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731 - 챕터 740

1270 챕터

제731화 당신이 먹고픈데 어쩌죠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점심 먹을 시간이 다 되었다.여준재는 고다정의 손을 잡고 다이닝룸으로 와서, 신사답게 의자를 당겨주며 다정하게 말했다.“일단 밥부터 먹고 좀 쉬어요. 오후에는 해변으로 데리고 가줄게요. 거기에 섬 원주민들도 있거든요.”“원주민이 있다고요?”고다정은 놀랍게 여준재를 쳐다봤다.그러자 여준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섬은 처음 발견됐을 때부터 원시 부족들이 살고 있었대요. 나중에 정부에서 계속 사람을 보내 개화를 시키면서 나중에 이렇게 작은 마을이 형성됐어요.”그 말에 고다정은 매우 흥미진진하여 방그레 웃었다.“그럼 오후에 그리로 가요.”식사가 끝나고 둘은 정원에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가, 두 시간 후 일어나 간단히 짐을 꾸려 해변으로 출발했다.관광버스 위층에 올라타니 바람결이 살랑살랑 불어오며 얼굴을 시원하게 스쳐 갔다.이윽고 차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눈앞에는 온통 푸른 바다와 드넓은 황금빛 모래사장이었다.많은 사람들이 모래사장 위에 서 있거나 뛰어다니며 각각의 재미를 즐기고 있었다.여준재와 고다정도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갔다.두 사람의 출중한 외모와 남들과 다른 피부 빛이 뭇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섬에 새로 온 관광객인가 봐. 정말 예쁘다.”“저 언니 너무 맘에 들어. 우리랑 같이 놀자고 하면 놀아줄까?”“우리 저 언니 찾아가서 놀자고 해보자.”한 대담한 아이가 이런 제의를 꺼냈고, 곧 다른 아이들도 맞장구를 쳤다.고다정은 그런 걸 모르고 여준재의 곁에서 함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그때 여준재가 먼저 아이들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걸 발견했다. 그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지만 막지는 않았다.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아이들은 이미 두 사람 앞으로 달려갔고, 부끄러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애타게 고다정을 쳐다보기만 했다.고다정은 이때에야 비로소 그들을 발견하고 뭔 일인지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몇몇 아이들은 서로서로 눈치를 보며 수줍어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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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애들 설득은 당신한테 맡겨요

그 뒤로 며칠, 고다정은 여준재와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에 함께 배구를 쳤던 에바 등 아이들이 몇 차례 더 찾아와 그들과 같이 놀았다. 그 때문에 여준재가 계획했던 둘만의 세계는 초반부터 일그러졌다.닷새째 되던 날,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애들이 혹여나 나중에 또 찾아올까 봐 그들한테 가서 미리 알렸다.아이들은 두 사람이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아쉬워하며 각자 선물을 가지고 와 두 사람을 배웅했다.“예쁜 언니, 나중에 또 올 거예요?”에바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다정을 바라봤다. 다른 아이들도 엄청 아쉬워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예쁜 언니, 안 가면 안 돼요?”“응, 그건 안돼. 언니가 집에 애들이 있는데 얼른 돌아가서 돌봐야 해. 직장도 다녀야 하고.”고다정도 맑고 순수한 이 아이들을 떠나는 게 아쉬워 그들한테 따뜻하게 설명을 해주었다.“그렇지만 나중에 시간 될 때마다 너희들 자주 보러 올게, 약속해.”그 말에 아이들은 실망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이어서 가져온 선물을 고다정한테 건넸다.“예쁜 언니, 이 소라 언니 줄게요. 그리고 여기 있는 소라 두 개는 제가 동생들한테 주는 선물이에요.”“이 진주들도 언니한테 선물할게요. 우리 엄마가 말하는데, 진주는 되게 좋은 거래요.”“이 바닷물고기도 언니가 가져가서 드세요.”아이들의 넘치는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고다정은 그 선물을 모두 받았다.유람선으로 돌아온 그녀는 아이들이 준 선물을 잘 챙기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여준재는 얼굴색이 별로였는데, 그런 그를 보며 고다정은 말했다.“다음에는 하준이와 하윤이랑 같이 오면 좋겠어요. 친구들이 많아 애들이 엄청 좋아할 거 같아요.”“걔들은 즐거울지 몰라도 난 별로예요.”여준재는 일부러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고다정은 그 모습을 보고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아직도 화났어요?”어떻게 화를 안 낼 수 있겠어요!겨우 애들을 부모님께 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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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스승님이 또 전화 오다.

고다정은 두 아이를 품에 안고 물었다.“너희들 언제 돌아온 거야?”“얼마 안 됐어요. 엄마, 밖에서 재미있게 놀다 왔어요?”하준이가 뒤로 목을 젖히고 쳐다보며 호기심에 찬 얼굴로 물었다.고다정은 그들의 손을 잡고 소파 옆으로 가며 미소를 띠고 말했다.“어, 잘 놀고 왔어. 그것보다, 거기서 엄마가 너희들 대신해서 어린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거든. 다음에 너희들이랑 같이 가면 엄마가 소개해 줄게. 아, 맞다. 걔들이 너희들 주라고 선물도 줬는데, 봤어?”“봤어요. 돌아오자마자 아빠가 주셨어요.”두 아이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고다정을 계속해 말을 이었다.“선물을 받았으니까, 다음에 만날 때는 너희들도 답례해야 하지 않겠니?”그 말에 두 아이는 눈길을 서로 주고받더니 앙증맞은 소리로 대답했다.“엄마 말이 맞아요. 우리도 선물을 준비해서 다음에 만날 때 그들한테 줄 거예요.”고다정은 듣고 흐뭇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다음 날은 역시 조용하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갔다.낮에 출근하는 사람은 출근하고, 등교할 사람은 등교하고, 저녁이 되어서야 한 가족이 다시 모여 식사하고, 식사 후엔 게임을 즐겼다.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또 보름이 지나갔다.이날 고다정은 회사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의 스승님, 성시원한테서 전화가 왔다.“선생님, 돌아오신 거예요?”뜻밖의 전화를 받은 고다정은 매우 반갑게 물었다.“아니, 난 아직 돌아가지 않았어. 네가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 너한테 연락 한 거야.”성시원은 미안해하며 말했다.“무슨 일인데요? 사양하지 말고 말씀하세요.”고다정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성시원도 솔직히 얘기했다.“내가 지금 외국에 연구소 몇 개를 설립했는데 성과가 매우 좋아. 그래서 국내에도 하나 더 설립하고 싶구나.”“그거 괜찮네요, 그럼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고다정은 그의 사업에 매우 찬성하며 물었다.성시원은 시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날 도울 수 있는 건 아주 많지. 일단 내가 해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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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다른 생각 하지 말아요

그날 밤, 여준재는 회사로 고다정을 데리러 왔다. 집에 돌아가며 그는 물었다.“지선우한테 부지를 구해오라 했다면서요? 연구소 짓는다고.”“네, 맞아요.”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준재는 다그쳐 물었다.“왜 연구소 지을 생각을 했어요? 회사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긴 거예요?”그제서야 고다정은 사실을 말했다.“회사 일이 아니고요, 오늘 선생님이 저한테 전화가 왔어요. 국내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싶으신데 모든 일을 저한테 일임할 거라고요. 나중에 연구소 관리와 신약 개발하는 것까지 전부 다요.”“그렇군요. 저도 적당한 부지나 기성 연구소가 있는지 알아봐 줄게요.”여준재는 자진해서 돕겠다고 했고 고다정도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여준재의 인맥이나 정보가 자신보다 훨씬 더 넓고 빠르니 말이다.  문득 그녀는 스승님이 배치해 주신 또 다른 연구개발원이 생각나, 잠깐 고민 끝에 말을 꺼냈다.“저, 그게...선생님께서 저 말고도 실험실에 조수 한 명이랑 연구개발원을 한 명 더 구해 주셨거든요.”그녀의 말을 들은 여준재는 마치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처럼 그녀의 말뜻을 단번에 알아챘다.“혹시 그 연구개발원이 저번 해주시 그 사람 맞나요?”“네, 맞아요. 절대 다른 생각 하면 안 돼요.”전에 해주시에서 돌아오고 나서 여준재한테 한바탕 괴롭힘을 당했던 생각이 떠올라, 고다정은 서둘러 해명하느라 바빴다. 누군가의 질투심이 불타올라 또 험하게 시달려 침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까 두려웠다.여준재는 자신한테 쌩긋쌩긋 웃으며 살살 비위를 맞추는 그녀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그건 다정 씨가 어떻게 하는지에 달렸죠.”“무조건 잘할게요.”고다정은 또다시 활짝 웃으며 그를 보았다.그 모습에 여준재는 웃으며 말머리를 돌려 물었다.“그 사람 언제 오는데요? 도착하면 제가 호스트로서 단단히 접대를 해드려야겠는데.”말은 그럴싸하게 해도 그가 무슨 꿍꿍인지 훤히 꿰뚫고 있는 고다정은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여준재를 곁눈질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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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그렇게나 신기해요

”날 믿어준 건 너무 고마운데, 이 연구소는 그래도 다정 씨가 직접 와 보는 게 좋겠어요.”여준재는 고다정이 꼭 현장에 가봐야 한다고 고집했다. 가서 둘러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겠다 싶어 고다정도 동의했고, 그리하여 십 분 뒤에 여준재는 고다정을 데리러 왔다.가는 길에 여준재는 그 연구소에 관해 설명했다.“그 연구소는 사실 박재경 명의로 되어 있는 건물이에요. 그 자식이 평소에는 좀 빈둥빈둥 놀러 다니기만 하는 것 같은데, 사실 계속 뭐라도 성과를 내고 싶어 했거든요. 근데 이상하게도, 태생이 마이너스의 손인지, 걔가 손대는 사업마다 말아먹거든요. 심지어 우리랑 같이 해도, 우린 돈을 벌었는데, 걘 이상하게 손해를 보더라고요.”말끝에 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고다정도 듣고 매우 놀랐다.“그렇게나 신기해요?”“허허, 네. 재경이는 워낙에 이렇게 신기한 녀석이에요. 이번 연구소만 해도 그래요. 다른 사람들이 돈 버는 걸 보고 그 녀석도 하고 싶어 했는데, 그 녀석 집에서는 이미 걔 속성을 간파한 거죠. 그래서 어차피 말아먹을 돈, 주지 않았어요. 적은 액수도 아니었고요. 그러다 그 자식이 우릴 찾아온 거예요. 자기를 좀 도와 달라고요. 그래서 각자 자금을 내서, 협력하는 방식으로 이 연구소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여준재는 이 연구소에 깃든 ‘역사’를 털어놓았다. 고다정은 다 듣고 눈을 깜박이며 의문이 풀리지 않아 물었다.“준재 씨랑 친구들이 투자했는데, 어떻게 돼서 이 연구소가 또 망해버렸죠?”“그건 뒷이야기인데, 연구소가 처음 지어졌을 때는 투자한 돈을 날려버리지 않기 위해 우리 셋이 주요 경영을 맡았고, 재경이가 곁에서 거들었어요. 그러다 나중에 연구소가 점점 정상궤도에 들어서고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장기간 관계를 유지하는 거래처도 생겼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재경이를 단련시키려고 그 자식한테 맡기고 점점 손을 놓기 시작했는데, 결국...”결국 어떻게 됐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고다정은 충분히 이해했다. 결과가 잘 됐으면 그녀한테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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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연구소 주소가 정해지다

한 바퀴 둘러본 일행은 연구소 사무실로 향했다.박재경은 여준재와 고다정을 자리에 앉히며 직접 차를 대접했다.“형수님, 여기가 마음에 드시나요?”“마음에 들긴 하는데, 가격은 얼마에요?”고다정은 사무적인 눈빛으로 박재경한테 물으며 문득 뭐가 더 생각이 났는지 한마디 덧붙였다.“이건 비즈니스니까 개인적인 친분은 내려놓고 얘기하는 게 어때요?”이 말에 멍한 얼굴로 바라보다 박재경은 여준재한테 눈길을 돌렸다. 그랬더니 여준재도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날 볼 거 없어. 난 관여하지 말라고 네 형수님이 그랬거든. 너희들이 얘기 나눠.”박재경은 시선을 거두고 마음속으로 고다정에 대한 호감도가 더 상승했다.“형수님 멋지십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성의를 표해야죠. 이 금액만 주세요.”그는 말하고 나서 손가락으로 16을 그렸다.고다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넌지시 떠보았다.“160억이요?”“160억이라뇨, 여긴 그 정도 안 해요.”박재경은 고다정이 묻는 가격에 깜짝 놀라 얼른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16억이요, 16억. 그 안에 여기 있는 기구들 전부 포함해서요. 준재 형님이 말씀드렸죠? 이건 형수님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고요.”“네, 그 얘기는 들었어요.”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16억이라는 가격에 매우 만족했다. 물론 그녀도 이 가격이라면 박재경이 매우 큰 혜택을 준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성남구에 위치한한 부지가 얼마나 비싼지는 둘째 치고, 이 안에 들어있는 기구들만 해도 10억 이상은 할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하자 고다정은 진지하게 말했다.“그 가격도 재경 씨가 이미 매우 손해를 본다는 걸 알아요. 이럽시다, 160억은 제가 내드릴 순 없겠지만, 20억은 가능해요. 이 가격은 어때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박재경과 여준재는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고다정이 이렇게 나올 줄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박재경은 다시금 여준재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여준재가 웃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이 일은 네 형수 말대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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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전문 경영인을 구해줄게요

“여긴 왜 왔어요?”고다정은 생각지도 못한 여준재를 보게 되니 의아해하며 물었다.여준재는 손에 든 도시락 통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고다정이 아직 다 검토 못한 서류에 시선을 떨구며 눈살을 찌푸렸다.“아직도 안 끝났어요?”“네, 아직 조금 남았어요. 요즘 회사 기술팀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려고 하는데, 내가 데이터 같은 건 잘 모르니 천천히 볼 수밖에요.”고다정은 기운 빠진 소리로 말했다.매번 이런 데이터를 검토할 때마다 너무 힘들어 자신이 대체 비즈니스에 적합하기나 한 건지 의문이 들곤 한다. 여준재는 도중에 그녀 회사 일을 넘겨받아도 척척 잘만 해내는데 자신은 늘 버벅대기만 하니깐 말이다. 가끔, 자신의 모든 재능이 오로지 약을 연구하는 데만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여준재는 그녀가 지금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지 몰랐지만, 그녀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일단 밥부터 먹어요. 그러고 나서 회사 일에 대해 다시 의논을 해보자고요.”그는 책상 위의 서류를 치우고 도시락 속의 음식을 꺼냈다.고다정 역시 배가 고팠고, 눈앞에 있는 자상한 남자에게 빙그레 웃더니 밥을 먹기 시작했다.여준재는 그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옆에 있는 서류에 떨어뜨리더니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왜 그래요?”고다정은 그가 뭘 하려는지 의문을 품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의혹에 찬 눈빛을 보며 여준재는 엷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내가 좀 봐주려고요.”그 말에 고다정은 막아서지 않았다. 여준재가 그 서류들을 전부 소파로 가져가는 걸 보고 그녀는 식사 속도를 더 빨리했다.몇 분 안 되어 식사를 마친 그녀는 수저를 내려놓고, 일어나 사뿐사뿐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여준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런 것인데, 그녀가 다가가자마자 여준재는 그녀를 발견하고 하던 일을 멈춰 고개를 돌려 물었다.“밥 다 먹었어요?”고다정은 한편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길은 여준재가 결재하고 있는 서류를 주시하며 눈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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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아가씨 말씀에 따르라고 했어요

그다음 날부터 고다정은 회사에 나가지 않고 지선우한테 사내에 공지를 띄우라 했다. 한동안은 회사의 모든 사무를 여준재가 대신하여 처리할 것이고, 전체 직원들이 그한테 협조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공지였다.아침, 여준재와 두 아이를 보내고 고다정도 연구소로 갈 준비를 했다.오늘 인테리어 회사에서 현장 실사를 하고 나면 설계 도면을 만들 것이다. 그녀도 같이 현장에서 디자이너와 방안을 토론해야 한다.시간이 좀 지난 후에 그녀는 연구소에 도착했고, 인테리어 시공팀은 벌써 와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여기저기서 데이터를 재는 작업자들을 보며 고다정은 옆에 서서 지휘하는 팀장 같아 보이는 사람한테 다가가 물었다.“현재 어떤 상황인가요?”“아, 고객님 오셨습니까.”팀장은 고다정을 보고 매우 공손히 인사를 한 뒤 현재 작업의 진행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고객님이 저번에 몇 군데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해서, 제가 작업자들한테 데이터를 좀 재보라고 시켰고, 또 어떤 곳이 내 하중 벽인지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내 하중 벽이 있는 곳은 리모델링할 수 없어요. 건물 근간에 손상 가서 나중에 허물어질 위험이 있으니깐요.”그 점에 대해서 고다정은 잘 알고 있는 터라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녀는 팀장 곁에 서서 측정 결과를 기다렸다.한 10분 정도 지나자, 흩어졌던 작업자들이 데이터를 기록한 노트를 하나씩 들고 한 자리로 모였다.“팀장님, 고객님, 저희가 측정을 다 끝냈습니다.”작업자들이 공손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았고, 고다정은 입을 열지 않고 곁에 있는 팀장을 쳐다봤다. 그러자 팀장이 체크하기 시작했다.“그쪽 상황은 어때? 하중 벽은 몇 군데야?”“하중 벽은 모두 일곱 곳인데요, 그 중 세 군데가 고객님이 개조하고 싶어 하는 곳입니다.”작업자가 상황을 보고하자 고다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어떤 세 곳 말씀이세요?”“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입니다.”작업자는 연구소의 평면도를 꺼내 그 위에 세 곳을 가리키며 고다정한테 알렸다. 그러자 고다정은 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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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깜짝 서프라이즈

그 말에 고다정은 살짝 의아했다.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김창석을 보며 물었다.“그래요? 선생님이 보통 저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시는데요?”“어르신은 늘 아가씨가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씀하시죠. 늘 이 말로 실험실의 그 사람들한테 자극을 주곤 합니다. 그 바람에 실험실 사람들은 모두 아가씨를 궁금해하고 있어요. 다들 아가씨가 언제 해외 연구소로 가게 되어 아가씨의 실물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말끝에 김창석의 얼굴에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고다정은 듣고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스승님이 집에 계실 때는 그녀한테 엄격하시기만 하더니, 밖에서는 오히려 칭찬을 끊임없이 해댄다니, 칭찬을 받아서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남한테 괜한 미움을 사서 난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고다정의 말문이 막힌 표정을 읽고 김창석은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이 아가씨를 매우 아낀다는 걸 제가 곁에서 봐서 잘 압니다. 다만 몇 년 전에는 어떠한 사정 때문에 어르신이 아가씨와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다행히 지금은 모든 일이 다 잘 해결되었고, 이쪽 연구소가 완성되면 오래 지나지 않아 어르신이 아가씨와 곧 만날 수 있을 겁니다.”“그랬으면 좋겠네요.”고다정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김창석을 데리고 공항에서 나왔다.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김창석이 하루 꼬박 비행기를 탄 걸 생각해 몸이 몹시 피곤할 것 같아 그한테 말했다.“제가 먼저 선생님 집으로 모실게요. 거기서 일단 푹 쉬시고, 저녁에 제가 다시 모시러 가서 식사를 같이하는 건 어떠세요? 연구소는 저랑 내일에 가기로 하고요.”“아가씨 말대로 하겠습니다.”김창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고다정에 대한 인상이 한층 더 좋아졌다. 그도 고다정이 자신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옛 시가지가 있었던 성북구, 스승님의 집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 김창석은 눈앞의 낡은 저택을 바라보며 감탄했다.“이 집이 아직도 있었네요.”“창석 아저씨도 이 집을 아세요?”고다정은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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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아직도 그렇게 수줍음이 많아요

고다정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여준재는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그는 들어온 사람이 고다정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 하고 구남준인가 하여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분부를 내렸다.“서류는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가봐.”고다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향해 걸어갔다.그렇게 책상 앞까지 왔는데 여준재는 여전히 고개를 들 생각이 없어 보이자 고다정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웠다.결국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침묵을 깼다.“정말 이것만 놓고 가라고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준재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다정 씨, 어떻게 왔어요?”여준재는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고다정은 일부러 그 물음에 즉시 대답하지 않고 사무적으로 문서를 건네면서 말했다.“서류 전달하러 왔죠. 분부대로 서류 여기 내려놨으니, 전 이만 나가볼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떠나갈 시늉을 했다. 그러나 그녀가 앞으로 한 발 내디디려고 할 때 여준재는 벌써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남준 인줄 알았잖아요.”여준재는 싱글싱글 웃으며 고다정을 보다가 그녀를 이내 끌어당겨 무릎 위에 앉혔다.“왜 왔어요? 오늘 연구소 설계 방안을 정하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그러자 고다정이 대답했다.“오늘에는 연구소에 가서 데이터만 측정했어요. 설계 도면은 빨라도 저녁에 돼야 나온대요. 마침 할 얘기가 있는데, 점심때가 다 되고 하니, 같이 밥이나 먹으면서 얘기할까 했죠.”그 말에 여준재는 대뜸 물었다.“무슨 일인데요? 지금 얘기하면 안 돼요?”“뭐, 못 할 것도 없는데... 그냥 제 스승님이 저한테 보내신 조수, 창석 아저씨가 오늘 도착했거든요. 그래서 저녁에 환영하는 자리를 마련할까 해서요, 당신이랑 애들도 같이. 서로 인사도 나누고요.”고다정은 자신이 오게 된 용건을 그한테 다 얘기했다.여준재는 그걸 듣고 애정이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그렇구나. 그럼 식당은 예약했어요?”“그건 아직이요, 당신이 저녁에 시간이 있는지도 모르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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