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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고다정이 최면에 걸렸다

하동훈의 말이 끝나자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이사들도 잇달아 반대해 나섰다.

“회장님, 저희도 두 분이 고 팀장과 어떤 관계인지 알지만 지금 상황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시면 안 됩니다.”

“이런 일이 생겼는데, 두 분이 이 여인을 감싸면 저희가 마음이 상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그러게요. 이 일은 쉽게 무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심지어 지난번 자료 유출도 고 팀장 짓이 아닌지 의심됩니다.”

이러한 의심과 압박에 직면한 고다정은 변명하지 않고 하동훈을 빤히 쳐다보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 일이 일단 그녀가 한 것으로 판정이 나면 여씨 가문이 매우 불리해진다.

그런데 하필 조급할수록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그녀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할 때 귓가에 재차 여범준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 먼저 조용히 하고 내 말 들어봐요.”

“회장님,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하동훈이 불만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여범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본 후 신경 쓰지 않고 옆에 있는 엔지니어에게 말했다.

“자네가 방금 영상 화면을 검사할 때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 같던데, 그 부분들을 확대해서 보여줄 수 있겠나?”

엔지니어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여범준의 요구에 따라 영상에서 몇 개 화면을 캡처한 후 확대했다.

여진성과 고다정은 여범준의 동작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어르신이 궁지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으신 건가?

하동훈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활짝 펴져 있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봐 걱정했다.

이는 근래 하씨 가문이 처음으로 목표에 가까워진 기회란 걸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회장님이 저 화면들을 확대해서 뭘 하려는 거지?”

“모르지, 지켜보자.”

“어쨌든 이 일이 정말 작은 사모님 짓이라면 나는 절대 여씨 가문에서 사건을 무마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회사 이익과 관련된 일이니, 개인감정에 휩쓸리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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