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자마자 가게 종업원은 반갑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어서 오세요. 커플룩 세트를 고르러 오셨어요?”“네. 저기 유리창에 걸어놓은 옷을 보여주시겠어요?”여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종업원한테 원하는 옷을 부탁하고, 고개를 숙여 고다정을 다정하게 바라보았고, 고다정도 그를 보며 방긋 웃었다.곧 종업원은 두 사람한테 맞는 사이즈를 가져왔다.탈의실에서 갈아입고 나오는 순간, 가게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의 이 한 쌍의 커플한테 집중되었다.“손님, 안목이 너무 좋으시네요. 두 분께서 이 옷을 입으니 완전 두 분을 위해서 만든 맞춤 커플룩 같아요.”종업원은 부러운 눈빛으로 그 두 사람을 바라봤다. 사실 그녀가 한 말은 조금도 과언이 아니었다.커플룩 세트는 맨투맨 스타일을 위주로 블랙과 화이트로 연출되었는데, 검은색을 입은 여준재는 캐주얼하면서도 고귀한 분위기를 풍겨 옷의 품격까지 순식간에 높아진 것 같았다.180센티미터의 늘씬한 체격 탓에 옆에 있는 고다정은 더 아담해 보였지만, 왠지 그것이 더 어울려 보였다.고다정은 처음으로 여준재가 이런 스타일의 옷을 입은 걸 보고 좀 어색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가 멋있어 보였다.“나중에 준재 씨한테 이런 스타일의 옷을 사주는 것도 괜찮다 싶어요. 엄청 멋있는데요?”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칭찬하며 바라봤다.여준재는 그녀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내 옷은 이후부터 다정 씨한테 맡길게요.”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거절하지 않았다.그렇게 그들은 계산을 마치고 커플룩을 입은 채 가게를 나왔다.거리에 이 두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의 뛰어난 외모와 기질이 즉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이런 시선에 익숙해져 이를 무시하고, 손을 잡고 계속 돌아다녔다.점심때가 되어서야 둘은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식사하는 동안 여준재는 매우 자상하게 고다정한테 음식을 챙겨주며, 머릿속으로 다음 플랜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있었다.“밥 먹고 영화나 보러 가요. 오늘에 영화 여러
그 후 날마다 고다정은 평온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그녀와 여준재의 사랑도 점점 깊어졌다.사랑의 단맛을 본 여준재의 애정 표현은 점점 빈도가 잦아지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걸핏하면 그녀를 숨이 넘어갈 뻔하게 키스하고, 때로는 사람들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그녀한테 입을 맞추었다.그러나 매번 심하지 않은 정도에 그쳐 그나마 다행이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보름이 지났다.이날, 여준재는 일찍이 회사 일을 마치고, 고다정과 두 아이를 볼 생각에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데, 그 시각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는 아버지를 마침 보고, 인사를 드렸다.“아버지도 돌아가시는 길이세요?”여진성은 응하고 대답하고 떠나려 했다. 그러나 그는 두어 걸음 걸어가다가 멈추고 돌아서서 여준재한테 물었다.“넌 언제 정식으로 고 선생을 집에 데려올 참이니?”지난 시간 동안 여진성은 비록 그들 둘 앞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계속 두 사람의 행방을 주시하고 있어, 그 둘이 지금 사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둘이 사귀고 나서 그들한테 소식을 알릴 줄 알았는데, 보름이 넘게 눈이 빠지도록 기다려도 인사하러 오지 않았다.여준재는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고,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의외라는 생각에 좀 주저하며 말했다.“아버지와 어머니께서…반대 안 하세요?”“우리가 반대해도 무슨 소용 있어?”여진성은 다소 언짢기도 하면서 어쩔 수 없어 하는 감정이 섞인 말투로 여준재한테 되물었다. 말은 이렇게 해도 더는 둘을 말릴 생각이 없었다.둘 사이에 이미 애들도 있고 서로 좋아하는데, 계속해서 막아선다면 집안에 불화만 일으키고 아들까지 잃게 될 것이다. 게다가 임초연 사건이 있고 난 뒤부터 더는 아들한테 결혼 상대를 소개해 주는 것이 두려웠다. 또 임초연같이 악독한 여자를 만났다간 그들 부부는 철저히 아들 볼 면목이 없어진다.여준재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잠깐 멍때리다가 그의 말뜻을 이해하고,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
여준재가 고다정을 거절할 리는 없었다.이튿날 이른 아침, 그는 고다정과 함께 쇼핑몰로 향했고 심해영이 쥬얼리를 좋아했기에 둘은 바로 쥬얼리샵으로 목적지를 정했다.매장에서 한 바퀴 둘러본 뒤 고다정은 봉황의 모습을 한 다이아몬드 브로치가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브로치를 가리키며 물었다.“이 브로치, 어머님이 좋아하실까요?”여준재는 한눈 훑어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다정 씨가 보는 눈이 있네요. 이 브로치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아요.”“진짜요?”고다정은 여준재가 자신을 위로한다고 생각해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여준재는 그녀의 긴장된 눈빛을 읽어내고는 손을 만지작거리며 위로해줬다.“당연히 진짜죠. 편하게 생각해요. 예전에는 좀 어려웠겠지만 두 분도 다정 씨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뒤로 더는 난처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고다정도 듣더니 그의 말에 일리가 있어 보여 점원에게 부탁해 브로치를 포장했다.다음으로는 여진성의 선물을 골라야 했다.여진성에게 줄 선물은 고르기 어렵지 않았는데 역시 남자에게는 담배와 술 선물이 최고였기에 고다정은 신수 노인에게서 20년간 소장해둔 약주를 구매했다.신수 노인은 오늘 고다정이 정식으로 여준재의 부모님을 뵈러 간다는 것을 알게 됐고 흥미롭게 말을 꺼냈다.“부모님까지 뵙고 나면 다음은 약혼이겠네? 미리 말해둘게, 날 꼭 증인으로 세워줘.”“뭐, 뭐 그리 빠르겠어요!”고다정은 장난에 쑥스러워졌는지 얼굴을 붉혔지만 여준재는 오히려 호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그럼 신수 어르신께 증인을 부탁드리죠.”“그래, 그래.”신수 노인이 손을 휘휘 저으며 웃더니 화제를 돌려 고다정에게 의술에 관련된 일들을 물었고 둘은 저녁이 될 때까지 대화를 나누다 아쉽다는 듯 말을 맺었다.쌍둥이가 곧 하교할 시간이 가까워졌기에 고다정과 여준재는 학교 문 앞에서 기다려야만 했던 것이다.잠시 후 둘은 쌍둥이를 데리고 여 씨 저택으로 향했다.집에 가까워질수록 원래 크게 긴장되지 않았던 고다정이 점점 긴장감에 휩싸였다.
호화로운 거실에서 고다정과 여준재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있었고 그들 맞은편에는 여 씨 부부가 쌍둥이를 안고 있었다.즐거운 목소리가 여 씨 부부와 아이들에게서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고다정과 여준재도 가끔 몇 마디를 덧붙였다.모두 한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식사 중에도 여 씨 부부는 두 아이에게 계속 음식을 덜어줬고 두 아이는 맛있게 먹으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음식을 권했다.“할머니, 이것도 드세요.”“할아버지, 이 고기완자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그들은 각각 심해영과 여진성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두 어르신을 행복하게 해주었다.고다정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띄웠고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바로 그때, 여준재가 껍질을 깐 새우를 그녀의 그릇에 넣으며 말했다.“쳐다만 보지 말고, 밥 먹어요.”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준재가 깐 새우를 먹기 시작했고 유난히 맛이 좋게 느껴졌다.그들 사이의 티키타카는 여 씨 부부의 눈에도 띄었다.심해영은 자기 아들이 고다정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며 심장이 복잡해졌고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다.어머니로서, 그녀는 아들이 이렇게 자신을 돌보는 것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역시 아내가 생기면 어머니를 잊는다는 말이 맞았다.이런 생각에 그녀는 아들에게 서운한 눈길을 보냈고 여준재는 우연히 그 눈빛을 발견하고 미간을 좁혔지만, 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아직도 고다정을 못마땅해하는 걸까?여준재는 자기 나름대로 추측하며 나중에 어머니와 사적으로 이야기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저녁을 먹고 난 뒤, 모두 다시 거실로 돌아왔고 도우미들이 차와 식후 과일을 가져오고는 눈치껏 자리를 비웠다.심해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고다정에게 기대어 있는 두 녀석의 모습을 보더니 이 짧은 만남을 끝낼 수 없어 먼저 제안했다.“시간도 늦었으니 다정 씨 오늘 밤 여기서 자는 건 어떨까요? 방은 이미 정리해뒀어요.”“여기서요?”고다정이 놀란 듯 그녀를 바라봤다. 심해영이
고다정은 그 말을 듣고 다소 놀랐다. 그녀에게 여 씨 부인은 평소 다소 독단적인 성격으로 보였기 때문에 이런 일을 그녀와 상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여준재는 그녀의 당황한 모습을 눈치채고 고개를 숙여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별거 아니에요. 어머님은 두 녀석의 친할머니이니, 아이들을 데려가고 싶어 하신다면 저도 막지 않을 거예요.”고다정은 고개를 들어 여준재에게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이 미소가 여준재에게는 상당히 매혹적으로 보였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갑자기 여준재는 그녀에게 다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렇게 아름다운 밤에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건 의미가 없어 보여요.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죠.”“의미 있는 일이요?”고다정은 혼란스러워 말만 되풀이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입술이 막혀버렸고 그 뒤로는 일방적이면서도 깊은 키스가 이어졌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여준재의 목을 끌어안고 깊은 키스에 응했다.일분일초 시간이 흘러갈수록 방안의 온도는 점점 뜨거워졌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여준재는 마침내 만족스럽다는 듯 고다정을 놓아주었다.이미 고다정은 피곤해 눈도 뜨지 못하고 있었고 여준재는 그녀를 안고 욕실로 데려가 간단히 씻겨준 뒤 둘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여준재는 졸린 고다정을 안고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잘 자요.”“굿나잇.”고다정은 졸린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곧 잠이 들어버렸고 여준재는 달콤하게 잠든 그녀의 모습을 두 눈 가득 사랑을 담아 바라봤고 그녀를 꼭 안은 채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었다.편안한 밤이었다....다음 날 아침, 장소를 바꿨기 때문인지 온밤 시달린 뒤에도 고다정은 일찍 눈을 떴다.고다정은 허리가 아프고 욱신거려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고 예쁜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특히 자신과 다르게 상쾌해 보이는 여준재를 보고는 더욱 불공평하다고 느꼈다.“당신은 왜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죠?”그녀는 화가 나서 여준
어느덧 시간이 흘러 주말이 되었다.이른 아침, 여 씨 부부는 산장에 도착했고 여준재와 고다정은 이미 일어나 준비를 마친 상태로 언제든 출발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두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 몹시 기뻐하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할아버지, 할머니, 좋은 아침이에요!”“좋은 아침이야.”여 씨 부부는 얼굴 가득 다정함을 담고 대답했고 고다정과 여준재도 둘에게 인사를 건넸다.여 씨 부부도 예의를 잃지 않고 거실에 앉아있는 강말숙에게 인사를 했다.“어르신도 여기 계씨네요, 같이 나가지 않으실래요?”“이 나이든 팔다리로는 멀리 걸을 수 없어요. 젊은이들을 방해하지 않을 테니 얼른 나가보세요.”강말숙은 웃으며 거절했고 여 씨 부부도 강요하지 않았다.잠시 이야기꽃을 피운 뒤 그들은 두 아이와 고다정, 여준재를 데리고 출발했다.길 위에서 두 아이는 여 씨 부부 옆에 앉아서 궁금증 가득한 채 물었다.“할머니, 우리 어디 가요?”“하준이 하윤이가 레고를 좋아한다고 들었어. 오늘 레고 전시회가 있어서 우리가 표를 사뒀지. 같이 가보자.”심해영은 말하면서 애교 가득한 하준이의 작고 부드러운 얼굴을 만지작거렸다.하준이와 하윤이는 그녀의 말에 두 눈이 반짝 빛났다.“할머니, 레고 전시회에는 많은 고수가 있겠죠?”하준이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고 심해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거야.”그 말에 아이는 기뻐하며 웃어댔다.이 모든 일은 고다정과 여준재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한 차량에 여섯 명이 탈 수 없었기에 그들은 두 차로 나뉘어 출발했고 고다정과 여준재가 한 차에, 두 아이와 여 씨 부부는 다른 차에 탔다.고다정은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구경하며 여준재에게 기대어 물었다.“오늘 우리 어디 가는지 알아요?”“엄마가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래도 애들이 좋아하는 곳이지 않을까 싶네요.”여준재는 말을 하며 고개를 숙여 품에 안긴 여인을 바라봤다.이날 고다정은 가볍게 화장을 했다. 여 씨 부부와 함께 나가게 될 것을 생각해, 어
여진성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썹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옆에 서 있던 심해영이 참지 못하고 나서 두 아이를 두둔하며 한마디 했다.“누가 예의가 없다고 하셨죠? 다들 토론하는데 왜 우리 아이들만 말을 못 하게 하는 거예요?”이 말에 불만을 품었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반박할 말을 잃었다.더욱이 그들은 심해영과 여진성의 기품 있는 모습을 보고 중요한 사람을 건드린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 시작했다.그럼에도 여전히 불만을 품은 사람이 몇 명 있었고 그들은 작은 목소리로 불평하며 중얼댔다.“아이들이 뭘 안다고...”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조용한 주변 환경 때문에 분명히 귀에 들려왔고 심해영은 그 소리에 날카롭게 그들을 노려봤다.그녀가 뭐라 한마디 하려 할 때, 누군가 자신의 옷소매를 잡아당겼고 내려다보니 하준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왜 그래?”심해영은 조금 전까지 화났던 표정을 풀며 상냥하게 손자를 바라봤고 주변 사람들도 그녀의 빠른 표정 변화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하지만 하준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할머니, 이 일은 제가 처리하고 싶어요.”심해영이 놀라며 되물었다.“네가 처리하겠다고?”그녀는 다소 우려의 마음이 들었다. 아직 어린 하준이가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됐던 것이다.하지만 여진성은 무엇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하준이가 스스로 처리하겠다고 했으니, 하준이에게 맡겨보자. 우리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돼.”“하지만...”심해영은 말을 하려 했지만 여진성의 시선에 말을 멈췄다.그는 심해영을 끌어당겨 자신의 옆에 세우고는 속삭였다.“하준이는 항상 침착하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애야. 애가 그렇게 말했다면 확신이 있을 테지. 우린 그냥 지지해주는 게 좋겠어. 만약 하준이가 잘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나서도 돼. 이 기회에 하준이를 단련시켜보는 거지.”심해영은 그 말을 듣고 즉시 불안해졌다.그녀는 남편
이 일을 여준재와 고다정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점심 식사 시간에 두 부부가 말해줘서야 알게 되었다.“너희들은 못 봐서 그래. 하준이가 저기서 자기보다 큰 아이들을 지휘하더라니까. 기세가 대단했어.”심해영은 신이 난 듯 말했고 고다정은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며 자랑스러움을 느꼈다.여준재도 미소를 지으며 자부심 가득한 두 눈으로 두 아이를 바라봤다.하준이는 칭찬을 듣더니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고 입술을 깨물며 미소를 지었다.“그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옆에 계셔서 제가 용기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심해영과 여진성은 그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다.특히 심해영은 흥분한 듯 하준이를 품에 안고 애정을 표했다.“솔직히 말해봐, 오늘 설탕을 많이 먹은 거 아니야? 왜 이렇게 달콤하게 말하는 거지?”“하준이는 설탕 안 먹었어요. 진심인데요.”하준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그의 모습이 더욱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여 심해영은 더욱 애정이 어린 손길로 하준이를 쓰다듬었다.저녁 식사 후, 가족들은 교외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갔다.넓은 공원에 꽃밭, 잔디밭, 인공 산과 호수가 모두 있어 공기가 상쾌했고 이곳에 놀러 온 관광객들도 꽤 많았다.오전과 마찬가지로, 도착하자마자 두 어르신은 고다정과 여준재에게 얼른 따로 가라고 재촉했다.“너희들끼리 놀아. 돌아갈 때 연락할게.”“아빠, 엄마랑 데이트 가요. 우리가 방해 안 할게요.”두 아이도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아무리 봐도 우리가 너희들 놀이를 방해하지 않길 바라는 것 같은데?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너희들이 어떻게 놀든 상관하지 않으시잖아.”엄마가 그들의 속마음을 정확히 이야기하자 두 아이는 킥킥 웃으며 인정 아닌 인정을 했다.고다정은 어쩔 수 없이 여 씨 부부에게 부탁했다.“그럼 두 아이를 두 분께 맡기겠습니다. 그래도 너무 애들을 오냐오냐해주시진 마세요.”“우리가 애들을 봐줘야지 누굴 예뻐해 주겠어요. 신경 쓰지 말고 준재와 데이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