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571 - 챕터 580

1270 챕터

제571화 잘못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이 말을 들은 원빈 노인은 또 한 번 가슴이 내려앉았고 원씨 부부도 이 일이 쉽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특히 자기 딸이 감옥 가는 것을 원치 않는 원여사는 마음이 매우 급했다.“고 선생님,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그렇지만 저희는 딸이 경하 하나뿐이에요. 얼마를 배상하든 저희 집안에서 다 받아들일 테니 감옥만 가지 않게 해줄 수 없을까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원빈 노인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아니나 다를까 여준재가 이내 맞받아쳤다.“아니, 저희가 당신네 집안의 그까짓 물건이 없어서 그래요? 지나치다는 걸 알면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원여사는 이 말에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원빈 노인이 낮은 소리로 그녀를 꾸짖었다.“말할 줄 모르면 조용히 옆에 서 있어.”시아버지의 성난 눈초리를 보면서도 원여사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또 뭐라 말하려 했지만 옆에 있는 남편에게 제지당했다.“정말 경하를 구하고 싶으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버지에게 맡겨.”원호열이 머리를 약간 옆으로 돌리고 둘만 들을 수 있는 낮은 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원여사는 어쩔 수 없이 나오려던 말을 삼켰다.이때 원빈 노인이 원진혁의 손에서 선물함을 넘겨받아 앞으로 한 발짝 다가서더니 협탁 위에 올려놓고 사과했다.“여 대표님, 고 선생님, 이 정도 선물로 고 선생님이 받은 상처를 보상할 수는 없겠지만 저의 조그마한 성의니까 받아주셨으면 합니다.”“물건을 가지고 돌아가세요. 조금 전, 준재 씨가 말한 것처럼 저는 그 물건들이 모자라지 않습니다.”이 사죄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고다정은 차갑게 거절했다. 받은 게 있으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다.여준재도 원빈 노인의 수단을 한눈에 알아채고 얼굴빛이 냉랭해졌다.“원씨 저택에 있을 때도 원경하가 여러 번 말썽을 일으켰고 심지어 다정 씨를 2층에서 아래로 밀었지만 저희는 신수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 문제 삼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를 호락호락한 사람으로 보셨어요?”“…”말문이 막힌 원빈 노인은 멋쩍게 한마디 했다.“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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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원경하가 응당한 처벌을 받기만 하면 돼

“말하지 마.”원호열이 경고하자 원여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정말 경하를 저렇게 버려둘 건가요?”“지금 우리가 버려두는 거야? 전혀 방법이 없잖아. 경하가 무슨 짓을 했는지 한번 생각해 봐. 됐어, 나가자.”아내가 헛소리할까 봐 원호열은 그녀를 끌고 병실을 나갔다.두 사람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지 못했다. 그들이 자리를 뜨는 것에 대해 원빈 노인도 사실 동의했다.며느리가 어떤 사람인지 그도 잘 아는데, 계속 여기 있다가 무슨 나쁜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도 작별을 고하고 병실에서 나갔다.어느새 원진혁만 병실에 남았다. 여준재는 눈을 찡그리더니 쌀쌀하게 물었다.“아직 용건이 남았나요?”원진혁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미안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고 선생님, 제 사촌 여동생이 한 짓에 대해 제가 여기서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원진혁은 고다정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고다정은 몸을 옆으로 돌려 그의 사과를 받지 않았다.“진혁 도련님이 저한테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잘못한 건 그쪽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저는 사과를 받고 싶지도 않아요. 원경하가 응당한 처벌을 받길 바랄 뿐이에요.”“그건 당연하죠. 동생이 잘못했으니 대가를 치러야죠.”원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한편, 복도에서 원여사는 원빈 노인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이내 다가가 다급히 물었다.“아버님, 정말 경하를 저렇게 둘 거예요?”“나보고 어떻게 하라고?”원빈 노인은 눈을 치켜뜨고 실망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원여사는 딸이 너무 걱정돼서인지 눈치채지 못하고 속마음을 낱낱이 털어놓았다.“어쨌든 경하를 감옥에 보낼 수는 없잖아요. 감옥에 가면 그 애 인생은 끝장나요. 경하를 외국에 내보내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아버님이 고 선생과 여 대표한테 얘기해 보는 건 어때요?”“그런 다음 네가 또 손을 써서 중도에 빼내려고?”원빈 노인은 그녀를 사정없이 비난했다.이 얘기가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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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경하를 어떻게 구할 작정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고다정도 걱정하는 눈빛이다. 어쨌든 얼굴에 난 상처이니 여준재가 개의치 않는다 해도 그녀는 신경이 쓰인다.그러나 더 이상 가족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그녀는 이런 기분을 꼭꼭 숨겼다.여준재가 그녀의 모든 정서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이 일을 마음속에 기억했다.이때 하준이가 어젯밤에 다쳤다는 말이 생각난 고다정은 꼬맹이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이리 와, 엄마가 다친 데 좀 보게.”“볼 게 없어요.”하준이는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배를 잡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나 고다정은 포기하지 않았다.“볼 게 없어도 엄마는 볼 거야. 스스로 올 거야? 아니면 엄마가 내려갈까?”어쩔 수 없이 하준이는 엄마한테 다가갔다.아이를 가까이 끌어당겨 옷을 젖히고 배에 있는 눈에 거슬리는 검푸른 멍 자국을 본 고다정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엄마, 이게 그냥 심각해 보일 뿐 아프지는 않아요.”엄마 표정이 바뀌는 것을 눈치챈 하준이는 급히 옷을 내리고 나른한 목소리로 엄마를 설득했다.“엄마, 화내지 마세요. 엄마가 지금 편히 쉬어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어요.”이렇게 철든 아들을 보며 고다정은 마음이 너무 아팠고, 원경하가 응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혔다.여준재도 속으로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날 오후, 그는 구남준을 경찰서에 보내 상해죄로 원경하를 고소했다. 증거가 충분한 까닭에 사건은 이내 수리됐고, 또한 100% 단죄할 수 있다.다시 말하면, 원경하는 실형을 받고 수감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교도관을 통해 이 소식을 알게 된 원경하는 안절부절못했다.“가족들을 만나게 해주세요. 저기요, 가족들을 만나게 해주세요.”그녀는 수감실 문을 긁으며 복도에 있는 교도관을 향해 소리쳤다.그녀가 너무 시끄러웠던지 교도관은 편의를 봐줘서 원씨 집안에 연락해 줬다.하지만 원씨 부부 두 사람만 왔고, 이를 본 원경하는 약간 당황해했다.“엄마 아빠, 할아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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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동의할 때까지 무릎이라도 꿇을 거야

이 말을 들은 원여사는 그를 째려보았다. 원래는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자기 생각을 실현하려면 이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입을 열었다.“지난번에는 여 대표와 고 선생이 신수 노인의 체면을 봐서 경하를 놓아줬어요. 이번에도 신수 노인이 나서면 경하를 빼낼 가망이 있을 거예요.”아내의 말을 들은 원호열은 잠시 침묵했다. 의외라기보다는 그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딸에 대한 실망이 극에 달했지만 어쨌든 그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다.“그럼 신수 어르신한테 누굴 보낼 거야?”“당신이 가요.”원여사가 생각 없이 이렇게 대답하자 원호열은 기가 막혀 웃었다.“내 체면을 봐줄 거라 생각해?”“…”원여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을 지켰다.원호열이 말을 이었다.“지금은 아마 아버지도 신수 어른신 앞에서 체면이 서지 않을걸.”이 말이 나오자 원여사는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눈빛이 단호해졌다.“신수 어르신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동의할 때까지 일어나지 말아요.”“진짜 그러려고?”원호열이 놀라자 원여사는 침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정색했다.“내가 농담하는 것으로 보여요? 차를 돌려 신의약방에 가요.”마지막 두 마디는 기사가 들으라고 한 말이다.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두 사람을 태우고 신의약방에 갔다.운이 좋았던지 신수 노인이 마침 약방에 있었다.이들 부부를 싫어하지만 원빈 노인의 체면을 봐서 그는 두 사람을 만나주었다.자리에 앉은 후 신수 노인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 건지?”“신수 어르신, 부탁할 일이 있는데 들어주실 수 있나요?”원여사가 눈시울을 붉히며 애원하자 신수 노인은 그녀의 표정에 깜짝 놀랐다.“천천히 말해봐. 무슨 일이야?”하지만 원여사는 울기만 하고 감히 말을 못 했다.신수 노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귀찮아했다.자기가 입을 열길 기다린다는 걸 모를 리 없는 원호열은 어쩔 수 없이 염치를 불고하고 중요한 것은 피하고 지엽적인 것만 골라가며 자초지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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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망신스러운 자식

원여사는 원호열의 시선을 느끼고 차갑게 말했다.“신수 어르신이 경하를 구해주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나랑 여기서 무릎 꿇고 있든가, 아니면 혼자 가요.”“당신, 이게 무슨 허튼짓이야!”원호열은 그녀를 노려보며 잠시 할 말을 잊었다. 하지만 그녀를 이렇게 혼자 남겨두는 것도 시름이 놓이지 않아 결국 함께 있기로 하고 같이 무릎을 꿇었다.이 광경을 본 소연이도 깜짝 놀랐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우리 신경 쓰지 말고 일 보세요.”원호열이 소연이를 향해 손을 저었다.하지만 어떻게 그대로 일하러 가겠는가? 소연이는 신수 노인의 사무실로 달려갔다.“어르신, 어르신, 큰일 났어요.”“난 잘 있거든.”신수 노인이 퉁명스레 말했다.소연이는 숨을 헐떡이며 그 문제를 따지지 않고 화제를 돌려 문밖을 가리키며 말했다.“아까 그 두 사람이 자기들을 도와달라며 무릎을 꿇고 있어요.”“응접실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고?”신수 노인이 깜짝 놀라며 이렇게 묻자 소연이는 머리를 끄덕였다.“어르신, 어떻게 할까요? 설마 꿇고 있게 내버려둘 거예요?”“꿇고 싶으면 꿇으라 해. 신경 쓰지 말고 일 봐.”신수 노인은 어이없어 웃으며 소연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소연이 나간 후 안색이 확 어두워진 신수 노인은 응접실 방향을 노려보며 코웃음을 쳤다.“원빈 어르신이 반평생을 고귀하게 살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염치없는 아들을 두어서 후반생의 명성을 망치는구먼.”그는 자주 쓰지 않는 휴대폰을 꺼내 원빈 노인에게 전화했다.30분도 안 돼서 원빈 노인이 원진혁과 함께 급히 신의약방에 찾아왔다.일찌감치 소식을 들은 소연이가 두 사람을 보자 즉시 마중 나왔다.“원빈 어르신과 진혁 도련님은 응접실에 있는 두 분을 데리러 오신 거죠? 신수 어르신께서 사람만 데려가고 어르신을 만날 필요는 없다고 하셨습니다.”“알았어.”원빈 노인은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큰아들과 큰며느리가 한 짓이 신수 어르신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음을 잘 알고 있다.그런 까닭에, 응접실에 들어서서 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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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개과천선해서 새사람이 되어라

그날 저녁 무렵 신수 노인은 고다정이 있는 병원을 알아내 병문안을 갔다.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이마와 얼굴에 붕대를 감은 채로 병상에 앉아있는 고다정을 본 그는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어쩌다 이렇게 많이 다쳤어?”“어르신,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그를 본 고다정은 의아해했고 여준재도 의문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침대 옆에 다가선 신수 노인은 숨김없이 사실대로 말했다.“오늘 오후 원호열과 그 아내가 약방에 찾아와서 나한테 딸을 구해달라고 부탁했어. 그래서 원경하가 또 널 찾아와 말썽을 일으켰다는 걸 알았지.”“사람은 잘 찾는군.”여준재는 콧방귀를 뀌면서 다소 달갑지 않은 눈길로 신수 노인을 바라보았다.신수 노인은 압박감을 주는 그의 시선에서 오해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급히 손을 저었다.“중재하려고 온 게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그냥 다정이 보러 왔어.”“어르신이 중재해도 소용없어요. 이번에는 절대 원경하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여준재가 자기 입장을 밝혔다.신수 노인은 억지웃음을 지었다.“나도 그 정도 주제 파악은 해. 따져보면, 다정이가 이런 일을 당한 게 내 탓이기도 하지. 다정이에게 원빈 어르신의 치료를 부탁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당하지 않았을 테니까.”말을 마치고 그는 미안한 나머지 한숨을 쉬었다.그가 정말 많이 자책하고 있다고 느낀 고다정은 급히 위로했다.“어르신, 그런 말씀을 하지 마세요. 어르신도 제가 잘되라고, 의술 훈련 기회를 주려고 그러셨던 거죠. 그리고 병을 봐주고 사례금도 받았어요. 다만 원경하가 이렇게까지 날뛰리라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거죠.”“그러게, 원빈 어르신이 평생 쌓은 명예가 원경하 손에 무너진 셈이네.”신수 노인이 탄식했다.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갑자기 뭔가 생각나서 걱정스레 신수 노인을 바라보며 말하려다가 멈추었다.그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신수 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너 무슨 할 말이 있어?”“저와 원씨 집안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 어르신과 원빈 어르신의 관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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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징역 10년 선고 받아

아버지의 말을 들은 원경하는 뜻밖의 날벼락에 대뜸 폭발했다.“안에서 개과천선하고 사람 구실을 하라니요? 설마 저를 이렇게 내버려둘 건가요? 저는 당신들에게 하나뿐인 딸이에요.”그녀는 히스테리적으로 울부짖었다.원여사는 그녀의 모습에 경악했고 원호열도 안색이 극도로 나빠졌다.“역시 네 할아버지 말이 맞았어. 너는 아빠 엄마가 너무 오냐오냐해서 성격이 완고하고 악질이야. 우리가 널 가르칠 수 없으면 앞으로 나라에서 널 교육하게 해야지. 가자.”그는 원여사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 그제야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원경하는 대경실색하며 두 사람의 등에 대고 사과했다.“아빠 엄마, 돌아오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저를 도와주세요.”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소리쳐도 원씨 부부는 돌아보지 않았다. 어쩌면 원여사는 돌아보고 싶었지만 원호열이 그녀를 억지로 끌고 갔을 수도 있다.한편, 원씨 집안 사람들이 운산을 떠난 직후 여준재도 소식을 들었다.전화를 끊고 병실에 돌아간 그는 곧바로 이 소식을 고다정에게 알렸다.“원씨 집안 사람들이 떠난 걸 보니 원경하를 포기했나 봐요.”“정말 포기했을까요?”고다정은 다소 의외라 생각했다.원여사는 원경하를 구하겠다고 신수 노인까지 찾아가 귀찮게 한 사람이 아닌가?여준재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옆에 앉더니 그녀를 끌어안았다.“나를 믿지 못하는 거예요? 원씨 집안에서는 원경하를 구하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잡고 있으면 그들은 구할 수가 없어요.”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비즈니스 문제가 걸려 있나 보다고 짐작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녀도 남자를 끌어안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고마워요.”여준재는 여인이 자기 품속에서 환하게 웃는 것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고작 이걸로 감사를 표시한다고?”“그럼 이건 어때요?”남자가 뭘 원하는지 아는 고다정은 두 손에 약간 힘을 주어 상반신을 받친 후 자기 입술을 남자 입술에 갖다 댔다가 이내 뗐다.“이러면 돼요?”고다정은 여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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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난 그걸 꺼리지 않아

그 말을 듣고도 고다정은 얼굴을 가리고 머리를 흔들었다.“괜찮아요. 저는 이대로 두는 게 좋아요.”이 말을 듣고, 또 너무 이상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서야 여준재는 뒤늦게 알아챘다.“나는 안 좋다고 생각해요. 상처 회복에 안 좋으니까 말 좀 들어요. 내가 꺼리지 않을 테니 거즈를 떼요.”여준재가 고다정을 달랬다. 깊고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에는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고다정이 그에 매혹돼 잠시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여준재가 단번에 거즈를 떼버렸다.고다정의 새하얀 얼굴에 가로놓인 3센티미터 정도 되는 상처가 눈에 확 띄었다.하지만 눈에 거슬리거나 보기 흉한 것은 아니었다.흉터는 고다정의 얼굴에 가로놓여 있지만 치료가 잘 돼서 회복이 빠르고 딱지도 예쁘게 앉아 전체적으로 보면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하지만 고다정은 모른다. 정신이 돌아온 그녀는 여준재가 자신을 주시하자 급히 얼굴 상처를 가렸다.“보지 말아요. 흉해요.”“내가 꺼리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흉하지도 않아요.”여준재는 천천히 부드럽게 고다정의 손을 내리고 흉터에 가볍게 키스했다.그의 이런 태도 때문인지 고다정도 그다지 싫거나 불안하지 않았다.“정말 흉하지 않아요?”“진짜예요. 믿지 못하겠으면 남준이한테 물어봐요.”여준재는 이렇게 말하며 조수석에 앉아있는 구남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서 경고의 뜻을 헤아린 구남준은 흠칫하더니 즉시 맞장구를 쳤다.“정말 흉하지 않아요. 믿지 못하시겠으면 거울을 보세요.”그러고는 어디선가 조그마한 거울을 찾아내서 고다정에게 공손하게 건넸다.고다정은 이를 보고 의아해서 잠깐 멍해졌다. 구남준 같은 사내가 거울을 가지고 다니리라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녀는 이상하게 느끼면서도 거울을 받아 확인했다. 보고 나서 그녀는 여준재의 말을 믿었고, 얼굴에 있는 흉터가 그리 흉하지 않아서 안도감이 들었다.조금 뒤, 두 사람은 빌라에 도착했다.거실에 있던 쌍둥이와 강말숙이 소리를 듣고 마중 나왔다.“아빠 엄마, 돌아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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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고다정을 지옥까지 끌고 들어갈 거야

안으로 들어온 고다정과 여준재는 소파에서 두 아이와 놀아주고 있는 여진성 부부를 보았다.동시에 쌍둥이도 그들이 돌아온 걸 보고 신이 나서 뛰어오며 두 사람을 불렀다.“아빠, 엄마. 돌아오셨어요.”여진성 부부도 아이들의 부름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발견하고 웃으며 반겼다.“너희들 돌아왔구나.”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다정을 데리고 옆쪽 소파에 와 앉으며 그들한테 물었다.“두 분은 어떻게 오셨어요?”“오늘 주말이라, 원래는 애들을 데리고 나가 놀려고 했는데, 애들이 너희가 병원에 갔다면서 너희들이 돌아와야 나가겠다고 하더구나.”심해영은 상황을 대충 설명하고 고다정의 얼굴에 눈길을 돌려 그녀의 한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붉은 상처 자국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했다.“의사가 뭐라고 하더냐? 얼굴에 흉터가 남을 거라고 하던?”“아니요, 제때 약만 잘 바르면 자국은 서서히 없어진다고 했어요.”고다정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심해영을 안심시켰다.심해영은 그제야 안심한 듯 미간을 펴고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됐다. 여자애 얼굴인데 별일 있으면 안 되지. 근데 말이 나온 김에, 이 큰일을 왜 너희 둘은 우리한테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오늘 애들을 찾아오지만 않았으면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 거 아니냐.”“그게……”고다정은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여준재를 바라봤다.여준재가 그녀의 손을 잡고 어머니한테 대신 대답했다.“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네가 처리하는 건 하는 거고, 우리는 걱정도 못 해?”심해영은 아들의 말에 심통이 나 퉁명스럽게 여준재를 노려보며 말했다.“알겠어요. 나중에 또 이런 일 생기면 그땐 알려 드릴게요.”여준재는 할 수 없이 어머니를 달랬고, 심해영은 그제야 얼굴에 만족한 기색이 돌았다.“당연히 그래야지.”그러다 또다시 고다정의 얼굴 상처에 시선이 쏠린 그녀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원씨 집안 그년은 정말 미친년이로구나. 감히 우리 여씨 집안사람한테 손을 대? 우리 집안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구나. 이런 년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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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난 너한테 빚진 거 없어

다음 날 아침, 부자 셋과 같이 아침 식사 중이던 고다정은 또다시 교도소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고다정 씨, 원경하가 어젯밤에 교도소 내에서 자살했어요.”“자살이요?”갑작스러운 소식에 충격받은 고다정은 다급히 물었다.“죽었나요?”교도관은 그녀의 놀란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다행히 저희 교도관한테 제때 발견되어 살려냈습니다만, 고다정 씨를 만나겠다고 강력히 요구하네요. 고다정 씨를 못 만나면 계속해서 자살 시도를 할 모양인데, 와서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어요?”원경하가 살았다는 말에 고다정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교도관의 말을 듣고 그녀는 어이가 없었지만, 생각 끝에 만나는 것에 동의했다.“알겠어요, 만나볼게요. 어디로 가면 되죠?”“시립병원으로 직접 가시면 됩니다.”교도관은 원경하가 치료받고 있는 병원 주소를 알려주었다.알겠다고 전화를 끊은 고다정의 얼굴빛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여준재와 강 할머니도 통화 내용을 얼핏 들었는지라 걱정스럽게 고다정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어쩐 일이에요? 누가 자살했어요?”“원경하가 교도소에서 자살했대요. 제때 발견돼서 다행히 살리기는 했는데, 절 계속 보자고 한다네요. 못 보면 계속 자살 시도를 할 거라고.”애처럼 억지 부리는 원경하의 해괴한 짓거리에 그녀는 기가 차 얘기하다 말고 실소를 터뜨렸다.얼굴에 옅은 화가 깔린 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죽든 살든 알아서 하게 내버려둬요.”“됐어요. 그냥 한번 가볼게요. 어찌 됐든 목숨 하나가 달렸는데.”원경하가 무척이나 미운 건 사실이지만, 의사의 마음이랄까, 눈뜨고 사람이 죽는 꼴을 볼 수는 없었다.여준재는 그녀가 내릴 결정을 대충 짐작하고 있었기에 끝내 말리지는 않았다.“저랑 같이 가요. 마침 저도 오전에 별일 없으니까.”“좋아요.”자기를 혼자 보내면 여준재가 시름을 놓지 못할 것 같아 고다정도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그들의 결정에 강 할머니는 다소 불안해하며 말했다.“가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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