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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여준재가 고다정한테 잘해주지 못할까 봐

전화를 끊은 후, 고다정의 얼굴은 여전히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다 친구와의 약속을 생각하고 서둘러 여준재한테 전화를 걸었다.

“왜, 무슨 일이야?”

여준재의 목소리가 핸드폰 저편에서 들려오는데 어찌나 부드러운지, 고다정은 귀가 살살 녹아드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남자의 목소리가 어떻게 이토록 듣기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친구와 통화했던 내용을 얘기했다.

“은미가 우리 둘이 사귀는 걸 알게 됐어요. 걔랑 예전 대학 시절 때 약속한 게 있거든요, 남자친구가 생기면 서로한테 밥 사기로요. 혹시 저녁에 시간 돼요?”

“그런 거면 시간 없어도 내야죠.”

여준재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씽긋 웃었다.

“다정 씨 친구분이 예전에 많이 도와줬는데, 밥을 무조건 사야겠네요.”

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여준재가 한창 그전에 은미가 중간에서 다리를 놔준 일을 떠올리고 있다는 걸 알고 웃음이 나왔다.

“은미와 같은 생각을 했네요. 걔가 준재 씨한테서 사례를 받아야겠대요.”

고다정의 말에 여준재는 일리가 있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확실히 은미 씨한테 사례를 해야겠어요.”

그것과 관련해 더 할 말을 못 찾은 고다정은 다른 얘기를 꺼냈다.

“그럼 준재 씨 퇴근하면 제가 그리로 찾아갈게요.”

“네. 그때 가면 구 비서를 픽업 보낼게요.”

여준재도 머리를 끄덕이고 몇 마디 더 나누고는 전화를 끊었다.

……

그날 저녁, 고다정은 YS그룹 본사 빌딩에 도착했으나 들어가지 않고 입구 밖 차 안에서 기다렸다.

몇 분 뒤, 여준재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나오는 걸 보았는데, 기세가 당당하고 귀티가 촤르르 흘러넘치는 그를 보니 눈을 뗄 수 없었다.

여준재는 곧 그녀한테 다가와 차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요. 저도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고다정은 그를 향해 달콤한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

“어서 가요. 은미랑 애들이 이미 우릴 기다리고 있어요.”

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사한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얼마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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