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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 Chapter 311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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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

한소연이 갑자기 입을 열어 내게 물었다.“지아 씨, 나한테 솔직히 얘기해 봐요. 지아 씨랑 배현우 씨 대체 무슨 사이예요?”한소연의 말에 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 문제가 아니라면 한소연이 괜히 나와 사사건건 맞설 이유가 없었고 이렇게 아침부터 날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한소연은 나와 배현우가 어떤 사이인지 줄곧 궁금했을 것이다. 한소연의 화는 이세림이 돋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현명하지 못한 행동은 한소연 스스로가 생각해 낸 것이었다. 나는 이세림의 수작질에 익숙했다. 사람의 성질을 긁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 시치미를 떼며 어물쩍 넘기는 것 모두 이세림이 잘하는 짓들이었으니까.한소연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저 총명함과 어리석음 그사이에 있을 뿐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그녀를 바보라고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곳에 와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건 절대 이세림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그리고 한소연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두려워서였다.너무 급한 나머지 이러는 것이다. 한소연도 이세림의 말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닌 듯했다.나는 ‘풉’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일부러 의미심장하게 굴었다. 나는 한소연을 바라보며 물었다.“한소연 씨는 우리가 어떤 사이 같아 보여요?”난 일부러 그녀의 속을 긁었다. 그래야 그녀가 이세림의 이름을 댈 것이니 말이다. 도혜선에게 재밌는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으니 난 그 약속을 지켜야 했다.“난 배현우 씨가 내 남자친구라고 한 적 없어요. 내게 그런 용기가 있을 것 같아요?”나는 일부러 무서운 척했다.내 말에 한소연은 확신이 든 것 같았다. 내가 배현우와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아서였을까, 한소연의 표정이 순식간에 풀렸다.“나도 다른 뜻은 없었어요. 난 그냥 한지아 씨에게 배현우 씨 상황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뿐이에요.”한소연은 내 강경한 태도에 다급히 우쭐한 표정을 숨겼다. 원래 사람들은 죽어라 달려드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법이다.“전 배현우 씨가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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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소름 돋는 소식

난 한껏 누그러진 어조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내가 면박을 줬다고요? 난 안타까워서 그러는 거예요. 소연 씨가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는 걸 보니 어이가 없네요.”내 말을 들은 한소연은 눈알을 도르륵 굴려 나를 바라봤다. 내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꿰뚫어 보겠다는 듯이 말이다.“그럼 하나만 물어볼게요.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했을 때, 한소연 씨는 배현우 씨를 직접 봤나요? 그 사람이 배현우 씨를 보게 해주던가요? 아니죠? 그 사람이 한소연 씨를 배현우 씨 여자친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나의 연이은 질문에 한소연의 안색이 점차 창백해더니 희고 가는 손가락을 말아 주먹을 꽉 쥐었다.“그 사람이 정말 한소연 씨를 배현우 씨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다면 한소연 씨가 배현우 씨를 만날 수 있게 해줬어야죠. 이렇게 내게 배현우 씨 상황을 알려주라고 할게 아니라요. 생각해 봐요. 그 사람이 진짜 좋은 마음으로 그러는 것 같아요?”하필 이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난 한소연을 힐끔 본 뒤 대답했다.“들어오세요.”이해월이 초대장을 들고 들어왔다.“대표님, 이건 건축사협회에서 보낸 초대장이에요. 내일 밤 상업협회가 주최하는 파티에 대표님을 초대했어요. 그리고 이 서류에 사인 좀 해주세요. 급한 겁니다!”나는 서류를 건네받은 뒤 그것을 보며 이해월에게 물었다.“데이터는 다 확인해 본 거예요?”“네!”펜을 건네받은 나는 사인한 뒤 이해월에게 서류를 건넸다.이해월이 나가기도 전에 민여진이 또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사무실 안에 한소연이 앉아있는 걸 보고 조금 당황해했다.“저는 잠시 뒤에 오겠습니다.”“급한 거예요?”나는 그녀를 직시했다. 민여진은 사무실에 앉아있는 한소연을 힐끗 보았고 난 민여진을 향해 눈을 찡긋했다. 민여진은 곧바로 대답했다.“아주 급한 겁니다.”한소연이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내가 진짜 바쁘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며 말했다.“그러면 난 먼저 가볼게요. 방해하지 않을게요.”난 그녀를 칭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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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만월 잔치 초대장

조금 전까지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언짢아졌다. 그 날 오후 내내 그 이상한 생각의 고리에서 벗어나질 못했다.무언가 알 수 없는 블랙홀에 빠진 것만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 잔잔하고 고요하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공간 속에서 난 얼마나 많은 일들이 나와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오후가 되자 난 또 하나의 초대장을 받았다. 그것은 신호연이 보낸 초대장이었다.그의 아들이 곧 한 달이 되어 크게 파티를 열 거라는 내용이었다. 서울의 모든 사람이 그에게 아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길 바라듯 말이다.초대장을 받자마자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지아야, 초대장 봤지? 너 와야 해. 이건 우리 신씨 집안의 아주 큰 행사잖아. 나 드디어 아들도 딸도 다 생겼어. 하하. 너도 우리 딸 데리고 와!”’“그래. 아예 이 기회를 빌려 네 결혼식도 같이 해. 겹경사 좋잖아.”나는 덤덤하게 말했다.“하하, 지아야. 좋은 의견 고마워. 결혼식도 이제 곧 할 거야. 그것도 크게 해야지.”그는 거리낌 없이 내게 말했다. 날 자극하기 위한 것이 분명했다.난 신호연이 일부러 그런다는 걸 알았다. 그는 지금 믿는 구석이 있어서 두려워할 것이 없었기에 자꾸만 내게 타격을 입히려 했다.“꼭 갈게. 네 아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봐야겠다.”난 그가 계속 날뛰게 둘 생각이 없었다.전화를 끊은 뒤 나는 손을 뻗어 초대장을 집어 들고 희미하게 웃었다.한 달 동안, 난 이 두 사람을 까맣게 잊을 뻔했었다. 신호연이 너무 들떠 있는 탓에 이 한 달 동안 내가 편히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았다.이해월이 찾아와 퇴근 시간이라고 알려줬고 난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디로 예약했어요?”“명운 쪽 레스토랑이요. 도혜선 씨한테서 추천받은 곳이에요.”이해월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나는 씩 웃으며 이해월이 사람을 제대로 찾았다고 생각했다. 도혜선은 이쪽으로는 거의 전문가였다. 오죽하면 도혜선에게 이런 의뢰를 받고 컨설팅을 해주면 천직일 것 같다고 얘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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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찰나

그 상쾌한 향기가 나에게 더없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나는 몸을 홱 돌려 뒤를 돌아보았지만 황급히 떠나는 그 사람의 뒷모습만 보았을 뿐이다.나는 멍하니 내 시야 속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몸매와 키라면...나는 순간 이상함을 감지하고 곧바로 돌아서서 빠르게 쫓아갔다. 길가까지 쫓아갔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 찰나가 마치 환각처럼 느껴졌다.나는 조금 전 경치에 한 눈이 팔려 스쳐 지나가는 그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그러나 그의 모습은 머릿속에 똑똑히 남아 있었다. 검은색 옷과 바지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마스크까지 끼고 있었다. 아쉽게도 그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향기는...난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해월이 돌아와서 날 찾을 때쯤에야 나는 가까스로 감정을 추슬렀다. 난 계속해 오솔길 양쪽을 둘러보며 이해월과 함께 돌아갔다.식사 시간 내내 그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다음 날 나는 조 대표를 만나러 갔다. 난 어제 본 남자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고 그저 배현우를 한 번 만나야겠다고 했다. 설령 그가 지금 혼수상태라고 해도 반드시 그를 만날 거라고 했다.내 강경한 태도에 조민성은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그의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나는 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아니면 그냥 바로 경원으로 찾아갈 거예요. 어쨌든 나는 그를 꼭 만나야겠어요.”난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결국 조민성이 한 발 물러섰다. 그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그러면 내 전화를 기다리세요. 내가 준비할게요.”“뭘 준비하는데요?”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줄곧 그에게 시선을 멈춘 채로 그의 표정을 찬찬히 살펴보았다.그의 말에 나는 몹시 불쾌해졌다. 준비라고? 내가 보고 싶은 건 진실이었다. 그런데 그가 준비하면 뭘 본단 말인가? 왠지 모르게 난 지금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오직 내가 본 것만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잊지 말아요. 그의 곁에는 지켜보는 눈이 있어요.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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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못난 놈이 설치다

조민성은 전화에서 별말 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 내게 꼭 파티에 참석해서 그의 지령을 기다렸다가 기회를 틈타 움직이라고 했다.난 전화로 뭘 더 묻기가 어려워 그저 오늘 밤 꼭 그 파티에 참석할 것이라고 약속했다.전화를 끊은 뒤 난 조민성이 이 파티를 이용해 내가 배현우를 만날 수 있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예상대로 난 파티에서 조민성을 만났다. 그의 곁에 바짝 붙어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세림이었다.조민성은 직접 이세림을 데리고 사람들 사이를 오갔다. 그는 다른 회사의 임원들에게 이세림을 소개해 주고 있었다.이건 나름대로 납득이 가는 상황이었다. 조민성은 아시아 본부의 중요한 인물이었으니 당연히 그도 행사에 참석해야 했다. 이세림은 천우 그룹 본부의 대표였고 이번 활동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었다. 이 두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천우 그룹을 대표할 수 있었다.그러나 사람들은 배현우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배현우는 대체 얼마나 다친 걸까?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는 문제일 것이다. 다들 이 민감한 소식을 신경 쓰고 있었고 또 궁금해했다. 배현우는 대체 얼마나 심하게 다친 걸까?파티에서 사람들은 암암리에 이 일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나 또한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회사 대표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으면서도 줄곧 조민성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었다.혹시라도 그의 신호를 놓치게 될까 말이다.신호연도 당연히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그는 지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었다. 좋은 프로젝트를 따냈고 아들도 낳았으니, 오늘따라 아주 의기양양했다. 자랑할 거리가 생겼으니 말이다.그는 아마 그때 있었던 창피한 일은 까맣게 잊었을 것이다.역시 아들이 있고 없고는 달랐다.오늘 그의 웃음소리가 유난히 호탕한 것으로 보아 무척 들떠 있는 게 분명했다.난 못난 놈이 설친다고 속으로 비웃었다. 나는 일부러 그를 못 본척하고 그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사람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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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인간쓰레기

난 화를 억눌렀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으니 화를 내기 어려웠다.“지아야, 성질머리는 여전하네.”그는 손을 뻗어 날 잡으려고 했는데 내가 재빨리 피하는 바람에 헛손질했다. 신호연은 순간 당황하더니 주위를 슬쩍 둘러보고는 멋쩍은 듯이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뭐든 의논할 수 있어. 우리가 이 두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진행한다면 우리도 서울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야. 너 혼자 고생할 필요 없잖아. 내가 말했었지. 아무리 강한 여자도 결국엔 여자라고. 그렇게 고생할 필요 뭐 있어? 그냥 나랑 같이하면 되잖아.”“넌 네 인생이나 신경 써.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난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를 다시 한번 그를 뿌리쳤다.신호연은 포기하지 않고 내 앞을 가로막았다.“연아가 누리는 건 너도 다 누리게 해줄게. 그리고 이번에 연아는 아이를 낳아서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거야. 이제 연아는 다시 회사 일에 끼어들지 않을 거야. 앞으로 난 밖에서 일하고 넌 내조만 잘하면 돼. 우리 가족이 같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신호연, 너 낯짝 참 두껍다. 아직도 꿈에서 깨지 못한 거야? 제발 정신 좀 차려.”그 말에 내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도혜선이 날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고개를 돌린 신호연은 그 말을 한 사람이 도혜선인 걸 확인하고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아직 도혜선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내며 도혜선을 향해 말했다.“도혜선, 넌 아직도 남의 집안 일에 간섭하는 걸 좋아하나 보다?”“어머, 집안 일?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해지네. 내가 그동안 기억을 잃었나? 결혼기념일에 바람피운 거 들켜서 서울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람이 너 아니던가?”도혜선은 가차 없이 말했다.“그런데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봐? 그 불륜녀가 아들을 낳은 지 곧 한 달 된다며, 그런데 왜 갑자기 전처한테 집적대는 거야? 너 바람 피우는 거에 맛 들렸니?”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다들 경멸에 찬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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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분초를 다투다

이세림의 눈빛이 짧지만 잠깐 번뜩였다. 난 이 일이 그들과 관련이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이때 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민성이 날 향해 눈짓하는 걸 보았다. 난 그와 인사를 나누겠다는 핑계를 대며 미소 띤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 몇 마디 안부를 물었다. 조민성이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밖에 차가 있을 거예요. 난 여기서 40분밖에 끌지 못해요. 한지아 씨는 반드시 그사이 경원에서 떠나야 해요.”난 고개를 끄덕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세림을 관찰한 뒤 밖으로 걸음을 올렸다.그런데 바로 그때 이청원이 남자 한 명을 데리고 날 향해 오고 있었다. 목표가 아주 명확했다.난 속으로 탄식했다. 다른 때도 아니고 하필 이때 마주치다니.이청원은 멀리서 날 향해 인사했고 난 억지로 웃으며 그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이청원 씨, 방금 오셨어요?”“한지아 씨, 지아 씨에게 이분을 소개해 줄게요. 이분은 화윤 그룹 여 대표, 여정훈 씨예요.”이청원은 내게 그를 소개한 뒤 여정훈을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정훈 씨, 이분이 바로 제가 말했던 신흥건재 대표 한지아 씨예요!”여정훈은 날 향해 손을 뻗었고 난 예의 바르게 그와 악수했다. 그는 아주 소탈해 보였고 이청원과 나이가 비슷한 듯했는데 이청원보다는 무던한 모습이었다.이청원은 날카로워 보일만큼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그의 눈은 언제나 깊고 어두웠으나 여정훈은 그런 그와 달리 온화하고 믿음직스러웠다.“한지아 씨, 최근 여정훈 씨에게 꽤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있는데 전 그냥 다리 역할을 해주러 온 거예요. 구체적인 건 두 분이 얘기 나누세요.”이청원은 직접적으로 날 찾아온 의도를 얘기했다. 난 그의 그런 점이 좋았다. 확실히 장사꾼이라 그런지 일을 질질 끌지 않았다.“고마워요, 이청원 씨.”난 진심을 담아 웃었다.그러나 내 마음속은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 40분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는 나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경원으로 가는 길에도 시간이 꽤 많이 들 것이라 초조했다.“여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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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비밀 계획

그 목소리에 나는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를 악물고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빌어먹을.난 천천히 몸을 돌렸고 날 향해 다가오는 이세림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왜요? 벌써 가려고요?”그녀는 내 행적을 꿰뚫어 본 듯이 느긋하게 내 곁으로 다가와 날 살폈다. 그녀는 내게 꼭 시비를 걸겠다는 태세로 재수 없게 말했다.“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급해요? 정신없어 보이네요.”“저한테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그런 것까지 알아채시고.”난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몰래 숨을 작게 들이마시며 평정심을 되찾으려 했다. 그리고는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아주 급한 일이거든요. 왜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할 얘기 있으시면 지금 하세요!”조급한 나와 다르게 이세림은 실눈을 뜨고 매서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녀의 번뜩이는 눈빛에 침착함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녀에게 질 수는 없었다. 적어도 기세에서는 말이다.“얼른 말해요. 다른 일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난 나의 조급함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이건 도박이었다. 소중한 시간을 그녀에게 낭비할 수는 없었다. 이청원을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이미 5분을 낭비하고 난 뒤였다.살면서 40분이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여기서 1분이라도 더 낭비한다면 배현우를 만나는 시간이 1분 줄어든다는 걸 의미했다. 흘러가는 시곗바늘이 가슴을 후벼파는 느낌이었다.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고 나는 순간 안도했다. 절호의 기회였다.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이세림을 덩그러니 그 자리에 남겨둔 채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일부러 버튼을 누르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조급해 하지 마요. 저 지금 가고 있어요.”전화 건너편에서 이해월의 목소리가 들렸다.“대표님, 저예요. 아까 이세림 씨가 대표님을 따라 나가더라고요. 혹시라도 대표님에게 시비를 거는 건 아닐까 걱정됐어요.”“그래요, 알겠어요. 잘했어요.”난 통화하면서 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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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삼엄한 경비

나는 다른 차에 올라탔고 차 안에는 우아하고 점잖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는 날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 뒤 아무 말 없이 시동을 걸고 경원으로 향했다.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난 더욱더 긴장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두 손을 꼭 맞잡았다.“걱정하지 말고 편히 있어요.”그 의사는 내 기분을 알아챈 건지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다.“그냥 날 따라오면 돼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내게 협조하면 돼요.”경원에 도착하자 익숙한 문이 보였다. 사람이 없는 듯 굳게 닫혀 있는 모습으로 그저께 내가 왔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난 일부러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그러나 수상한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지키는 사람도 없었고 경비가 삼엄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그러나 겉보기와는 다르게 이곳 경비는 아주 삼엄할 것이다.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기 전 의사가 내게 말했다.“잠시 뒤에 내 뒤에 바짝 붙어있어요. 말만 하지 않으면 돼요. 긴장 풀고 무서워하지 말아요.”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손바닥이 축축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내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다.의사는 나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눈치를 준 뒤 손을 뻗어 뒷좌석에서 자신의 약상자를 챙긴 뒤 안으로 성큼성큼 돌아갔다. 나는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전에도 몇 번이나 이곳에 온 적이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내부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도우미가 많아진 것 같았지만 다들 소리 없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하이힐을 신은 내가 이상한 부류로 보였다. 가는 길 내내 또각또각 하는 소리가 들려 긴장감에 가슴이 움츠러들었다.아마도 긴장 때문일까?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이번에는 그가 지내고 있는 2층으로 바로 올라가지 않고 홀을 가로질러 맞은편에 있는 넓은 복도로 걸어갔다. 복도의 가장 안쪽에 있는 방에 도착했을 때, 나는 방문 밖에 경호원 여럿이 경호를 서고 있는 걸 발견했다.나는 그들이 아마 배유정의 부하일 거라고 짐작했다.문 앞에 선 의사는 태연하게 눈짓했다. 자칫 오만해 보일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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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들통나다

이불을 젖히는 순간, 문 쪽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난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긴장한 듯 이불을 꼭 쥐었다. 어디를 다친 건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이내 헤라가 도우미 여럿을 데리고 내 앞에 나타났다.그 순간 들통났음을 직감했다.나는 헤라와 잠깐 시선을 주고받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여기까지 왔고, 들통까지 났으니 반드시 확인은 하고 가야만 했다.난 덤덤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 젖힌 이불 속 배현우의 몸을 살펴보았다. 그의 팔다리에는 석고붕대가 감겨 있었고 그 외에도 여러 군데가 붕대로 감싸여 있었다. 아직 채 낫지 못한 상처가 있는 게 분명했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왔다.잠시 뒤 나는 조심스럽게 배현우에게 이불을 덮어줬다. 왈칵 흘러나온 눈물이 입으로 들어가 입안에 씁쓸함이 감돌았다.여전히 잘생긴 배현우의 얼굴을 보고 나는 나긋나긋하게 말했다.“현우 씨, 얼른 나아요. 너무 오래 자지 마요.”“... 지아 씨는 참 영악하고 간도 큰 분이시네요.”헤라는 여전히 들어왔을 때 서 있던 그 위치에 서 있었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내 행동들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난 배현우에게서 시선을 떼며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닦았다. 그들에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나는 헤라를 마주 보며 똑같이 평온하게 받아쳤다.“과찬이네요. 난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꼭 하거든요. 이건 간이 큰지, 작은지와는 별개의 문제죠. 난 내 친구를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찾아온 거고요.”“누가 멋대로 들어오라고 했죠? 간덩이가 부었나 보죠?”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날 바라봤다. 비록 평온한 어조였지만 무자비함이 느껴졌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내가 말했죠. 난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 한다고.”난 도발하듯 그녀를 바라보았다.“나도 알고 싶네요.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죠? 이렇게 사람까지 끌고 올 필요가 있나요? 난 그냥 내 친구를 보러온 것뿐인데요.”헤라는 나와 논쟁하고 싶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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