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도 여준재의 득의양양한 눈빛을 보고 괘씸해 속이 답답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어 화제를 돌리며 술잔을 들어 여준재를 골탕 먹이려고 작정했다.“그러고 보니 제가 처음으로 여 대표님과 한자리에 앉아서 식사하는군요. 제가 한잔 권해도 될까요?”“그럼요.”그의 의도를 모를 리 없는 여준재는 일단 잔에 든 술을 마셨다.그리고 육성준이 두 번째 잔의 술을 마시려고 하는 찰나에 그는 말했다.“나머지 술은 육성준 씨가 알아서 마시세요. 다정이가 저한테 술을 적게 마시라고 했거든요. 안 그러면 제가 다정 씨한테 혼나요.”“……”여준재의 염장 지르는 한마디에 육성준 뿐만 아니라 임은미도 속이 뒤집혀 과장되게 울부짖었다.“여 대표님, 사람이 왜 그래요? 아무리 다정이와 사귀게 됐다지만 저랑 성준이 같은 싱글 앞에서 그렇게 꽁냥대기 있어요? 양심에 찔리지도 않아요?”“아니요.”여준재는 매우 정직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고다정과 쌍둥이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고하준은 영리하게 눈동자를 굴리며 임은미한테 말했다.“이모, 부러우면 이모도 이모부 한 분 데려오세요.”임은미는 가슴이 턱 막혀버리는 것 같은 심정으로 심통이 난 얼굴을 하고 말했다.“이모부 찾는 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줄 알아?”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고하윤이 또 작은 입으로 폭탄을 하나 터뜨렸다.“찾기 힘들어요? 그러면 삼촌이랑 사귀면 되잖아요. 이모도 혼자고 삼촌도 혼자니까 같이 있으면 더 이상 혼자가 아니잖아요.”이 말에 놀라 육성준과 임은미는 서로 눈길을 마주쳤다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그만둬, 그만둬. 얘랑 사귈 거면 차라리 혼자인 게 나아.”둘은 상상하기도 싫다는 듯 질색하는 표정을 짓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고다정은 참을 수가 없어 소리 내 웃고 말았다. 왠지 둘이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말을 꺼내면 싸우게 될까 봐 참았다.그렇게 여럿은 웃고 떠들면서 식사를 마쳤다.육성준은 일이 있어 일찍 떠났고 임은미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여준재와 고다
몽롱한 불빛 아래,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 모습은 매우 로맨틱하였다.여준재의 터치에 이미 익숙해진 고다정은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미소 지었다.“왜 그래요?”“아니 그냥, 너무 다행인 것 같아서요.”여준재는 가볍게 말하면서 턱을 그녀의 가녀린 쇄골에 살짝 기대었다.그는 자신이 고다정을 찾아낸 것도, 남들보다 뒤늦게 나타나서 먼저 고다정의 마음을 얻게 된 것도 너무 다행스러웠다.물론 그 속에는 두 아이의 원인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다정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그저 이 남자가 오늘 좀 이상하다는 것만 느꼈다.그녀가 입을 열어 묻기도 전에 뜨거운 무언가가 그녀의 입술을 가로막았다.여준재는 품속의 여인을 꼭 끌어안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게, 그리고 점점 더 깊게 키스하며 그 달콤함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다정의 마음속에는 물결이 출렁이고 몸에서 기운이 싹 빠져나간 것처럼 나른해짐을 느꼈다.순간 방안에 공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옷은 한 벌 또 한 벌 바닥에 흩어졌다.여준재는 깊은 눈빛으로 눈앞의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약간 거칠어진 목소리로 무언가를 참는 듯하며 그녀에게 물었다.“해도 돼요?”고다정은 얼굴이 빨개졌지만, 거절하지 않고 수줍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튿날 아침, 여준재는 일찍 일어나 곁에서 깊은 잠이 든 여인을 바라보며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러나 이내 그는 그녀의 검푸른 눈 밑과 몸에 군데군데 남겨진 사랑의 흔적들을 발견하고, 어젯밤 너무 심하게 들볶은 게 아닌가 하며 눈가에 안쓰러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가볍게 침대에서 내려와 간단히 세수하고 방을 나왔다. 방문을 열자마자 문밖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두 아이를 발견하고 웃음이 나서 물었다.“너희들 여기서 뭐 하는 거야?”“아빠랑 엄마가 나오기를 기다려요.”두 아이는 해맑게 대답했다.그리고 그들은 머리를 내밀어 여준재 뒤에 있는 방안을 들여다보고는 고다정이 안 나오자 이상해하며 물었다.“아빠, 엄마는요?”“엄마는
“너희들 이걸 어디서 구한 거야?”여준재는 미소가 굳어지며 대략 난감의 표정을 짓고 두 아이를 보았지만, 두 아이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신난 얼굴로 말했다.“이건 어젯밤 이모와 저희가 논의해서 만든 데이트 비결이에요. 이 비결만 있으면 아빠랑 엄마 사이가 더 가까워질 거에요.”“아빠, 꼭 여기 쓰인 대로 해야 돼요. 아빠처럼 뻣뻣하고 여자 맘을 모르는 남자는 나중에 엄마가 로맨틱하지 않다고 싫어할 수도 있어요.”하준이가 걱정스레 그를 쳐다봤다.여준재는 두 아이를 번갈아 보며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그들 마음이 이해되어 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걱정 안 해도 돼. 엄마랑 아빠는 행복하게 잘 지낼 거야. 이번 선물은 아빠가 고맙게 받을게. 대신 마지막이야, 다음부터 이모한테서 이런 이상한 걸 배워서 엄마한테 들키면 엄마가 혼낼 거야.”“알겠어요.”쌍둥이는 얌전하게 대답했다.어느새 학교에 도착했다. 여준재는 애들이 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다 지켜본 후에야 구남준한테 회사로 가자고 했다.그는 차 안에서 두 꼬마가 남겨둔 공책을 보고, 저도 모르게 펼쳐보았다.그 안에는 각종 데이트 코스와 연애 과정에서의 디테일한 것들이 적혀 있었다. 예를 들어 영화나 콘서트를 보러 간다거나, 촛불 만찬을 하고 꽃 선물을 한다든가 하는 내용이 전반적으로 꽤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여준재도 이것을 보고 마음속에 대개 아이디어가 생겼다.점심때가 거의 되는 시각, 고다정은 드디어 잠에서 깨어났다.방을 둘러보니 자신이 혼자 남겨져 있었고, 정신없이 불살랐던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리 쉬었다.그녀는 씻고 아래층으로 향했다.강 할머니가 한창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그녀가 내려온 걸 보자 웃으며 인사했다.“일어났구나.”그녀도 강 할머니를 향해 머리를 끄덕여 인사하고는 주변을 돌아보니 머릿속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던 강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찾을 거 없다. 여 대표
들어가자마자 가게 종업원은 반갑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어서 오세요. 커플룩 세트를 고르러 오셨어요?”“네. 저기 유리창에 걸어놓은 옷을 보여주시겠어요?”여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종업원한테 원하는 옷을 부탁하고, 고개를 숙여 고다정을 다정하게 바라보았고, 고다정도 그를 보며 방긋 웃었다.곧 종업원은 두 사람한테 맞는 사이즈를 가져왔다.탈의실에서 갈아입고 나오는 순간, 가게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의 이 한 쌍의 커플한테 집중되었다.“손님, 안목이 너무 좋으시네요. 두 분께서 이 옷을 입으니 완전 두 분을 위해서 만든 맞춤 커플룩 같아요.”종업원은 부러운 눈빛으로 그 두 사람을 바라봤다. 사실 그녀가 한 말은 조금도 과언이 아니었다.커플룩 세트는 맨투맨 스타일을 위주로 블랙과 화이트로 연출되었는데, 검은색을 입은 여준재는 캐주얼하면서도 고귀한 분위기를 풍겨 옷의 품격까지 순식간에 높아진 것 같았다.180센티미터의 늘씬한 체격 탓에 옆에 있는 고다정은 더 아담해 보였지만, 왠지 그것이 더 어울려 보였다.고다정은 처음으로 여준재가 이런 스타일의 옷을 입은 걸 보고 좀 어색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가 멋있어 보였다.“나중에 준재 씨한테 이런 스타일의 옷을 사주는 것도 괜찮다 싶어요. 엄청 멋있는데요?”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칭찬하며 바라봤다.여준재는 그녀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내 옷은 이후부터 다정 씨한테 맡길게요.”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거절하지 않았다.그렇게 그들은 계산을 마치고 커플룩을 입은 채 가게를 나왔다.거리에 이 두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의 뛰어난 외모와 기질이 즉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이런 시선에 익숙해져 이를 무시하고, 손을 잡고 계속 돌아다녔다.점심때가 되어서야 둘은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식사하는 동안 여준재는 매우 자상하게 고다정한테 음식을 챙겨주며, 머릿속으로 다음 플랜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있었다.“밥 먹고 영화나 보러 가요. 오늘에 영화 여러
그 후 날마다 고다정은 평온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그녀와 여준재의 사랑도 점점 깊어졌다.사랑의 단맛을 본 여준재의 애정 표현은 점점 빈도가 잦아지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걸핏하면 그녀를 숨이 넘어갈 뻔하게 키스하고, 때로는 사람들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그녀한테 입을 맞추었다.그러나 매번 심하지 않은 정도에 그쳐 그나마 다행이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보름이 지났다.이날, 여준재는 일찍이 회사 일을 마치고, 고다정과 두 아이를 볼 생각에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데, 그 시각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는 아버지를 마침 보고, 인사를 드렸다.“아버지도 돌아가시는 길이세요?”여진성은 응하고 대답하고 떠나려 했다. 그러나 그는 두어 걸음 걸어가다가 멈추고 돌아서서 여준재한테 물었다.“넌 언제 정식으로 고 선생을 집에 데려올 참이니?”지난 시간 동안 여진성은 비록 그들 둘 앞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계속 두 사람의 행방을 주시하고 있어, 그 둘이 지금 사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둘이 사귀고 나서 그들한테 소식을 알릴 줄 알았는데, 보름이 넘게 눈이 빠지도록 기다려도 인사하러 오지 않았다.여준재는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고,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의외라는 생각에 좀 주저하며 말했다.“아버지와 어머니께서…반대 안 하세요?”“우리가 반대해도 무슨 소용 있어?”여진성은 다소 언짢기도 하면서 어쩔 수 없어 하는 감정이 섞인 말투로 여준재한테 되물었다. 말은 이렇게 해도 더는 둘을 말릴 생각이 없었다.둘 사이에 이미 애들도 있고 서로 좋아하는데, 계속해서 막아선다면 집안에 불화만 일으키고 아들까지 잃게 될 것이다. 게다가 임초연 사건이 있고 난 뒤부터 더는 아들한테 결혼 상대를 소개해 주는 것이 두려웠다. 또 임초연같이 악독한 여자를 만났다간 그들 부부는 철저히 아들 볼 면목이 없어진다.여준재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잠깐 멍때리다가 그의 말뜻을 이해하고,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
여준재가 고다정을 거절할 리는 없었다.이튿날 이른 아침, 그는 고다정과 함께 쇼핑몰로 향했고 심해영이 쥬얼리를 좋아했기에 둘은 바로 쥬얼리샵으로 목적지를 정했다.매장에서 한 바퀴 둘러본 뒤 고다정은 봉황의 모습을 한 다이아몬드 브로치가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브로치를 가리키며 물었다.“이 브로치, 어머님이 좋아하실까요?”여준재는 한눈 훑어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다정 씨가 보는 눈이 있네요. 이 브로치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아요.”“진짜요?”고다정은 여준재가 자신을 위로한다고 생각해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여준재는 그녀의 긴장된 눈빛을 읽어내고는 손을 만지작거리며 위로해줬다.“당연히 진짜죠. 편하게 생각해요. 예전에는 좀 어려웠겠지만 두 분도 다정 씨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뒤로 더는 난처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고다정도 듣더니 그의 말에 일리가 있어 보여 점원에게 부탁해 브로치를 포장했다.다음으로는 여진성의 선물을 골라야 했다.여진성에게 줄 선물은 고르기 어렵지 않았는데 역시 남자에게는 담배와 술 선물이 최고였기에 고다정은 신수 노인에게서 20년간 소장해둔 약주를 구매했다.신수 노인은 오늘 고다정이 정식으로 여준재의 부모님을 뵈러 간다는 것을 알게 됐고 흥미롭게 말을 꺼냈다.“부모님까지 뵙고 나면 다음은 약혼이겠네? 미리 말해둘게, 날 꼭 증인으로 세워줘.”“뭐, 뭐 그리 빠르겠어요!”고다정은 장난에 쑥스러워졌는지 얼굴을 붉혔지만 여준재는 오히려 호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그럼 신수 어르신께 증인을 부탁드리죠.”“그래, 그래.”신수 노인이 손을 휘휘 저으며 웃더니 화제를 돌려 고다정에게 의술에 관련된 일들을 물었고 둘은 저녁이 될 때까지 대화를 나누다 아쉽다는 듯 말을 맺었다.쌍둥이가 곧 하교할 시간이 가까워졌기에 고다정과 여준재는 학교 문 앞에서 기다려야만 했던 것이다.잠시 후 둘은 쌍둥이를 데리고 여 씨 저택으로 향했다.집에 가까워질수록 원래 크게 긴장되지 않았던 고다정이 점점 긴장감에 휩싸였다.
호화로운 거실에서 고다정과 여준재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있었고 그들 맞은편에는 여 씨 부부가 쌍둥이를 안고 있었다.즐거운 목소리가 여 씨 부부와 아이들에게서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고다정과 여준재도 가끔 몇 마디를 덧붙였다.모두 한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식사 중에도 여 씨 부부는 두 아이에게 계속 음식을 덜어줬고 두 아이는 맛있게 먹으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음식을 권했다.“할머니, 이것도 드세요.”“할아버지, 이 고기완자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그들은 각각 심해영과 여진성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두 어르신을 행복하게 해주었다.고다정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띄웠고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바로 그때, 여준재가 껍질을 깐 새우를 그녀의 그릇에 넣으며 말했다.“쳐다만 보지 말고, 밥 먹어요.”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준재가 깐 새우를 먹기 시작했고 유난히 맛이 좋게 느껴졌다.그들 사이의 티키타카는 여 씨 부부의 눈에도 띄었다.심해영은 자기 아들이 고다정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며 심장이 복잡해졌고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다.어머니로서, 그녀는 아들이 이렇게 자신을 돌보는 것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역시 아내가 생기면 어머니를 잊는다는 말이 맞았다.이런 생각에 그녀는 아들에게 서운한 눈길을 보냈고 여준재는 우연히 그 눈빛을 발견하고 미간을 좁혔지만, 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아직도 고다정을 못마땅해하는 걸까?여준재는 자기 나름대로 추측하며 나중에 어머니와 사적으로 이야기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저녁을 먹고 난 뒤, 모두 다시 거실로 돌아왔고 도우미들이 차와 식후 과일을 가져오고는 눈치껏 자리를 비웠다.심해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고다정에게 기대어 있는 두 녀석의 모습을 보더니 이 짧은 만남을 끝낼 수 없어 먼저 제안했다.“시간도 늦었으니 다정 씨 오늘 밤 여기서 자는 건 어떨까요? 방은 이미 정리해뒀어요.”“여기서요?”고다정이 놀란 듯 그녀를 바라봤다. 심해영이
고다정은 그 말을 듣고 다소 놀랐다. 그녀에게 여 씨 부인은 평소 다소 독단적인 성격으로 보였기 때문에 이런 일을 그녀와 상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여준재는 그녀의 당황한 모습을 눈치채고 고개를 숙여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별거 아니에요. 어머님은 두 녀석의 친할머니이니, 아이들을 데려가고 싶어 하신다면 저도 막지 않을 거예요.”고다정은 고개를 들어 여준재에게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이 미소가 여준재에게는 상당히 매혹적으로 보였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갑자기 여준재는 그녀에게 다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렇게 아름다운 밤에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건 의미가 없어 보여요.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죠.”“의미 있는 일이요?”고다정은 혼란스러워 말만 되풀이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입술이 막혀버렸고 그 뒤로는 일방적이면서도 깊은 키스가 이어졌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여준재의 목을 끌어안고 깊은 키스에 응했다.일분일초 시간이 흘러갈수록 방안의 온도는 점점 뜨거워졌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여준재는 마침내 만족스럽다는 듯 고다정을 놓아주었다.이미 고다정은 피곤해 눈도 뜨지 못하고 있었고 여준재는 그녀를 안고 욕실로 데려가 간단히 씻겨준 뒤 둘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여준재는 졸린 고다정을 안고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잘 자요.”“굿나잇.”고다정은 졸린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곧 잠이 들어버렸고 여준재는 달콤하게 잠든 그녀의 모습을 두 눈 가득 사랑을 담아 바라봤고 그녀를 꼭 안은 채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었다.편안한 밤이었다....다음 날 아침, 장소를 바꿨기 때문인지 온밤 시달린 뒤에도 고다정은 일찍 눈을 떴다.고다정은 허리가 아프고 욱신거려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고 예쁜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특히 자신과 다르게 상쾌해 보이는 여준재를 보고는 더욱 불공평하다고 느꼈다.“당신은 왜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죠?”그녀는 화가 나서 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