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하는 고다정의 손을 꼭 잡고 애원했고 원빈 노인과 원진혁은 그녀를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원진혁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고 원빈 노인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원경하를 날카롭게 응시했다.원경하는 두 사람의 불편한 표정을 보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고다정에게 다가가더니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오빠, 제가 잘못했어요. 저는 해외로 가고 싶지 않아서 중도에 돌아왔어요. 고 선생님께 사과하고 싶어서 운산에 오셨다는 걸 듣고 몰래 따라왔어요.”원빈 노인과 원진혁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고다정을 볼 면목이 없어 당황했다.고다정은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원경하일줄은 몰랐고 눈썹을 찌푸린 채 말했다.“경하 씨, 이거 놓으세요!”그녀는 차갑게 말하며 손을 빼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원경하는 눈에 번뜩이는 광채를 보이며 놀란 척 손을 놓았고 눈물 가득 찬 눈으로 고다정을 보며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고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일부러 잡은 건 아니에요. 저 정말 할아버지와 오빠가 절 해외로 보낼까 두려워서 그랬어요. 저 혼자서 낯선 나라에서 돈도 신분도 없이 살아남을 수 없어요. 고 선생님, 저 진심으로 잘못을 깨달았으니 용서해주세요. 제발 할아버지한테 절 보내지 말라고 해주세요.”원경하의 애원에 고다정의 마음은 살짝 약해졌다.어쨌든 한 소녀가 낯선 나라에서 혼자 살아가기는 정말 힘든 일이었다.“이 일은 이미 지난 일이고, 당신이 떠나든 말든 저와는 상관없어요. 이건 원씨 가문의 문제죠.”고다정은 결국 용서 여부를 말하는 대신 이 일의 결정권을 원씨 집안 어르신과 손자에게 넘겼다.원씨 집안 두 사람은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고 원빈 노인은 경하를 나무라며 말했다.“가고 싶지 않으면 앞으로 고분고분 얌전히 행동해. 더는 고 선생을 괴롭히지 말고. 얼른 이쪽으로 오거라.”“알겠어요, 할아버지. 고 선생님, 저를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마지막 한마디는 고마움 가득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며 한 말이었다.이
곧바로 웨이터들이 음식을 모두 가져왔다.“즐거운 식사 되세요.”말을 마치고 웨이터는 방을 떠났고 원빈 노인이 입을 열었다.“음식이 다 나왔으니 얼른 식사합시다.”그 말에 고다정과 신수 노인은 예의를 차리지 않고 젓가락을 들어 식사를 시작했다.잠시 동안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원빈 노인과 신수 노인이 대화를 나눴고 원진혁과 고다정도 이야기를 시작했다.원경하만 구석에 앉아 마치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모두에게 잊혀진 듯했다.원경하는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눈빛에 증오가 스쳤지만, 겉으로는 웃음을 지으며 옆에 있는 술잔을 들고 고다정에게 건배 제스처를 했다.“다정 씨, 술 한잔 받으세요. 앞으로 전의 불쾌함은 잊고 좋은 친구가 됐으면 좋겠어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원경하를 살폈다.그녀는 원경하의 행동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게다가 그녀가 정말로 변화했다고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고다정이 대답 없이 침묵하자, 원경하의 눈에 순간적으로 어두운 빛이 스쳤다.“다정 씨는 나랑 친구가 되기 싫은가 봐요?”그녀는 억울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간사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제가 한 짓이 너무 심하긴 했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요. 다정 씨와 정말 잘 지내고 싶은데, 한 번만 기회를 줄 수 없나요?”고다정은 이 말에 소름이 돋았지만 양옆에 두 어르신이 있었기에 거절하기 어려워 겨우 입술을 비틀며 차갑게 말했다.“이 술은 마시겠지만,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 뜻은 원경하와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원경하는 듣지 못한 듯 고다정이 술을 마시자마자 기쁜 미소를 지었다.“다정 씨가 술을 마셨으니 이젠 우리는 친구예요!”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의자를 고다정 쪽으로 옮기며 친한 친구의 모습으로 고다정의 팔을 잡고 웃었다.“다정 씨, 듣자 하니 운산에 재밌는 게 많다던데요. 아쉽게도 여기서 제대로 놀 기회가 없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저랑 같이 놀러 가주시
원경하는 눈앞의 잘생긴 남자 앞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지로 누르고는 담담한 척 자신의 오빠를 따라 여대표님이라고 불렀다.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준재는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고 실눈을 떴다.고다정은 바로 옆에 있는 준재의 감정 변화를 감지하고는 급히 그의 소매를 잡으며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신경 쓰지 말아요, 나중에 설명할게요.”그 말에 여준재는 원경하를 무시하고 신수 노인과 다른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원경하는 이 상황을 보더니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계속 말을 걸고 싶은 충동을 억제했다.지금 너무 티 나게 행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그때, 원진혁이 웃으며 고다정에게 말을 건넸다.“다음에 시간이 되면 다정 씨를 찾아뵙고 가족분들께도 인사드리겠습니다.”여준재는 그 말을 듣더니 단번에 눈빛이 어두워지며 물었다.“진혁 씨가 어떤 신분으로 제 여자친구와 가족들을 방문하려고 하시는 거죠?”“물론 친구로죠.”원진혁은 여준재의 눈빛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담담하게 웃었다.하지만 여준재는 그의 미소를 보며 불쾌해했고 목소리를 더 차갑게 낮추며 되물었다.“언제부터 진혁 씨가 제 여자친구와 친구가 된 거죠? 전 몰랐는데?”“여 대표님이 이렇게 독단적이실 줄은 몰랐네요. 다정 씨가 친구를 사귀는 것도 대표님의 동의가 필요한가요?”진혁의 말은 분명히 여준재를 겨냥한 것이었다.여준재는 위험하게 실눈을 가늘게 뜨며 응수했다.“다정 씨 친구 관계에 개입할 생각은 없지만,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은 안되죠.”“여 대표님은 제가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원진혁은 차분하게 맞대응했고 여준재는 비꼬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그런지 아닌지는 진혁 씨가 잘 알 거예요.”말을 마친 후 여준재는 진혁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며 불꽃이 튀었다.고다정은 두 사람의 대립하는 모습에 당황했지만, 옆에 있는 원빈 노인과 신수 노인은
화려한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서,원경하는 원빈 노인의 엄격한 시선 아래 계속 버티고 있었다.그동안 원진혁은 조용히 옆에 선 채 끼어들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원빈 노인은 마침내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원경하에게 차갑게 경고했다.“네가 오늘 한 말을 잘 기억해둬. 다시 고 선생을 괴롭혔다간 앞으로 이 집안 호적에서 파버릴 거니까.”그 말에 원경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드디어 할아버지의 관문을 통과했다고 생각했다....다음 날 아침, 고다정은 여준재와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먹은 뒤 약국으로 향했다.여준재가 산장에 살기 시작한 뒤로 아이들의 등하교는 그에게 맡겨졌다.이로 인해 고다정은 의술을 연구하고 새로운 처방을 개발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그날 저녁, 약을 짓고 나자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휴대전화가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고다정은 스팸 전화라고 생각하고 바로 끊었지만, 그 번호로 전화가 다시 걸려왔고 그녀는 중요한 전화라고 생각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고다정입니다.”“다정 씨, 저에요.”전화기에서 원경하의 새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순식간에 입가의 미소를 지운 채 냉담한 태도로 대꾸했다.“아, 경하 씨 무슨 일이죠?”“별일은 아니고요, 다정 씨랑 나가고 싶어서요. 시간 괜찮으세요?”원경하는 전화로 목적을 말했고 고다정은 망설임 없이 단칼에 거절했다.“시간이 안 돼요. 다른 사람 찾으세요.”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으려 할 때 전화기에서 다시 원경하의 작위적인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직도 전에 일을 기억하고 계셔서 절 싫어하시는 건가요?”“경하 씨도 생각이 있으시다면 더는 저를 괴롭히지 말아야죠.”고다정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말을 마치자마자 원경하가 무슨 말을 할지 상관하지 않은 채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반대편에서 원경하는 전화가 끊긴 것을 보고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녀는 휴대전화를 꽉 쥐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망할 놈의 고다정,
휴대전화 화면에는 스케쥴표 하나가 떠 있었고 그 위에는 여준재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원경하는 이틀 동안 밖에서 놀면서도 여준재에게 접근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원진혁은 이 모든 상황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정말로 그의 동생이 인제야 잠잠해졌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다음날 이 상황을 원빈 노인에게 보고했다.“경하는 이틀 동안 운산의 여러 관광지에서 놀고 있었어요.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걔가 밖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우리는 이제 신수 노인과 고 선생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돼.”원빈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제를 바꿨다.원진혁은 그 말을 듣더니 머리를 굴리고는 떠보듯 물었다.“그럼 오늘 신수 노인과 다정 씨를 다시 초대할까요?”“어떤 핑계로 나오라고 하지?”원빈 노인이 되물었고 원진혁도 적절한 이유를 찾지 못해 잠시 침묵했다.원빈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네 마음도 이해해. 고 선생과 여 대표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너도 고 선생에게 접근할 기회가 생길 거야. 하지만 그런 기회는 극히 드물어.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아.”이 말을 들은 원진혁은 입술을 달싹였고 눈에는 갈등과 무기력감이 가득했다.그도 할아버지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선생님과 여준재 사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그에게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이런 생각에 그는 무기력하게 말했다.“알겠어요, 할아버지. 가족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게요.”원빈 노인은 손자의 슬픈 얼굴을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이 화제에 대해서는 더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그래, 이 얘긴 이제 그만하자. 준비하고 바로 신수 노인을 만나러 가야지.”원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반 시간 뒤, 그들은 신수 노인의 약방으로 향했고 운 좋게도 약방에 있는 신수 노인을 만날 수 있었다.다만 신수 노인은 그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놀란 듯 소연에게 물었다.“그들이 왜 왔대?”“원빈
그 말의 뜻을 단번에 이해한 신수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내가 굳이 왜 이런 거로 거짓말을 하겠나? 난 심지어 고 선생이 당신들의 돈을 벌었으면 하는 사람이라네. 하지만 현실이 허락하지 않네.”신수 어르신이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원빈 어르신이 의아해하며 물었다.“현실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게 뭔 말인가?”“고 선생이 약재를 팔기 시작한 이유는, 궁지에 빠져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거라네.”신수 어르신은 5년 전의 일이 생각난 듯 한숨을 내쉬었다.그 말을 듣고 있던 원진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고다정 씨한테 전에 뭔 일이 있었나요?”신수 어르신은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5년 전에 고 선생은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어. 혼전 임신을 당하고 집에서도 쫓겨났지. 그 뒤로는 외할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힘들게 살아왔고 말이야.”이 일은 원진혁이 조금만 조사하면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일이기에, 그는 애당초 속일 생각이 없었다.“나랑 서로 알게 된 이유도, 우리 집에 자신이 직접 재배한 약재를 팔러 와서 알게 된 거라네. 이치대로라면, 우리 약방에서는 이렇게 대량으로 파는 약재를 받지 않지만, 고 선생의 약재 품질이 엄청 좋았어. 게다가 그때 당시 아이 둘도 데리고 있었는데, 애들이 영양 상태도 좋아 보이지 않았고 말이야. 그래서 측은한 마음도 들고 해서 같이 협력하기로 한 거라네.”“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한 일 중에서 이게 진짜 잘한 일인 것 같더라고. 난 고 선생이 지금까지 성장해나가는 과정과 두 아이를 어떻게 키워왔는지 또한 다 지켜봐 왔다고 할 수 있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게다가 의술은 후천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거라는데, 어릴 때부터 배운 이 늙은 나보다도 더 뛰어난 사람이라네.”신수 어르신은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끝까지 듣고 있던 원진혁 또한 가슴이 뭉클해지며 고다정에게 더욱 안타까움을 느꼈다.그는 고다정에게 이런 과거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이다.옆에서 듣고 있
그 말을 들은 여준재는 아예 고민의 여지도 없이 답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는 모르는 여자입니다.”말을 마친 뒤 그는 원경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그 모습에 원경하는 여준재의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구남준에 의해 제지당했다. “원경하 씨, 대표님이 화내시기 전에 그냥 가시죠? 이러다 대표님이 화라도 내시면 그 결과는 원경하 씨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입니다.”구남준은 그녀를 경고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며 비꼬았다.그는 원경하가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여준재의 앞에 나타난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원경하는 제자리에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그녀가 얌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걸 보고 구남준도 더는 원경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구남준이 떠나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원경하는 분노하며 주먹을 꽉 쥐었지만, 감히 뒤따라가지는 못했다.한편, 방 회장은 여준재의 냉담한 얼굴을 바라보며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다.“여 대표님은 사업적으로만 단호하고 결단력이 있는 게 아니라, 감정 문제에서도 깔끔하신 분이네요. 다만 저는 지금까지 여 대표님이 솔로인 거로 알았는데, 이렇게 철통 보안으로 잘 숨기고 있었을 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조금 전에 그 여자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진짜로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방 회장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게, 저는 솔로가 아닙니다.”여준재가 담담하게 답했다.그러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한껏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이어서 말했다.“저는 이미 여생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을 찾았습니다.”그 말을 들은 방 회장은 여준재의 얼굴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러고는 농담 섞인 어조로 이어서 말했다.“여 대표님 지금까지 너무 꼭꼭 숨기신 거 아닌가요? 이제 기회가 되면 그 여성분 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 대체 어떠한 분이시길래, 이렇게 시크한 여 대표님과 함께할 수 있는지 무척 궁금하네요.”“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가 방 회장님께 한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거의 아침 8시가 되어서야 여준재는 잠에서 깼다. 그는 혼자뿐인 방을 보고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히 씻은 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여준재가 내려오는 걸 본 두 아이는 그를 놀려댔다. “오늘의 잠꾸러기는 아빠래요. 아빠가 오늘 제일 꼴찌로 일어났대요.”물론 아이들이 이토록 흥분한 이유 또한 있었다. 전부터 기온이 떨어짐에 따라, 하윤이는 춥다는 이유로 일찍 일어나려 하지 않았었다. 하여, 여준재는 제일 늦게 일어나는 아이한테 그 하루 동안은 잠꾸러기라는 별명을 부르며, 아이들이 일찍 일어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한 것이었다.여준재는 신나있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부정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네, 오늘은 아빠가 제일 꼴찌로 일어났네.”이때 주방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고다정은 무의식적으로 여준재의 편을 들었다.“어제 거의 새벽에 들어와서 잠들었으니, 지금에야 일어나죠. 됐어, 너희들도 아빠 그만 괴롭히고 얼른 아침 먹어. 이따 학교 가야지.”고다정의 마지막 한마디는 두 아이를 향했다.그 말에 두 아이는 혀를 내밀며 빠르게 달려갔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여준재는 출발할 준비를 하며 두 아이더러 책가방을 갖고 오라고 하였다.고다정도 여준재의 출근 준비를 도우며 문득 어제저녁 제대로 듣지 못했던 그 말이 떠올라 그에게 물었다.“어제저녁에 저한테 뭐 말한 거 같은데, 제가 잠결에 제대로 못 들었어요. 다시 한번 말해줘요.”“별거 아니에요. 그냥 제 친구들한테 소개해 주고 싶어서 물어본 거예요. 우리가 함께한 이후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 빼고는 누구도 우리가 만나는 거 모르잖아요.”여준재는 어제 했던 말을 반복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조금 놀랐고,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두 아이에 의해 중단되었다.책가방을 챙겨온 두 아이가 빠르게 달려오며 소리쳤다.“아빠, 우리 준비 다 됐어요. 이제 출발해요.”“그래, 먼저 차에 가 있어. 아빠 바로 갈게.”여준재는 가볍게 두 아이를 밀며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