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고다정은 살짝 의아했다.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김창석을 보며 물었다.“그래요? 선생님이 보통 저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시는데요?”“어르신은 늘 아가씨가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씀하시죠. 늘 이 말로 실험실의 그 사람들한테 자극을 주곤 합니다. 그 바람에 실험실 사람들은 모두 아가씨를 궁금해하고 있어요. 다들 아가씨가 언제 해외 연구소로 가게 되어 아가씨의 실물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말끝에 김창석의 얼굴에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고다정은 듣고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스승님이 집에 계실 때는 그녀한테 엄격하시기만 하더니, 밖에서는 오히려 칭찬을 끊임없이 해댄다니, 칭찬을 받아서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남한테 괜한 미움을 사서 난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고다정의 말문이 막힌 표정을 읽고 김창석은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이 아가씨를 매우 아낀다는 걸 제가 곁에서 봐서 잘 압니다. 다만 몇 년 전에는 어떠한 사정 때문에 어르신이 아가씨와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다행히 지금은 모든 일이 다 잘 해결되었고, 이쪽 연구소가 완성되면 오래 지나지 않아 어르신이 아가씨와 곧 만날 수 있을 겁니다.”“그랬으면 좋겠네요.”고다정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김창석을 데리고 공항에서 나왔다.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김창석이 하루 꼬박 비행기를 탄 걸 생각해 몸이 몹시 피곤할 것 같아 그한테 말했다.“제가 먼저 선생님 집으로 모실게요. 거기서 일단 푹 쉬시고, 저녁에 제가 다시 모시러 가서 식사를 같이하는 건 어떠세요? 연구소는 저랑 내일에 가기로 하고요.”“아가씨 말대로 하겠습니다.”김창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고다정에 대한 인상이 한층 더 좋아졌다. 그도 고다정이 자신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옛 시가지가 있었던 성북구, 스승님의 집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 김창석은 눈앞의 낡은 저택을 바라보며 감탄했다.“이 집이 아직도 있었네요.”“창석 아저씨도 이 집을 아세요?”고다정은 호
고다정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여준재는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그는 들어온 사람이 고다정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 하고 구남준인가 하여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분부를 내렸다.“서류는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가봐.”고다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향해 걸어갔다.그렇게 책상 앞까지 왔는데 여준재는 여전히 고개를 들 생각이 없어 보이자 고다정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웠다.결국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침묵을 깼다.“정말 이것만 놓고 가라고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준재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다정 씨, 어떻게 왔어요?”여준재는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고다정은 일부러 그 물음에 즉시 대답하지 않고 사무적으로 문서를 건네면서 말했다.“서류 전달하러 왔죠. 분부대로 서류 여기 내려놨으니, 전 이만 나가볼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떠나갈 시늉을 했다. 그러나 그녀가 앞으로 한 발 내디디려고 할 때 여준재는 벌써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남준 인줄 알았잖아요.”여준재는 싱글싱글 웃으며 고다정을 보다가 그녀를 이내 끌어당겨 무릎 위에 앉혔다.“왜 왔어요? 오늘 연구소 설계 방안을 정하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그러자 고다정이 대답했다.“오늘에는 연구소에 가서 데이터만 측정했어요. 설계 도면은 빨라도 저녁에 돼야 나온대요. 마침 할 얘기가 있는데, 점심때가 다 되고 하니, 같이 밥이나 먹으면서 얘기할까 했죠.”그 말에 여준재는 대뜸 물었다.“무슨 일인데요? 지금 얘기하면 안 돼요?”“뭐, 못 할 것도 없는데... 그냥 제 스승님이 저한테 보내신 조수, 창석 아저씨가 오늘 도착했거든요. 그래서 저녁에 환영하는 자리를 마련할까 해서요, 당신이랑 애들도 같이. 서로 인사도 나누고요.”고다정은 자신이 오게 된 용건을 그한테 다 얘기했다.여준재는 그걸 듣고 애정이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그렇구나. 그럼 식당은 예약했어요?”“그건 아직이요, 당신이 저녁에 시간이 있는지도 모르잖
점점 다가오는 남자의 얼굴을 마주한 고다정은 마음속에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만약 이 남자를 달래지 못한다면 곧 자신이 고생하리라는 것을.“내가 잘못 말했어요. 당신이 뻔뻔한 게 아니라 제가 그래요, 헤헤.”고다정은 여준재에게 아첨하는 미소를 지었고 여준재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 눈가에 미소가 번졌지만, 표정에는 드러내지 않은 채 여전히 매우 진지하고 다루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일부러 물었다. “하지만 방금 내가 들은 건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요.”“방금은 방금이고, 지금은 지금이에요. 게다가 방금은 당신이 잘못 들었을 수도 있어요. 어쨌든 시간이 늦었어요. 저 배고파요. 밥 먹으러 가요.”고다정은 억지로 화제를 돌리며 여준재를 끌고 떠나려고 했다.여준재는 양심이 찔려하는 고다정의 모습을 보며 눈가의 미소가 더욱 분명해졌다.물론, 그녀의 꼼수를 막지 않았다. 그가 더 이상 문제를 삼으면 그녀가 화를 낼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했고 점심을 먹은 후 고다정은 곧바로 떠나지 않고 여준재를 따라 YS그룹으로 돌아가 사무실 휴게실에서 낮잠을 잤다.약 한 시간 넘게 자고 나자 여준재가 깨어났고 그는 여전히 잠들어 있는 고다정을 바라보며, 요즘 바쁘게 돌아친 여인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그는 조용히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살금살금 침대에서 내려 휴게실을 떠났다.하지만 그가 간 직후, 침대에서 고이 잠들었던 다정이 눈을 떴다.고다정은 미소를 띤 눈으로 여준재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며, 몸을 웅크리고 이불을 끌어안았다. 이불 위에는 여전히 여준재의 향기가 남아 있었다.다정은 몸을 뒤척이며 이불을 안고 다시 잠에 빠졌다.하지만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 휴대전화 벨 소리에 깨어났다.전화는 지선우가 걸어온 것으로, 연구 장비 구매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었다.“회장님, 주문하신 기계들은 PHG 4세대를 제외하고 모두 주문이 완료되었습니다."“PHG 4 세대는
통화가 끝난 후, 고다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는 자신이 도대체 어떻게 ZS 그룹 대표의 미움을 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가 유일하게 다행스럽게 여기는 것은 연구소가 아직 리모델링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에게 아직 장비를 고민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었다.뒤늦게 여준재가 밖에서 돌아왔고, 고다정이 소파에 앉아 근심스러운 얼굴로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여준재가 다가가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준재 씨 돌아왔네요.”고다정은 웃는 얼굴을 들어 올려 그를 바라보았고,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준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여준재는 이미 그녀를 위해 많은 일을 해주었기 때문이었다.여준재는 억지로 웃음을 짓고 있는 여인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그의 눈에는 무기력함이 스쳐 지나갔지만, 결국 그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상황을 알아낼 다른 방법이 있었다.다만 고다정은 여준재의 계획을 몰랐고 준재가 계속 묻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서둘러 그에게 물었다.“일은 다 끝냈어요?”“아직 조금 남았어요. 아마 오후 5시쯤 끝날 거예요.”여준재는 손에 들고 있는 일을 생각하며 대략적인 시간을 제시했다.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5시면 딱 좋아요. 준이와 윤이를 데리러 가고, 그다음엔 창석 선생님을 데리고 식당으로 갈 수 있어요.”고다정이 모든 계획을 완료한 것을 본 준재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뒤이어 고다정은 그에게 일을 서두르라고 재촉했고 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으로 걸어갔다.자리에 앉은 후, 그는 남준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에야 일을 시작했다.시간이 흘러 5시가 조금 넘었고, 여준재는 마침내 하고 있던 일을 끝내고는 고다정과 함께 두 아이를 데리러 갔다.두 아이는 아빠와 엄마가 함께 그들을 데리러 왔다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물었다.“아빠, 엄마, 오늘은 왜 함께 우리를 데리러 왔어요?”“그래서, 기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저녁 식사를 마친 일행이 집으로 돌아갔다.고다정은 김창석을 성북구의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녀는 김창석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결국 참지 못하고 차에서 내려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무슨 분부라도 있으신가요, 아가씨?”김창석이 발걸음을 멈추고 의아해하며 돌아섰고 고다정은 그의 앞에 서서 진지하게 물었다. “창석 선생님, 제 스승님께서 해외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계신지 솔직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그분이 무슨 어려움을 겪으신 건 아닌가요?”이 말을 듣고 김창석의 눈동자에 힘이 들어가더니 곧 다시 눈길을 거뒀다.그러나 고다정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김창석은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방금 식당에서 창석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들을 듣고 스승님이 해외에서 쉽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스승님이 국내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중요한 일을 제게 맡기셨는데, 스승님이 저를 믿어주시는 건 알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졌어요.”고다정은 자기 생각을 말한 후 김창석을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김창석은 그 모습에 마음속으로 탄식했다.스승님의 생각이 맞았다. 이 제자는 영특하고 총명함이 뛰어난 아이였고 분명 좋은 일만 말했는데도 뭔가를 알아차려 버렸다.하지만 스승님이 아가씨가 걱정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반복해서 말씀하셨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당부하셨기에 김창석은 마음속의 감정을 숨기며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가 스승님을 오랫동안 못 뵈어서 걱정하시는 것 같네요. 스승님은 해외에서 잘 지내고 계세요. 연구가 중요한 시기라서 당분간 돌아오실 수 없어요.”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김창석의 표정에 이상이 없자 마음이 놓였다.아마도 정말로 걱정이 지나친 것 같았다. 스승님이 문제가 생겼다면 연구소 설립에 신경 쓸 여유가 어떻게 있겠는가.“스승님이 괜찮으시다니 다행이에요. 창석 선생님, 돌아가셔서 푹 쉬세요. 내일 연구소 설계도가 나오면 할 일이 많을 거예요.”고다정은 몇 마디 당부하고는 돌아섰
두 아이의 말을 듣고 이미 달아오른 고다정의 볼은 다시 발갛게 물들었다.그녀는 두 아이를 노려보며 화가 나면서도 웃음이 났다.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여준재가 경계선을 넘지 않고 그녀를 놓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 “알겠어요, 화내지 말아요.”말을 마친 후 여준재는 두 아이에게 윙크하고 교훈적인 말투로 두 아이를 꾸짖었다.“그리고 너희들, 방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우리가 잘못했어요. 다음에 아빠와 엄마가 다시 애정을 나눌 때 우리는 말하지 않을게요.”두 아이는 잘못을 인정했다.고다정은 아빠와 아들, 딸 셋이 한통속이 되어 몰래 나누는 눈짓을 보며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설마 내가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이렇게 가족은 웃고 떠들며 저택으로 돌아갔다.그날 밤, 고다정은 인테리어 회사에서 온 연구소 설계도를 받았다.그녀는 자세히 살펴보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어 스승님과 김창석에게 각각 복사본을 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스승님과 김창석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다.스승님: “설계도 좋아 보여. 그렇게 인테리어 해. 인테리어가 끝나면 알려줘. 내가 설비를 보낼게.”김창석: “아가씨가 문제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연구소 일은 스승님이 지시하셨어요. 모든 것을 아가씨에게 맡기라고요.”이 두 메시지를 읽고 나서 고다정은 각각 답장을 보냈다....다음 날 아침, 고다정은 두 아이와 여준재를 보낸 후 차를 몰고 연구소로 향했다.원래는 김창석을 데리러 갈 계획이었지만, 그가 거절했다.김창석은 이미 연구소에 도착했기 때문이다.도착했을 때, 고다정은 김창석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창석 선생님, 왜 안 들어갔어요?”“아가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김창석은 공손하게 대답했다.고다정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고, 동시에 스승님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그녀는 김창석의 모든 행동을 보며 고대 대가족의 집사와 매우 비슷하다고 느꼈다.그녀는 스승님께서 가르친 의술이 고대
김창석이 고다정의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ZS 의료기기 그룹은 저와 스승님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사업상의 교류는 없었습니다.”그 말은 그들이 ZS의 회장을 알고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한다는 뜻이었다.“모르시나요?”고다정은 약간 놀랐다.그녀의 생각에는 스승님이 여러 연구소를 가지고 있고, 의료기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ZS와 일정한 교류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김창석이 그녀의 놀란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제가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몇몇 기기들에서 해외와 비교해 아직 차이가 있습니다. 아가씨도 스승님과 함께 살아보셨으니, 그분의 성격을 아실 겁니다. 하지 않거나, 하면 최고를 하는 분이세요. 눈에 띄는 실수는 용납하지 않죠.”그의 말을 듣고 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고 표시했지만, 마음속에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그렇다면 스승님께서는 왜 모든 기기를 해외에서 주문하지 않으신 거죠?”“일부 기기는 해외에서 수출이 금지되어 있고,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김창석이 말하며 장난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고다정은 김창석의 표정을 보고 멍해졌다가, 자신이 어리석은 질문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살짝 당황스러워하며 주제를 바꾸었다.“그렇다면 PHG 4 세대에 관한 일은 ZS의 대표가 해외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겠군요. 다행히 연구소가 완성될 때까지 한 달이 남았으니 급하지 않습니다.”이 말을 듣고 김창석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여준재는 사무실에서 구남준의 보고를 받았다.“대표님, 어제 제가 조사한 사항을 알아냈습니다.”구남준은 사무실 한가운데 서서 공손하게 말했다. “사모님이 연구소를 설립하려면 PHG 4 세대라는 기기가 필요한데, 이 기기는 전국에서 ZS 의료기기 그룹만이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ZS 측에서 사모님에게 판매를 거부했고, 거부 당일 회장이 해외로 떠났습니다. 마치 사모님을 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여준재가 듣고는 콧소리를 내며 말
그날 밤, 여준재가 밤늦게 집에 돌아왔을 때는 벌써 자정이 넘은 시가이었다.고다정은 그의 술 냄새를 맡으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여준재가 말하며 고다정을 이끌어 방 안의 침대 옆에 앉혔다.그녀는 그의 말을 믿었지만, 여전히 걱정이 되었다.하지만 고다정이 다시 말하기도 전에, 여준재의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정말로 매력적이었다.“내 기억에, 다정 씨 스승님의 연구소에서 채성휘를 데려와 연구하려고 한다고 했었죠?”“맞아요, 왜요?”고다정은 의아해하며 여준재가 왜 이 문제를 꺼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여준재는 눈을 내리깔며 앞에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별 건 아니에요. 오늘 ZS 회장과 연락했는데, 정한해라는 녀석이 채성휘와 개인적인 앙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사람은 당신이 원하는 기기를 양손으로 들고 오겠다고 했어요. 채성휘만 연구소에서 빠진다면 말이에요. 게다가 10년 무료 보증과 유지보수까지 제공한다고 하네요.”마지막에 그는 일부러 멈추며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내 생각엔 이 아이디어도 나쁘지 않아요. 채성휘는 자신의 연구소가 있는데도 거기에 안 있고 다정 씨 스승님의 연구소에 참여하려고 하잖아요.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분명히 질투하고 있으면서도 오만한 척하는 남자를 보며 고다정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여준재는 그녀의 웃음을 보며 잘생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왜 웃어요?”“우리 약혼남은 왜 이렇게 귀여워요?”고다정은 참지 못하고 일어나 여준재의 볼을 문지르며 말했다.여준재는 그날 밤 많이 마셨기 때문에 비록 이성은 남아 있지만 반응이 다소 느렸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눈앞의 여자의 환한 웃음에 매혹되었다는 것이다.고다정은 이렇게 멍한 여준재를 본 적이 없어 재미있고 귀엽다고 느꼈고 발끝을 들어 올리며 그에게 키스했다.원래 고다정은 간단한 키스를 하고 떨어질 생각이었지만, 그녀의 달콤한 맛을 맛본 여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