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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 Chapter 221 - Chapter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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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복수

지금 이세림이 작정하고 나에게 시비를 걸려고 온 것이라면 나라고 하여 그녀의 함정을 역이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세림이 먼저 제 발로 찾아왔으니 내 쪽에서 또 다른 단서들을 꿰어내기 좋은 기회였다.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세림의 말을 맞춰주었다. “역시 세림 씨가 세심하네요.”“별말씀을요, 어쨌든 이건 현우 오빠 트라우마잖아요. 아무도 해결해줄 수 없는 일이예요, 그 누구도.”이세림은 힘을 실어 마지막 한 마디에 강조를 더하는 듯 했다. 그러고는 고소하다는 듯이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물론 이세림이 강조한 “그 누구도”에는 내가 포함되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필경 그날 밤 배현우는 실제로 나에게 불같이 화를 냈으니 말이다. 장담하건대 이는 분명 이세림이 원했던 결과일 것이다.“사실 현우 오빠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잖아요. 천우 그룹은 현우 오빠 아버지, 배천석 씨가 창립했으니 그럴 만도 하죠.” 이세림의 말속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이세림이 배씨 가문에서 발언권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배씨 가문은 조상님 때부터 전해져오던 사업이 있었나 봐요?” 이 화제는 확실히 나의 관심을 끌 만했다. 이토록 규모가 큰 천우 그룹이 기반이 다져져 있지 않을 리가 없었다.“원래 배씨 가문의 사업은 항상 어르신께서 맡아오셨어요. 어르신께서 환갑이 되시는 해가 되어서야 그 사업의 결정권이 아버님 손에 들어오셨죠. 아버님은 정말로 대단하신 분이예요. 사업을 손에 쥐시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사업의 규모가 엄청나게 무시무시하게 달라졌다고 들었으니 말이예요.”이세림은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곧이어 말을 이어갔다. “그 뒤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버님께서 그 사업을 어머님께 맡기시고는 혼자 또 천우 그룹들 창립하셨어요. 지아 씨, 천우 그룹이 왜 천우 그룹 인지 알아요?” 말을 마치고 이세림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나는 그저 머쓱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배천석, 고석우, 배현우잖아요!” 이세림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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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새해선물

나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이세림은 깜짝 놀라더니 곧이어 이성을 되찾은 듯 다시금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이세림의 반응을 보아하니 임윤아의 죽음에 기필코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이세림은 곧바로 눈치를 채고는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제 말은 현우 오빠는 자주권을 가지면 안 된다는 거죠. 아무리 현우 오빠 마음속에서 임윤아가 중요한 존재라고 해도 아무것도 바꿀 수는 없어요. 임윤아가 죽지 않았다고 해도 사업을 물려받을 수는 없었을 거고요.”“윤아 씨가 현우 씨 마음속에서 그토록 중요하니 세림 씨가 많이 서운하겠네요.”나는 일부러 한마디 더 거들었다. “어쨌든 세림 씨한테도 영향이 크잖아요.”이세림은 순간 표정이 살짝 굳는 듯 했지만 다시금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저야 딱히 신경 쓸 이유가 없죠. 임윤아 같은 존재가 백만 명 있다 해도 현우 오빠는 제 의지와도 상관없이 오직 저만 차지할 수 있거든요.”이세림은 말을 하며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나는 이세림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방대한 배씨 가문이 그녀의 뒤를 받쳐주고 있으니 이세림이 저렇게 설치고 다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그런데 임윤아는 어떻게 죽은 거예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슬쩍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이세림이 나에게 임윤아와 관련된 화제를 꺼내면 무작정 피하기만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저렇게도 계속하여 임윤아 얘기를 고집하는 걸 보면 나에게 무언가를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했다.그러자 나는 문득 이세림이 알고 있는 임윤아 얘기가 들어보고 싶어졌다. 아까 이세림이 실수로 흘려버린 정보를 들어보니 확실히 알려지지 못한 진실이 숨겨져 있는듯하다. 임윤아의 죽음은 분명 배씨 가문,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배유정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벼랑 끝에서 떨어져서 죽었어요.” 임윤아의 죽음을 말하는 이세림의 말속에서는 연민의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느껴볼 수가 없었다. “후에 어머니께서 현우 오빠를 데리고 가서 시체를 확인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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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끝없는 압박

이동철에 관한 자료를 봤을 때부터 난 그의 능력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는 분명특훈을 거쳐온 인재이다. 하지만 당시 배현우가 나에게 절대 그 어디에도 이동철에 관한 정보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다.현재 외부인들에게 비춰진 이동철은 그저 서울 일반가정 출신의 명문대생 그뿐이었다.하지만 이동철은 결국 배현우가 나에게 파견해 준 사람이기에 이동철에게 배씨 가문을 조사하는 일을 맡긴다는 게 조금 찝찝하게 느껴졌기에 더욱 망설여 졌던 것이다.새해 첫날부터 설날이 오기까지 이 한 달 동안, 대부분의 회사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한 해의 회사의 업무계획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을 세울 것이다. 그러나 천우 그룹이 우리 회사에게 남긴 서프라이즈로 인해 이 모든 계획이 물거품으로 날아가 버렸다.원래 계획대로는 설 연휴가 끝나고 시작될 프로젝트를 갑작스럽게 앞당겨 당장 시작해 달라는 것도 모자라 작업 기간마저 줄이도록 요구해왔기 때문이다.게다가 중간에는 설 연휴가 끼어 있는지라 최소 20일은 작업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우 그룹은 기꺼이 우리들의 숨을 조여왔다.변경이유는 천우 그룹 측에서 이미 품절된 상황에 업주가 빠른 시일내로 물품을 요구해왔다는 것이다.그러나 지금 형원 그룹 쪽 공사도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 이번 일로 인해 형원 그룹 프로젝트를 급히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급한 마음에 배현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지금 외국으로 출장을 간 상태인지라 그에게 부탁하기에는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 배현우와의 통화는 별 소득 없이 끊겼다.그 자리로 조 대표님을 찾아뵈었지만 그 역시 난감한 기색을 보이고는 더 이상의 말들은 삼갈 뿐이었다. 조 대표님한테서 별다른 말은 듣지 못했지만 난 더 이상의 여지는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장영식이 머리를 쥐어짜내며 어떻게든 다른 방안을 연구하고 이동철이 발이 빠져라 외부의 지원을 구하러 돌아다녔지만 모두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우리는 그야말로 궁지에 빠져버렸다. 애석하게도 시간은 계속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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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산 넘어 산

그동안 이청원과 나는 그렇게 왕래가 깊었던 사이도 아닐뿐더러 겨우 이 정도 이유로 나를 이렇게까지 도울 리가 없었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이 들었다.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별다른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 회사는 그저 이름도 없는 중소기업일 뿐인지라 이용할 가치도 별로 크지 않았다.이청원은 나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제 말이 좀 많이 의심스럽죠? 너무 깊게 생각은 하지 말아요. 그저 전에 한 대표님께서 도움을 주셨으니 그에 따른 보답이라 여기시면 됩니다. 전 신세 지는 건 딱 질색이거든요. 특히 여성분에게 신세 지는 건 더 예의가 아니지요.”“일 앞에서 성별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를 여자로만 보지는 말아주시죠.”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맞받아쳤다.이청원은 또다시 한번 통쾌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여자로만 보지 말라니요. 누가 한 대표님을 완전히 성별을 떠나 바라볼 수 있냔 말입니까.” 그러고는 곧이어 웃음을 멈추고는 말을 이었다. “깊이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이정도야 그때 한 대표님께서 도와주신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임금은 한 대표님께서 부담하시는 건데 이렇게까지 고마워하시면 제가 다 송구스럽네요. 그리고 이 작은 판에서 다 서로 돕고 사는 거죠.”“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대표님. 앞으로 우리 회사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나도 더 이상의 추측은 거둬들이기로 했다. 일단 눈앞에 불부터 끄는 게 중요하기에 그 뒤의 일들은 훗날에 다시 생각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청원에 비하면 난 잃을 것도 없는 신세이기에 더는 두려울 것도 없었다.게다가 이청원 측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그 손을 잡지는 못할망정 그 손을 그대로 내쳐버린다면 정말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프로젝트에 관해 조금 더 얘기를 나눈 뒤 내가 먼저 약속장소를 빠져나왔다. 이청원과는 그동안 깊은 왕래가 없었기에 더 나눌 이야기도 없었다.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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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시공도면의 잘못된 수치

회의실에 들어서니 이게 웬걸 해외 출장으로 인해 보름 동안 얼굴도 보지 못한 배현우부터 근엄한 얼굴을 하고는 말없이 앉아있는 배유정까지 예상치 못한 인물들의 등장에 나는 순간 그 자리에 멈칫하고 말았다. 게다가 배현우는 대체 언제 서울로 돌아온 것인지 그 어떤 소식도 전혀 들은 적이 없었다.눈앞의 엄숙한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예감했다. 오늘 절대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것 이라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어찌 되었든 간에 확실히 현재는 우리 회사 측 책임이 있으니 더욱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었다.배유정은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쓱 훑어보고는 곧이어 시선을 나의 얼굴에 고정시키고 경멸하는듯한 얼굴을 하고는 말을 꺼냈다.“한 대표님, 이번 시공문제로 여기까지 오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설명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나 뜻밖에도 배유정의 말투 속에는 별다른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하지만 나는 이럴수록 뒤늦게 몰려올 후폭풍이 얼마나 어마어마할지 알고 있기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나는 목을 가다듬고는 침착하게 사건의 경위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정리하여 서술해 보였다. 그러고는 해월에게 눈짓을 하여 시공도안을 배유정에게 건네주었다.그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손에 잘못된 시공도가 쥐여주었다. 나는 최선을 다하여 빠짐없이 미리 준비를 끝마쳤고 더 이상의 설명도 필요 없었다.특히나 그 문제의 시공도는 그 어느 곳도 손을 대지 않았으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수치 하나가 변동된 것이다.배유정은 잘못된 시공도 원본을 손에 쥐고 슬쩍 훑어보더니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사실 배유정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인상을 지니고는 배유정 옆에 앉은 헤라도 만만치 않았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나의 설명과 내가 준비해온 자료들을 분석해보더니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배유정은 관련 부서 인원들을 지목하며 모두 차례대로 자기 생각을 발표하도록 하였다.그들은 모두 차례대로 돌아가며 자신의 분석내용과 결과, 그리고 자기 부서의 검토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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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상호전가

나의 눈길은 그대로 헤라에게 고정되었다.헤라는 나의 시선이 불쾌했는지 나를 한번 흘겨보고는 다시 손에 들려진 시공도에 눈길을 돌렸다.“확실히 시공도가 유출되지 않았음은 저희 측에서 확신할 수 없습니다. 시공도를 천우 그룹의 프로젝트팀과만 주고받은 게 아닌 건 맞습니다.” 나는 거리낌 없이 배현우의 질의에 응하며 인정했다. “이건 확실히 저의 불찰이 맞습니다. 죄송합니다.”“그럼 한 대표님께 묻겠습니다. 누가 또 시공도를 본적이 있습니까?” 배현우는 여전히 날카로운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배현우의 질문은 확실히 날카로웠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더욱 부드럽게 다가왔다. 지금 그는 내가 계속하여 말해나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음을 나는 알고있기 때문이다.그때 내 휴대폰의 진동 소리가 느껴졌다.“저는 전에 시공도, 검토 보고서, 설명서, 그리고 합격증명서까지 모든 관련 서류들을 직접 천우 그룹 디자인팀에 제출한 적이 있습니다.”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서술했다. 그리고 디자인팀의 의의를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디자인팀에 제출했다는 점을 더욱 강조하여 말했다.아니나 다를까,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디자인팀의 양재준의 불만을 자아냈다.“무슨 뜻입니까 한 대표님. 이 모든 게 저희 디자인 팀이 꾸민 일이라도 된다는 겁니까? 저희 디자인 팀이 이 회의에 참석한 건 오로지 시공 도를 체크해주기 위함인데 이렇게 바로 저희에게 덮어씌우신다면 곤란하죠. 애초에 이번 프로젝트 시공도는 저희 디자인팀에서 검토한 적도 없습니다.”천우 그룹의 디자인팀 소속 인원들은 모두 상당히 오만한 태도를 지녔다. 물론 그 오만함에는 뒤따른 자본이 존재한다. 천우 그룹의 디자인팀은 이미 세계적으로 상당히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국제적으로 유명한 많은 랜드마크들과 건축물이 천우 그룹의 디자인팀을 거쳐왔기 때문이다.하여 그들은 이번 사건에 연유되는 것만으로도 질색을 할 것이다.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그들은 그 자리에서 상당히 아니꼬운 어투로 나의 말을 반박해버렸다.하지만 내가 원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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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저마다 몸을 사리다

내 행동은 즉시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김우연이 금방 나에게 보낸 문자를 보고 사건의 실마리가 잡혔음을 알 수 있었고 나를 뽐낼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러니 천우 그룹에는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말을 마친 나는 핸드폰을 넣었다. “택배를 보낸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제가 반드시 조사해서 여러분께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순간 내 시선 끝에 배현우의 눈꼬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우선 천우 그룹 프로젝트팀 기술자분이 정확한 도면을 다시 확인해 주면 제가 사람을 보내 사원 기술팀으로 직접 배송하겠습니다. ” 부드럽지만 단호한 내 말투에 배씨 부인도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는데 이번 건으로 인한 손실은 귀책 사유가 있는 쪽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희 신흥의 책임이라면 절대 회피하지 않고 책임지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해월을 데리고 떠나려는 나를 보고 배현우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앉으세요.”크지 않았지만, 위압감 있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잠시 멈칫한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배현우의 가늘고 긴 눈매는 서늘하면서도 위압감이 넘쳤다. “천우 그룹 일은 저희가 직접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미팅으로 인해 우리 직원들에게 크게 실망했습니다. 시비 앞에서 이렇게 나약하고 몸을 사리다니. 이건 우리 회사 전통이 아닙니다. ”배현우의 날카로운 지적에 모든 사람, 특히 방금 입을 열었던 사람들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배현우의 단호한 기세와 날카로운 카리스마에 현장의 모든 사람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여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배현우의 얼굴만 쳐다보며 판결을 기다렸다. “제가 여러분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앞다투어 책임을 회피하라고 높은 연봉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회사에서도 아는 도리인데 여러분들은 무슨 염치로 여기에서 그렇게 떳떳하게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 원하신다면 시시비비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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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익숙한 환경

나는 회사에 돌아온 뒤 이동철을 불러 업무를 주려고 하였는데 마침 이동철도 나에게 조사 보고서를 주었다. 보고서를 받은 후 나는 이동철의 업무 속도와 효율에 감탄했다. 반면 이동철은 진지하게 내게 말했다. “지아 누님, 아직 기뻐하기는 이릅니다. 전부 표면적인 자료들뿐이라 보기에 문제가 전혀 없지만 제 직감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고서는 이세림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세림의 출생,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짜, 입양 연도, 학교 등 내용이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이동철이 한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이곳입니다.”“분명 이세림이 호주에서 제일 유명한 초등학교를 나왔다고 적혀있는데 관련 영상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이동철이 포인트를 짚었다. “그리고 중학교 사진도 한 장밖에 없습니다. 취미가 촬영인 여자애인데 영상자료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이동철은 의혹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지아 누님,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주시면 계속 조사해 보겠습니다.”이동철의 말에 나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고 이것을 발견한 세심함에 감탄하며 말했다. “어쩌면 그때는 촬영을 좋아하지 않았거나, 또 어쩌면...”“무슨뜻인지 압니다. 그러나 배씨 집안은 자료관리가 엄격하게 되어있어 조사가 어려운데 이세림의 자료만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 나를 바라보는 이동철의 눈이 반짝였다. “제가 이 학교 과거 졸업 사진과 수료식 사진을 찾았습니다.”그리곤 나에게 빛바랜 사진 두 장을 건넸다. 사진으로 눈길을 돌린 나는 머릿속에 어딘가 익숙한 광경이 떠올라 이동철에게 물었다. “이게 호주에 있을 때 사진이에요?”“네!”이동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렇게 익숙한 느낌이 들죠?”내가 멋쩍은 웃음을 짓자, 이동철도 웃으며 말했다.“예전에 다른 자료에서 이곳을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난 아직 해외에 가본 적이 없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했다.자료를 다 본 후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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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투덜거리다

”현우 씨, 언제 돌아왔어요!” 나는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돌아온 지 이틀 됐어요.”배현우는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배현우에게 나는 그의 일정을 알 필요가 없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아 서운했다. 바로 기분이 안 좋아져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배현우는 바로 말을 이었다. “그 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아요. 지아 씨 본인의 일만 신경 쓰면 돼요.””“그게 무슨 뜻이에요?”나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 “지아씨 기운이 그렇게 넘쳐요?”배현우는 대답 대신 기분이 안 좋은 듯 딱딱한 말투로 내게 물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마음속으로 너도 전화 끊기는 기분을 느껴보아라고 생각했다.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연락이 다시 오지 않아 나는 또다시 실망했다. 사람의 기분이란 어쩌면 말 한마디, 눈빛 하나 혹은 동작 하나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마치 지금 좋던 기분이 배현우 때문에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된 것처럼. 핸드폰을 보다가 며칠 동안 이미연과 도혜선을 만나지 못한 것이 생각나 전화를 걸었는데 이미연은 계속 통화 중이어서 도혜선에게 전화했다. 도혜선은 전화를 받자마자 원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이제야 내가 생각났나 보네!” “너 지금 이미연 같아, 투덜쟁이.” 내가 쏘아붙이자, 도혜선이 깔깔 웃었다. “네가 어머니 모셔 왔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난 아직도 인사드리지 못했어! 그리고 네가 언제 집에 있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집에 없어도 혼자 가면 되잖아.”나의 시큰둥한 대답에 도혜선은 밝게 웃으며 음식이 괜찮고 온천도 있는 클럽에 쉬러 갈 건지 물었다. 예전의 나는 매일 아이 혹은 집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는 말에 바로 이미연도 불러서 같이 가자고 대답했다.그런데 이미연이 계속 통화 중이어서 누구랑 이렇게 오래 통화하는지 궁금했다. 나는 도혜선이 준 주소로 천천히 운전했다. 도혜선과 연락하면 직업 때문에 어디에 새로 오픈한 곳이 있는지, 맛집, 재밌는 곳, 만날 수 있는 사람, 모든 것을 도혜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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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0화 우연히 마주치다

차창 밖, 검은 마이바흐 한 대가 천천히 건물 입구에 멈추었고 훤칠한 뒷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다부진 몸매에 매력적인 눈, 검은 양복바지가 길고 곧은 다리를 감싸고 단추 두 개를 풀어헤친 검은 셔츠 사이로 구릿빛 피부가 드러났다.단정하게 빗어 넘긴 흑발과 선글라스에 가려진 각진 얼굴, 선글라스를 벗자, 조각 같은 얼굴과 완벽한 이목구비가 드러났다. 그는 만인의 주목을 받으며 그곳에 서 있었다. 그가 직접 차 문을 열고 손을 뻗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여자를 에스코트했다. 그녀는 선글라스, 스카프에 마스크를 한 조금 지나친 옷차림이었다. 하지만 몸매를 보아하니 이세림은 절대 아니었다. 그녀는 요염하게 차에서 내린 뒤 자연스럽게 남자의 팔짱을 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그 남자가 배현우였고 여자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눈앞의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어쩐지 방금 전화할 때 말투가 퉁명스럽더라니, 어쩐지 내가 열정이 넘치는 걸 원하지 않더라니, 어쩐지 나에겐 언제 떠나고 돌아오는지 말하지 않더라니...알고 보니 연인이랑 즐겁게 지내느라 그런 거였구나, 조금 전까지 말투가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따뜻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이 온천에 들어가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목구멍이 화끈거리고 손발은 차가워져 무기력하게 얼마나 앉아있었을까, 다시 울린 전화벨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나 지금 입구에 도착했어, 바로 들어갈게.”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보아하니 이곳이 배현우 별장이랑 가까워 돌아가기 편해 일부러 선택한 것 같다.나는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눈앞은 자욱해졌다. 차에서 내리려는데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벌써 이미연이 도착했다. 나는 얼른 차에서 내렸다.“빨리 왔네. 날아왔어?”“빠르다고? 나 30분이나 운전했어!”이미연은 소리치며 날 바라보았다.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나는 얼른 표정을 감추며 얼굴을 쓰다듬었다.“그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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