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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 Chapter 291 - Chapter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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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응급실 앞 대치 

배유정은 굳은 얼굴을 하고 허리를 곧게 편 채 멀리 앉아 있었다.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섬뜩함이 서려 있는 눈동자는 나도 모르게 공격을 준비하는 뱀을 떠올리게 했다.음침하고 악랄하며 먹잇감을 물어뜯는 눈빛을 가진 뱀.나는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배유정을 본 순간 응급실 안에 있는 사람이 배현우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밀려오는 공포에 다시 굳게 닫힌 응급실 게이트를 바라보며 그가 제발 무사하기를 기도했다.“왜? 오겠다며 난리 피울 땐 언제고?” 쌀쌀한 말투로 얘기하는 배유정의 날카로운 눈은 내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굳은 결심을 한 듯 앞으로 걸어갔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기에 눌려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손에 쥔 가방끈을 꽉 쥐어 잡고 배유정의 앞에 섰다.“언제부터 네가 저 애의 안위로 호들갑을 떨었다고, 네가 여기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네가 뭔데?” 듣기 거북해지는 말이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저는 그저 현우 씨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얼마나 다쳤는지 알고 싶어서...” 감정을 억누르며 최대한 담담하게 얘기하려 애썼다.“걔가 어떻게 되든 네가 무슨 자격으로 알아야 하는 거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가소롭다는 듯이 물어왔다. “이건 배씨 집안 내부의 일이야, 너 같은 외부인은 알 자격이 없어.”순간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며 배유정을 향해 날카롭게 받아쳤다. “당신 배씨 가문은 친구도 있으면 안 되나 보죠? 외부인이면 현우 씨의 상태를 걱정할 수도 없나요?”“건방진 것!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야?” 배유정은 나의 도발에 크게 분노했다. 역시 내로남불이라고 자신은 공격적인 말로 남한테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줄 수 있어도 남은 자신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배유정이였다.“죄송합니다! 배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말하든 제 자유라서요. 아무도 저에게 뭐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네요. 무슨 자격이냐고 하신다면 일개 보통 사람의 자격입니다.” 물론 나의 말은 매우 무례했고 그것이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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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신호음이 울린 지 한참 만에 동철이 전화를 받았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철 씨, 어디세요? 현우 씨가 사고를 당했어요... 조사가 필요해요... 교통사고가 나서, 공항 고속도로에서...”“지아 씨, 침착하세요. 저도 소식을 듣고 조사 중입니다.” 다급한 목소리에 동철이 안심시키며 말했다. “지금 어디세요?”“병원이에요.” 심호흡하고 말을 이었다. “조사 끝나는 대로 알려주세요.”“걱정 마세요! 조심하세요. 해월이를 불러 곁에 있으라고 할까요?” 그가 나에게 물었고, 어쩌면 그는 내 정서가 불안정함을 느꼈을 것이다.“전 괜찮아요. 혹시 현우 씨가 얼마나 다쳤는지 알고 있나요?”동철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목격자의 말에 의하면... 많이 심각하대요.”눈앞이 캄캄해졌다. 목격자들이 심각하다고 할 정도면 작은 사고가 아닐 것이다.“... 얼마나 심각한데요? ...” 혼이 빠진 사람처럼 물었다.“지아 씨, 걱정 마세요. 확인중이니 조사가 끝나는 대로 바로 알려드릴게요. 착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다고 괜찮을 겁니다, 그럼 먼저 끊겠습니다. 다시 연락 드릴게요!”전화는 바로 끊겼고 심장이 얼어붙듯이 내려앉았다. 심각하다니!머리를 감싸 쥐고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현우 씨, 무사해야 해요.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해요...”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해월이 있었다.“...왔어요?”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손은 해월이를 꽉 붙들고 있었다.“한 대표님, 걱정 마세요, 다 괜찮을 거예요!” 해월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갔고 똑딱이는 시곗바늘이 가슴을 후벼 파듯이 상처를 냈다.“해월 씨, 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얼마나 지났는지? 현우 씨가 들어간 지 얼마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걸까요?” 해월이를 잡아끌며 물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나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해월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잡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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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생사의 갈림길

저도 모르게 눈가에 힘이 들어가며 가슴이 또다시 조여오기 시작했다. 다급히 앞을 막고 있는 세림을 밀어버렸다. 휘청거리며 밀려 나가는 세림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복도로 튀어 나갔지만 역시나 경호원들이 막아섰다.의사들이 문밖의 배유정에게 무언가 전달했지만,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2분도 채 되지 않아 의사는 다시 응급실로 들어갔고 나는 그의 수술용 장갑에 묻은 섬찟한 혈흔을 보았다.나는 뚫어지게 배유정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우두커니 서 있는 그녀의 표정은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기괴했다.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더니 헤라에게 무언가 한마디 던졌다. 이세림은 순식간에 내 옆을 지나 막힘없이 안으로 들어가 배유정의 팔을 잡고는 무언가 묻는 듯싶었다. 배유정이 눈을 치켜뜨고 세림을 바라보자 세림은 고개를 숙이고는 그녀의 옆에 섰다.“그 사람 지금 어떻게 됐냐고! 이거 당장 놔!” 나는 흥분해 소리를 질렀다.배유정은 서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또다시 헤라에게 무언가 말하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나는 자리에 멈춘 채 멍하니 배유정이 한 무리의 사람을 이끌고 나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 곁을 지나는 순간 배유정은 잠시 멈추더니 곁눈질로 나를 힐끗 쳐다보며 차갑게 내뱉었다. “네 덕분에 죽진 않았어.”말을 끝내곤 다시 고개를 쳐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해월이 황급히 달려와 휘청거리는 나를 붙잡았다.“한 대표님...” 어두워진 내 낯빛에 해월이 다급하게 말했다.배유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죽지 않았다니? 설마 죽기라도 바랐단 말인가. 그녀의 한마디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피가 섞인 친조카한테까지 이토록 냉정하고 무정한 사람이 있을까.그녀가 내뱉은 말들은 나를 더욱 초조하게 했다. ‘죽지 않았다’라, 도대체 어떤 상황일까? 나는 무기력하게 문을 바라봤다. 검은 정장의 사나이들이 모두 떠나자 복도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마치 모든 것이 끝난 듯, 아니면 애초부터 없었던 일인 듯 고요했다. 왜 다들 떠난 것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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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연쇄 추돌 사고

나는 비밀의 문을 열기라도 한 듯 뛰어 들어갔다. 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간호사 한 명이 나를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꾸짖었다. “뭐 하시는 거예요? 여긴 무균실이라 들어오시면 안 돼요. 얼른 나가세요!”나는 간호사를 붙잡았다. “... 그럼 아까 수술받던 환자는요? 그분 어떻게 됐는지만 알려주세요!”"나가세요! 수술이라고요? 응급 수술받으신 분은 차고 넘칩니다!”그녀는 몸을 빼내며 나를 문밖으로 밀어냈다. “당장 나가요!”“...현우 씨, 방금까지 응급 수술받던 현우 씨 어떻게 된 거냐고요?”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간호사는 굳은 얼굴로 단번에 나를 밀어냈다. “몰라요!”‘쾅’ 문이 닫히고 곧이어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나는 혼이 나간 채 벽에 기대어 속으로 울분을 터뜨렸다. '현우 씨,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내게 말 좀 해줘요.'“한 대표님, 이만 돌아가요.” 해월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더는 손쓸 길이 없던 나는 한참 지난 후에야 해월의 부축을 받아 병원을 나섰다. 미련이 남아 수없이 고개를 돌려 현우의 그림자를 찾았다. 분명히 이곳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지금 떠난다면 그를 그냥 지나쳐버리고 말 것이다.해월은 직접 차를 몰고 회사로 돌아왔다.곧 퇴근 시간이었다. 영식은 내가 오기를 기다린 듯했다. 내 모습이 보이자 모두에게 손짓하더니 말했다. “다들 퇴근합시다!”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리더니 다들 조용히 퇴근할 채비를 했다.나는 사무실로 들어와 멍하니 소파에 앉았다. 피곤이 훅 몰려왔다.“지아야, 아직도 소식 없어?” 영식이 슬쩍 떠보자 해월이 눈치를 줬다.잠시 후 나는 고개를 들고 물었다. “동철이는요?”“바로 전화해 보겠습니다.” 해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동철에게 전화를 걸었고 20분도 채 되지 않아 사무실로 들어왔다.나는 몸을 일으켜 그를 향해보며 물었다. “어떻게 됐나요? 무슨 소식 없어요?”“조사 결과 배 대표님은 11시쯤 스타라이트를 떠났다고 합니다. 당시 김우연과 함께 차에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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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공개 도발

휴대폰에 뜬 이세림 세 글자에 순간 흠칫했다.“세림 씨, 쓸데없는 말 할 거면 그만 하세요! 당신이랑 씨름할 기분 아니니까.”전화를 받자마자 쏘아댔다. “현우 씨 소식이라면 당신들이 말하든 하지 않든 알 방법이 있으니깐요!”“하하, 지아 씨 진짜 급했나 보네요.” 세림은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 괴상한 말투로 대답했다. 상당히 즐거운 모습이었다. “뭘 이렇게 화를 내세요?”“많이 심심한가 보네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내가 신경 쓸수록 더 기어오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역시 손에 든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나는 전화벨이 세 차례 울릴 때까지 참다 받았다. “제 인내심을 테스트하지 마세요!”“하하, 지아 언니! 그냥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 사람 괜찮다고요, 정말요!” 그녀의 말투에는 장난기와 비웃음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근데, 당분간은 볼 수 없을 거예요. 아쉽네요! 너무 걱정할까 봐, 말해주고 싶었어요!”전화가 뚝 끊겼다.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공개 도발이었다. 그래! 몰래 숨어서 허튼수작하는 것보단 낫지.“세림이야?” 영식은 신호를 기다리며 물었다. “현우 씨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네.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더이상 연기는 못해서겠죠!” 나는 입꼬리를 달싹였다.“뉴스를 막는 것도 정상이야. 그 정도로 큰 재벌들은 바람에 나뭇잎만 스쳐도 흔들리는데 사람 생사와 관련된 일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지.”영식이 위로하며 말했다. “동철 씨한테 방법이 있을 거야. 좀 진정하고 소식을 기다리자. 급해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난 그냥 진짜로 현우 씨가 무사한 것인지만 알고 싶어.”차창 밖의 줄지어 선 차들과 밀려드는 인파를 바라보며 전에 없던 무기력감을 느꼈다.“마음 편히 먹어. 스스로를 가둬놓지 마. 네가 조급해할수록 그 사람들만 즐거워할 거야. 괜찮을 거야, 그 사람 지위를 생각했을 때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이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영식의 말투는 사뭇 부드러웠다. 조급하던 마음도 서서히 안정돼갔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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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낯선 전화

전화를 건 사람은 낯선 남자였다. 남자는 자신이 배현우의 소식을 안다고 하며 단둘이 만나기를 요청했다. 나는 누군지 묻고 싶었으나 상대방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대신 문자로 주소 하나가 도착했다. 아마 약속 장소인 것 같았다. 나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가방을 들고 뛰어나갔다.내비게이션을 찍고 단숨에 약속 장소로 향한 나는 초조했다. 현우의 소식을 안다고 하는 사람은 며칠 만에 처음이었다. 소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생각할 틈이 없었다. 가짜일지라도 무엇인가를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보단 나았다.근 며칠 동안 배현우의 교통사고는 없었던 일인 양 잠잠했다. 초기 실시간 뉴스도 그의 존재와 함께 감쪽같이 증발해버렸다.이 일은 나를 미치게 했고, 종적을 찾을 수 없을수록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더 알고 싶어졌다.어쩜 이렇게 묻힐 수 있을까? 이번 교통사고는 소소한 사고가 아니라 6명이 다치고 1명이 사망한 사고가 아닌가? 이렇게 소리 소문도 없는 건 불가능했다.때문에 이 낯선 남자의 전화는 어둠 속 한 줄기 빛과 같았고 나는 그 어떤 기회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가 정한 장소는 구석진 곳에 있었다. 도시를 벗어나진 않았지만 익숙지 않은 곳이라 찾는 데 꽤 애를 먹었다.그리 크지 않은 카페였고 주변에 유명하지 않은 대학 하나가 있어 이 카페는 학교의 커플들을 위해 마련된 곳인 듯했다.나는 몸을 숨길 수 있는 구석진 창가 자리를 골랐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창밖으로 행인들을 관찰했다.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남자를 볼 때마다 그 낯선 남자길 바랬지만 번번이 실망으로 이어졌다.어느새 약속 시각을 훌쩍 넘겼지만, 그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낯선 번호에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꺼져있다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나는 끊임없이 휴대폰을 쳐다보며 혹시 누군가가 악의적인 장난을 친 것은 아닌지, 그래서 자리에 나타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추측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리가 없었다. 전화 속 상대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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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경찰 조사

사무실로 찾아온 사람들은 두 명의 제복을 입은 경찰이었다.의외의 방문에 깜짝 놀랐다. 무엇 때문에 경찰이 찾아온 것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자리로 안내하자 경찰 중 한 명이 엄숙히 물었다. “유보욱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네?” 나는 당황했지만 바로 부인했다. “모릅니다!”경찰은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매로 나를 바라봤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어 동료에게 눈짓하며 말했다. “사진!”다른 한 명의 경찰이 손에 든 서류 가방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 “사진 속 사람을 자세히 봐주세요.”두 손으로 사진을 건네받아 자세히 보았다. 사진 속 남성은 나름 준수한 얼굴로 이십 대 학생으로 보였다.나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모르는 사람이에요.”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까 전 들렀던 카페가 머릿속을 스쳤다.“정말 모르십니까?” 사진을 건넨 경찰이 차갑게 물었다, 아마 범인을 심문하는 것에 습관이 된 모양이다.불쾌함을 느낀 나는 그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 “정말 모릅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하지만 유보욱의 마지막 통화기록이 당신이라고 나오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죠?” 사뭇 진지한 태도였다. “그럼 이 번호는 알고 계십니까?” 말하며 전화번호가 쓰여진 쪽지를 건넸다.나는 테이블에서 휴대폰을 잡아 그 낯선 번호를 찾아냈다. 쪽지에 쓰인 번호와 대조해보자 역시 완전히 똑같았다.나는 경악한 채 경찰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이... 이 번호로 전화가 온 적이 있어요!”경찰의 눈이 번뜩이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쪽지와 휴대폰을 함께 그의 손에 올려놓았다.“상황을 설명해주세요.” 번호를 대조해보던 경찰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이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가 온 것부터 만남을 약속한 것까지 곧이곧대로 얘기했다. 배현우의 사건까지 포함해 한 점의 거짓이나 숨김도 없었다. 경찰은 속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배현우의 교통사고와도 연관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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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억울한 죽음

이유는 모르겠으나 순간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찬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그토록 찬란한 어린 생명이 날 만나러 오는 길에 차에 깔려 죽었다니.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그저 나에게 배현우의 소식을 전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소식일 뿐인데 생명을 앗아갈 정도였을까? 앞날이 창창한 청년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나는 이 사건이 절대 단순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동철이 급하게 나가는 모습을 보며 점점 이상함을 느꼈다. 경찰은 왜 나에게 배현우와 관련된 일을 묻지 않았을까? 이처럼 결정적인 문제를 왜 그저 흘려보낸 것일까?더군다나 이미 화물차 기사의 음주운전이 밝혀졌는데도 왜 계속 조사를 진행하는 걸까?모든 것이 모순적이었다.정말 상상한 것이 사실이라면 간단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었다. 그의 죽음은 배유정이 사주한 것일까? 아니면 배현우, 혹은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일까?배현우가 이처럼 커다란 음모에 말려 들어 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배씨 가문에 어떤 비밀이 있길래 생과 사를 다퉈야 하는지. 심지어 무고한 사람까지 끌어들여야만 했는지. 오후 내내 나는 수많은 질문에 시달려야만 했다.드디어 퇴근 시간이 되자 나는 차를 끌고 진후빌딩으로 향했다. 도로 위는 꽉 막혀있었다. 길이 막히는 걸 가장 싫어하는 나는 조용히 샛길로 빠져 한적한 골목길 옆 가계 앞에 차를 대고 조용히 피크 타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아무 생각 없이 조용히 앉아 있는 그때 갑자기 벨 소리가 울려 깜짝 놀랐다.요즘은 전화 한 통에도 쉽게 긴장했다. 화면을 보니 엄마에게서 온 것이었다. “엄마!”전화를 받은 순간 골목길에 차 한 대가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안 그래도 특이한 빨간색 스포츠카가 고요한 골목길로 들어서자 유난히 눈에 띄었다.나는 시선을 차에 집중한 채 엄마의 말에 대답했다. 몇 시에 들어오는지 묻는 평범한 말이었지만 사실은 나를 걱정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집에서 혼이 빠진 채 행동한지라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괜히 간섭으로 보일까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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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참혹한 전쟁

나는 잠시 진정한 후 시동을 걸어 골목길을 빠져나가 다시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마침 도로상황도 많이 나아져 바로 집으로 향했다.엄마는 내가 돌아온 것을 보자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저녁을 준비했다. 이처럼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 일은 정말 흔치 않았다.부모님은 내가 집에 돌아와 식사한다는 소리에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엄마 말씀으로는 갓 만든 요리가 맛있다는 것이다.밥을 먹고 미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방금 집에 들어왔다는 것을 확인한 후 콩이를 데리고 산책할 겸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벌써 며칠 째 만나지 못했던지라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현우에 관해 물었다. 나는 그저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미연이는 요즘 한소연도 잠잠해졌다고 말해줬다. 매일 혼이 빠진 듯 행동하는 것이 역시 현우에 대해 아무런 소식도 받지 못했음을 짐작하게 했다.“걱정하지 마. 한소연 매니저한테도 얘기해뒀어.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알려주기로.” 미연이 위로했다. 나는 힘들 때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했다.“미연아, 뭔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아.”나는 말하면서도 눈으로는 텔레비전으로 게임을 하는 딸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최근 있었던 수상한 일들을 빠짐없이 얘기했다.“천우 그룹처럼 글로벌한 그룹이라면 내부 상황은 미스터리 그 자체지. 누가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어. 하고 싶은 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뭐. 내부 암투가 진짜 참혹하대, 가문 안에서 벌어지는 암투는 일반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렵다더라. 너도 조심해!” 미연은 소파에 기대 콩이를 바라봤다. “너한텐 콩이도 있으니까.”나는 게임에 열중한 작은 꼬맹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봤다.“한소연 일만 놓고 봐도 배현우가 한소연을 스타로 만들려면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되는 일이야. 우리 같은 규모의 회사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 일인데 말이지. 전에도 말했듯이 신중하게 선택해. 배현우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너 혼자 지옥 불에 뛰어들 가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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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피할 수 없는 직감

미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문스럽게 바라봤다. 표정에서는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왜? 누가 억지로 시키는 거야?”“아, 아니!” 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왠지 모르겠는데 어떤 힘에 이끌리는 것 같아. 엄청 커다란 손이 끊임없이 날 밀고 있어서 멈추지 못하는 기분이야. 배현우에 대한 사랑뿐만이 아니라.”미연은 내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사실 몇 번이고 도망치려고 했어. 내 조건이 현우 씨에게 맞지 않는다는 거 아니까. 누가 생각해도 미쳤다고 할 거야. 근데...”“우리 둘 사이에 알 수 없는 힘이 우리를 이어주는 느낌이야. 전부터 이런 관계가 있었던 것처럼. 나는 심지어 우리가 전부터 알던 사이였는지 의심했다니까. 심지어 이런 감정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나는 진지하게 이야기 했다. "이런 상태는 전부터 계속 있었어. 그냥 혼자 부정해왔던 거지. 그런데 매번 현우 씨와 관련된 일을 겪을 때마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고 엮여있는 기분이야."미연이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너 너무 깊게 빠진 거 아니야?”나는 미연이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너 혹시 내가 그 사람이랑 함께 할 이유를 찾는다고 생각해?”“조금은.” 미연이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더니 한참 뒤에 대답했다. “아니야! 난 심지어 내 삶에 그 사람이 나타난 적 있다고 느꼈어!” 말을 뱉으며 스스로도 놀랐다. 하지만 이런 감각은 사실이었다. “근데 증명할 방법을 못 찾았지.”“아 맞다! 너 한소연이랑 내가 비슷하단 건 알지! 한 명 더 있었어. 나보다 한소연과 더 닮은 사람이!” 나는 임윤아를 이야기했다.미연이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못 믿겠다는 듯 물었다. “정말 임윤아의 사진을 찾았단 말이야?”“응. 나보다 더 닮았어. 외모만 닮은 게 아니라 성격까지 똑같아! 아 그리고, 전에 말하지 못한게 있는데, 나 기억을 잃은 부분이 있어.” 나는 내 모든 의구심을 미연에게 털어놨다.“기억이라고?” 놀란듯한 모습이었다. “내가 전에 말한게 사실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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