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이 흘러 주말이 되었다.이른 아침, 여 씨 부부는 산장에 도착했고 여준재와 고다정은 이미 일어나 준비를 마친 상태로 언제든 출발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두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 몹시 기뻐하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할아버지, 할머니, 좋은 아침이에요!”“좋은 아침이야.”여 씨 부부는 얼굴 가득 다정함을 담고 대답했고 고다정과 여준재도 둘에게 인사를 건넸다.여 씨 부부도 예의를 잃지 않고 거실에 앉아있는 강말숙에게 인사를 했다.“어르신도 여기 계씨네요, 같이 나가지 않으실래요?”“이 나이든 팔다리로는 멀리 걸을 수 없어요. 젊은이들을 방해하지 않을 테니 얼른 나가보세요.”강말숙은 웃으며 거절했고 여 씨 부부도 강요하지 않았다.잠시 이야기꽃을 피운 뒤 그들은 두 아이와 고다정, 여준재를 데리고 출발했다.길 위에서 두 아이는 여 씨 부부 옆에 앉아서 궁금증 가득한 채 물었다.“할머니, 우리 어디 가요?”“하준이 하윤이가 레고를 좋아한다고 들었어. 오늘 레고 전시회가 있어서 우리가 표를 사뒀지. 같이 가보자.”심해영은 말하면서 애교 가득한 하준이의 작고 부드러운 얼굴을 만지작거렸다.하준이와 하윤이는 그녀의 말에 두 눈이 반짝 빛났다.“할머니, 레고 전시회에는 많은 고수가 있겠죠?”하준이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고 심해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거야.”그 말에 아이는 기뻐하며 웃어댔다.이 모든 일은 고다정과 여준재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한 차량에 여섯 명이 탈 수 없었기에 그들은 두 차로 나뉘어 출발했고 고다정과 여준재가 한 차에, 두 아이와 여 씨 부부는 다른 차에 탔다.고다정은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구경하며 여준재에게 기대어 물었다.“오늘 우리 어디 가는지 알아요?”“엄마가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래도 애들이 좋아하는 곳이지 않을까 싶네요.”여준재는 말을 하며 고개를 숙여 품에 안긴 여인을 바라봤다.이날 고다정은 가볍게 화장을 했다. 여 씨 부부와 함께 나가게 될 것을 생각해, 어
여진성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썹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옆에 서 있던 심해영이 참지 못하고 나서 두 아이를 두둔하며 한마디 했다.“누가 예의가 없다고 하셨죠? 다들 토론하는데 왜 우리 아이들만 말을 못 하게 하는 거예요?”이 말에 불만을 품었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반박할 말을 잃었다.더욱이 그들은 심해영과 여진성의 기품 있는 모습을 보고 중요한 사람을 건드린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 시작했다.그럼에도 여전히 불만을 품은 사람이 몇 명 있었고 그들은 작은 목소리로 불평하며 중얼댔다.“아이들이 뭘 안다고...”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조용한 주변 환경 때문에 분명히 귀에 들려왔고 심해영은 그 소리에 날카롭게 그들을 노려봤다.그녀가 뭐라 한마디 하려 할 때, 누군가 자신의 옷소매를 잡아당겼고 내려다보니 하준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왜 그래?”심해영은 조금 전까지 화났던 표정을 풀며 상냥하게 손자를 바라봤고 주변 사람들도 그녀의 빠른 표정 변화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하지만 하준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할머니, 이 일은 제가 처리하고 싶어요.”심해영이 놀라며 되물었다.“네가 처리하겠다고?”그녀는 다소 우려의 마음이 들었다. 아직 어린 하준이가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됐던 것이다.하지만 여진성은 무엇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하준이가 스스로 처리하겠다고 했으니, 하준이에게 맡겨보자. 우리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돼.”“하지만...”심해영은 말을 하려 했지만 여진성의 시선에 말을 멈췄다.그는 심해영을 끌어당겨 자신의 옆에 세우고는 속삭였다.“하준이는 항상 침착하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애야. 애가 그렇게 말했다면 확신이 있을 테지. 우린 그냥 지지해주는 게 좋겠어. 만약 하준이가 잘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나서도 돼. 이 기회에 하준이를 단련시켜보는 거지.”심해영은 그 말을 듣고 즉시 불안해졌다.그녀는 남편
이 일을 여준재와 고다정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점심 식사 시간에 두 부부가 말해줘서야 알게 되었다.“너희들은 못 봐서 그래. 하준이가 저기서 자기보다 큰 아이들을 지휘하더라니까. 기세가 대단했어.”심해영은 신이 난 듯 말했고 고다정은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며 자랑스러움을 느꼈다.여준재도 미소를 지으며 자부심 가득한 두 눈으로 두 아이를 바라봤다.하준이는 칭찬을 듣더니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고 입술을 깨물며 미소를 지었다.“그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옆에 계셔서 제가 용기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심해영과 여진성은 그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다.특히 심해영은 흥분한 듯 하준이를 품에 안고 애정을 표했다.“솔직히 말해봐, 오늘 설탕을 많이 먹은 거 아니야? 왜 이렇게 달콤하게 말하는 거지?”“하준이는 설탕 안 먹었어요. 진심인데요.”하준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그의 모습이 더욱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여 심해영은 더욱 애정이 어린 손길로 하준이를 쓰다듬었다.저녁 식사 후, 가족들은 교외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갔다.넓은 공원에 꽃밭, 잔디밭, 인공 산과 호수가 모두 있어 공기가 상쾌했고 이곳에 놀러 온 관광객들도 꽤 많았다.오전과 마찬가지로, 도착하자마자 두 어르신은 고다정과 여준재에게 얼른 따로 가라고 재촉했다.“너희들끼리 놀아. 돌아갈 때 연락할게.”“아빠, 엄마랑 데이트 가요. 우리가 방해 안 할게요.”두 아이도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아무리 봐도 우리가 너희들 놀이를 방해하지 않길 바라는 것 같은데?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너희들이 어떻게 놀든 상관하지 않으시잖아.”엄마가 그들의 속마음을 정확히 이야기하자 두 아이는 킥킥 웃으며 인정 아닌 인정을 했다.고다정은 어쩔 수 없이 여 씨 부부에게 부탁했다.“그럼 두 아이를 두 분께 맡기겠습니다. 그래도 너무 애들을 오냐오냐해주시진 마세요.”“우리가 애들을 봐줘야지 누굴 예뻐해 주겠어요. 신경 쓰지 말고 준재와 데이트나
여 씨 부부는 불만스러워했지만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사실 여준재의 말이 맞았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부모님과 함께 있는 편이 더 좋았다.그래서 이후 매 주말 두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러 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고 고다정과 여준재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둘만의 세계를 즐겼다.순식간에 시간은 반 달 정도 지났고, 운산에는 작은 눈이 내린 탓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겨울이 시작되었다.고다정은 추위를 피해 대부분 시간을 산장에서 보냈다. 별 이유는 아니었고 그저 추위를 탔기 때문이었다.한 편, 신수 노인 쪽에도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왔다.손님 의자에 앉아있는 어르신을 보며 순식간에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퉁명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여기 왜 온 거요?”“왜, 아직도 화가 난 건가요?”방문한 노인은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고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신수 노인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내가 호의로 좋은 의사를 소개해줬는데, 당신 원씨 가문 사람들이 고 선생을 모욕했잖소. 내 체면은 뭐로 생각하는 거요?”예상대로 신수 노인을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완쾌한 원빈 노인이었다.원빈 노인은 친구의 화난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내 잘못이구려. 몸이 좀 나아지자마자 사과하러 찾아왔어요. 고 선생님께도 감사와 사과를 전하고 싶네요.”“고 선생을 만나고 싶다고? 그 사람은 아마 당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텐데요.”신수 노인이 거침없이 말했고 원빈 노인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은 채 그를 응시했다.“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죠?”신수 노인은 원빈 노인의 시선에 소름이 돋았고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하지만 원빈 노인이 대답하기 전에 신수 노인이 단숨에 뜻을 깨달았다.“날 통해 고 선생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려는 건가?”“신수 어르신, 우리 수십 년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이번만 도와줘요.”원빈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부탁했지만, 신수 노인은 단칼에 거절해버렸다.“난 안된다오. 직접 가보시지. 나는 당신 때문에 고 선생과 사이가 멀어지고 싶지 않거든요
고다정의 말을 들은 원빈 노인과 원진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원빈 노인은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했다.“고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당신이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회복하지 못했을 겁니다.”“원빈 어르신, 너무 격을 차리지 마세요.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는 건 제 소임인데요.”고다정이 냉담하게 말하며 거리를 두었다.신수 노인도 그녀가 원씨 가문 사람을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알아차리고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자, 이제 당신이 보고 싶어 하던 사람도 보고 병도 보였으니 볼일 없으면 가시죠. 소연아, 손님들을 배웅해줘.”마지막 한마디는 원빈 노인이 더는 머무를 변명을 찾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말했다.원빈 노인이 고다정에게 단순히 검진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신수 노인도 알고 있었다.원빈 노인은 자신을 서둘러 내보내려는 신수 노인을 보며 무기력함을 느꼈다.원진혁도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원빈 노인이 눈짓으로 그를 제지했고 어쩔 수 없이 말을 삼켜야만 했다.그때 소연이 들어와 원빈 노인과 원진혁에게 손짓하며 말했다.“두 분, 이쪽으로 오세요.”원진혁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바라보더니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역시 자리를 지켰다.소연은 두 사람이 움직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신수 노인에게 눈짓으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신수 노인은 그녀에게 대꾸하지 않은 채 미간을 찌푸리며 두 사람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왜, 여기서 더 머물 생각이세요?”“이보게 친구, 날 정말 쫓아낼 건가?”원빈 노인도 그를 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신수 노인은 그와 눈을 마주치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얼굴도 두껍지, 당신네 집안이 저지른 행동은 생각지도 못하고.”그 말에 원빈 노인은 무기력감을 느끼며 말했다.“사실 이번에 온 이유는 고 선생님께 진찰을 부탁드릴 뿐만 아니라,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어서입니다.제가 가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고 선생님을 불쾌하게 했으니 직접 사과하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 제게 기회를 주
원경하는 고다정의 손을 꼭 잡고 애원했고 원빈 노인과 원진혁은 그녀를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원진혁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고 원빈 노인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원경하를 날카롭게 응시했다.원경하는 두 사람의 불편한 표정을 보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고다정에게 다가가더니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오빠, 제가 잘못했어요. 저는 해외로 가고 싶지 않아서 중도에 돌아왔어요. 고 선생님께 사과하고 싶어서 운산에 오셨다는 걸 듣고 몰래 따라왔어요.”원빈 노인과 원진혁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고다정을 볼 면목이 없어 당황했다.고다정은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원경하일줄은 몰랐고 눈썹을 찌푸린 채 말했다.“경하 씨, 이거 놓으세요!”그녀는 차갑게 말하며 손을 빼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원경하는 눈에 번뜩이는 광채를 보이며 놀란 척 손을 놓았고 눈물 가득 찬 눈으로 고다정을 보며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고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일부러 잡은 건 아니에요. 저 정말 할아버지와 오빠가 절 해외로 보낼까 두려워서 그랬어요. 저 혼자서 낯선 나라에서 돈도 신분도 없이 살아남을 수 없어요. 고 선생님, 저 진심으로 잘못을 깨달았으니 용서해주세요. 제발 할아버지한테 절 보내지 말라고 해주세요.”원경하의 애원에 고다정의 마음은 살짝 약해졌다.어쨌든 한 소녀가 낯선 나라에서 혼자 살아가기는 정말 힘든 일이었다.“이 일은 이미 지난 일이고, 당신이 떠나든 말든 저와는 상관없어요. 이건 원씨 가문의 문제죠.”고다정은 결국 용서 여부를 말하는 대신 이 일의 결정권을 원씨 집안 어르신과 손자에게 넘겼다.원씨 집안 두 사람은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고 원빈 노인은 경하를 나무라며 말했다.“가고 싶지 않으면 앞으로 고분고분 얌전히 행동해. 더는 고 선생을 괴롭히지 말고. 얼른 이쪽으로 오거라.”“알겠어요, 할아버지. 고 선생님, 저를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마지막 한마디는 고마움 가득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며 한 말이었다.이
곧바로 웨이터들이 음식을 모두 가져왔다.“즐거운 식사 되세요.”말을 마치고 웨이터는 방을 떠났고 원빈 노인이 입을 열었다.“음식이 다 나왔으니 얼른 식사합시다.”그 말에 고다정과 신수 노인은 예의를 차리지 않고 젓가락을 들어 식사를 시작했다.잠시 동안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원빈 노인과 신수 노인이 대화를 나눴고 원진혁과 고다정도 이야기를 시작했다.원경하만 구석에 앉아 마치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모두에게 잊혀진 듯했다.원경하는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눈빛에 증오가 스쳤지만, 겉으로는 웃음을 지으며 옆에 있는 술잔을 들고 고다정에게 건배 제스처를 했다.“다정 씨, 술 한잔 받으세요. 앞으로 전의 불쾌함은 잊고 좋은 친구가 됐으면 좋겠어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원경하를 살폈다.그녀는 원경하의 행동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게다가 그녀가 정말로 변화했다고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고다정이 대답 없이 침묵하자, 원경하의 눈에 순간적으로 어두운 빛이 스쳤다.“다정 씨는 나랑 친구가 되기 싫은가 봐요?”그녀는 억울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간사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제가 한 짓이 너무 심하긴 했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요. 다정 씨와 정말 잘 지내고 싶은데, 한 번만 기회를 줄 수 없나요?”고다정은 이 말에 소름이 돋았지만 양옆에 두 어르신이 있었기에 거절하기 어려워 겨우 입술을 비틀며 차갑게 말했다.“이 술은 마시겠지만,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 뜻은 원경하와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원경하는 듣지 못한 듯 고다정이 술을 마시자마자 기쁜 미소를 지었다.“다정 씨가 술을 마셨으니 이젠 우리는 친구예요!”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의자를 고다정 쪽으로 옮기며 친한 친구의 모습으로 고다정의 팔을 잡고 웃었다.“다정 씨, 듣자 하니 운산에 재밌는 게 많다던데요. 아쉽게도 여기서 제대로 놀 기회가 없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저랑 같이 놀러 가주시
원경하는 눈앞의 잘생긴 남자 앞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지로 누르고는 담담한 척 자신의 오빠를 따라 여대표님이라고 불렀다.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준재는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고 실눈을 떴다.고다정은 바로 옆에 있는 준재의 감정 변화를 감지하고는 급히 그의 소매를 잡으며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신경 쓰지 말아요, 나중에 설명할게요.”그 말에 여준재는 원경하를 무시하고 신수 노인과 다른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원경하는 이 상황을 보더니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계속 말을 걸고 싶은 충동을 억제했다.지금 너무 티 나게 행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그때, 원진혁이 웃으며 고다정에게 말을 건넸다.“다음에 시간이 되면 다정 씨를 찾아뵙고 가족분들께도 인사드리겠습니다.”여준재는 그 말을 듣더니 단번에 눈빛이 어두워지며 물었다.“진혁 씨가 어떤 신분으로 제 여자친구와 가족들을 방문하려고 하시는 거죠?”“물론 친구로죠.”원진혁은 여준재의 눈빛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담담하게 웃었다.하지만 여준재는 그의 미소를 보며 불쾌해했고 목소리를 더 차갑게 낮추며 되물었다.“언제부터 진혁 씨가 제 여자친구와 친구가 된 거죠? 전 몰랐는데?”“여 대표님이 이렇게 독단적이실 줄은 몰랐네요. 다정 씨가 친구를 사귀는 것도 대표님의 동의가 필요한가요?”진혁의 말은 분명히 여준재를 겨냥한 것이었다.여준재는 위험하게 실눈을 가늘게 뜨며 응수했다.“다정 씨 친구 관계에 개입할 생각은 없지만,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은 안되죠.”“여 대표님은 제가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원진혁은 차분하게 맞대응했고 여준재는 비꼬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그런지 아닌지는 진혁 씨가 잘 알 거예요.”말을 마친 후 여준재는 진혁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며 불꽃이 튀었다.고다정은 두 사람의 대립하는 모습에 당황했지만, 옆에 있는 원빈 노인과 신수 노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