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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공개 도발

휴대폰에 뜬 이세림 세 글자에 순간 흠칫했다.

“세림 씨, 쓸데없는 말 할 거면 그만 하세요! 당신이랑 씨름할 기분 아니니까.”

전화를 받자마자 쏘아댔다. “현우 씨 소식이라면 당신들이 말하든 하지 않든 알 방법이 있으니깐요!”

“하하, 지아 씨 진짜 급했나 보네요.” 세림은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 괴상한 말투로 대답했다. 상당히 즐거운 모습이었다. “뭘 이렇게 화를 내세요?”

“많이 심심한가 보네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내가 신경 쓸수록 더 기어오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역시 손에 든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나는 전화벨이 세 차례 울릴 때까지 참다 받았다. “제 인내심을 테스트하지 마세요!”

“하하, 지아 언니! 그냥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 사람 괜찮다고요, 정말요!” 그녀의 말투에는 장난기와 비웃음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근데, 당분간은 볼 수 없을 거예요. 아쉽네요! 너무 걱정할까 봐, 말해주고 싶었어요!”

전화가 뚝 끊겼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공개 도발이었다. 그래! 몰래 숨어서 허튼수작하는 것보단 낫지.

“세림이야?” 영식은 신호를 기다리며 물었다. “현우 씨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네.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

“더이상 연기는 못해서겠죠!” 나는 입꼬리를 달싹였다.

“뉴스를 막는 것도 정상이야. 그 정도로 큰 재벌들은 바람에 나뭇잎만 스쳐도 흔들리는데 사람 생사와 관련된 일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지.”

영식이 위로하며 말했다. “동철 씨한테 방법이 있을 거야. 좀 진정하고 소식을 기다리자. 급해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난 그냥 진짜로 현우 씨가 무사한 것인지만 알고 싶어.”

차창 밖의 줄지어 선 차들과 밀려드는 인파를 바라보며 전에 없던 무기력감을 느꼈다.

“마음 편히 먹어. 스스로를 가둬놓지 마. 네가 조급해할수록 그 사람들만 즐거워할 거야. 괜찮을 거야, 그 사람 지위를 생각했을 때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이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영식의 말투는 사뭇 부드러웠다. 조급하던 마음도 서서히 안정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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