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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강제 명령

전화는 배현우가 건 것이었고 나는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아빠는 내 감정을 확인하려는 듯 내 표정을 살폈고 난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반대편에서 바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저 공항이에요. 데리러 와요!”

또 명령이야!

말문이 막힌다. 배현우에겐 특별한 비서와 수행원이 있고, 그를 도울 사람이 겹겹이 쌓여 있는데 내가 공항에 그를 마중 나가야 하나? 그는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운전기사인가 아니면 하인인가.

“미안해요. 집에 손님이 와서 나갈 수가 없어요.” 나는 담담하게 거절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졌다.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 개자식, 또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티 테이블에 막 올려두려는 순간 `뜨르르`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메시지를 열어보니 장영식이 큰 가방을 들고 문을 두드리는 CCTV 사진 한 장과 함께 글 한 줄이 와 있었다. “이 사람이 언제부터 손님이었죠? 그가 당신이 나갈 수 없을 만한 귀빈인 된 건가요? 콩이는 나와 식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사진을 보니 이가 갈리게 화가 났다. 배현우도 우리 집 CCTV 영상을 가지고 있다. 왜 우리 집을 감시한 걸까? 그의 횡포가 정말 너무 지나치다.

“뭐 하는 거예요?” 나는 불쾌함에 몇 마디 적어 메시지를 보냈다.

무력감이 느껴진다. 정말 막무가내인 사람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다.

“받아들일래요, 안 받아들일래요?” 배현우가 이번에 보낸 글은 더욱 강력했다. 나는 확신한다. 이 사람은 담력이 있다. 내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대답하면 그는 한 시간 내로 우리 집에 나타날 것이다. 난 지금 장영식이 겪을 난감함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싸늘해졌다. 고개를 들자 아빠와 두 눈이 마주쳤고 내가 지은 어색한 웃음은 우는 것보다 더 봐주기 힘들었다.

“저……. 저 좀 나가봐야겠어요!” 아빠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고는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열쇠를 챙겨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다. 혹시라도 아빠가 잡을까 봐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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