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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동의할 때까지 무릎이라도 꿇을 거야

이 말을 들은 원여사는 그를 째려보았다. 원래는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자기 생각을 실현하려면 이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는 여 대표와 고 선생이 신수 노인의 체면을 봐서 경하를 놓아줬어요. 이번에도 신수 노인이 나서면 경하를 빼낼 가망이 있을 거예요.”

아내의 말을 들은 원호열은 잠시 침묵했다. 의외라기보다는 그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딸에 대한 실망이 극에 달했지만 어쨌든 그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다.

“그럼 신수 어르신한테 누굴 보낼 거야?”

“당신이 가요.”

원여사가 생각 없이 이렇게 대답하자 원호열은 기가 막혀 웃었다.

“내 체면을 봐줄 거라 생각해?”

“…”

원여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을 지켰다.

원호열이 말을 이었다.

“지금은 아마 아버지도 신수 어른신 앞에서 체면이 서지 않을걸.”

이 말이 나오자 원여사는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눈빛이 단호해졌다.

“신수 어르신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동의할 때까지 일어나지 말아요.”

“진짜 그러려고?”

원호열이 놀라자 원여사는 침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정색했다.

“내가 농담하는 것으로 보여요? 차를 돌려 신의약방에 가요.”

마지막 두 마디는 기사가 들으라고 한 말이다.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두 사람을 태우고 신의약방에 갔다.

운이 좋았던지 신수 노인이 마침 약방에 있었다.

이들 부부를 싫어하지만 원빈 노인의 체면을 봐서 그는 두 사람을 만나주었다.

자리에 앉은 후 신수 노인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 건지?”

“신수 어르신, 부탁할 일이 있는데 들어주실 수 있나요?”

원여사가 눈시울을 붉히며 애원하자 신수 노인은 그녀의 표정에 깜짝 놀랐다.

“천천히 말해봐. 무슨 일이야?”

하지만 원여사는 울기만 하고 감히 말을 못 했다.

신수 노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귀찮아했다.

자기가 입을 열길 기다린다는 걸 모를 리 없는 원호열은 어쩔 수 없이 염치를 불고하고 중요한 것은 피하고 지엽적인 것만 골라가며 자초지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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