가 바로 호통쳤다. “어딜 감히!”남미주는 내 옆에 서서 날 보호하는 배현우를 천천히 보더니 진짜 다음 동작을 하지 않았다. “비켜!”문기태는 남미주 부하에게 소리쳤다.그 사람들은 모두 머뭇거리며 남미주를 바라봤고 남미주가 입을 떼기도 전에 문기태가 남미주를 등지고 말했다. “부디 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라요. 내가 손을 써서 양측 모두 다치게 강요하지 말아요. 오늘 내가 이미연을 구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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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희비 반반인 소식

두 손으로 응급실 문 앞의 벽을 짚고 있던 문기태는 배현우가 성큼성큼 다가와서야 몸을 일으켜 배현우를 향해 담담히 한마디 했다. “고마워요.”배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나를 위로했다.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의사 선생님을 믿어요.”두 시간 후, 응급실의 불이 마침내 꺼지고 의사가 피곤한 모습으로 나와 희비 반반인 소식을 전했다. 의사는 이미연의 바이탈은 안정됐지만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몸에는 대부분 가벼운 찰과상이었는데 오랜 시간 묶여있던 팔은 괴사현상이 있어 회복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나는 불안함에 앞으로 달려가 물었다 “괴사라고요? 회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돼요?”의사는 침착하게 설명했다. “단지 괴사 현상일 뿐이어서 환자가 감각을 회복했을 때 다시 확인해 봐야 해요. 그리고 일단 의식을 되찾고 감각 테스트를 한 뒤에야 회복할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데 가능성은 아주 커요.”나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문기태는 vip 병실로 예약했고 병실을 엄호해 아무런 소식도 흘러 나가지 않도록 지시했다. 이런 소식이 일단 흘러 나가면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건 감정 문제가 아니라 두려운 사건으로 될 것이다. 얼마 안 지나, 이미연이 병실로 이송됐고 모습을 보아하니 병원에서 이미 그녀에게 간단한 청결 조치를 한 것 같았는데 안색이 아직도 창백했다. 문기태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아 자기 큰손에 움켜쥐고 중얼중얼 혼잣말했다. “미연아, 일어나 봐. 이제 안전해, 두려워하지 마.”그가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보아낼 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없었다면 그는 정신적으로 무너졌을 것이다. 나는 코끝이 찡해 얼굴을 돌려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니 이미 날이 밝았다. 문기태가 여러 번 재촉했지만 우리는 줄곧 그녀의 옆을 지켰다. 이미연이 깨어나기 전에 우리는 절대 갈 수 없다. 끝내 의사가 지금 혼수상태이고 아직 깨어날 징조가 보이지 않으니 방해하지 말라고 쫓아냈다. 배현우도 나와 도혜선에게 일단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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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사지에 몰아넣다

내 머릿속에는 줄곧 떠나지 않은 의문이 있었다. 바로 어제 경공관에 남미주가 그토록 태연하게 나타난 것을 보고 어떻게 그렇게 담담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모든 의문이 풀렸다. 그녀는 애초에 이미연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그녀를 그토록 악랄한 환경에 버리고 무관심했던 것은 남미주가 애초에 이미연을 살려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미연을 만나지도 않고 안에 혼자 죽도록 버렸다. 문기태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그녀가 사람을 그렇게 지옥 같은 탱크에 버린 것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보아하니 그래도 문기태가 남미주의 악랄함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어젯밤 그토록 태연하게 이세림과 경공관에 나타난 것이다. 이세림이 떠오르자 나는 이동철에게 그녀를 더 주의해 달라고 전화했다. 문기태의 전화가 울리자, 그는 밖에 나가 전화를 받았다. 돌아온 후 이미연의 병상 앞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말했다. “얘기하고 있어요. 금방 돌아올게요.”이미연은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문기태가 나가자 나는 이미연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캐물었다. 이미연은 그제야 창백한 얼굴로 우리 둘의 손을 어루만지며 사건의 경과를 천천히 말했다. 그녀는 어떻게 된 일인지 호텔 프런트에서 방에 물건을 두고 갔으니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차를 돌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정전되었고 차량 시동을 켜고 보니 앞뒤로 막혀 움직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누군가 차량 창문을 두드려 창문을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커다란 손이 들어와 그녀의 입과 코를 막았고 그 후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웠고 입은 막혀있고 손발도 묶여있었으며 몸 아래에 전부 물이어서 두려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여기까지 말한 이미연은 흐느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과 공포로 가득 찬 눈으로 덜덜 떨며 나에게 말했다. “지아야, 그거 알아? 너무 무서웠어. 아예 움직일 수조차 없었고 물이 점점 찼어. 주위는 어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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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트집을 잡다

엄마의 말을 듣고 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 “이건 횡포가 아니라 음흉하고 무지한 거예요. 다행히 제때 구해서 지금은 괜찮아요.”“엄마, 그러면 제주도에 며칠 더 있어요. 이쪽 일을 다 처리하고 제주도에서 충분히 즐기면 제가 모시러 갈게요.”나는 그들이 낯선 곳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적응이 안 될까 봐 엄마를 위로했다. “마침 지금 콩이가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으니 많이 돌아다녀요. 콩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지금처럼 자유롭지 못해요.”나는 또 당부했다.“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해요.”“현우가 다 세심하게 안배해 줬어. 오늘 아침 일찍 모든 생활용품이랑 이것저것 많이 가져왔는데 일 년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엄마의 말투는 유쾌해 보였다. “여기 진짜 공기가 좋아. 너희 아빠가 엄청 좋아해.”“그럼 다행이에요.”우리는 또 몇 마디 얘기를 나누다 엄마는 만족하며 전화를 끊었다. 콩이의 웃음소리를 듣고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 마음속도 편해졌다. 갈 때 엄마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곳의 기후가 아빠의 건강에도 유익해서 일거양득이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배현우에게 더 의지하게 하였다. 나는 잠시 고민 후 배현우에게 전화했다. 나는 이미연의 일에 신경 쓰느라 딸을 까먹고 있었다. 그가 콩이에게 전화한 일을 전혀 몰랐다. 통화 연결음이 두어 번 울리자 배현우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무슨 일 이에요?”“어디예요?”나는 부드럽게 물었다.“왜요? 나 보고 싶어요? 그러면 바로 갈게요.”배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반문했다. “병원에 있죠? 상태 어때요?”“괜찮아요. 조금 놀라서 정신 상태는 별로 안 좋아요. 지금은 잠들었어요.”나는 조심스럽게 이미연의 상태를 알려줬다. “현우 씨, 고마워요.”“뭐가 고마워요?”그가 매력적인 목소리로 물었는데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부모님 쪽에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정말 어떻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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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오랜만에 먹는 맛

도혜선은 병원 입구에서 우리 둘과 헤어졌다.“지아야, 난 그럼 너랑 같이 안 돌아갈게. 나도 집에 가봐야겠어. 이미 48시간 정도 지났네.”말을 마친 그녀는 웃었는데 그 웃음이 조금 참담했다. 그렇다, 그녀도 돌아가야 할 집이 있는데 그곳을 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구도 정의할 수 없다. 나는 배현우를 따라 차에 올랐다. 돌아온 후 나는 한 번도 내 차를 운전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배현우의 눈 속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경원으로 갈까요, 아니면 골드 빌리지로 갈까요?”“당연히 골드 빌리지로 가야죠.”나는 좀 궁색해서, 감히 그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했다.차량은 내 뜻대로 골드 빌리지로 향했다. 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차에서 내려 나를 따라 집에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외투를 벗은 후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얼른 뒤따라가서 말했다. “조금 쉬어요. 우리 간단히 라면 끓여 먹는 게 어떄요?”그는 나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올라가서 씻고 조금 쉬어요. 내가 할게요.”“오늘 좀 잤어요?”나는 그제야 생각나 배현우에게 물었다. 그도 나와 같이 스무 몇 시간 동안 쉴 틈 없었다. “내가 안쓰러워요?”그가 아련하게 날 쳐다봤다. “이따 우리 일찍 자요.”그의 한마디에 나는 또 얼굴이 붉어졌다. “나랑 같이 있을 때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그는 긴 팔을 뻗어 나를 잠시 안은 후 내 이마에 살포시 입을 맞췄다. 그리고 나를 놓아주며 말했다. “얼른 밥해줄게요.”나는 조금 의아했다. 솔직히 말해 그가 요리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그가 나랑 콩이와 같이 이곳에서 살 때 너무 바빴고, 또 마침 내가 상처를 회복하느라 집에 있어서 내가 요리했다. 그런데 그가 요리해 준다니, 나는 조금 놀랐다. “요리할 줄 알아요?”나는 의아하게 물었다. “왜요? 내가 못 할 것 같아요?”그는 말하면서 손을 씻고 앞치마를 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냈는데 냉장고에는 고기밖에 없었다. 가기 전에 남겨둔 채소는 신선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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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은근히 떠보다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양파에 볶은 간의 맛이 맞는데 이번이 그와 처음 이 음식을 먹는 날이었다. 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웃더니 눈을 내리깔고 옅게 말했다. “추측한 거예요. 어릴 때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이런 양파를 좋아했어요. 그때 우리 집에서 자주 밥 먹고 갔었거든요.”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를 쳐다보았는데, 갑자기 그가 진짜 이세림과 찍은 그 사진이 머리에 떠올랐다.“이세림을 말하는 거예요?”나는 그의 환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이번에는 그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날 쳐다봤다. “이세림을 어떻게 알아요? 뭐가 떠오른 거예요?”나를 탐색하듯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마지막 말에 나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치며 얼른 되물었다. “왜 그렇게 물어봐요? 떠오르다니, 무슨 뜻이에요?”내가 입을 열자, 그는 얼른 웃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이세림을 알아요? 지금 그 이세림이 아니라?”“네. 제가 찾아냈어요.”나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동철을 시켜 조사했는데 그가 사진 한 장을 찾았어요.”배현우의 미간이 갑자기 움찔하더니 날 바라봤다. “어떤 사진이에요?”나는 조금 후회됐다. 이건 내가 남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격인데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특히 배씨 집안의 비밀이라 더 실례가 됐다. “저... 당신 사생활을 조사해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는 아니었어요. 다만... 우연히 알아낸 거예요.”나는 긴장해서 횡설수설 해명했다. “나무라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요. 난 당신이 날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날 믿을 수 있을 테니깐.”그는 또 내게 간 한 조각을 집어주며 말했다. “이야기는 천천히 하고 밥 먹어요.”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마침내 나는 한시름 놓았다. 나는 전화기를 꺼내 그 사진을 찾은 후 그에게 전했다. “이 사진이에요. 이동철이 이 사람이 진짜 이세림이라고 했어요.”그는 손을 뻗어 핸드폰 속 사진을 확인하더니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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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진짜 이세림과 가짜 이세림

그는 태연하게 전화를 내려놓고 부드럽게 내게 말했다 “우리 밥 먹어요. 식으면 맛없어요.”“현우 씨, 나에게 숨기는 일이 있는 거죠? 제가 너무 많은 것을 알지 않는 게 좋을수도 있겠네요.”나는 그를 슬쩍 떠봤다. 그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당신이 너무 많이 아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당신이 한 번에 받아들이지 못할까봐 걱정돼요. 우리 집 사정이 아주 복잡해서 일부러 숨기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말하려고 했어요. 언젠간 알게 될 텐데 전후 사정을 알아야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합리적인 그의 설명에 내 마음도 아주 기뻤다. “내가 당신을 조사한 일은 탓하지 않을 거예요?”나는 배현우를 보며 물었다. “사실, 진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탓하지 않아요. 오히려 잘된 일이에요. 당신이 적극적으로 나에 대해 알고 싶어 하니 좋은 일이죠. 적극적으로 날 주목한다는 것은 당신이 날 사랑한다는 걸 증명하죠.”그는 직설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말했는데 나는 순식간에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밥은 한 입 먹는 척했다. “날 놀릴 줄 알았어요.”그는 약삭빠르게 웃으며 가지런한 이빨을 드러냈다. “변명할 이유가 더 있나요? 호감이 없다면 왜 날 조사했어요?”“난 이세림은 조사하다가 덤으로 같이 조사한 거거든요!”나는 확실히 변명하고 있었다. “알았어요. 밥 먹어요.”그는 여전히 음흉하게 웃었다. 우리는 그제야 식사를 시작했는데, 잠시 후에 나는 그에게 물었다.“그러니까 그가 진짜 이세림이 아닌 사실을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죠.”“맞아요.”“그런데 왜 그녀가 계속 이세림인 척하도록 놔뒀어요?”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임윤아의 죽음 때문에 그랬어요.”배현우는 전혀 비통한 감정이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들이 임윤아가 신분을 숨긴 이세림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녀가 갑자기 비명횡사하자 외부랑 배씨 가문, 그리고 따르던 사람들에게 해명하기 어려워 지금의 이세림으로 진짜 이세림을 대신했어요.”배현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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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불청객

초인종 소리에 깜짝 놀란 나는 서둘러 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배현우도 잠에서 깨 날 바라보자 더 자라고 손짓했다. “조금 더 자요.”빠른 걸음으로 내려가며 아침 댓바람부터 누가 미친 듯이 초인종을 누르는지 추측했고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지 불안했다. 인터폰으로 찾아온 불청객이 김향옥인 것을 본 나는 무슨 일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나는 잠시 고민 후 문을 열었다. 대문이 열리자, 김향옥은 순식간에 문 앞까지 쳐들어왔고 분노가 드러난 내 얼굴을 보더니 나를 단번에 밀어내고 집안으로 쳐들어갔다. 노기등등하게 쳐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나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바라만 봤다. 집에 들어온 후 그녀는 큰 소리로 말했다. “지아야, 너 진짜 앞뒤가 다른 사람이구나. 콩이를 만나게 해준다고 했으면서 왜 또 못 보게 해. 무슨 뜻이야?”“아무리 그래도 콩이는 내 손녀고 몸속에 신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어. 네가 뭔데 못 만나게 해? 순한 양처럼 굴더니 사실은 음흉한 늑대였네. 콩이는 어디 있어? 우리 손녀를 만날꺼야...”그녀는 기관총처럼 단숨에 불만을 퍼부었다. 나는 그녀가 마음껏 표출하는 것을 평온하게 바라봤다. 마음속으로 이게 신씨 가문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녀가 표출할 기회를 충분히 줬다. 어쨌든 신씨 가문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고 또 콩이를 위하느라 발생한 일이니깐.“콩이더러 내려오라고 해. 아니면 내가 올라갈 거야. 너 정말 악독하구나, 지아야. 이것 좀 봐, 너는 호화로운 집에서 매일 자유롭게 살고 있잖아. 전부 신 씨 가문 덕분 아니야? 죽 쒀서 개 준다고 결국은 너만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네. 이건 불공평해. 왜 아직도 콩이를 못 만나게 하는 거야?”김향옥은 이 집에 대한 미련을 죽을 때까지 못 버리는 병에 걸린 것 같았다. 나는 문을 닫고 거실로 돌아와 그녀에게 물 한 잔 따라주며 말했다. “우선 앉아서 물 한 모금 마셔요.”“얼렁뚱땅 넘어갈 생각하지 마. 콩이는?”그는 바로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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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얼마 못 살다.

그날 콩이는 무섭게 그녀에게 물었다. “또 우리 엄마 괴롭힐 거예요?”나는 그녀가 잊지 않았으리라 믿었다.역시나, 김향옥은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른침을 삼켰다.“그리고 저를 볼 때마다 이 집이 신씨 가문의 것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신씨 가문이 어떤 상태인지 만날 때마다 당신들에게 말해줄까요?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세요. 애초에 제가 없었더라면 신씨 가문이 지금 집에 살 수 있었을까요? 당신들이 사는 집을 거두지 않은 걸 감지덕지하게 생각하세요.”“콩이 할머니로 지내고 싶으면 잘해요. 제 앞에서 굳이 기강을 잡으려고 한다면 제가 체면을 세워주지 않아도 탓하지 마세요.”나는 그녀를 노려보며 갑자기 무언가 깨달았다. 불행함을 슬퍼하며, 못난 것에 분노하자, 바로 김향옥 같은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내 시어머니로 있을 때 그녀에 대한 내 존경과 경애심을 그녀는 인정해야 한다. 지금은 그녀가 자발적으로 사람 밑으로 기어들어 오고 있다. 김향옥은 혼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움찔했지만 순간 할 말을 잃은 듯 날 바라봤다. 한참 지난 뒤에야 목을 빳빳이 들고 말했다. “그러면 왜 콩이를 제주도에 보냈어? 왜 내가 보자마자 콩이를 보낸 거야?”“이건 당신이 보고 말고랑 상관없어요. 저도 제 계획이 있어요. 우리 생활이 더 이상 신씨 가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우리 생활과 일정을 계획할 권리가 있어요. 제주도에 간 것도 우연히 결정한 일이에요.”나는 방금 매서웠던 모습을 접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언제 돌아와?”그녀도 조금 흔들린 듯 기세를 꺾었다. “콩이가 진짜 기분이 좋아졌을 때 돌아올 거예요. 제가 말했잖아요, 연락드린다고.”나는 그녀를 한번 흘깃 봤다. “전화를 켜놓으시면 돼요.”“나... 전화 없어.”그녀는 내 눈을 피하며 뻣뻣한 목을 흔들었다.“전화기는요?”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전화기가 없을 수 있지?“강숙자에게 뺏겼어.”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중얼거렸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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