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준재 오빠라고 불러? 그럼 형이랑 친한 사이인 나는 지금보다 더 친밀하게 불러야겠네? 안 그래? 준재 오빠~”박재경은 일부러 수줍은척하며 장난스럽게 여준재의 팔을 살짝 내리쳤다.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오현서와 서현규는 순식간에 소름이 쫙 돋았고, 여준재는 정색한 채 그를 바라봤다.“너 죽고 싶어?”그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지만 어딘지 모를 위험 감이 살짝 섞여 있었다.박재경은 그제야 여준재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는 멋쩍은 듯 말했다.“농담이에요, 형.”“하나도 안 웃기거든.”여준재가 차갑게 답했다.말을 마친 뒤 그는 원경하를 지나쳐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자리를 떠났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의 친구들도 곧바로 그 뒤를 따라나섰다.여준재가 그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으니, 그들도 당연히 그녀를 신경 쓸 이유는 없었으니 말이다.곧 그들 일행은 빠르게 원경하의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그 순간 원경하의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삽시간에 굳어졌고,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대체 왜?! 내가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다가가는데, 여준재 눈에는 내가 안 보이나?’여준재는 당연히 그런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원경하를 만나고 난 뒤 기분도 많이 잡친 상태였다.그는 더 이상 놀 마음도 없었고, 곧바로 친구들과도 그 자리에서 헤어졌다. 차에 탄 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구남준에게 말했다.“누가 내 일정에 대해 유출했는지 한번 찾아봐.”그의 일정은 회사 내부의 사람 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구남준은 조금 전 사격장에 같이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렸기에, 사격장 안에서 발생한 일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여준재는 그가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며 솔직하게 말했다.“나 조금 전 원경하와 마주쳤어.”여준재가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구남준은 자연스레 그 말을 알아들었고, 미간을 찌푸렸다.“그 여자 왠지 모르게 되게 찝찝한 거 같아요.”그 말에 여준재는 가타부타하지 않고
구남준의 말을 들은 데스크 직원들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구 비서님, 조금 전 대표님과 같이 들어간 그 여자분, 대표님 여자친구예요?”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주변에 있던 직원들은 전부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며 귀를 쫑긋 세웠다. 구남준도 자연스레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눈치채고는 오히려 숨기지 않고 웃어 보였다. “아니요, 대표님 여자친구가 아니라 사모님, 즉 대표님의 와이프에요. 그러니 앞으로 사모님 오시면 바로 들여보내 줘요. 알겠죠?”“네, 알겠습니다.”안내 데스크 직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구남준의 말대로 간식 사러 나갔다.한편, 고다정은 여준재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왔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사무실의 인테리어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웃어 보였다.“준재 씨가 있는 곳은 인테리어가 거의 다 비슷하네요.”“저는 보기에 편하기만 하면 돼서 이런 거에 별로 큰 요구가 없어요. 다정 씨가 맘에 안 들면 이따가 구 비서더러 다시 디자이너 찾아보라고 하면 돼요.”여준재는 고다정의 손을 잡은 채 그녀를 소파에 앉히며 말했다.그 말에 고다정은 황급히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거예요. 절대 진짜로 받아들이지 말아요.”이윽고 그녀는 여준재더러 얼른 일하라고 재촉했다.하지만 여준재는 그녀의 옆에 앉아 그 손을 잡은 채 빙그레 웃어 보이며 답했다.“괜찮아요. 이따 구 비서 오면요.”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구남준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대표님, 사모님.”그는 정중하게 여준재 옆에 다가오며 오늘 업무 일정에 대해 보고했다.“오전에 회의 4개 잡혔습니다. 곧 시작할 회의는 10분 뒤이며, 고위층들과의 회의입니다. 10시 반쯤에는 이사회가 진행될 예정이며 연말 결산과 내년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비즈니스 리셉션이 있습니다. 이따가 사모님과 대표님이 고를 수 있도록 파티복을 보내드리겠습니다.”몇 분 동안 구남준이 읊어주는 업무 일정을 들은 고다정은
여준재는 고다정의 행동을 살피더니, 옆에 놓인 빈 스낵 봉지를 보며 웃긴 듯 그녀의 코끝을 꼬집었다.“누가 이렇게 많은 간식 먹으랬어요?”“그건 저를 탓하면 안 되죠. 누가 준재 씨더러 이렇게 많은 간식 사 오래요?”고다정은 오히려 그의 말에 반박하며 말했고, 여준재는 그 모습이 귀여운 듯 웃어 보였다.“그러면 오후에는 사람 시켜서 간식 다 가져가라 해야겠네요.”“안돼요!”고다정은 생각도 않고 그의 말을 거부했다. 그러다 여준재 입가의 감출 수 없는 미소를 보며 그제야 자신이 속히 운 걸 알고는, 주먹으로 그를 내리쳤다.“장난하지 마요!”하지만 그녀의 주먹이 떨어지기도 전에 결국에는 여준재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여준재는 힘껏 그녀를 잡아당겼고, 무방비 상태였던 그녀는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겼다.그러다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둘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퍼졌다.그렇게 둘이서 키스를 하려는 순간, 구남준이 갑자기 문을 두드리며 사무실에 들어왔다.그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당황스러운 듯 말했다.“죄송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하던 거 계속하시죠.” 말을 마친 뒤 그는 얼른 그 자리를 떠나려 하였다.그와 동시에 고다정의 얼굴도 새빨개졌고, 얼른 여준재를 밀어냈다.여준재는 구남준이 들어온 타이밍이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할 수 없이 일단 그를 불러세웠다.“잠깐만.”“대표님, 뭔 일이라도 있으십니까?”구남준이 어색하게 뒤돌아보며 물었다.그러자 여준재는 언짢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뭔 일 때문에 왔어?”“다름이 아니라 회장님이 오늘 사모님이 회사에 오신 거 알아서요. 그래서 오늘 점심 대표님과 사모님더러 점심 식사하러 오라고 하십니다.”구남준은 솔직하게 그에게 말했고, 여준재는 알겠다는 듯 그에게 손짓해 보였다.“아버지한테 전달해줘. 우리 잠시 후 갈 거라고.”“네!”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재빨리 사무실을 나왔다.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얼른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저희도 이제 가요
그 뒤로 고다정은 여준재와 함께 사무실에서 문서를 한참 동안 처리했다.그녀도 그 하루를 통해 여준재가 평소 얼마나 바쁜지를 알게 되었다.진짜 말 그대로 끊임없이 일만 하였고 그렇게 저녁이 되어서야 여준재는 어느 정도 휴식 시간이 나게 되었다.그 시각, 구남준은 메이크업 선생님을 데리고 들어오며 정중히 말했다.“대표님, 사모님. 파티복 준비되었습니다. 이제 환복 하시면 됩니다.”“그래.”여준재는 그 말에 응한 후 고다정을 데리고 갈아입으러 갔다.그렇게 한 시간이 지난 뒤, 그 둘은 환복 후 파티 장소로 출발했다.가는 동안, 곧 참여할 파티에서 YS 그룹의 고객 및 평소 여준재의 지인들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고다정은 긴장되기 시작했다.“저도 진짜 준재 씨랑 같이 가도 되는 거예요? 저는 이런 파티에는 참석해본 적이 없는데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고다정이 불안한 듯 여준재에게 물었다.여준재는 그녀의 어색함을 눈치채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은 뒤 긴장을 풀어줬다.“너무 긴장할 거 없어요. 그때 가서 제가 다정 씨 옆에 계속 같이 있어 줄게요. 그리고 다정 씨는 제 약혼녀라 언젠가는 사람들한테 소개해야 해요. 그러니 그냥 미리 다른 사람들한테 앞당겨 소개해주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돼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빛나는 눈동자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준재 씨 얼굴에 먹칠하지 않게 제가 노력해볼게요.”“아니요, 제가 다정 씨한테 해주는 모든 일은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말아요.”여준재는 고다정이 조금 전 내뱉은 말을 부정했다.그의 진심 섞인 한마디를 들은 고다정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렇게 서로 말하는 동안 어느새 종점까지 도착했다.여준재는 매너있게 고다정을 부축하며 차에서 내렸다.그들이 나타남과 동시에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그 이유는 여준재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여자 파트너를 데리고 와서이며, 그 사이 또한 무척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이때,
그 말에 고다정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차갑게 원경하를 바라보며 물었다.“원경하 씨, 저한테 뭐 볼일이라도 있을까요?”“아니요, 그냥 와봤어요. 아, 근데 다정 언니는 여기 왜 있어요?”원경하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그러고는 고다정의 대답하기도 전에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내 정신 좀 봐요. 준재 오빠 때문에 다정 언니도 여기 있겠네요. 그러고 보니 저 요 며칠 준재 오빠 자주 만났었는데. 매번 제가 가는 곳마다 준재 오빠가 있더라고요. 그때 봤을 때 언니는 없어서 저는 준재 오빠가 언니는 데리고 안 나오는 줄 알았어요.”그 말에는 누가 봐도 다른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고다정은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입가를 살짝 올렸다.고다정은 전까지 여준재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여준재가 오늘 굳이 자신을 여기에 데리고 오려 했던 이유 말이다.“원경하 씨는 인연이라는 뜻을 보통사람들과 살짝 다르게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고다정은 그녀의 말을 맞받아쳤다.“서로 기대하면서 만나는 걸 인연이라 해요. 얽히고 매달리는 건 악연이라고 하고요!”원경하는 고다정의 갑작스러운 얼굴 변화에 놀란 듯 주눅이 든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다정 언니,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저는 진짜 우연히 준재 오빠와 만나게 된 거라고요.”“원경하 씨, 더 이상 연기 그만하시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고다정은 원경하가 분명히 여준재를 꼬시려고 온갖 궁리를 하는 게 보이는데, 여기서 무고한 척하며 친한 척하는 게 정말 역겨웠다.그 말을 들은 원경하는 잠시 얼굴이 굳어졌다.하지만 곧, 그녀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계속해서 억울한 듯 말했다.“다정 언니, 저는 언니가 뭔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원경하는 일부러 약간 큰 소리로 말해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눈치챈 고다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원경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방금 원경하가
“난 여대표가 한 여자한테 저렇게 부드럽게 대하는 거 처음 보네.”“나도 여대표의 저런 온화한 모습은 처음 봤어. 전에 우리랑 말씀하실 때는 차가운 데다 심지어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는데 말이야. 진짜 이런 날이 올 줄 생각지도 못했어.”“근데 고다정 씨가 어느 가문 출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투나 행동이 단아한 걸 보면 부잣집 가문 출신임이 틀림없어.”고다정의 신분에 대한 모든 사람의 추측은 끊임이 없었다.많은 사람 사이에서 고다정에 대한 칭찬을 듣고 있던 원경하는 얼굴이 일그러졌다.‘고다정이 뭔 부잣집 가문이야. 집에서도 쫓겨난 주제에.’…그다음 이틀 동안도 고다정은 원경하 때문에 매일 여준재와 함께 출근하고 식사 자리도 참석했다.그렇게 점차 운산시 상업계에서는 여준재에게 엄청 사랑하는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원경하도 자연스레 그 소식을 접하게 됐고, 속으로 다급해지기 시작했다.이렇게 가다가는 그녀가 실행하려고 하는 계획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니 말이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마음속으로 계획을 하나 세웠다.그날 저녁, 원경하는 고다정이 사는 곳에 찾아갔지만, 경비원에 의해 제지당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한테서 아무런 연락도 받은 적이 없는지라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 만약 사모님과 친구 사이라면, 사모님께 전화라도 해주세요.”“…”그 말에 원경하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왜냐하면, 그녀는 고다정에게 전화를 할 생각이 없으니 말이다.그녀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달려왔다.그 차는 평소 고다정과 여준재가 두 아이를 데리러 갈 때 쓰는 전용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여 그녀는 생각지도 않고 바로 길가로 달려갔고,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춰 섰다. 경호원과 운전기사는 모두 어리둥절했다.그들은 원경하가 갑자기 뛰어들 줄은 전혀 몰랐으니 말이다.원경하는 차가 멈추는 것을 보고 뒷좌석으로 달려가 창문을 두드렸다.곧 차창이 내려지며 두 아이의 정교한 얼굴이 드러났다.“아
그 말을 들은 두 아이는 미안한 듯 혀를 내밀었다.그 둘은 엄마의 친구를 괜히 무시하고 지나친 것 같아 재빨리 보충했다.“집사 할아버지, 여기는 엄마 친구예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원경하는 재빨리 미소지어 보이며 공손히 이 집사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진성 원씨 가문에 원경하라고 합니다. 고다정 씨 찾으러 왔어요.”원경하는 내면의 악의를 잘 감추고 예의 바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노련한 이 집사 앞에서 그녀의 이런 꼼수는 보잘것없었다.그리고 이 집사님을 가장 화나게 한 것은 원경하가 작은 도련님과 작은 아가씨를 이용해 빌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만약 진짜로 사모님의 친구라면, 오늘 사모님은 도련님을 따라 나갈 리가 없을 텐데. 지금 거짓말하고 있네?’하지만 이 집사는 그녀를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고, 원경하가 대체 뭔 짓을 하려는지 보고 싶었다.그는 이 여자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보려고 합니다.“그렇군요, 들어오세요. 원경하 씨.”이 집사는 들어오라는 손짓을 보이며 들어오게 했다.원경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신발을 바꿔 신고 뒤따라 들어갔다.두 아이는 위층에 올라가 책가방을 놓은 뒤, 아래층에 있는 이쁜 아줌마가 생각나 얼른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고다정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우리 아기들, 뭔 일이야?”“엄마, 웬 이쁜 아줌마가 엄마 찾아왔어. 지금 보러 올래?”하윤이가 귀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다소 의아했다.“어떤 예쁜 아줌마?”“진성 원 씨 집안의 원경하래요.”하준이가 옆에서 보충하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는 잠시 짧은 침묵이 흘렀고, 곧 고다정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알겠어. 엄마 지금 갈게. 엄마가 가기 전까지 그 사람이랑 단둘이 같이 있으면 안 돼. 알겠지?”그 이유는 원경하가 대체 자신의 집에 가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도 하고, 그 악랄한 수단으로 아이들에게 피해라도 끼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두 아이도 그제야
고다정은 두 아이의 말을 들은 뒤, 차가운 눈으로 원경하 쪽을 바라봤다.원경하도 자연스레 고다정의 시선을 느낀 건지 무해하게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다정 언니 왔어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바로 답하지 않고, 두 아이를 향해 낮은 소리로 말했다.“일단 올라가서 숙제해. 여기는 엄마가 알아서 할게.”“싫어요. 저희는 여기서 엄마 지킬래요.”하준이는 고다정의 다리를 잡으며 그녀의 말을 거부했다.그 옆에 하윤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맞아, 우리는 엄마를 보호해야 해.”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순식간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하지만 여전히 두 아이더러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고집했다.왜냐하면, 이따가 원경하와 다투기라도 하면, 두 아이가 괜히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결국, 두 아이는 하는 수 없이 이 집사님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거실에는 고다정과 원경하 둘만 남았다.고다정은 원경하의 앞에 다가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오늘 여긴 뭐하러 온 거죠?”“뭐 하러 온 거 아니고 그냥 다정 언니 찾으러 왔는데요? 근데 언니랑 준재 오빠가 외출했을지 누가 알았겠어요.”원경하는 친한 언니 동생 사이인 척 웃으며 답했다.하지만 고다정은 그런 수법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게다가 그녀의 인내심은 원경하의 거듭된 매달림에 따라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여기 지금 우리 둘 빼고는 아무도 없어요. 원경하 씨 그 연기 계속하실 건가요?”그 말을 듣는 순간 원경하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졌다.그녀는 죽일 듯이 고다정을 쳐다보며 마음속으로는 억눌렀던 화가 활활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특히 그녀는 몇 번이나 고다정에게 접근했지만, 그녀에 의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간파당했다는 생각에 더는 마음속의 질투를 참을 수 없었다.“그래요, 말 잘했어요. 지금 우리 둘뿐이니까, 그쪽과 연기할 필요 없겠네요.”원경하는 그제야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며 소파에서 일어나 한걸음 고다정에게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