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여준재는 아예 고민의 여지도 없이 답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는 모르는 여자입니다.”말을 마친 뒤 그는 원경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그 모습에 원경하는 여준재의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구남준에 의해 제지당했다. “원경하 씨, 대표님이 화내시기 전에 그냥 가시죠? 이러다 대표님이 화라도 내시면 그 결과는 원경하 씨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입니다.”구남준은 그녀를 경고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며 비꼬았다.그는 원경하가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여준재의 앞에 나타난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원경하는 제자리에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그녀가 얌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걸 보고 구남준도 더는 원경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구남준이 떠나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원경하는 분노하며 주먹을 꽉 쥐었지만, 감히 뒤따라가지는 못했다.한편, 방 회장은 여준재의 냉담한 얼굴을 바라보며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다.“여 대표님은 사업적으로만 단호하고 결단력이 있는 게 아니라, 감정 문제에서도 깔끔하신 분이네요. 다만 저는 지금까지 여 대표님이 솔로인 거로 알았는데, 이렇게 철통 보안으로 잘 숨기고 있었을 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조금 전에 그 여자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진짜로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방 회장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게, 저는 솔로가 아닙니다.”여준재가 담담하게 답했다.그러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한껏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이어서 말했다.“저는 이미 여생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을 찾았습니다.”그 말을 들은 방 회장은 여준재의 얼굴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러고는 농담 섞인 어조로 이어서 말했다.“여 대표님 지금까지 너무 꼭꼭 숨기신 거 아닌가요? 이제 기회가 되면 그 여성분 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 대체 어떠한 분이시길래, 이렇게 시크한 여 대표님과 함께할 수 있는지 무척 궁금하네요.”“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가 방 회장님께 한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거의 아침 8시가 되어서야 여준재는 잠에서 깼다. 그는 혼자뿐인 방을 보고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히 씻은 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여준재가 내려오는 걸 본 두 아이는 그를 놀려댔다. “오늘의 잠꾸러기는 아빠래요. 아빠가 오늘 제일 꼴찌로 일어났대요.”물론 아이들이 이토록 흥분한 이유 또한 있었다. 전부터 기온이 떨어짐에 따라, 하윤이는 춥다는 이유로 일찍 일어나려 하지 않았었다. 하여, 여준재는 제일 늦게 일어나는 아이한테 그 하루 동안은 잠꾸러기라는 별명을 부르며, 아이들이 일찍 일어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한 것이었다.여준재는 신나있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부정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네, 오늘은 아빠가 제일 꼴찌로 일어났네.”이때 주방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고다정은 무의식적으로 여준재의 편을 들었다.“어제 거의 새벽에 들어와서 잠들었으니, 지금에야 일어나죠. 됐어, 너희들도 아빠 그만 괴롭히고 얼른 아침 먹어. 이따 학교 가야지.”고다정의 마지막 한마디는 두 아이를 향했다.그 말에 두 아이는 혀를 내밀며 빠르게 달려갔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여준재는 출발할 준비를 하며 두 아이더러 책가방을 갖고 오라고 하였다.고다정도 여준재의 출근 준비를 도우며 문득 어제저녁 제대로 듣지 못했던 그 말이 떠올라 그에게 물었다.“어제저녁에 저한테 뭐 말한 거 같은데, 제가 잠결에 제대로 못 들었어요. 다시 한번 말해줘요.”“별거 아니에요. 그냥 제 친구들한테 소개해 주고 싶어서 물어본 거예요. 우리가 함께한 이후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 빼고는 누구도 우리가 만나는 거 모르잖아요.”여준재는 어제 했던 말을 반복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조금 놀랐고,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두 아이에 의해 중단되었다.책가방을 챙겨온 두 아이가 빠르게 달려오며 소리쳤다.“아빠, 우리 준비 다 됐어요. 이제 출발해요.”“그래, 먼저 차에 가 있어. 아빠 바로 갈게.”여준재는 가볍게 두 아이를 밀며 답했다.
여준재는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계심 가득히 원경하를 바라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구남준이 오히려 그녀를 비꼬며 말했다.“우연히 또 만났네요. 원경하 씨도 여기서 식사하셨나 봐요?”“그러게요, 어떻게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거죠. 저는 준재 오빠도 여기서 밥 먹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우리 진짜 인연인가 봐요.”원경하는 구남준의 비아냥거림은 알아듣지 못한 채 여준재를 향해 수줍은 듯 웃어 보였다.그런 그녀의 말에 여준재는 역겨운 듯 눈길조차 주지 않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가자.”말을 마친 뒤 그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떠났고, 구남준도 곧바로 그 뒤 따라 나갔다.원경하는 분한 표정으로 떠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봤지만, 감히 여준재의 뒤를 따라가 그를 붙잡지는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어차피 앞날은 길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여준재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몰랐고 그냥 별 의심 없이 우연일 거라 생각했다.게다가 자신의 일정 또한 모두 비밀리에 진행이 되고, 파파라치 기자들도 그의 행방을 추적할 수 없기에, 당연히 원경하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러나 현실은 그의 생각과 달리 그에게 혹독한 교훈을 주었고, 이 모든 건 그 뒤에 생긴 일이다.집에 도착한 여준재는 거실 소파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고다정을 보았고, 그 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다.“왜 아직도 안 자요? 나 기다리지 말라고 했잖아요?”그는 고다정 앞에 다가가며 물었다.그러자 고다정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오늘은 별로 안 졸려서요. 그래서 그냥 기다렸죠.”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를 끌어안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올라가는 도중, 그는 그녀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아침에 내가 말했던 거 생각 해봤어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미 생각해놓은 답을 그에게 알려줬다.“준재 씨 뜻대로 해요. 아니면 친구분들 언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준재 오빠라고 불러? 그럼 형이랑 친한 사이인 나는 지금보다 더 친밀하게 불러야겠네? 안 그래? 준재 오빠~”박재경은 일부러 수줍은척하며 장난스럽게 여준재의 팔을 살짝 내리쳤다.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오현서와 서현규는 순식간에 소름이 쫙 돋았고, 여준재는 정색한 채 그를 바라봤다.“너 죽고 싶어?”그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지만 어딘지 모를 위험 감이 살짝 섞여 있었다.박재경은 그제야 여준재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는 멋쩍은 듯 말했다.“농담이에요, 형.”“하나도 안 웃기거든.”여준재가 차갑게 답했다.말을 마친 뒤 그는 원경하를 지나쳐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자리를 떠났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의 친구들도 곧바로 그 뒤를 따라나섰다.여준재가 그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으니, 그들도 당연히 그녀를 신경 쓸 이유는 없었으니 말이다.곧 그들 일행은 빠르게 원경하의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그 순간 원경하의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삽시간에 굳어졌고,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대체 왜?! 내가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다가가는데, 여준재 눈에는 내가 안 보이나?’여준재는 당연히 그런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원경하를 만나고 난 뒤 기분도 많이 잡친 상태였다.그는 더 이상 놀 마음도 없었고, 곧바로 친구들과도 그 자리에서 헤어졌다. 차에 탄 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구남준에게 말했다.“누가 내 일정에 대해 유출했는지 한번 찾아봐.”그의 일정은 회사 내부의 사람 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구남준은 조금 전 사격장에 같이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렸기에, 사격장 안에서 발생한 일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여준재는 그가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며 솔직하게 말했다.“나 조금 전 원경하와 마주쳤어.”여준재가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구남준은 자연스레 그 말을 알아들었고, 미간을 찌푸렸다.“그 여자 왠지 모르게 되게 찝찝한 거 같아요.”그 말에 여준재는 가타부타하지 않고
구남준의 말을 들은 데스크 직원들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구 비서님, 조금 전 대표님과 같이 들어간 그 여자분, 대표님 여자친구예요?”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주변에 있던 직원들은 전부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며 귀를 쫑긋 세웠다. 구남준도 자연스레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눈치채고는 오히려 숨기지 않고 웃어 보였다. “아니요, 대표님 여자친구가 아니라 사모님, 즉 대표님의 와이프에요. 그러니 앞으로 사모님 오시면 바로 들여보내 줘요. 알겠죠?”“네, 알겠습니다.”안내 데스크 직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구남준의 말대로 간식 사러 나갔다.한편, 고다정은 여준재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왔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사무실의 인테리어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웃어 보였다.“준재 씨가 있는 곳은 인테리어가 거의 다 비슷하네요.”“저는 보기에 편하기만 하면 돼서 이런 거에 별로 큰 요구가 없어요. 다정 씨가 맘에 안 들면 이따가 구 비서더러 다시 디자이너 찾아보라고 하면 돼요.”여준재는 고다정의 손을 잡은 채 그녀를 소파에 앉히며 말했다.그 말에 고다정은 황급히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거예요. 절대 진짜로 받아들이지 말아요.”이윽고 그녀는 여준재더러 얼른 일하라고 재촉했다.하지만 여준재는 그녀의 옆에 앉아 그 손을 잡은 채 빙그레 웃어 보이며 답했다.“괜찮아요. 이따 구 비서 오면요.”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구남준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대표님, 사모님.”그는 정중하게 여준재 옆에 다가오며 오늘 업무 일정에 대해 보고했다.“오전에 회의 4개 잡혔습니다. 곧 시작할 회의는 10분 뒤이며, 고위층들과의 회의입니다. 10시 반쯤에는 이사회가 진행될 예정이며 연말 결산과 내년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비즈니스 리셉션이 있습니다. 이따가 사모님과 대표님이 고를 수 있도록 파티복을 보내드리겠습니다.”몇 분 동안 구남준이 읊어주는 업무 일정을 들은 고다정은
여준재는 고다정의 행동을 살피더니, 옆에 놓인 빈 스낵 봉지를 보며 웃긴 듯 그녀의 코끝을 꼬집었다.“누가 이렇게 많은 간식 먹으랬어요?”“그건 저를 탓하면 안 되죠. 누가 준재 씨더러 이렇게 많은 간식 사 오래요?”고다정은 오히려 그의 말에 반박하며 말했고, 여준재는 그 모습이 귀여운 듯 웃어 보였다.“그러면 오후에는 사람 시켜서 간식 다 가져가라 해야겠네요.”“안돼요!”고다정은 생각도 않고 그의 말을 거부했다. 그러다 여준재 입가의 감출 수 없는 미소를 보며 그제야 자신이 속히 운 걸 알고는, 주먹으로 그를 내리쳤다.“장난하지 마요!”하지만 그녀의 주먹이 떨어지기도 전에 결국에는 여준재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여준재는 힘껏 그녀를 잡아당겼고, 무방비 상태였던 그녀는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겼다.그러다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둘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퍼졌다.그렇게 둘이서 키스를 하려는 순간, 구남준이 갑자기 문을 두드리며 사무실에 들어왔다.그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당황스러운 듯 말했다.“죄송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하던 거 계속하시죠.” 말을 마친 뒤 그는 얼른 그 자리를 떠나려 하였다.그와 동시에 고다정의 얼굴도 새빨개졌고, 얼른 여준재를 밀어냈다.여준재는 구남준이 들어온 타이밍이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할 수 없이 일단 그를 불러세웠다.“잠깐만.”“대표님, 뭔 일이라도 있으십니까?”구남준이 어색하게 뒤돌아보며 물었다.그러자 여준재는 언짢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뭔 일 때문에 왔어?”“다름이 아니라 회장님이 오늘 사모님이 회사에 오신 거 알아서요. 그래서 오늘 점심 대표님과 사모님더러 점심 식사하러 오라고 하십니다.”구남준은 솔직하게 그에게 말했고, 여준재는 알겠다는 듯 그에게 손짓해 보였다.“아버지한테 전달해줘. 우리 잠시 후 갈 거라고.”“네!”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재빨리 사무실을 나왔다.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얼른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저희도 이제 가요
그 뒤로 고다정은 여준재와 함께 사무실에서 문서를 한참 동안 처리했다.그녀도 그 하루를 통해 여준재가 평소 얼마나 바쁜지를 알게 되었다.진짜 말 그대로 끊임없이 일만 하였고 그렇게 저녁이 되어서야 여준재는 어느 정도 휴식 시간이 나게 되었다.그 시각, 구남준은 메이크업 선생님을 데리고 들어오며 정중히 말했다.“대표님, 사모님. 파티복 준비되었습니다. 이제 환복 하시면 됩니다.”“그래.”여준재는 그 말에 응한 후 고다정을 데리고 갈아입으러 갔다.그렇게 한 시간이 지난 뒤, 그 둘은 환복 후 파티 장소로 출발했다.가는 동안, 곧 참여할 파티에서 YS 그룹의 고객 및 평소 여준재의 지인들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고다정은 긴장되기 시작했다.“저도 진짜 준재 씨랑 같이 가도 되는 거예요? 저는 이런 파티에는 참석해본 적이 없는데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고다정이 불안한 듯 여준재에게 물었다.여준재는 그녀의 어색함을 눈치채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은 뒤 긴장을 풀어줬다.“너무 긴장할 거 없어요. 그때 가서 제가 다정 씨 옆에 계속 같이 있어 줄게요. 그리고 다정 씨는 제 약혼녀라 언젠가는 사람들한테 소개해야 해요. 그러니 그냥 미리 다른 사람들한테 앞당겨 소개해주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돼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빛나는 눈동자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준재 씨 얼굴에 먹칠하지 않게 제가 노력해볼게요.”“아니요, 제가 다정 씨한테 해주는 모든 일은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말아요.”여준재는 고다정이 조금 전 내뱉은 말을 부정했다.그의 진심 섞인 한마디를 들은 고다정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렇게 서로 말하는 동안 어느새 종점까지 도착했다.여준재는 매너있게 고다정을 부축하며 차에서 내렸다.그들이 나타남과 동시에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그 이유는 여준재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여자 파트너를 데리고 와서이며, 그 사이 또한 무척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이때,
그 말에 고다정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차갑게 원경하를 바라보며 물었다.“원경하 씨, 저한테 뭐 볼일이라도 있을까요?”“아니요, 그냥 와봤어요. 아, 근데 다정 언니는 여기 왜 있어요?”원경하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그러고는 고다정의 대답하기도 전에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내 정신 좀 봐요. 준재 오빠 때문에 다정 언니도 여기 있겠네요. 그러고 보니 저 요 며칠 준재 오빠 자주 만났었는데. 매번 제가 가는 곳마다 준재 오빠가 있더라고요. 그때 봤을 때 언니는 없어서 저는 준재 오빠가 언니는 데리고 안 나오는 줄 알았어요.”그 말에는 누가 봐도 다른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고다정은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입가를 살짝 올렸다.고다정은 전까지 여준재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여준재가 오늘 굳이 자신을 여기에 데리고 오려 했던 이유 말이다.“원경하 씨는 인연이라는 뜻을 보통사람들과 살짝 다르게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고다정은 그녀의 말을 맞받아쳤다.“서로 기대하면서 만나는 걸 인연이라 해요. 얽히고 매달리는 건 악연이라고 하고요!”원경하는 고다정의 갑작스러운 얼굴 변화에 놀란 듯 주눅이 든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다정 언니,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저는 진짜 우연히 준재 오빠와 만나게 된 거라고요.”“원경하 씨, 더 이상 연기 그만하시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고다정은 원경하가 분명히 여준재를 꼬시려고 온갖 궁리를 하는 게 보이는데, 여기서 무고한 척하며 친한 척하는 게 정말 역겨웠다.그 말을 들은 원경하는 잠시 얼굴이 굳어졌다.하지만 곧, 그녀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계속해서 억울한 듯 말했다.“다정 언니, 저는 언니가 뭔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원경하는 일부러 약간 큰 소리로 말해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눈치챈 고다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원경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방금 원경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