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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531 - 챕터 540

1270 챕터

제531화 원경하는 더 이상 원씨 집안 아가씨가 아니야

사실상, 신수 노인의 말대로 원경하는 사당에 끌려온 후 사방의 음산한 배치와 조상들의 신주를 보고 놀라서 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몸부림을 치며 문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으나, 밖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이 그녀를 막아섰다.“아가씨, 어르신이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꿇어 계시라고요.”“난 여기 있기 싫어. 날 데리고 나가줘. 할아버지한테 갈 거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다고.”원경하는 울며 애원했으나, 경호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원경하는 사당에 갇혔지만, 그녀에 관한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원빈 노인은 원씨 부부를 따로 서재에 불러들였다.서재에서 원씨 부부는 공손한 표정과 함께 옅은 불안감을 안고 원빈 노인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들의 표정은 빠짐없이 원빈 노인의 눈에 들어왔다.그는 눈꺼풀을 늘어뜨리고 그들한테 얘기했다.“너희들을 오라고 한 건, 경하에 대한 조치를 의논하고 싶어서다.”이 말을 듣자 원씨 내외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들은 일찌감치 아버지가 원경하를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다.원여사가 참지 못하고 먼저 물었다.“아버님 생각은 어떠신지요?”원빈 노인은 그녀를 힐끗 보았다. 그녀의 생각을 모를 리 없는 원빈 노인은 직설적으로 말을 꺼냈다.“그 아이는 이미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졌어. 난 더는 그 애를 원씨 집안에 둘 생각이 없다!”“경하를 쫓아내시게요?”원씨 부부는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원빈 노인을 쳐다보았다.원빈 노인은 부인하지 않고 침울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내가 쫓는 게 아니라, 원씨 집안에서 더 이상 그 애를 용납할 수 없다는 거야. 너희들 보기에 내가 그 애를 사당에 가서 꿇게 했다고, 여대표가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것 같으냐?”이 말이 나오자 부부는 침묵에 빠졌다.맞는 말이다. 사당에서 무릎 꿇는 정도 갖고는 고다정이 받은 상처와는 비교도 안 되니, 여준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이때 원빈 노인은 또 입을 열었다.“그것뿐만 아니라, 너희들이 그때 방안에서 했던 얘기도 내가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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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원빈 어르신의 물건을 안 가지면 손해야

원진혁의 말을 듣고 나서 여준재의 안색은 좀 누그러들었다.그는 원진혁을 깊은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원씨 집안에서 상황 판단이 너무 어리숙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그렇게 벌하기로 했으면 저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지만, 만일 원씨 집안이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는 날엔, 제가 직접 손 쓸 테니 그리 아세요.”말끝에 그는 예의를 차리지 않고 경고장을 날렸다..원진혁도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그래야죠.”그리고 그는 할아버지가 말한 기타 약속 사항을 그들에게 마저 전달하고 스스로 떠나갔다.그가 떠나자, 방안에는 고다정과 여준재만 남겨졌다.고다정은 감탄하며 말했다.“원래 병 치료만 해주려고 왔는데 이 많은 일이 벌어질 줄 몰랐어요. 시간도 많이 지체되고.”품속에서 근심 어린 표정을 한 그녀를 보고 여준재는 안쓰러운 듯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고는 사랑에 겨운 말투로 그녀한테 말했다.“그러니까 이제부터 신수 어르신 따라서 아무 데나 다니면 안 돼요. 그 노인네가 제일 문제에요. 앞으로 병이 중한 환자도 가족들한테 보내오라고 해요. 다정 씨가 애들이랑 안 떨어지게.”“어르신을 그렇게 얘기했다가 나중에 알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고다정은 여준재의 말에 웃음이 났고, 동시에 그가 방금 말한 데 대해서도 약간의 생각이 생겨났지만, 구체적인 건 돌아가서 신수 노인과 상의한 후에 결정하기로 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틀이 지나고, 그동안 원경하가 없으니 원씨 집안은 그전보다 훨씬 조용하고 화목한 분위기였다.사흘째 되던 날, 고다정은 거울로 자신의 희미해진 목 자국을 보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상처 자국이 너무 눈에 띄어 외할머니와 두 아이가 보고 걱정하는 것이 두렵지만 않았더라면, 그녀는 사고 다음 날부터 돌아가고 싶었다.이런 생각 하며 욕실 문을 밀고 나가자, 여준재가 이미 차려입고 창가 옆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하고 있는 걸 본 그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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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당당하게 아빠라고 부르다

돌아가는 길에 신수 노인은 원빈 노인이 준 상자를 열었다. 그랬더니 며칠 전 그들이 서재에서 봤던 의서 몇 권이 안에 들어있었다.“원빈 그 늙은이가 꽤 사리가 밝구나, 이걸로 사죄를 하다니. 다정이 네가 가져가서 잘 연구해 봐. 모르는 게 있으면 나한테 가져와서 같이 연구해 보자.”그는 말하면서 나무상자를 고다정의 품에 안겨주었다.원빈 노인이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할 거라 생각 못한 고다정은 좀 의아했지만, 원씨 저택에서 있었던 일련의 일을 생각하고는 맘 편히 받기로 했다.“그럼 제가 가져가서 연구해 보고 모르는 게 있으면 어르신을 찾아가겠습니다.”그날 저녁, 일행은 운산으로 돌아왔다.고다정과 여준재는 신수 노인을 먼저 바래다 드리고, 산꼭대기에 있는 빌라로 돌아왔다.두 사람이 차에서 금방 내리자마자 두 줄기의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다가와 그들 품속을 파고들었다.“엄마, 끝내 돌아오셨네요.”두 아이는 고다정과 여준재를 각각 껴안고 흥분하다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강 할머니는 곁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음꽃이 잔뜩 핀 얼굴로 말했다.“돌아왔구나. 어서 집으로 들어가자.”고다정과 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각자 아이 한 명씩 손을 잡고 거실로 들어갔다.구남준도 캐리어를 들고 그들의 뒤를 따라 거실로 들어가서, 한 가족처럼 화기애애한 광경을 보고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너무 잘됐어. 대표님의 사랑 씨앗이 드디어 결실을 보는구나.’“대표님, 캐리어는 대표님 방으로 가져갈까요, 아니면 작은 사모님 방으로 가져갈까요?"구남준이 여준재한테 묻는 말에, 고다정의 가족들은 모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두 아이는 어리둥절한 채 멍하니 물었다.“남준 아저씨, 삼촌 짐을 왜 엄마 방에 가져다 놓아요?”강 할머니도 의아한 눈길로 고다정을 쳐다보다가 그녀와 여준재 사이를 왔다 갔다 훑더니 놀란 기색으로 물었다.“혹시 너희 만나는 거야?”그랬더니 두 아이가 놀라서 소리 질렀다. “뭐라고요? 아저씨랑 엄마랑 만난다고요?”세 사람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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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여 대표가 밥 사야 해

밤 11시가 돼가도록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부자 3인방을 보고 고다정은 잠자리에 들라 재촉했다.“자, 그만. 내일 학교 가야 돼. 자야지 이제?”“알겠어요.”쌍둥이는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이윽고 하윤이가 못 참고 물었다.“엄마, 오늘 밤 우리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자면 안 돼요?”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잠깐 멈칫했다가 거절하지 않았다.원씨 저택에서도 여준재와 쭉 같이 한방에서 지냈는데 이제 와서 내외하는 척 구는 건 좀 우스워 보였다. 게다가 두 아이도 함께 있는데 설마 여준재가 뭔 짓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그렇게 그들은 같이 방 안으로 들어가 간단히 씻고 잘 준비를 하였다.고다정은 두 아이를 중간에 눕히려고 하는데, 두 아이는 오히려 그녀와 여준재를 침대 중간으로 밀면서 말했다.“엄마랑 아빠가 만나는 사이면 같이 자야 해요.”고다정은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두 아이를 가볍게 꾸짖으며 여준재를 감히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여기저기 피하며 어쩔 줄 몰라 하였다.“떠들지 말고 잠이나 자.”그녀가 부끄러워하는 것을 여준재는 다 알아채고, 웃으며 고다정을 품에 안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애들의 마음이니 그렇게 할까요,우리?”고다정은 그 말에 머릿속이 잠깐 정지된 것 같았다가, 금세 얼굴을 붉히고 수줍어서 몸을 비틀며 여준재를 나무랐다.“애들이 보는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엄마, 걱정하지 말아요. 우린 아무것도 못 봤어요.”두 아이는 고다정이 부끄러워하는 줄 알고 장난스럽게 눈을 가렸다.고다정은 얼굴이 더 빨개지고, 여준재는 그런 그녀를 보고 저도 모르게 그녀의 볼에 뽀뽀하고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요. 애들도 못봤다는데 그만 삐치고 자요.”고다정도 더는 고민하지 않고 잠자리에 누워 애들과 같이 포근한 밤잠을 이루었다.일어나보니 이미 이튿날이었다.아침을 먹은 후 고다정은 두 아이를 학교로 데려다주고 여준재는 회사로 출근했다.원씨 저택에 있을 때 짬짬이 시간 내서 회사 일을 처리했지만 그래도 밀린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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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여준재가 고다정한테 잘해주지 못할까 봐

전화를 끊은 후, 고다정의 얼굴은 여전히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다 친구와의 약속을 생각하고 서둘러 여준재한테 전화를 걸었다.“왜, 무슨 일이야?”여준재의 목소리가 핸드폰 저편에서 들려오는데 어찌나 부드러운지, 고다정은 귀가 살살 녹아드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남자의 목소리가 어떻게 이토록 듣기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친구와 통화했던 내용을 얘기했다.“은미가 우리 둘이 사귀는 걸 알게 됐어요. 걔랑 예전 대학 시절 때 약속한 게 있거든요, 남자친구가 생기면 서로한테 밥 사기로요. 혹시 저녁에 시간 돼요?”“그런 거면 시간 없어도 내야죠.”여준재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씽긋 웃었다.“다정 씨 친구분이 예전에 많이 도와줬는데, 밥을 무조건 사야겠네요.”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여준재가 한창 그전에 은미가 중간에서 다리를 놔준 일을 떠올리고 있다는 걸 알고 웃음이 나왔다.“은미와 같은 생각을 했네요. 걔가 준재 씨한테서 사례를 받아야겠대요.”고다정의 말에 여준재는 일리가 있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확실히 은미 씨한테 사례를 해야겠어요.”그것과 관련해 더 할 말을 못 찾은 고다정은 다른 얘기를 꺼냈다.“그럼 준재 씨 퇴근하면 제가 그리로 찾아갈게요.”“네. 그때 가면 구 비서를 픽업 보낼게요.”여준재도 머리를 끄덕이고 몇 마디 더 나누고는 전화를 끊었다.……그날 저녁, 고다정은 YS그룹 본사 빌딩에 도착했으나 들어가지 않고 입구 밖 차 안에서 기다렸다.몇 분 뒤, 여준재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나오는 걸 보았는데, 기세가 당당하고 귀티가 촤르르 흘러넘치는 그를 보니 눈을 뗄 수 없었다.여준재는 곧 그녀한테 다가와 차 문을 열고 들어왔다.“오래 기다렸어요?”“아니요. 저도 온 지 얼마 안 됐어요.”고다정은 그를 향해 달콤한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어서 가요. 은미랑 애들이 이미 우릴 기다리고 있어요.”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사한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얼마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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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육성준과 임은미가 잘될 것 같다

육성준도 여준재의 득의양양한 눈빛을 보고 괘씸해 속이 답답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어 화제를 돌리며 술잔을 들어 여준재를 골탕 먹이려고 작정했다.“그러고 보니 제가 처음으로 여 대표님과 한자리에 앉아서 식사하는군요. 제가 한잔 권해도 될까요?”“그럼요.”그의 의도를 모를 리 없는 여준재는 일단 잔에 든 술을 마셨다.그리고 육성준이 두 번째 잔의 술을 마시려고 하는 찰나에 그는 말했다.“나머지 술은 육성준 씨가 알아서 마시세요. 다정이가 저한테 술을 적게 마시라고 했거든요. 안 그러면 제가 다정 씨한테 혼나요.”“……”여준재의 염장 지르는 한마디에 육성준 뿐만 아니라 임은미도 속이 뒤집혀 과장되게 울부짖었다.“여 대표님, 사람이 왜 그래요? 아무리 다정이와 사귀게 됐다지만 저랑 성준이 같은 싱글 앞에서 그렇게 꽁냥대기 있어요? 양심에 찔리지도 않아요?”“아니요.”여준재는 매우 정직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고다정과 쌍둥이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고하준은 영리하게 눈동자를 굴리며 임은미한테 말했다.“이모, 부러우면 이모도 이모부 한 분 데려오세요.”임은미는 가슴이 턱 막혀버리는 것 같은 심정으로 심통이 난 얼굴을 하고 말했다.“이모부 찾는 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줄 알아?”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고하윤이 또 작은 입으로 폭탄을 하나 터뜨렸다.“찾기 힘들어요? 그러면 삼촌이랑 사귀면 되잖아요. 이모도 혼자고 삼촌도 혼자니까 같이 있으면 더 이상 혼자가 아니잖아요.”이 말에 놀라 육성준과 임은미는 서로 눈길을 마주쳤다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그만둬, 그만둬. 얘랑 사귈 거면 차라리 혼자인 게 나아.”둘은 상상하기도 싫다는 듯 질색하는 표정을 짓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고다정은 참을 수가 없어 소리 내 웃고 말았다. 왠지 둘이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말을 꺼내면 싸우게 될까 봐 참았다.그렇게 여럿은 웃고 떠들면서 식사를 마쳤다.육성준은 일이 있어 일찍 떠났고 임은미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여준재와 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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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쌍둥이가 여준재한테 데이트 비결을 선사하다

몽롱한 불빛 아래,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 모습은 매우 로맨틱하였다.여준재의 터치에 이미 익숙해진 고다정은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미소 지었다.“왜 그래요?”“아니 그냥, 너무 다행인 것 같아서요.”여준재는 가볍게 말하면서 턱을 그녀의 가녀린 쇄골에 살짝 기대었다.그는 자신이 고다정을 찾아낸 것도, 남들보다 뒤늦게 나타나서 먼저 고다정의 마음을 얻게 된 것도 너무 다행스러웠다.물론 그 속에는 두 아이의 원인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다정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그저 이 남자가 오늘 좀 이상하다는 것만 느꼈다.그녀가 입을 열어 묻기도 전에 뜨거운 무언가가 그녀의 입술을 가로막았다.여준재는 품속의 여인을 꼭 끌어안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게, 그리고 점점 더 깊게 키스하며 그 달콤함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다정의 마음속에는 물결이 출렁이고 몸에서 기운이 싹 빠져나간 것처럼 나른해짐을 느꼈다.순간 방안에 공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옷은 한 벌 또 한 벌 바닥에 흩어졌다.여준재는 깊은 눈빛으로 눈앞의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약간 거칠어진 목소리로 무언가를 참는 듯하며 그녀에게 물었다.“해도 돼요?”고다정은 얼굴이 빨개졌지만, 거절하지 않고 수줍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튿날 아침, 여준재는 일찍 일어나 곁에서 깊은 잠이 든 여인을 바라보며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러나 이내 그는 그녀의 검푸른 눈 밑과 몸에 군데군데 남겨진 사랑의 흔적들을 발견하고, 어젯밤 너무 심하게 들볶은 게 아닌가 하며 눈가에 안쓰러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가볍게 침대에서 내려와 간단히 세수하고 방을 나왔다. 방문을 열자마자 문밖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두 아이를 발견하고 웃음이 나서 물었다.“너희들 여기서 뭐 하는 거야?”“아빠랑 엄마가 나오기를 기다려요.”두 아이는 해맑게 대답했다.그리고 그들은 머리를 내밀어 여준재 뒤에 있는 방안을 들여다보고는 고다정이 안 나오자 이상해하며 물었다.“아빠, 엄마는요?”“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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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너희들 이걸 어디서 구한 거야?”여준재는 미소가 굳어지며 대략 난감의 표정을 짓고 두 아이를 보았지만, 두 아이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신난 얼굴로 말했다.“이건 어젯밤 이모와 저희가 논의해서 만든 데이트 비결이에요. 이 비결만 있으면 아빠랑 엄마 사이가 더 가까워질 거에요.”“아빠, 꼭 여기 쓰인 대로 해야 돼요. 아빠처럼 뻣뻣하고 여자 맘을 모르는 남자는 나중에 엄마가 로맨틱하지 않다고 싫어할 수도 있어요.”하준이가 걱정스레 그를 쳐다봤다.여준재는 두 아이를 번갈아 보며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그들 마음이 이해되어 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걱정 안 해도 돼. 엄마랑 아빠는 행복하게 잘 지낼 거야. 이번 선물은 아빠가 고맙게 받을게. 대신 마지막이야, 다음부터 이모한테서 이런 이상한 걸 배워서 엄마한테 들키면 엄마가 혼낼 거야.”“알겠어요.”쌍둥이는 얌전하게 대답했다.어느새 학교에 도착했다. 여준재는 애들이 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다 지켜본 후에야 구남준한테 회사로 가자고 했다.그는 차 안에서 두 꼬마가 남겨둔 공책을 보고, 저도 모르게 펼쳐보았다.그 안에는 각종 데이트 코스와 연애 과정에서의 디테일한 것들이 적혀 있었다. 예를 들어 영화나 콘서트를 보러 간다거나, 촛불 만찬을 하고 꽃 선물을 한다든가 하는 내용이 전반적으로 꽤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여준재도 이것을 보고 마음속에 대개 아이디어가 생겼다.점심때가 거의 되는 시각, 고다정은 드디어 잠에서 깨어났다.방을 둘러보니 자신이 혼자 남겨져 있었고, 정신없이 불살랐던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리 쉬었다.그녀는 씻고 아래층으로 향했다.강 할머니가 한창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그녀가 내려온 걸 보자 웃으며 인사했다.“일어났구나.”그녀도 강 할머니를 향해 머리를 끄덕여 인사하고는 주변을 돌아보니 머릿속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던 강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찾을 거 없다. 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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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내 옷은 이후부터 다정 씨한테 맡길게요

들어가자마자 가게 종업원은 반갑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어서 오세요. 커플룩 세트를 고르러 오셨어요?”“네. 저기 유리창에 걸어놓은 옷을 보여주시겠어요?”여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종업원한테 원하는 옷을 부탁하고, 고개를 숙여 고다정을 다정하게 바라보았고, 고다정도 그를 보며 방긋 웃었다.곧 종업원은 두 사람한테 맞는 사이즈를 가져왔다.탈의실에서 갈아입고 나오는 순간, 가게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의 이 한 쌍의 커플한테 집중되었다.“손님, 안목이 너무 좋으시네요. 두 분께서 이 옷을 입으니 완전 두 분을 위해서 만든 맞춤 커플룩 같아요.”종업원은 부러운 눈빛으로 그 두 사람을 바라봤다. 사실 그녀가 한 말은 조금도 과언이 아니었다.커플룩 세트는 맨투맨 스타일을 위주로 블랙과 화이트로 연출되었는데, 검은색을 입은 여준재는 캐주얼하면서도 고귀한 분위기를 풍겨 옷의 품격까지 순식간에 높아진 것 같았다.180센티미터의 늘씬한 체격 탓에 옆에 있는 고다정은 더 아담해 보였지만, 왠지 그것이 더 어울려 보였다.고다정은 처음으로 여준재가 이런 스타일의 옷을 입은 걸 보고 좀 어색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가 멋있어 보였다.“나중에 준재 씨한테 이런 스타일의 옷을 사주는 것도 괜찮다 싶어요. 엄청 멋있는데요?”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칭찬하며 바라봤다.여준재는 그녀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내 옷은 이후부터 다정 씨한테 맡길게요.”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거절하지 않았다.그렇게 그들은 계산을 마치고 커플룩을 입은 채 가게를 나왔다.거리에 이 두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의 뛰어난 외모와 기질이 즉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이런 시선에 익숙해져 이를 무시하고, 손을 잡고 계속 돌아다녔다.점심때가 되어서야 둘은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식사하는 동안 여준재는 매우 자상하게 고다정한테 음식을 챙겨주며, 머릿속으로 다음 플랜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있었다.“밥 먹고 영화나 보러 가요. 오늘에 영화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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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정식으로 여준재 부모님을 뵙다

그 후 날마다 고다정은 평온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그녀와 여준재의 사랑도 점점 깊어졌다.사랑의 단맛을 본 여준재의 애정 표현은 점점 빈도가 잦아지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걸핏하면 그녀를 숨이 넘어갈 뻔하게 키스하고, 때로는 사람들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그녀한테 입을 맞추었다.그러나 매번 심하지 않은 정도에 그쳐 그나마 다행이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보름이 지났다.이날, 여준재는 일찍이 회사 일을 마치고, 고다정과 두 아이를 볼 생각에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데, 그 시각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는 아버지를 마침 보고, 인사를 드렸다.“아버지도 돌아가시는 길이세요?”여진성은 응하고 대답하고 떠나려 했다. 그러나 그는 두어 걸음 걸어가다가 멈추고 돌아서서 여준재한테 물었다.“넌 언제 정식으로 고 선생을 집에 데려올 참이니?”지난 시간 동안 여진성은 비록 그들 둘 앞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계속 두 사람의 행방을 주시하고 있어, 그 둘이 지금 사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둘이 사귀고 나서 그들한테 소식을 알릴 줄 알았는데, 보름이 넘게 눈이 빠지도록 기다려도 인사하러 오지 않았다.여준재는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고,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의외라는 생각에 좀 주저하며 말했다.“아버지와 어머니께서…반대 안 하세요?”“우리가 반대해도 무슨 소용 있어?”여진성은 다소 언짢기도 하면서 어쩔 수 없어 하는 감정이 섞인 말투로 여준재한테 되물었다. 말은 이렇게 해도 더는 둘을 말릴 생각이 없었다.둘 사이에 이미 애들도 있고 서로 좋아하는데, 계속해서 막아선다면 집안에 불화만 일으키고 아들까지 잃게 될 것이다. 게다가 임초연 사건이 있고 난 뒤부터 더는 아들한테 결혼 상대를 소개해 주는 것이 두려웠다. 또 임초연같이 악독한 여자를 만났다간 그들 부부는 철저히 아들 볼 면목이 없어진다.여준재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잠깐 멍때리다가 그의 말뜻을 이해하고,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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