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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아빠는 왜 안 보여요

예상했던 대로, 고다정이 돌아오니 별장 안의 분위기는 더없이 신나고 가벼워졌다.

두 아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기뻐서 날뛰었다.

“엄마, 끝내 돌아왔네요.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어요.”

“엄마도 보고 싶고 아빠도 보고 싶어요. 아참, 아빠는요? 아빠는 왜 안 보여요?”

하준이는 문밖을 내다보며 여준재의 그림자라도 있는지 살폈다.

고다정은 짐짓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는 해외에서 아직 일이 채 끝나지 않아서 오지 못했어. 하지만 너희들한테 주라고 선물을 보내왔지.”

사실 이 선물들은 그녀와 여준재가 그전에 유럽 여행을 할 때 미리 사 둔 것들이었다. 하윤이는 별생각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선물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준이는 미간을 찌푸리고 의혹에 찬 눈길로 고개를 뒤로 젖히며 고다정을 바라봤다.

“엄마, 아빠가 정말 일이 있어서 외국에 있는 거 맞아요? 무슨 일인데 국내에 있는 회사보다 더 중요해요?”

이 말에 고다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개를 숙여 하준의 똘망똘망한 눈동자와 마주치니 저도 몰래 당황스러워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눈길을 피하면 이 영특한 아이가 꼭 낌새를 차릴 거라는 걸 알고 억지로 시선을 고정하며 침착해 보이는 말투로 물음에 대답했다.

“당연히 중요하지. 그리고 회사는 할아버지가 계시잖아. 그래서 아빠는 따로 볼일을 보시는 거야... 됐어, 너도 얼른 가서 선물이나 뜯어봐, 네 동생처럼. 이제 젖을 금방 뗀 애가 왜 이렇게 애어른 행세니.”

“아빠 엄마가 항상 시름이 안 놓이게 하니까 그렇죠.”

하준은 코를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고다정은 그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 울지도 웃지도 못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하준이는 돌아서서 선물을 고르러 갔다.

그제서야 틈이 생긴 고다정은 외할머니 곁에 가서 그녀가 없는 동안 별일 없었는지 물었다.

“너희들이 집에 없는 동안 우린 다 잘 지냈어. 은미랑 준재 어머니가 자주 보러오기도 했고. 별일 없었으니까 걱정 말거라.”

강말숙은 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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