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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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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위화감

다음날.내가 일어났을 때 콩이는 이미 유치원에 간 후였다. 배현우는 없었고 이미연이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얼굴엔 여전히 통증이 남아있었다. 어젯밤 샤워할 때 거울을 보니 긁힌 상처가 많았고 그중에 깊은 상처도 있었는데 흉터가 남을지도 모르겠다.“장영식이 널 만나러 왔어, 나랑 같이 가. 회사엔 가지 말고!” 이미연이 나에게 말했다. “지아야….”이미연은 말하기를 주저했지만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난 괜찮아.” 나는 담담하게 그녀를 위로했다. “내 차는?”“수리하라고 보냈으니 오늘은 나가지 마!” 이미연은 조금 불안해 보였다. “얼굴이 좀 나아진 후에 다시 얘기하자!”“그래!” 나는 대답은 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어제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배현우는 배윤정이 나를 만났다고 생각했고 이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배현우가 그 사진들을 보면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이 생각나자마자 난 이미연에게 물었다. “내 가방은?”“아, 난 모르는데?” 이미연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가 살펴볼게.”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연은 손에 내 가방을 들고 올라왔고 나는 몸을 급히 일으켜 가방을 열고 사진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사진 속 각도가 너무 가까워 보여 매우 불안했고, 나는 매일 우리 곁에 이렇게 많은 불안요소가 있는지도 몰랐다.이미연의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고 그녀는 전화를 받기 위해 나갔다. 다시 방에 들어온 이미연에게 물었다. “일이 있는 거지? 바쁘면 나가서 일 봐도 돼. 난 괜찮아. 안 나갈 거야. 좀 더 자고 싶어.”“그럼 뭐 좀 먹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이미연은 나를 보며 말했다. “내가 가서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 오래는 안 걸릴 거야.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어쨌든 배현우 씨는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니 결코 포기할 것 같지는 않더라.”“그래!” 난 이미연에게 너무 많은 말은 하고 싶지 않아 가볍게 대답했다.” 열쇠 가지고 가. 문 열어주기 귀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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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예상치 못한 방문객

나는 서둘러 일어나 침대에서 빠르게 내려왔고 동작이 컸던 탓인지 온몸이 조금 아파졌다. 먼저 커튼을 젖혀 아래를 내려다보니 뜻밖에도 대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은 이세림 이었다.이세림이 어떻게 내가 사는 곳을 알았을까? 나는 그녀에게 골드 빌리지에 산다고 말한 기억이 없다.나는 슬리퍼를 신고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이세림은 그 사이 초인종을 두 번 더 울렸다.나는 거실에 있는 스위치를 누른 후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이세림은 손에 과일 바구니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그 표정은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 악의 없이 순수함을 표현한듯했다.“이세림 씨!”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여긴 어떻게 찾은 거예요?”“하하, 지아 씨. 우여곡절이 많았다면서요!” 이세림은 들어와서 사방을 둘러보았고 이곳이 아주 익숙해 보였다. “집 좋은데요, 아주 클래식해요!”“앉으세요, 뭐 마실래요? 커피와 차가 있어요.” 난 주방의 티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아무거나요, 서두르지 마세요!” 이세림은 매우 다정하게 나를 따라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죠? 정말 무섭네요. 누굴 기분 상하게 한 적 있어요? 왜 납치된 거예요?보아하니 이세림은 내게 일어난 일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수상쩍었다.“이세림 씨는 소식이 정말 빠르네요!” 나는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매우 의심스러웠다.“그런가요? 어제 현우오빠와 저녁 식사 중이었어요. 현우오빠는 전화 한 통을 받자마자 바로 떠났고 난 분명히 들었어요, 당신이 사라졌다고!” 이세림의 말은 합리적이었다. “줄곧 이 일을 걱정했어요. 나중에 현우오빠에게 전화해서 물었더니 지아 씨를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놀라 죽는 줄 알았어요!”그 둘이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씁쓸해졌다.이세림이 내 얼굴을 주시하며 말했다. “지아 씨, 얼굴이 왜 이렇게 다친 거예요?”이세림은 마치 방금 들어왔을 때 전혀 보지 못한 것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은 얼굴 위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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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의도하지 않은 정보

나는 온통 멍해졌다. CCTV 영상을 여러 번 봤는데, 틀리지 않았다. 이세림은 고소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이 영상은 나를 소름 끼치게 했다. 이세림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런 표정…. 정말 끔찍하다. 애초에 이세림은 진심으로 나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나의 참상을 보러 온 건가?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이세림이 원한 대로 되었다고 이해해도 되는 걸까?나는 다쳤는데, 이세림은 만족스럽게 웃는다고?나는 이세림이 이런 짓을 꾸민 건 아닐까 혹은 그녀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고 대담한 추측을 했다. 배유정이 나와 만나고자 한 것을 가장 알 가능성이 큰 사람은 이세림이다.아아, 안돼! 이세림은 결국 내 목숨을 원하는 건가?나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 머리를 감싸 안고 모든 가능성에 대해 끝없는 추측을 했다.어느새 돌아온 배현우는 침대 위에 있는 내 표정을 보고 얼른 다가와 큰 손을 내밀어 내 어깨 위에 올렸고, 그가 나에게 다가오는 어떤 소리조차 못들은 나는 놀라 소리 지르며 마구잡이로 두 손을 휘저었다.“지아 씨, 나예요!” 배현우가 재빨리 나를 껴안았다. 익숙한 그의 숨결이 나를 에워쌌고 그가 돌아온 것을 알게 된 나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나는 멍한 눈으로 배현우를 바라보았고, 마음속 두려움이 조금씩 걷히자 그는 나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 응?”나는 숨을 내쉬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이 사실을 배현우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생각나서 배현우를 보며 물었다. “당신 임윤아를 많이 사랑하나요?”이 말을 들은 배현우는 갑자기 멈춰 서서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누가 당신에게 말했죠? 배유정인가요 아니면 이세림인가요?”“중요하진 않아요, 그저 알고 싶은 거예요. 정말 그녀가 나와 그렇게나 많이 닮았나요?” 나는 무뚝뚝하게 쳐다보며 배현우의 대답을 기다렸다.배현우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닮지 않았어요!”분명 배현우의 대답은 좀 무성의했고 나는 고개를 떨궜다. 다시 그녀를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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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그의 생일

3일째 되던 날 아침, 장영식이 전화를 걸어와 내 부상은 어떤지 물었다. 난 사실 회사에 가려던 참이었다.장영식은 내가 회사에 온 것을 보더니 급히 나를 잡고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또 다른 일이 있진 않았지? 흉터 남지 않겠어? 아직도 아파?”“다 봤잖아, 무슨 일이 또 있을 수 있겠어.” 요 며칠, 사실 내 얼굴은 조금 깊게 그어진 상처 몇 개 말고는 많이 좋아졌다. 작았던 상처들이 이제는 보이지 않았기에 처음처럼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았다.그런 다음 장영식은 나를 소파에 앉히고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회사 일에 관해 이야기했다. 배유정에게 토지를 포기하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결국 형원 그룹이 최종 승리했다는 것을 장영식이 알아내었다.“배유정이 포기했다고?” 나는 의심스러운 듯 중얼거렸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마도 배유정이 배현우의 발전 속도를 통제하고 있는 것 같아.”“네 생각은, 배유정이 배현우를 꺾어 그의 힘을 약화하려 한다는 거니?"나는 조금 놀랐다.“그래서 우리와 천우 그룹과의 프로젝트는 낙관적이지 않아.”“당분간 우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지성항업이 받쳐줄 수 있다는 거야!” 나는 묵묵히 수중의 계약서를 생각했다.“큰 문제는 아냐. 다만 현재 관점에서 볼 때 천우 그룹과의 프로젝트 변수가 너무 크다는 거지. 이미 공사 중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후속 조치가 염려돼. 반드시 우리 지아 대표가 그들과 3년 계약을 체결할 거라 믿어. 이 3년 계약이 무산된다면 반드시 우리의 발전에 지장이 생길 거야.장영식은 조금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준비를 해야 해.”이유는 모르겠지만, 장영식이 이 말을 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이청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은연중에, 나는 왜 항상 이청원이 나를 도와줄 것이라고 느끼는 걸까?하지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는 고개를 저었다. 형원 그룹에 너무 가까이 가고 싶지는 않다.생각해 보라, 천우 그룹도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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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순식간의 분노

멀리서 비친 자동차 불빛이 한순간 내 온 세상을 밝혔다. 난 너무 기뻐서 서둘러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가 허둥지둥 전자레인지에 음식들을 넣어 데웠다. 이런 설렘에 손이 떨렸다.나도 모르게 화장실로 달려들어 가 내 모습이 어떤지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다. 오늘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배현우를 만나고 싶었다.배현우가 나도 그의 가족이며 항상 그의 곁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그의 생일을 우리가 함께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드디어 문이 열렸고 나는 반갑게 맞이하였다. “왔어요!”배현우는 약간 어리둥절해 하긴 했지만, 행복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손을 뻗어 나를 품에 안았다. “왜 아직도 안 자고 있었어요?”술 냄새가 강하게 풍겨왔고 나는 배현우가 이렇게 많은 술을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얼른 손을 뻗어 그를 부축했고 몸을 굽혀 슬리퍼를 집어 든 후 그를 끌어당겨 식탁으로 데려와 의자에 앉혔다.재빨리 생일케이크 초에 불을 붙이고 그를 바라보며 온화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어서 소원을 빌어요!” “생일 축하해요! 해마다 오늘이 있고 앞으로의 세월은 오늘과 같기를 바라요. 행복은 영원히 당신과 함께 할거에요.”내 말이 끝났을 때 배현우는 천천히 일어났고 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지아 씨?” 배현우는 원래 술에 취한 흐리멍덩한 눈이었는데 갑자기 내 두 눈을 바라보았다가 먹빛 가득한 차가운 눈빛을 띠며 순식간에 음산하기 그지없게 변하더니 악기로 가득한 쉰 목소리로 힘을 다해 소리쳤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고요!”눈앞에 일어난 갑작스러운 변화에 나는 겁이 났다. 배현우는 미친 듯이 식탁 위의 모든 것을 쓸어내렸고, `와르르` 쏟아지는 큰 소리가 고요한 밤중에 귀를 찌르듯 자극했다.배현우의 몸에선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이 순간이 무서웠고 갑자기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낯설게 느껴져 두려웠다.나는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나의 어떤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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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가소로운 위로

여느 때와 같이 깨끗해진 주방을 보고 세수를 한 후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딸의 방으로 가서 아이 곁에 누워 그렇게 잠이 들었다.내가 깨어났을 때, 내 딸은 일어난 지 오래되었고 인형 놀이를 하고 있었다.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딸에게 말했다. “옷을 갈아입자. 엄마랑 같이 아침 먹으러 갔다가 엄마 사무실에 함께 가자. 그리고 별일 없으면 오늘 외할머니 집에 가는 게 어때?”콩이는 환호성을 지르며 내게 바비 동생을 데리고 가도 되냐 물었다.나는 장영식에게 전화를 걸어 조금 늦게 간다고 말했다.그런 다음 딸아이의 몸단장을 해준 후 콩이의 면 옷을 꺼내 작은 캐리어에 담고 내 것도 함께 넣고 나서야 콩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아침을 먹은 후 바로 회사로 갔고, 콩이는 회사에 처음 와 보았다.갑자기 총애를 받는 공주처럼 이해월은 콩이를 데리고 온 사무실을 돌아다녔다.나는 장영식과 함께 몇 가지 회사 문제를 처리했고, 장영식에게 오늘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모셔오고 싶다고 말했다.장영식은 나를 주의 깊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회사 걱정은 하지 말고 다녀와. 이동철과 나는 아무 문제 없을 거야. 특별한 일이 생기면 전화할 테니 맘 편히 부모님을 모셔와. 돌아오기 전 전화해 주면 내가 마중 나갈게. 이따 공항에 데려다줄게!”나는 미루지 않았고, 이해월도 서둘러 우리 둘의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공항으로 가는 동안 장영식은 룸미러로 줄곧 나를 보았지만, 나는 해명하지 않았다.사실 오늘 내 상태가 너무 안 좋았고, 다크서클도 심한데 그걸 장영식이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하지만 장영식은 캐묻지도 나를 난처하게 하지도 않았다.공항에 도착하자 장영식은 우리 모녀를 보안검색대로 데려다주며 아이 잘 돌보고 추우니 아이가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라며 거듭 당부했다.은빛 눈이 덮인 북쪽에 착륙하자 맑고 투명한 차가운 공기와 맞닥뜨렸다. 나는 어지러움에서 깨어나려는 것처럼 깊게 심호흡했다.택시를 타고 바로 만덕동으로 들어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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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어림짐작으로 알지만 모르는 척

그날 밤, 술에 취한 나를 장영식이 데려다주었다. 차에서 내렸을 때 그는 나를 등에 업었고 나는 깔깔대며 크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영식은 무던하게 나를 업고 동네 길을 천천히 걸으며 대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일들과 그가 나에게 얼마나 잘해줬었는지, 또 내가 몸치는 아니었다며 내가 그의 등에서 잠이 들 때까지 계속 얘기해 주었다.어떻게 집으로 돌아와서 방에 온 건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집에 부모님이 계셔서 딸도 돌봐주시니 안심이 된다. 난 조금도 두렵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몇 시나 됐을까, 나는 전화 소리에 잠이 깨었다. 머리는 여전히 아팠고 오늘은 쉬는 날이라는 걸 의식적으로 깨달았다. 난 핸드폰을 더듬더듬 찾아서 끄고 베개에 나를 묻었지만 억지로 잠을 청하지는 않았다.다시 잠들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도 남을 위력의 수많은 슬픔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어 와 떨쳐 내려 해도 떨쳐 낼 수가 없다.갑자기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핸드폰을 보니 배현우로부터 걸려온 전화였고, 잠시 망설이던 나는 전화를 받았다. 필경 이것은 내가 이제까지 받고 싶었던 전화였다.“여보세요.” 나는 잠에서 막 깨어 약간 잠긴 목소리였다.“어째서 전화를 안 받았어요?” 배현우는 내 목소리에서 비슷한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물었다. “왜 울어요?”“아니에요, 막 잠에서 깼어요.”“마음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요,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고요.” 비록 배현우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알 수 있었다. 그의 말투는 딱딱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조금 답답하고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배현우도 오랫동안 침묵했다. “내 전화를 받아도 즐겁지 않나요?”“제가 또 말실수할까 봐 겁이 나요! 분명 전 어리석으니까요.” 나는 희미한 목소리로 원망의 의미를 담아 말했다.저쪽에서 냉랭한 불만의 소리가 들렸고 그것은 마치 내 말에 코웃음을 치는 듯했다.“당신은 스스로 반성을 해야죠.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는 비아냥거렸다.“현우 씨, 전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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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강제 명령

전화는 배현우가 건 것이었고 나는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아빠는 내 감정을 확인하려는 듯 내 표정을 살폈고 난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반대편에서 바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저 공항이에요. 데리러 와요!”또 명령이야!말문이 막힌다. 배현우에겐 특별한 비서와 수행원이 있고, 그를 도울 사람이 겹겹이 쌓여 있는데 내가 공항에 그를 마중 나가야 하나? 그는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운전기사인가 아니면 하인인가.“미안해요. 집에 손님이 와서 나갈 수가 없어요.” 나는 담담하게 거절했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졌다.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 개자식, 또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을 티 테이블에 막 올려두려는 순간 `뜨르르`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메시지를 열어보니 장영식이 큰 가방을 들고 문을 두드리는 CCTV 사진 한 장과 함께 글 한 줄이 와 있었다. “이 사람이 언제부터 손님이었죠? 그가 당신이 나갈 수 없을 만한 귀빈인 된 건가요? 콩이는 나와 식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사진을 보니 이가 갈리게 화가 났다. 배현우도 우리 집 CCTV 영상을 가지고 있다. 왜 우리 집을 감시한 걸까? 그의 횡포가 정말 너무 지나치다.“뭐 하는 거예요?” 나는 불쾌함에 몇 마디 적어 메시지를 보냈다.무력감이 느껴진다. 정말 막무가내인 사람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다.“받아들일래요, 안 받아들일래요?” 배현우가 이번에 보낸 글은 더욱 강력했다. 나는 확신한다. 이 사람은 담력이 있다. 내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대답하면 그는 한 시간 내로 우리 집에 나타날 것이다. 난 지금 장영식이 겪을 난감함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싸늘해졌다. 고개를 들자 아빠와 두 눈이 마주쳤고 내가 지은 어색한 웃음은 우는 것보다 더 봐주기 힘들었다.“저……. 저 좀 나가봐야겠어요!” 아빠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고는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열쇠를 챙겨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다. 혹시라도 아빠가 잡을까 봐 걱정되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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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그의 이유

그동안의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과분하게만 느껴졌던 단어에 나도 모르게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나는 망부석이 된 것마냥 그 자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의 시선은 어느새 창밖의 풍경에 못 박힌 듯 고정되었고 입에서는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게 바로 배현우가 말하던 아직 완공되지 못한 집이구나.’ 눈 앞에 펼쳐진 웅장한 광경에 나는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배현우는 차에서 내려 얼마 안 되는 자신의 짐을 챙기고는 차 문을 열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멍하니 창밖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나는 급히 정신을 차리고는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뒤 배현우는 성큼성큼 집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나는 그 뒤에서 부지런히 그의 뒤를 쫓았다.집안의 광경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이 호화로웠다. 지금 내가 천국에 온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집안을 들어서자 하인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오셨습니까, 회장님.”몇몇 하인들이 다급히 달려와 배현우의 손에 들려있던 짐을 넘겨받았다. 분위기가 이토록 화기애애한 것을 보아하니 이 집의 하인들은 모두 배현우에게 충성심이 상당히 강한 모양이었다.배현우의 방으로 돌아오자 그는 갑자기 문을 닫아 버리고는 나를 그의 품속에 가둬 조금 잠긴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나 별로 안 보고 싶었나 봐요?”배현우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애써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켜 보았지만 차마 그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할 수가 없어 애꿎은 바닥만 바라보며 어색하게 살짝 웃어 보였다. 사실 나는 조금 고지식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저번에 배현우가 나에게 불같이 화를 냈던 일이 여전히 마음속에서 풀리지 않은 채 묵혀버린 탓인지 무어라 입을 열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내가 계속하여 입을 꾹 다물고 있자 배현우는 그대로 내 몸에 기댄 채 뚫어져라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마치도 나를 꿰뚫어 보고 있듯이 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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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과감한 도전

그날 밤, 나는 영식 씨와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닌 배현우의 별장에 남기로 하였다. 오늘과도 같은 날은 절대 배현우 혼자 외로이 이 크나큰 별장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둘 수 없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배현우는 주절주절 열 살 전 부모님과 함께 보낸 행복한 시절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의 얘기는 조금도 털어놓지 않았다. 나도 그 시절에 대해 더는 묻지 않았다. 분명 그 시절은 배현우에게 있어서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이제야 배현우가 왜 그리도 가족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지, 콩이에게 왜 그리도 잘해주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가 보여주었던 모습들을 따라 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배현우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면서 나는 점점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오늘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바로 내가 많은 기억을 잃은 것 같다는 점이었다. 나의 첫 기억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 후의 일들은 대부분 또렷이 기억이 나지만 이상하게도 그 전의 일들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 하더라도 조금은 기억이 날 법도 한데 이상하리만치 내 머릿속에서 전부 사라졌다는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 옛날 부모님의 모습 등등 그 어떤 기억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에선지 나에게는 친구도 없었다.행복한 얼굴로 자신의 동년을 말하는 배현우의 모습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그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에게만 모두가 가진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지? 혹시 사람들이 말하는 선택성 기억상실증 뭐 이런 건가? 풀리지 않는 의문들에 조금 답답해지기 시작했다.배현우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임윤아에 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턱 끝까지 차올랐던 의문을 끝내 도로 삼켜버렸다.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한 채 함께 새해의 첫날을 맞이했다.하지만 그때의 나는 미처 몰랐다. 그날, 호주의 본가에서 열렸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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