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보스의 품격 / 제897화 여준재는 왜 줄곧 나타나지 않는가?

공유

제897화 여준재는 왜 줄곧 나타나지 않는가?

작가: 누오바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이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이 논쟁을 멈추고 잇달아 방금 말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여진성과 고다정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주시했다.

그 사람은 이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 특히 회장님의 무섭고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제가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 무슨 이유요?”

여진성이 어떤 기분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사람은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

“이전에 유출된 핵심 자료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에 유출된 자료 중 몇 가지 수치는 회장님만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자료를 우리 중 누군가가 유출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잇달아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기더니 잠시 후 문득 깨달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정말 그렇다고 느끼고 잇달아 맞장구치기 시작했다.

“회장님, 제 생각에는 조 이사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는 범인을 찾지 못했고 어디서 유출됐는지도 몰라 흐지부지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명한 단서가 있습니다. 저는 회장님 주변 사람들을 자세히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고 이런 일이 다시 한번 반복되면 정말 회사의 근간이 흔들릴 것입니다.”

“그러게요. 두 번 자료 유출로 입은 손실이 지난해 1년 수익에 맞먹습니다.”

“회장님께서 회사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점점 말투가 격해지는 사람들을 보며 여진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솔직히 그는 자료가 자기 손에서 유출됐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누굴까? 누가 나를 배신했을까?’

아무리 분노가 치밀어올라도 현재 상황에서 딴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는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앉아있는 이사들을 한번 빙 둘러보고 나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은 제가 확실하게 조사해서 여러분께 결론을 내놓겠습니다.”

그런데 그가 말하기 바쁘게 반대 의견이 나왔다.

“회장님은 이 조사에서 빠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회장님의 측근이 회사 기밀을 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보스의 품격   제898화 준재가 너희를 속이고 있어

    이사회가 끝난 후 고다정은 여진성을 따라 사무실에 돌아왔다.그녀는 안색이 안 좋은 여진성을 보고 잠시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방금 회의에서 하동훈은 여진성이 조사 권한을 내놓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로 거세게 몰아붙였다. 내놓지 않으면 준재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물고 늘어질 태세였다.이런 생각을 하며 고다정은 옆에 앉아 여진성이 기분을 진정시킨 후 무슨 지시를 내릴지 기다리고 있었다.다행히 여진성은 이내 분노를 가라앉히고 조용히 소파에 앉아있는 고다정을 보며 손을 저었다.“여기는 별일 없으니 가서 일 봐요.”“네.”고다정이 대답하고 일어나서 떠나려 할 때, 사무실 문이 밖에서부터 열리더니 여범준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 들어왔다.여진성과 고다정이 둘 다 놀랐다.“아버지, 무슨 일로 산에서 내려오셨어요?”“할아버지.”고다정도 걸음을 멈추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여범준은 이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더니 옆을 바라보았다.“너도 있었구나. 마침 잘 됐다. 사람 보내서 부를 필요가 없게 됐어.”말을 마치고 그는 언짢은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옆의 소파에 앉더니 여진성을 닦달했다.“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내가 오지 않을 수 있겠니? 넌 대체 회사를 어떻게 관리한 거야? 어쩌다 핵심 기밀이 유출되는 일이 두 번이나 발생했어?”여진성은 잘못을 저지른 학생처럼 여범준 앞에 서 있었다.그 자리에 고다정도 있기에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만, 그는 여전히 사실대로 말했다.“방금 이사회 토론을 거쳐 제 곁에 산업 스파이가 있는 것 같다는 결론이 났어요.”“곁에 산업 스파이가 있는데 왜 일찍 눈치채지 못했어?”여범준은 여진성의 말을 듣고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여진성은 씁쓸해하며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범인이 너무 조심스럽게 움직여요. 지난번 유출됐을 때 사람을 시켜서 일일이 조사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누가 유출했는지 찾지 못했어요. 이번에도 유출된 기밀 중 몇 가지 데이터가 저에게만 있는 거라서 제 주변 사람일 수

  • 보스의 품격   제899화 여준재에게 연락이 닿다

    고다정은 무의식 간에 여진성을 쳐다보았다.여진성도 아버지의 말에 놀라더니 잠시 멍해 있다가 그 뜻을 깨닫고 안색이 어두워졌다.어쩐지 계속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거였구나.“이 자식이 이렇게 큰일을 숨기다니. 우리가 걱정한다는 걸 모르나?”“아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일 거야. 그리고 이건 내 추측일 뿐이야.”여범준은 말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똑같이 안색이 안 좋은 고다정을 보며 그녀가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몇 마디 더 설명했다.“다정아, 너 잡생각 하지 말아라. 내가 방금 말했듯이 이 모든 건 내 추측일 뿐이야. 그리고 준재가 우리한테 숨긴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서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그랬을 거야.”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지만, 여전히 심기가 불편했다.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여범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정말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그런 상황이라 할지라도 저는 준재 씨한테 이유를 정확히 물어보지 무턱대고 화내지 않을 거예요.”“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다.”여범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서 일 보라고 손짓했다.고다정도 빨리 가서 어르신의 말씀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던 차라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나갔다.다만 프로젝트팀에 돌아온 후 구남준에게 전화해 캐물으려 할 때 부하 직원이 찾아오는 바람에 잠시 지체됐다.그렇게 일하다 보니 반나절이 지나가고 퇴근 시간이 다 됐다.고다정은 기지개를 켠 후 미처 하지 못한 일이 생각나서 급히 책상 위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구남준에게 전화했다.“작은 사모님, 이렇게 일찍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전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똑똑하지 아니한 것을 보면 자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다정도 그의 휴식을 방해했음을 의식했지만, 기왕 전화한 걸 낭비하고 싶지 않아 단도직입적으로 이유를 말했다.“남준 씨, 사실대로 말해줘요. 준재 씨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죠?”이 말을 뱉은 후 구남준의 호흡이 한순간 흐트러진 것을 발견한 고다정은 저도 모

  • 보스의 품격   제900화 자료 유출 범인을 찾았다

    그 후 이틀은 그런대로 조용히 지나갔다.YS그룹 기밀 유출에 관한 인터넷 여론도 잠잠해졌다.그러나 이 사건이 YS그룹 내부에서는 끝나지 않았다.하동훈은 기밀 유출에 관한 조사 권한을 가진 후 한시도 가만있지 않았다.회사 내부 CCTV는 물론 여진성 측근들도 전부 조사했다.심지어 고다정도 불려 가서 조사를 받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또 이틀이 지나갔다.이날 고다정은 평소처럼 회사에 나왔는데,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덩치 큰 경호원 두 명이 그녀를 찾아왔다.“고 팀장님, 저희랑 회의실에 가시죠.”“...네.”고다정은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한편으로는, 무슨 일이 생겼길래 경호원까지 보냈는지 의문이 들었다.그리고 그녀가 오해했을 수도 있는데, 두 경호원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 경멸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잡생각을 하는 사이에 회의실에 도착했다.“고 팀장님, 들어가세요.”경호원이 회의실 문을 열면서 말했다.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녀가 회의실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이 각양각색의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분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간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문 가득한 얼굴도 있었다.이러한 시선에 마주한 고다정은 이상하다고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여진성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여진성과 여범준도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그녀의 뒤에서 문이 닫혔다.크지 않은 이 소리에 고다정은 얼이 빠진 상태에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죄송하지만, 왜 다들 그런 눈으로 저를 보시는지 물어도 될까요?”“왜냐고요? 설마 몰라서 물으십니까?”하동훈이 차갑게 코웃음치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고다정을 주시했다.자세히 보면, 그의 눈에는 살짝 흥분한 기색도 있었다.오늘 일이 잘 마무리되면 앞으로 YS그룹은 하늘이 바뀔 것이다.아무것도 모르는 고다정은 하동훈의 질문에 어리둥절해져 의문스레 물었다.“제가 뭘 했는데요?”“고 팀장은 진짜 심리

  • 보스의 품격   제901화 고다정을 감싸 주는 건가?

    고다정은 전화하면서도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정말 아이러니하다. CCTV 데이터가 삭제됐다면 YS그룹 기술팀 사람들이 어떻게 발견하지 못할 수 있는가?어쩌면 이 영상은 하동훈이 사람을 찾아 합성한 것일 수 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며칠 전 여준재가 보낸 메시지 내용이 떠올라 눈빛이 냉혹해졌다.하동훈은 문제 있는 부류의 사람일 것이다.고다정은 내색하지 않고 전화를 끊은 후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저희 회사 엔지니어를 불렀습니다. 잠시 후 여러분께서 보시고 증인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당연히 그래야죠.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영상이 진짜라면 고 팀장은 어떻게 할 건가요?”하동훈이 고다정을 호되게 압박했다.그의 매서운 시선에 마주한 고다정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이 영상이 진짜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하동훈이 이렇게 확신하는 모습을 보고, 원래 확고하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이 남자가 영상이 진짜라고 확신하지 않는다면 절대 이렇게 나한테 따지고 들 배짱이 없을 것이다.’‘그렇다면 이 영상은 진짜인가?’이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고다정은 바로 배제했다.그녀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으므로 이 영상은 틀림없이 가짜이다.“그 문제는 영상 감정이 끝난 후 다시 얘기하도록 하죠.”“고 팀장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군요. 좋아요. 그럼, 영상 감정 결과를 기다리죠.”승리를 확신해서인지 하동훈은 큰 자비를 베풀었다.고다정은 그의 이런 모습에 불안감이 더 커졌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여진성과 여범준 곁으로 다가갔다.그녀가 두 분에게 뭐라고 할지 몰라 머뭇거릴 때 여범준이 불쑥 입을 열었다.“다정아, 우리 둘은 네가 여씨 가문에 손해를 입히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무섭고 불안하던 마음이 다소 안정됐다.“그래요. 우리는 다정 씨를 믿고 다정 씨와 준재 사이의 감정도 믿어요.”여진성도 태도를 표명

  • 보스의 품격   제902화 고다정이 최면에 걸렸다

    하동훈의 말이 끝나자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이사들도 잇달아 반대해 나섰다.“회장님, 저희도 두 분이 고 팀장과 어떤 관계인지 알지만 지금 상황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시면 안 됩니다.”“이런 일이 생겼는데, 두 분이 이 여인을 감싸면 저희가 마음이 상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그러게요. 이 일은 쉽게 무마할 수 없습니다.”“저는 심지어 지난번 자료 유출도 고 팀장 짓이 아닌지 의심됩니다.”이러한 의심과 압박에 직면한 고다정은 변명하지 않고 하동훈을 빤히 쳐다보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이 일이 일단 그녀가 한 것으로 판정이 나면 여씨 가문이 매우 불리해진다.그런데 하필 조급할수록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그녀는 발을 동동 굴렀다.그녀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할 때 귓가에 재차 여범준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러분, 먼저 조용히 하고 내 말 들어봐요.”“회장님,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하동훈이 불만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여범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본 후 신경 쓰지 않고 옆에 있는 엔지니어에게 말했다.“자네가 방금 영상 화면을 검사할 때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 같던데, 그 부분들을 확대해서 보여줄 수 있겠나?”엔지니어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그는 여범준의 요구에 따라 영상에서 몇 개 화면을 캡처한 후 확대했다.여진성과 고다정은 여범준의 동작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어르신이 궁지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으신 건가?하동훈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활짝 펴져 있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살짝 찌푸려졌다.그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봐 걱정했다.이는 근래 하씨 가문이 처음으로 목표에 가까워진 기회란 걸 알아야 한다.다른 사람들도 의견이 분분했다.“회장님이 저 화면들을 확대해서 뭘 하려는 거지?”“모르지, 지켜보자.”“어쨌든 이 일이 정말 작은 사모님 짓이라면 나는 절대 여씨 가문에서 사건을 무마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회사 이익과 관련된 일이니, 개인감정에 휩쓸리면 안 돼.”의

  • 보스의 품격   제903화 한 가지 목적도 달성하지 못해

    여범준은 고다정의 얼굴이 평온해지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뒤이어 그는 위엄 있게 사람들을 훑어보며 그중 승복하지 않는 표정들도 놓치지 않았다.“모두 보셨다시피 우리 손자며느리는 누군가에게 조종당해 회사에 불리한 일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손자며느리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이 두 번의 기밀 유출로 인해 입은 손실은 우리 여씨 가문에서 전부 책임지겠습니다. 하지만...”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그의 말투가 날카로워졌다.“하지만 누군가가 배후에서 우리 손자며느리를 모함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우리 여씨 가문에서는 그 사람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고다정은 자기편을 들어주는 여범준의 말을 듣고 마음이 따뜻해졌다.하지만 그녀는 자기가 어떻게 덫에 걸려 최면 당하고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가 더 걱정스럽고 불안했다.그리고 하동훈이 그녀가 한 일을 다 파악하고 있는 듯한데, 이 남자가 뭘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회의가 끝난 후, 고다정은 한가득 의혹을 안고 여범준과 여진성을 따라 나갔다.하동훈은 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이사회에서 그는 목적을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그는 원래 가지고 있는 증거로 고다정을 처리한 후 다른 이사들을 선동해 여준재 대표이사 해임을 추진할 생각이었다. 아니 가능하다면 이사 자리까지 내놓게 하고 싶었다.그런데 여씨 가문의 그 늙다리가 모든 일을 떠안아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될 줄이야.하동훈의 분노에 대해 고다정은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사무실에 돌아온 후, 여범준은 옆에서 침묵하는 두 사람, 특히 기분이 극도로 가라앉은 고다정을 바라보며 속으로 얼마나 자책하고 있을지 알았다.“진성아, 다정이가 회사에 두 번 손실을 입혔지만 너도 다정이 상황을 봤잖아. 누군가에게 당한 거야. 너...”여범준은 고다정을 달래려 하지 않았다.그는 이런 상황에서 옆 사람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여진성도 그의 뜻을 알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 보스의 품격   제904화 내가 발목 잡으면 안 돼

    약방에 들어선 후 여범준은 신수 노인이 묻기도 전에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선생님, 오늘은 다정이 검사를 부탁하려고 찾아왔어요. 다정이가 최면을 당한 것 같아요.”“최면을 당했다고요?”신수 노인이 깜짝 놀라며 고다정을 쳐다보자, 그녀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어르신, 검사를 부탁드릴게요.”이 말을 들은 신수 노인은 표정이 굳어졌다.“최면에 걸렸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제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먼저 발견했어요.”이에 대해 여전히 의문인 고다정은 사실대로 대답했다.그녀도 자기가 언제 최면에 걸렸는지 모르겠다.신수 노인은 멍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재차 입을 열었다.“사건 경과를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줄 수 있어?”“그건...”고다정은 망설이며 옆에 있는 여범준을 쳐다보았다.“괜찮아, 말해.”여범준의 허락이 떨어지자 고다정은 염려를 내려놓고 사건 경과를 대충 얘기했다.신수 노인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열심히 듣고 있었다.“그러니까 전화 한 통을 받은 후 의식을 잃은 거야?”“그렇게 말할 수 있죠. 하지만 그날 통화기록을 뒤져 보니 기록이 없더라고요. 물론 제가 삭제했을 가능성도 있죠. 그래서 최근 통화기록을 뽑아오라고 제 비서를 통신사에 보냈어요. 곧 가져올 거예요.”고다정이 후속 조치를 말하는 것을 듣고 여범준은 만족하는 기색을 보였다.그는 이런 상황에서 고다정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냉정하게 조사하고 있었다.하지만 신수 노인은 고다정의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그러면 나와 함께 치료실로 들어가 간단한 검사를 해보자꾸나.”“부탁드릴게요.”고다정이 신수 노인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여범준은 두 사람이 치료실에 들어간 후, 표정이 온화함에서 차가움으로 바뀌었다.그는 수행 비서에게 분부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차에 가서 전화하고 올 테니.”이 말을 남기고 그는 약방을 떠났다.치료실에서 고다정은 신수 노인의 지시에 따라 의자에 앉았다.“다정아, 나는

  • 보스의 품격   제905화 요즘 무슨 이상한 일이 있었는지 사모님께서 생각해 보시죠

    여씨 가문을 옹호하는 고다정의 모습과 한 가지 일에 대한 그녀의 침착과 여유로운 태도에 여범준은 흐뭇하기 그지 없었다.그리고 그제야 고다정을 인생 파트너로 확정 지은 여준재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다정아, 우리 여씨 가문에는 그 돈 없어도 상관없단다. 그러니 그렇게 자책할 필요 없다.”여범준은 고다정을 타일러 주고 난 뒤, 신수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우리 손주며느리가 정신적 유도에 휘말린 건 이로써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으십니까?”“죄송하지만 심리학에 대해서 저도 깊이 연구한 적이 없어 모두가 알고 있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면에 있어서 훌륭한 전문의를 알고 있으니 괜찮다면 추천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신수 노인은 미안한 모습이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며 답했다.돌아온 답이 겨우 이뿐임에도 불구하고 여범준과 고다정은 고마울 따름이었다.신수 노인이 직접 나서준 덕분에 고다정은 불과 30분 만에 심리학 전문의 진찰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전문의는 이미 신수 노인으로부터 고다정의 상황을 들은 바가 있어 그녀를 보자마자 각종 검사를 받으라며 일일이 안배해 주었다.전반 과정은 약 30분 정도 남짓했다. 검사를 모두 마치고 나서 두 사람은 선두로 치료실에서 걸어 나왔다.표정이 굳어진 전문의의 진지한 모습을 보게 되는 순간 여범준은 마음속으로 나쁜 예감이 떠올랐다.“선생님, 우리 손주며느리 괜찮습니까? 치료할 수 있겠습니까?”“어르신, 죄송합니다만 사모님 상황은 저로서도 힘들 것 같습니다.”전문의 또한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얼굴로 여범준을 바라보며 고대를 가로 저었다.이에 여범준은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눈살을 찌푸렸다.“말도 안 됩니다. 신수 어르신께 이미 들은 바가 있습니다. 최면과 정신적 유도에 대해서 높은 견문을 지니고 계신다고 제가 분명히 들었습니다.”“그건 신수 어르신께서 저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습니다. 모두 한낱 거품에 불과하지 않는 칭찬들뿐입니다. 저보다 훌륭한 전문의는 많고도

최신 챕터

  • 보스의 품격   제1270화 마지막화

    “하윤 씨, 좋아해요. 제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요?”임지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애를 바라보며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하윤은 잠깐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네.”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예쁜 미소를 보고 임지호도 해맑게 웃었다.햇빛 아래 선남선녀는 너무 잘 어울렸다.임은미와 고다정은 구석에 숨어 이를 지켜보며 들떠서 소곤거렸다.“하윤이 저렇게 활짝 웃는 걸 보니 서로 고백한 것 같아.”“고백한 게 맞아. 둘이 같이 앉은 걸 봐.”“역시 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어. 내가 나서면 안 맺어지는 커플이 없다니까.”임은미는 마침내 자화자찬하기 시작했다.고다정은 그녀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저 남자애가 하윤을 좋아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나섰다가 맺어주는 게 아니라 끝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한참 더 보다가 호기심이 충족된 듯 제대로 자리에 앉아 요리를 주문했다.기왕 온 김에 뭘 좀 먹어야지.식사하면서 고다정이 감탄했다.“애들이 어느새 커서 애인까지 생겼네.”“그러게. 우리도 늙었어.”임은미도 같이 탄식했다.뒤이어 그녀는 맞은편의 절친을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 있어?”“보름 동안 쉬면서 준재 씨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야.”고다정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임은미는 이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점점 일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다.”“그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야.”고다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둘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여하준 씨, 거기 서요.”이 소리를 듣고 눈빛을 주고받는 고다정과 임은미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런 우연이! 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두 남매를 모두 만난다고?’하윤도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하준 쪽을 바라보았다.“오빠?!”“하윤?!”여하준도 이때 하윤과 그 옆의 청년을 발견하고 미간을

  • 보스의 품격   제1269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다

    하윤은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하민이 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여준재에게는 무척 즐거운 밤이었다....이튿날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금빛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이불 밖에 나온 고다정의 피부에 내려앉았다.피부에 생긴 흔적에서 어젯밤에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준재는 일찍 깼지만 아침의 따스함을 놓치기 싫어 고다정을 안고 만족스럽게 침대에 누워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엄마, 일어나요.”하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여준재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자식은 빚쟁이라는 말이 맞다. 이전에 좋아했던 만큼 지금은 싫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품속의 여인이 깨어났다.고다정이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물었다.“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려요?”“하윤이에요. 내가 돌려보낼 테니 자요.”여준재가 그녀를 풀어주고 일어나려 했다. 너무 졸렸던 고다정은 막지 않았다.그녀는 오후까지 자고 임은미가 전화해서야 겨우 일어났다.30분 후 두 사람은 시내 중심의 쇼핑몰에서 만났다.임은미는 잠이 덜 깬 것 같은 고다정을 보고 놀려댔다.“너랑 여 대표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좀 절제해.”“나한테만 그러지 말고 너도 절제해. 목에 난 흔적이 가려지지도 않아.”지금의 고다정은 약간 야한 농담에도 얼굴을 붉히던 10년 전의 고다정이 아니다.지금의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역습한다.임은미도 말문이 막히지 않았나.그녀는 채성휘와 자주 싸우지만 둘 사이의 감정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그녀가 코웃음을 쳤다.“네가 이겼어. 이제 너를 쉽게 놀리지 못하겠어.”그녀는 말하면서 고다정과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사방을 둘러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다정아, 저기 하윤이 아니야?”“하윤이?”고다정이 놀라며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멀지 않은 곳의 레스토랑에 하윤과 깔끔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 보스의 품격   제1268화 둘만의 세상

    이 말을 들은 하윤은 즉시 고다정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저, 오빠, 그리고 이모 세 사람 외에 또 있어요?”그녀는 의문스레 고다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그때 아빠, 엄마를 맺어주려고 애쓴 사람이 또 있나?그런데 그녀가 말하자마자 고다정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줄이야.“그래, 너와 오빠, 이모가 도와준 걸 말하는 거야. 그때 너희 셋이 나랑 너희 아빠를 맺어주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어? 그러니까 너 혼자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어?”“좀 일리가 있네요.”갑자기 엄마한테 설득당한 하윤이 무심코 말했다.“그럼 엄마랑 이모가 좀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자를 내뱉기 전에 그녀는 씩씩거리며 또 한 번 엄마를 째려보았다.“또 엄마한테 걸려들었어요.”고다정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어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계집애, 어렸을 때와 똑같이 잘 속아.”그녀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왔다.이를 보고 화가 난 하윤이 손을 뻗어 고다정을 간지럽히려 했다.“엄마 나빠요.”그렇게 모녀는 온천에서 웃고 떠들었다.이쪽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남자 노천탕은 썰렁했다.“자식, 어렸을 때는 귀여웠는데 크면 클수록 얄미워.”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준재는 눈앞의 두 아들이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하준이 판에 박은 것 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아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피차일반입니다.”하민은 형과 아빠가 티격태격하자 조용히 구석에 숨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지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았다.여준재는 막내아들의 속마음을 모른 채 자기한테 말대꾸하는 큰아들을 보며 문득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허구한 날 남의 마누라를 생각하지 말고 네 마누라를 찾아. 아니면 네 할머니한테 맞선을 주선하라고 할까?”그렇다. 여준재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준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이 자식이 자기 마누라가 생기면 더 이상 내 마누라를 생각하지 않겠지.’하준이 그의 생각을 모를

  • 보스의 품격   제1267화 왜 이렇게 사이가 좋아요?

    그날 저녁 여씨 삼남매는 결국 남아서 고다정을 축하해 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임은미는 두 딸을 데리고 떠나갔다.가기 전에 그녀는 고다정과 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기로 약속했다.임은미를 보낸 후 다섯 식구는 남녀가 분리된 온천 노천탕에 갔다.고다정은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가.그녀가 눈을 감고 즐기고 있을 때 어깨 위에 갑자기 손이 올라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고개를 돌려 보니 둘째 딸이 그녀의 뒤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엄마...”“왜?”고다정이 나지막이 묻자 하윤이 바짝 붙으며 말했다.“엄마가 아빠한테 사정 좀 해 주시면 안 돼요?”그녀는 고다정의 환심을 사려고 방긋 웃었다.“오늘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려는 아빠의 계획을 제가 망쳤으니 아빠가 틀림없이 내일 저한테 일을 시킬 거예요.”그녀가 이렇게 단언하는 원인은 그동안 이런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학교 다닐 때는 그녀가 엄마한테 너무 달라붙는다고 아빠가 그녀를 속여 공부를 많이 시켰다.후에 점차 크고 오빠가 폭로해서야 그녀는 아빠의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고다정은 고민 가득한 딸애 얼굴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이 계집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매번 아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결국 비참하게 혼쭐이 나고 불쌍한 모습으로 엄마를 찾아왔다.“이제야 두려워? 이모를 꼬드길 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생각 안 했어?”“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엄마가 원래 여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빠가 항상 엄마를 차지하니까.”계집애는 말하면서 고다정의 어깨를 껴안고 또 응석을 부렸다.애교 공세에 당할 수 없는 고다정은 이내 동의했다.하윤은 기쁜 나머지 고다정을 안고 뽀뽀하더니 배시시 웃었다.“역시 엄마밖에 없어요.”“너도 참, 빨리 온천에 몸을 담가.”고다정이 말하면서 그녀를 잡아당겨 노천탕에 앉혔다.그러나 하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그녀는

  • 보스의 품격   제1266화 치열한 쟁탈전

    한편, 서쪽 외곽에 위치한, YS그룹에서 개발한 온천 리조트에 세련된 곡선미를 자랑하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도착했다.차가 천천히 입구에 멈춰 서더니 검은색 수작업 맞춤 양복을 입은 여준재가 차에서 뛰어내렸다.똑바로 선 후 그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차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수한 얼굴에서는 꿀 뚝뚝 다정함이 넘쳐흘렀다.“부인, 도착했습니다.”검은색 여성 정장 차림의 고다정이 가늘고 예쁜 손을 우아하게 여준재의 손바닥 위에 얹더니 차에서 내렸다.지금의 그녀는 풋풋함을 벗은 대신 카리스마와 여유가 넘쳤다.옆에 있던 매니저가 알랑거리며 그녀를 맞이했다.“사모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저와 직원들의 작은 성의입니다. 인류 의학에 공헌한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사방에서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다.“축하드립니다, 사모님.”“사모님, 진짜 대단하십니다!”“사모님은 제 롤모델입니다!”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옆에 서 있는 여준재도 눈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뒤이어 두 사람은 매니저의 안내로 룸에 들어섰다.룸에는 이미 고다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두 사람이 오붓하게 식사하고 있을 때 가방 속에 있는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임은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은미야, 무슨 일이야?”고다정이 전화를 받았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고다정을 쳐다보던 그는 그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고다정의 표정을 보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은미가 축하 파티를 준비했다고 오래요.”“은미 씨는 인터넷을 안 본대요?”여준재가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고다정은 그의 아내인데, 지난 12년간 그는 아내와 단둘이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궐에서 전하를 만나는 것보다 어려웠다.안팎에 강적이 있는 데다 고다정이 그동안 암세포를

  • 보스의 품격   제1265화 12년 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새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12년간 지도층이 바뀌고, 많은 연예인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심지어 국제 정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등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여준재와 고다정의 애정 전선은 변함이 없었다.현재 두 사람은 주변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됐다.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금실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잘생기고 철이 든 아들딸을 두었기 때문이다.지금 여씨 가문의 큰 도련님, 아가씨, 작은 도련님 얘기가 나오면 엄지척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특히 여하준은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도와 두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물론 여하윤도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정도로 뛰어나다.그리고 여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은 형, 누나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말솜씨가 좋아 많은 귀염을 받았고, 지금은 연예계 인기 아역 스타다....운산공항 로비의 스크린에 최신 국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12년 만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을 개발해 낸 고다정 교수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는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연구 성과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암을 두려워할 필요도, 암 얘기에 놀랄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뉴스 진행자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최근 몇 년 고다정 연구팀의 약물 연구 덕분에 암세포 억제제가 꾸준히 개진되긴 했지만 암세포를 철저히 소멸할 수는 없어 암에 걸린 후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이 뉴스는 방송되자마자 많은 행인의 주의를 끌었다.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고다정에 대한 축복이 쏟아졌다.[고 원장님이 해낼 줄 알았어!][너무 기쁜데 어떡하지? 우리나라를 빛낸 고 원장님을 지지하기 위해 약방에 가서 그 회사 약들을 대량 구매할 거야.][나도. 우리 집에는 환자가 없지만 이 약들을 필요한 기관에 기증할 수 있어!][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그때 고 원장님이 안 된

  • 보스의 품격   제1264화 평생 행복하게 살자

    열 몇 시간 후 비행기는 드디어 평온하게 착륙했다. 여준재가 낮은 소리로 옆에서 달게 자는 아내를 깨웠다.“여보, 일어나요.”그 소리에 고다정이 눈을 뜨더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낯선 환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기 어디예요?”“아직 비밀이에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알 거예요.”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을 나섰다.그들을 마중 나온 차량이 벌써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탄 후 고다정이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지금 어디 가요?”“먼저 밥 먹으러 가요. 지금 너무 배고프죠?”여준재가 기사에게 근처의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말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 이렇게 장시간 비행한 까닭에 확실히 배가 고팠다.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룸에 들어갔다.주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레스토랑 직원이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을 들여왔다.훈훈하고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여준재가 고다정의 식사를 챙겼다.이때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엄마, 아빠랑 같이 어디 갔어요?”쌍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갑자기 뜨끔했다.“컥컥, 엄마랑 아빠가 일이 있어서 외출했어. 며칠 뒤에 돌아오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 말을 잘 듣고. 알았지?”“흥! 엄마랑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몰래 나간 거잖아요.”쌍둥이가 직접 고다정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다정은 무안해하며 도와달라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아내 편인 여준재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중이야. 돌아갈 때 너희 선물을 사 갈게.”말하고 나서 그는 직접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신호가 끊긴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쌍둥이의 앳된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 나빠.”“너무 나빠!”쌍둥이는 아빠한테 잔뜩 화가 났다.이때 임은미가 오더니 그들의 안색이 안 좋은

  • 보스의 품격   제1263화 불쌍한 솔로 구남준

    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손을 잡고 무대 옆으로 나와 하객들을 등지고 섰다.“부케를 받은 사람은 내년에 솔로 탈출합니다.”두 사람이 부케를 던진 후 뒤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부케를 누가 받았는지 신부님들 뒤를 돌아보세요.”고다정과 임은미는 두 젊은 아가씨가 부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두 분도 내년에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두 아가씨가 감사 인사를 했다.사람들 뒤에 서 있던 구남준은 속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분명 자기도 동작이 빠른데 부케를 하나도 받지 못하다니. 설마 평생 혼자 살 운명인가?...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피곤하죠? 좀 쉴래요?”여준재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했다.“아니요. 방금 결혼식장에서 잠깐 쉬었더니 지금 괜찮아요. 당신 먼저 옷부터 갈아입어요.”고다정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고생했어요, 여보.”순간 여준재가 고다정을 꽉 껴안더니 다정하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여준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다정은 황급히 그의 입술을 피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아직 밤도 아닌데, 이미지에 좀 신경 쓰세요.”“당신 앞에서 무슨 이미지에 신경 써요? 당신을 안고 자려는 것뿐인데.”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억울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여준재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신은 웃을 때 진짜 예뻐요.”여준재가 넋이 나간 듯 고다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당신도 참.”그의 칭찬에 고다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여준재는 고개를 숙이더니 고다정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고다정은 피하려고 했지만 여준재가 그녀를 꽉 껴안고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키스는 오랫동안 지속됐고, 고다정이 호흡 곤란이 올 정도가 돼서야 여준재는 그녀

  • 보스의 품격   제1262화 결혼식(하)

    결혼식 현장은 환상적이었다.전 세계 명문가에서 대표를 파견해 참석했다.이렇게 많은 유명인들 앞이라 고다정과 임은미는 몹시 긴장했다.“준재 씨, 좀... 긴장돼요.”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여준재를 쳐다보는 고다정의 눈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수줍음과 기대감도 보였다.“괜찮아요. 제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여준재가 약간 차가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긴장 풀어요. 당신은 신부 노릇만 잘하면 돼요. 다른 건 다 저한테 맡겨요.”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마음이 놓이는 대신 열정이 넘치고 약간 기대도 됐다.“신부가 진짜 예쁘네.”“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신부네 집안도 보통이 아니래. 여씨 가문이 더 번창하겠어.”하객들이 쑥덕거렸다. 그중 고다정을 부러워하는 상류층 부잣집 따님도 적지 않았다.오늘 여준재는 유난히 멋있었다. 매끈한 양복 차림에 준수한 외모가 불빛 아래에서 유달리 돋보였다.고다정은 여준재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 속에서 천천히 버진로드의 종점을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이 무대에 선 후 채성휘와 임은미가 뒤늦게 입장했다.이들 둘도 버진로드를 따라 행진해 여준재와 고다정의 옆에 섰다.결혼식 사회자는 두 쌍의 신랑 신부가 모두 입장한 것을 보고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결혼식을 시작합니다!”이 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의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하객분이 증인이 되어 두 쌍의 신랑 신부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도록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사회자의 말에 무대 아래에서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여준재 씨는 옆에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부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돌보기를 원합니까?”사회자가 웃음 띤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물론입니다!”여준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후 확고한 눈빛으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