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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어림짐작으로 알지만 모르는 척

그날 밤, 술에 취한 나를 장영식이 데려다주었다. 차에서 내렸을 때 그는 나를 등에 업었고 나는 깔깔대며 크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영식은 무던하게 나를 업고 동네 길을 천천히 걸으며 대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일들과 그가 나에게 얼마나 잘해줬었는지, 또 내가 몸치는 아니었다며 내가 그의 등에서 잠이 들 때까지 계속 얘기해 주었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와서 방에 온 건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집에 부모님이 계셔서 딸도 돌봐주시니 안심이 된다. 난 조금도 두렵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몇 시나 됐을까, 나는 전화 소리에 잠이 깨었다. 머리는 여전히 아팠고 오늘은 쉬는 날이라는 걸 의식적으로 깨달았다. 난 핸드폰을 더듬더듬 찾아서 끄고 베개에 나를 묻었지만 억지로 잠을 청하지는 않았다.

다시 잠들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도 남을 위력의 수많은 슬픔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어 와 떨쳐 내려 해도 떨쳐 낼 수가 없다.

갑자기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핸드폰을 보니 배현우로부터 걸려온 전화였고, 잠시 망설이던 나는 전화를 받았다. 필경 이것은 내가 이제까지 받고 싶었던 전화였다.

“여보세요.” 나는 잠에서 막 깨어 약간 잠긴 목소리였다.

“어째서 전화를 안 받았어요?” 배현우는 내 목소리에서 비슷한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물었다. “왜 울어요?”

“아니에요, 막 잠에서 깼어요.”

“마음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요,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고요.” 비록 배현우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알 수 있었다. 그의 말투는 딱딱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조금 답답하고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배현우도 오랫동안 침묵했다. “내 전화를 받아도 즐겁지 않나요?”

“제가 또 말실수할까 봐 겁이 나요! 분명 전 어리석으니까요.” 나는 희미한 목소리로 원망의 의미를 담아 말했다.

저쪽에서 냉랭한 불만의 소리가 들렸고 그것은 마치 내 말에 코웃음을 치는 듯했다.

“당신은 스스로 반성을 해야죠.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는 비아냥거렸다.

“현우 씨, 전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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