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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응급실 앞 대치 

배유정은 굳은 얼굴을 하고 허리를 곧게 편 채 멀리 앉아 있었다.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섬뜩함이 서려 있는 눈동자는 나도 모르게 공격을 준비하는 뱀을 떠올리게 했다.

음침하고 악랄하며 먹잇감을 물어뜯는 눈빛을 가진 뱀.

나는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배유정을 본 순간 응급실 안에 있는 사람이 배현우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밀려오는 공포에 다시 굳게 닫힌 응급실 게이트를 바라보며 그가 제발 무사하기를 기도했다.

“왜? 오겠다며 난리 피울 땐 언제고?” 쌀쌀한 말투로 얘기하는 배유정의 날카로운 눈은 내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굳은 결심을 한 듯 앞으로 걸어갔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기에 눌려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손에 쥔 가방끈을 꽉 쥐어 잡고 배유정의 앞에 섰다.

“언제부터 네가 저 애의 안위로 호들갑을 떨었다고, 네가 여기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네가 뭔데?” 듣기 거북해지는 말이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저는 그저 현우 씨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얼마나 다쳤는지 알고 싶어서...” 감정을 억누르며 최대한 담담하게 얘기하려 애썼다.

“걔가 어떻게 되든 네가 무슨 자격으로 알아야 하는 거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가소롭다는 듯이 물어왔다. “이건 배씨 집안 내부의 일이야, 너 같은 외부인은 알 자격이 없어.”

순간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며 배유정을 향해 날카롭게 받아쳤다. “당신 배씨 가문은 친구도 있으면 안 되나 보죠? 외부인이면 현우 씨의 상태를 걱정할 수도 없나요?”

“건방진 것!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야?” 배유정은 나의 도발에 크게 분노했다. 역시 내로남불이라고 자신은 공격적인 말로 남한테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줄 수 있어도 남은 자신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배유정이였다.

“죄송합니다! 배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말하든 제 자유라서요. 아무도 저에게 뭐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네요. 무슨 자격이냐고 하신다면 일개 보통 사람의 자격입니다.” 물론 나의 말은 매우 무례했고 그것이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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