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881 - 챕터 890

1270 챕터

제881화 발목 잡는 존재

그 젊은 남자를 보는 순간 고다정은 놀란 마음에 속이 꿈틀하며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였다.이때 구남준이 헬기에서 내리며 그 남자를 보더니 좀 뜻밖이라는 눈치로 말을 걸었다.“여명호 씨, 당신이 직접 왔어요?”그러고는 그 남자를 가리키며 고다정한테 정중하게 소개를 드렸다.“작은 사모님, 이분은 여명호 씨라고 대표님 최측근 심복입니다. 계속 은밀히 대표님의 안전을 책임지고 대표님이 나서기 어려운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습니다.”여명호라는 젊은 남자는 바로 여태껏 구남준과 통화를 해왔던 그 의문의 남자였다. 그는 지금 구남준의 말을 듣고 못마땅한 얼굴로 눈썹을 찡그리며 고다정을 향해 입을 열었다.“작은 사모님은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여기는 저희의 통제를 벗어난 구역입니다. 언제든지 위험이 생길 수 있어요. 만일의 사태에 저희가 작은 사모님의 안전을 온전히 보장 못할 수도 있습니다.”그의 말은 고다정이 지금 찾아온 것은 폐 끼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자신의 도래를 아니꼽게 생각한다는 것을 고다정도 충분히 눈치챘지만 그녀도 이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지라 수려한 미간을 좁히며 냉랭하게 그의 말에 받아쳤다.“저도 제 안전을 책임질 사람을 데리고 왔어요. 무슨 일이 생겨도, 절 고려할 필요 없습니다.”“허, 작은 사모님께서 말 참 쉽게 하시네요. 사모님의 안위에 문제가 생겼는데 저희가 손 놓고 있으란 말씀인가요? 그랬다간 보스가 나중에 돌아와서 저희한테 어떤 큰 벌을 내릴지 생각은 해봤어요?”여명호는 콧방귀를 뀌며 고다정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듯 쏘아붙였다.고다정은 낯빛이 확 가라앉으며 그의 시선을 마주하였다.“내가 그러라고 했으니까 준재 씨가 돌아오면 그쪽 사람들 난처할 일 없게 제가 잘 설득할 거예요. 지금 그쪽 급선무는 준재 씨부터 찾는 겁니다. 저 포함해서, 다른 일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두 사람의 눈빛은 한 치도 양보 없이 공중에서 찌르르 부딪히며 불꽃을 튕겼다.주변 공기가 점점 살벌해지자 구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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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행적이 탄로 나다.

고다정은 등을 꼿꼿이 세우고 비올라의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했다.“전 준재 씨 약혼녀예요. 약혼자가 일이 생겼는데 옆에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제가 방해된다면 저를 상관 안 하면 그만이에요. 저도 사람 데리고 왔으니까.”“당신이 말한 사람이 저 뒤에 있는 저 사람들이에요?”비올라는 고다정의 뒤에 서있는 화영 등을 보며 조소적인 웃음을 내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고다정의 얼굴에 떨구며 빈정거렸다.“준재 씨를 추격한 테러범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법자들이에요. 저런 어정쩡한 사람을 몇 명 데리고 준재 씨를 찾기는커녕 당신 하나 보호하는 것도 힘들걸요? 그 사람들 손에 뭐가 있는지 알아요? 권총 하나 갖고 덤비는 인간들이 아니에요. 더 큰 열병기도 갖고 있다고요. 알겠어요?!”고다정은 그녀의 말에 잠시 혼란스러웠다.“더 큰 열병기...”“그래요. 그 사람들 손에는 포탄 같은 것도 있어요. 아니면 준재 씨가 타고 있던 배가 왜 침몰했겠어요?”비올라는 차가운 말투로 설명했다. 그녀는 한 걸음 나아가서 고다정한테 가까이 다가가며 더 날카롭게 고다정을 깎아내렸다.“당신이 데리고 온 이 사람들이 당신을 포탄 아래에서 안전히 도망치게 할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의 위장술을 간파할 수는 있어요?”“......”쏟아지는 질문에 고다정은 말문이 막혔다.그러는 그녀를 보자 비올라는 마치 승리한 여왕처럼 목을 빳빳이 쳐들고 고다정을 내리깔아 보며 일갈하였다.“그것 봐.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잖아. 여준재 약혼녀라는 타이틀이 뭐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인 줄 알았나 봐요? 그걸로만 준재 씨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허, 순진하기는... 그 테러범들이 더 원하는 게 당신을 잡는 거예요. 그러면 준재 씨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으니까.”말을 마치고 그녀는 팔을 뻗어 고다정의 어깨를 힘껏 밀쳤다.그녀의 말에 얼이 나가 방심하고 있었던 고다정은 그녀한테 밀려 한 발 크게 뒷걸음질을 쳤다.그러자 화영과 소담이 얼른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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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고다정을 길에서 해치워

문을 나서니 마침 비올라가 사람을 한 무리 끌고 엘리베이터에서 급히 나오고 있었다.“비올라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큰일났어요. 고다정 씨가 여기 있다는 소식이 어떻게 새 나갔는지 다들 찾고 난리인데, 내가 안 와볼 수가 있어야죠.”비올라는 퉁명스럽게 말을 꺼내며 마지못해 관심하는 척하는 연기를 제대로 펼쳤다.여자의 천 길 속내를 알 리 없는 구남준은 그녀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저도 방금 소식을 듣고 작은 사모님한테 알리러 가던 참이었어요. 비올라 씨가 철수를 도와주면 저야말로 감사하죠.”“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빨리 고다정 씨한테로 가요. 지금 바로 떠나야 하니까.”비올라가 귀찮다는 듯 구남준을 재촉하자 그는 알겠다고 하며 그녀를 데리고 고다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구남준이 여행 가방을 들고 찾아온 모습과 뒤에 비올라까지 따라온 걸 보고 고다정은 의아하여 물었다.“어떻게 된 거...”“작은 사모님, 우리 빨리 떠나야 합니다.”구남준은 조급하게 말을 꺼내며 고개를 돌려 한창 짐 정리 중인 소담을 저지했다.“그만 정리하고 꺼낸 옷을 다시 도로 넣어요. 우리 지금 떠나야 해요.”고다정은 그의 말을 따라잡지 못하고 물었다.“왜 그래야 하죠?”“흥, 왜라뇨? 빨리 가라는데 말 안 듣고 버틴 사람이 누군데요? 여기 이제 당신이 떴다는 소식이 다 퍼졌어요. 사방에서 지금 당신을 잡겠다고 들쑤시고 다닌단 말이에요. 당신을 잡아서 준재 씨를 끌어내려고!”비올라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고다정한테 눈을 부라리며 말투는 더더욱 거침없었다.“내가 전에 했던 얘기들이 그저 농담인 줄 알았어요? 여기 있다간 뒈지기 딱 좋다고요!”그녀의 비수 같은 질책들이 날아와 고다정한테 사정없이 꽂혔지만,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그녀는 사태가 급히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소담한테 짐을 다시 꾸리라고 말했다.대략 5분 뒤, 일행은 주변을 경계하며 호텔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오르자마자 비올라는 굳은 표정으로 고다정한테 철수 계획을 얘기했다.“나도 감시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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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목숨을 건 탈주

고다정의 물음에 구남준은 몇 초간 말이 없다가 결국 사실대로 털어놓았다.“대표님이 비올라 씨와의 협력관계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을 겁니다. 유럽에는 십여 년간 지하 세계를 통치하고 있는 규모가 방대한 암 세력이 존재합니다.”“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 내에 야심이 꿈틀거리는 자들이 나타났죠. 대표님은 그 방대한 세력의 배후이자 가장 큰 보스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대표님을 쫓는 거예요.”다만 그는 몇 가지 사실을 고다정한테 숨겼다.이번 반란 세력은 누군가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 여준재는 그 배후에 대한 정보를 일부 취득하여 그들의 계략에 넘어가는 척하며 더 큰 플랜을 꾸미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을 모르는 고다정은 구남준의 얘기를 듣자마자 구겨졌던 미간이 더 세게 좁혀졌다. 그렇지 않아도 조마조마했는데 이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저도 몰래 최악의 경우를 머릿속에 그리며 안절부절못했다.“그러다 준재 씨가 그들한테 잡히면 어떡해요?”“대표님이 만약 잡힌다면, 가벼운 경우 대표님을 협박해 비올라 씨더러 유럽의 지하 각 세력권을 내놓으라 할 수도 있고, 심하면 아마 대표님이...”그는 말끝을 흐렸지만 고다정은 정확하게 알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삽시에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다.구남준은 그녀의 모습을 백미러로 확인한 후 얼른 위로했다.“작은 사모님, 걱정 마세요. 대표님은 절대 그들한테 잡힐 일이 없을 겁니다.”그의 말이 사실일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채 고다정은 걱정에 사로잡혀 두 손을 으스러지게 맞잡았다.“그런 절대적인 말이 어딨어요. 준재 씨가 일 생긴 지 이렇게 오랜데 아직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상황이 더 안 좋을지도 몰라요.”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부터 펑 하는 굉음이 들려왔고 이어 그들이 타고 있는 차는 무언가에 세게 부딪혔다. 그 후 차가 심하게 휘청이더니 결국에는 걷잡을 수 없이 측면으로 뒹굴기 시작했다.소담과 화영은 소리가 나는 순간부터 얼굴이 굳어졌다.“로켓포!”두 사람은 이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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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구사일생

상처는 10분도 안 되어 처치를 마치고 곱게 싸매졌다.고다정은 남은 약 가루를 보며 다친 경호원들이 더 있을 거라는 생각에 구남준을 불러 분부했다.“여기 외상 치료용 약 가루가 좀 있는데 다른 부상자한테 가져가서 쓰고 간단히 싸매라고 하세요.”“그럼 제가 걔들 대신해서 작은 사모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드려야겠네요.”구남준은 약봉지를 손에 들고 고마운 눈으로 고다정을 쳐다봤다.고다정은 어설프게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미안해하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저한테 고마워할 거 없어요. 오히려 제가 고마워해야지. 저들이 아니었으면 방금 제가 저기서 도망쳐 나올 수도 없었을 거예요.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제멋대로 굴었어요. 다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얼른 약 가져가세요.”이 말에 구남준은 고다정이 자책에 빠졌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그녀를 위로할 겨를이 없어 그는 소담한테 눈길을 보내고는 약을 가지고 부상당한 경호원들한테로 걸어갔다.구남준이 보내는 눈빛 신호를 받은 소담은 기분이 저조하여 어깨를 축 떨어뜨린 고다정을 보며 어떤 위로를 건넬까,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작은 사모님,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대표님한테 일이 생겨 걱정되어 찾아 나서는 건 인지상정 아니겠어요? 그저 그들이 이렇게 나올 줄 예측 못한 것뿐입니다. 상처만 난 것도 너무 다행입니다. 저희가 예전에 임무 수행할 때 죽는 건 아주 자주 보는 일이었습니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우리 같은 일을 할 수 없습니다.”애써 자신을 위로하려는 그녀의 마음을 고다정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고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자기는 괜찮다고 대답했다.그때 구남준이 굳은 표정으로 밖에서 들어왔다.“작은 사모님, 당장 여기를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왜요?”고다정은 어리둥절해하며 그를 바라봤다.그녀는 이곳이 당분간 꽤 안전해 보였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그들을 구조할 사람들이 도착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소담과 화영도 의문을 품고 구남준을 쳐다봤다.구남준은 휴대전화를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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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죽은 사람이 이걸로 모자라?

그들이 어디 있는지 가늠은 안 됐지만 다행히 구남준의 휴대전화에는 GPS 기능이 있었다.그가 보낸 위치 좌표에 근거해 여명호는 한 시간 뒤에 사람들을 데리고 달려왔다.와보니 고다정 옆에는 소담과 구남준을 포함해 총 다섯 명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꼴이 모두 하나같이 엉망진창이었다.여명호는 이런 상황에 표정이 굳어졌다.어젯밤에 어떤 격전이 벌어졌을지 안 보고도 눈앞에 훤했다.고다정과 구남준은 그를 보고 끝내 한숨을 돌렸다.특히 고다정은 전에 그와의 불쾌했던 대화를 상기할 새도 없이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그에게 조급하게 물었다.“여명호 씨, 사람 몇 명 데리고 왔어요? 사람 좀 보내서 제 호위팀을 찾아볼 수 없나요? 어제 제가 도피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벌어보겠다고 뒤에서 엄호를 맡다가 다른 쪽으로 놈들을 유인했을 거예요.”“사람은 제가 대신 찾아볼 수 있지만, 조건이 있어요. 지금 당장 귀국하도록 하세요. 여기 남아서 더 민폐 끼치지 말고요.”여명호의 말은 얄짤없고 무례했다.고다정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이때 곁에서 지켜보던 구남준은 고다정이 화났을까 봐 얼른 나서서 대신 해명했다. “작은 사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여명호 씨가 말은 이렇게 해도 속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주요 세력이 국내에 있다 보니 국내에서 사모님을 더 잘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돌아가라 한 거예요. 그럴 뿐만 아니라 국내는 여기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심해서 더 안전합니다. 그들이 뭘 하려고 해도 여기보다 더 신중히 움직여야 할 것이고요.”그의 말에 고다정은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그의 제안에 동의한 건 아니었다.그녀는 떠나고 싶지 않았다.여준재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곳을 떠난다면 그녀는 불안해서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제 안전 때문에 그러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난 준재 씨가 걱정돼서 안 되겠어요. 제발 날 여기 있게 하면 안 돼요? 약속드릴게요. 앞으로 모든 것에 당신 말을 따를게요. 문밖에 나가지 말라면 절대 안 나갈게요!”고다정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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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첩자가 있다

돌아가는 것에 동의한 고다정은 구남준한테 잊지 않고 부탁했다.“준재 씨 찾으면 반드시 저한테 즉시 알려줘요. 될 수 있으면 준재 씨가 저한테 직접 연락을 줬으면 좋겠어요.”“안심하세요, 작은 사모님. 대표님한테 소식 있으면 첫 번째로 알려드리겠습니다.”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그리하여 30분 뒤, 고다정은 귀국하는 헬기에 올랐다.하늘 위로 점점 날아올라 작은 점 하나로 변해버린 그 헬기를 바라보며 구남준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여명호는 그런 모습을 깨고소하게 보다가 불쾌해하는 얼굴로 콧방귀를 꼈다.“내가 진작 얘기했잖아요. 저 여자 데려오지 말라고. 골칫덩어리야, 아주.”“이 여자, 저 여자가 뭡니까? 호칭 똑바로 해요, 저분은 작은 사모님이에요. 당신, 요 며칠 새에 작은 사모님한테 너무 무례했어요!”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구남준은 여명호한테 못마땅하다는 눈길을 보냈다. 그리고 고다정을 위해 몇 마디 변호했다.“그리고 작은 사모님이 대표님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인데, 자꾸 이런 태도로 작은 사모님을 대하면 당신이 대표님과 아무리 형, 아우 하는 사이래도 대표님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예요.”“흥, 보스는 이깟 일로 날 뭐라 하지 않아.”여명호는 그의 말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나중에 이 일로 여준재에 의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자신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여명호를 더는 설득할 생각이 없어 구남준은 고개만 가로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말머리를 돌려 심각한 표정으로 어젯밤에 있었던 일에 관해 얘기를 꺼냈다.“어제 우리가 여기 도착해서 만난 사람이라고는 비올라 씨와 당신밖에 없는데, 그동안 소식이 새 나간 거면 우리 중에 첩자가 있는 게 분명해요.”그는 말끝으로 가며 점점 차가운 눈빛으로 변했다. 말하는 포스에 위엄이 실려있었다.이때 여명호의 얼굴에도 살기가 흘러넘쳤다.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잇새로 말을 뱉었다.“전에 한번 대청소를 했는데 아직 덜 걸러진 모양이에요. 내가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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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준재 씨가 별일 없을 거라 믿어요

계속하여 앞으로 뛰어가는 집사를 보며 고다정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 바짝 긴장했던 정신 줄이 조금 느슨해지는 것 같았다.좀 시간이 지난 후, 그녀가 씻고 욕실에서 나오는데 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작은 사모님, 몸에 상처를 좀 봐 드리려고 제가 의사 선생님을 모셔 왔습니다.”“들어오세요.”고다정은 머리를 말리던 타월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그러자마자 집사가 의사를 데리고 방에 들어왔다. 뜻밖에도 의사는 그녀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진 선생님, 선생님이 어떻게 오셨어요?”“제가 방금 병원에서 듣기로 제란원에 진찰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자진해 왔어요. 준재는요?”진현준은 말하는 동안 방안을 둘러보며 여준재를 찾았다.그의 모습을 보니 여준재한테 일이 생긴 것을 모르고 있는 눈치라, 고다정은 아무렇게나 둘러댔다.“준재 씨는 아직 해외에 있어요.”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진현준은 다짜고짜 캐물었다.“고 선생님, 준재가 해외에서 일 생긴 거 아니죠?”“......”고다정은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그녀가 보인 반응에 대충 감 잡은 진현준은 잠시 고민하다 온화하게 입을 열었다.“말하기 불편하면 하지 않아도 돼요. 좀 이상해서 물어본 거예요. YS그룹에 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준재가 얼굴을 전혀 비추지 않는 게.”“아... 그렇군요. 고마워요, 진 선생님. 그런데 준재 씨 지금 상황은 제가 좀 말씀드리기 곤란해요. 이해해 주세요.”고다정은 눈빛으로 고마움을 표했다.그러자 진현준은 알겠다는 표정으로 화제를 돌렸다.“아까 집사님한테서 들었는데, 고 선생님이 다쳐서 피를 많이 흘렸다면서요. 그런데 왜 지금 봐서는 괜찮은 거 같은데요?”“저는 괜찮고, 다른 사람의 피에요. 제가 피가 잔뜩 묻은 모습으로 나타나서 집사님이 오해하신 것 같아요. 너무 놀라 저한테 물을 새도 없이 급하게 병원에 호출했나 봐요.”이 이야기가 나오자 고다정은 또다시 실소를 금치 못했다.그러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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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끝내 돌아오다

해외에는 구남준도 있지만, 다른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과연 열성을 다해 여준재를 찾아줄 건지에 대해 심해영은 의문을 품었다.근심이 내리지 않는 그녀의 안색을 보고 여진성은 아내가 걱정하는 것이 뭔지 알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들이 준재를 따르는 이상 우리는 그들을 믿어줘야 해요. 당신, 준재 안목을 못 믿는 거예요?”“누가 준재를 못 믿는대요?!”심해영은 무의식적으로 반박의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고는 이내 남편의 뜻을 이해하고 뭐라 말하려고 했다가 그저 입을 다물기로 했다.아들을 믿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함께 고스란히 흘려보낸 세월만큼이나 남편에 대한 그녀의 믿음이 두터웠기 때문이다.고다정은 심해영이 더 말을 안 하자 조금 전의 화제가 일단락되었단 걸 알고, 그제야 회사가 부딪힌 문제에 관해 얘기를 꺼냈다.“제가 돌아올 때 남준 씨가 그룹에 문제가 생겼다고 저한테 돌아와서 회사를 안정시키는 데 힘 써보지 않겠냐고 하던데, 혹시 어떤 상황인지 아버님께서 말씀 좀 해주실 수 있나요?”여진성은 흔쾌히 고다정이 알고 싶어하는 회사 사정에 대해 대략 설명했다.그는 여기 오기 전에 이미 구남준한테서 연락을 받았다. 고다정이 너무 쓸데없는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회사에서 일을 좀 맡아 하게 해달라고 구남준이 요청했다. 고다정의 체내에 있는 독소도 아직 제거를 못했는데 여준재의 부재에 대해 심려가 너무 깊으면 발작을 또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말이다.그 사실을 고다정은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여진성의 설명을 듣고 눈동자가 충격으로 흔들렸다.YS그룹의 핵심 자료들과 대외비로 관리되고 있는 프로젝트 관련 문서들이 한꺼번에 유출이 됐다니. 그 손실을 따지면 천문학적 수준이었다.고다정의 마음을 알아채고 여진성은 도리어 그녀를 위로했다.“매우 심각한 상황이긴 하였지만 그동안에 거의 처리되어 안정을 찾은 셈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처리가 돼요? 진짜 그 사람들한테 6조 원을 줬단 말씀이신가요?”고다정은 흠칫 놀랐다가 의문스레 여진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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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아빠는 왜 안 보여요

예상했던 대로, 고다정이 돌아오니 별장 안의 분위기는 더없이 신나고 가벼워졌다.두 아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기뻐서 날뛰었다.“엄마, 끝내 돌아왔네요.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어요.”“엄마도 보고 싶고 아빠도 보고 싶어요. 아참, 아빠는요? 아빠는 왜 안 보여요?”하준이는 문밖을 내다보며 여준재의 그림자라도 있는지 살폈다.고다정은 짐짓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아빠는 해외에서 아직 일이 채 끝나지 않아서 오지 못했어. 하지만 너희들한테 주라고 선물을 보내왔지.”사실 이 선물들은 그녀와 여준재가 그전에 유럽 여행을 할 때 미리 사 둔 것들이었다. 하윤이는 별생각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선물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하지만 하준이는 미간을 찌푸리고 의혹에 찬 눈길로 고개를 뒤로 젖히며 고다정을 바라봤다.“엄마, 아빠가 정말 일이 있어서 외국에 있는 거 맞아요? 무슨 일인데 국내에 있는 회사보다 더 중요해요?”이 말에 고다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개를 숙여 하준의 똘망똘망한 눈동자와 마주치니 저도 몰래 당황스러워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눈길을 피하면 이 영특한 아이가 꼭 낌새를 차릴 거라는 걸 알고 억지로 시선을 고정하며 침착해 보이는 말투로 물음에 대답했다.“당연히 중요하지. 그리고 회사는 할아버지가 계시잖아. 그래서 아빠는 따로 볼일을 보시는 거야... 됐어, 너도 얼른 가서 선물이나 뜯어봐, 네 동생처럼. 이제 젖을 금방 뗀 애가 왜 이렇게 애어른 행세니.”“아빠 엄마가 항상 시름이 안 놓이게 하니까 그렇죠.”하준은 코를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고다정은 그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 울지도 웃지도 못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그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하준이는 돌아서서 선물을 고르러 갔다.그제서야 틈이 생긴 고다정은 외할머니 곁에 가서 그녀가 없는 동안 별일 없었는지 물었다.“너희들이 집에 없는 동안 우린 다 잘 지냈어. 은미랑 준재 어머니가 자주 보러오기도 했고. 별일 없었으니까 걱정 말거라.”강말숙은 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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