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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생사의 갈림길

저도 모르게 눈가에 힘이 들어가며 가슴이 또다시 조여오기 시작했다. 다급히 앞을 막고 있는 세림을 밀어버렸다. 휘청거리며 밀려 나가는 세림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복도로 튀어 나갔지만 역시나 경호원들이 막아섰다.

의사들이 문밖의 배유정에게 무언가 전달했지만,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2분도 채 되지 않아 의사는 다시 응급실로 들어갔고 나는 그의 수술용 장갑에 묻은 섬찟한 혈흔을 보았다.

나는 뚫어지게 배유정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우두커니 서 있는 그녀의 표정은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기괴했다.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더니 헤라에게 무언가 한마디 던졌다.

이세림은 순식간에 내 옆을 지나 막힘없이 안으로 들어가 배유정의 팔을 잡고는 무언가 묻는 듯싶었다. 배유정이 눈을 치켜뜨고 세림을 바라보자 세림은 고개를 숙이고는 그녀의 옆에 섰다.

“그 사람 지금 어떻게 됐냐고! 이거 당장 놔!” 나는 흥분해 소리를 질렀다.

배유정은 서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또다시 헤라에게 무언가 말하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자리에 멈춘 채 멍하니 배유정이 한 무리의 사람을 이끌고 나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 곁을 지나는 순간 배유정은 잠시 멈추더니 곁눈질로 나를 힐끗 쳐다보며 차갑게 내뱉었다. “네 덕분에 죽진 않았어.”

말을 끝내곤 다시 고개를 쳐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해월이 황급히 달려와 휘청거리는 나를 붙잡았다.

“한 대표님...” 어두워진 내 낯빛에 해월이 다급하게 말했다.

배유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죽지 않았다니? 설마 죽기라도 바랐단 말인가. 그녀의 한마디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피가 섞인 친조카한테까지 이토록 냉정하고 무정한 사람이 있을까.

그녀가 내뱉은 말들은 나를 더욱 초조하게 했다. ‘죽지 않았다’라, 도대체 어떤 상황일까?

나는 무기력하게 문을 바라봤다. 검은 정장의 사나이들이 모두 떠나자 복도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마치 모든 것이 끝난 듯, 아니면 애초부터 없었던 일인 듯 고요했다. 왜 다들 떠난 것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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