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정의 말을 들은 원경하는 깜짝 놀랐다.“아이가 준재 오빠 거라고? 말도 안 돼.”그녀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고다정을 바라보았다.고다정은 차갑게 웃어 보이며 답했다.“원경하, 모든 사람이 바보라고 생각하지 마. 그리고 계속 연기할 거면 그냥 내 눈앞에서 꺼져. 당신 인성이나 가치관을 여준재 씨가 좋아하겠어? 그쪽이야말로 주제 파악 좀 하지?”그 말을 들은 원경하는 너무도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일그러지며 극도로 무섭게 변했다.“이 년이 진짜. 나 오늘 널 죽여버릴 거야!”그녀는 미친 듯이 고다정을 향해갔다.고다정은 원경하가 감히 자신에게 손찌검할 줄은 전혀 몰랐고, 게다가 자신의 집이었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로 있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이 잡힌 채 뺨을 몇 대 맞았다.주변의 도우미들은 모두 놀라 그 자리에 멍해졌다.2층에서도 그 광경을 목격한 이 집사는 깜짝 놀라서 도우미들을 향해 급히 호통을 쳤다.“다들 얼른 가서 사모님 돕지 않고 뭐해요?”그 말을 들은 뒤에야 도우미들은 정신을 차리고 원경하를 끌어내려 다가갔다.그러나 이미 미쳐있는 원경하는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고, 게다가 고다정도 신경 써야 했기 때문에 더욱 소심해졌다.고다정 또한 자신을 구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원경하가 머리를 단단히 잡고 있어 행동 또한 매우 제한적이었다.반면 원경하는 고다정이 자신의 손에 붙잡혀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았다.그녀는 고다정의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더니 갑자기 옆 탁자 위에 놓인 과일들을 바라보며 악랄한 생각이 떠올랐다.“고다정, 한번 보자고. 네 얼굴이 망가져도 여준재가 과연 널 좋아할지!”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테이블 위의 과도를 집어 들고 음침한 눈으로 고다정을 바라봤다.그 모습을 본 도우미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고다정 또한 다소 겁을 먹었고 소리높여 그녀를 꾸짖었다.“원경하 씨, 당신 미쳤어요? 이렇게 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기는 해요?”“난 결과
고다정이 원경하의 동작을 봤을 때는 이미 피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원경하에게 정면으로 걷어차인 그녀는 어딘가에 부딪힌 것 같더니 뒤통수에서 심한 통증이 전해지고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기절해 버렸다.아래층으로 뛰어 내려오다 이 광경을 목격한 쌍둥이는 대경실색하며 소리 질렀다.“엄마.”“나쁜 놈, 감히 우리 엄마를 때려? 물어 죽일 거야.”화난 하준이가 눈이 빨개져서 원경하한테 달려들더니 그녀의 손을 힘껏 깨물었다.원경하는 아파서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손을 흔들어 하준이를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써도 하준이는 그녀의 손목을 물고 놓지 않았다.“아비 없는 자식, 이거 놔!”너무 아파서 얼굴까지 일그러진 원경하는 하준이가 놓아주지 않자 화를 내며 다시 한번 발을 들어 하준이를 걷어찼다.귀가한 여준재가 이 광경을 보고 눈을 부릅뜨며 울부짖었다.“원경하, 네가 감히!”이 소리에 물린 자국을 살피던 원경하가 놀라서 흠칫했다.그녀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여준재가 빠른 걸음으로 하준이한테 다가가 품에 안는 것이 보였다.“어디 다치지 않았어?”여준재는 하준이가 어디 다친 데 없는지 이리저리 살폈고 하준이는 그를 보자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아빠, 저 사람이 제 배를 찼어요. 배가 너무 아파요.”이때 하윤이도 달려오더니 엉엉 울었다.“아빠, 왜 이제야 돌아오세요? 저 나쁜 여자가 엄마를 괴롭혔어요. 엄마 얼굴을 긁어 상처를 내고 엄마를 발로 찼어요.”이 말을 들은 여준재의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는 하준이를 안고 주변을 살폈지만 고다정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긴장하며 물었다.“엄마는?”“엄마는 저기 있어요.”하윤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다 고다정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여준재는 동공이 순간적으로 움츠러들었다.“다정 씨!”여준재는 급히 뛰어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고다정을 껴안고 긴장하며 이름을 불렀다.그러나 고다정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아
의사의 말을 들은 여준재는 가슴이 서늘해져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의사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간호사에게 고다정을 병실로 옮기라고 지시했다.한편, 원빈 노인과 원진혁은 경찰의 연락을 받고 급히 경찰서에 갔다.“경찰관님, 저희는 원경하의 가족입니다. 제 사촌 여동생이 무슨 일로 체포됐는지 여쭤봐도 될까요?”원진혁은 원빈 노인의 지시에 따라 경찰관 한 명을 불러 문의했다.경찰은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신 여동생은 상해죄를 저질렀습니다.”“상해죄라니요?”원진혁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원빈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안색이 어두워진 원빈 노인이 이쪽으로 다가왔다.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자리에서 콧방귀를 뀌는 소리에 이어 비꼬는 소리가 들려왔다.“왜 그렇게 놀라요? 당신의 착한 여동생이 우리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를 속이고 우리 작은 사모님을 폭행했어요. 우리 작은 사모님은 아직도 병원에서 응급 처치 중이에요.”이집사는 말을 마치고 옆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좋지 않은 시선으로 원빈 노인과 원진혁을 노려보았다.원빈 노인과 원진혁에게는 낯선 얼굴이었다.“누구신지?”원진혁이 공손하게 묻자 이집사는 차갑게 대답했다.“저는 YS그룹 저택에서 일하는 집사입니다.”이 말을 들은 원빈 노인과 원진혁은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지금 이 순간 뭘 더 물어볼 필요가 있겠는가?그들이 원경하가 온순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원경하는 그들 몰래 또 밖에서 말썽을 피운 게 틀림없다.이집사도 그들의 기색이 변하는 것을 눈치챘지만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저희 도련님이 이번 일은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고 두 분께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이 말을 남기고 이집사는 자리를 떴다.원빈 노인과 원진혁은 원경하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경하가 따라왔을 때 끝까지 고집해서 돌려보내야 했어.”원빈 노인이 후회하며 이렇게 말하자 원진혁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면회실을 나온 원빈 노인은 대기실에서 원진혁을 찾아냈다. 경찰을 통해 이미 상황을 파악한 원진혁이 원빈 노인 곁으로 다가와 묻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보석은 불가능해요. 여씨 집안에서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했대요.”이 말을 들은 원빈 노인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조금 뒤 분부했다.“고 선생이 어느 병원에 있는지 알아봐.”원경하가 말한 것처럼 그는 원씨 집안에서 수감자가 나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원씨 집안 명성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회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그래서 그는 염치 불고하고 여준재와 고다정을 찾아가 사정할 수밖에 없다.원진혁은 할아버지의 속마음을 대충 알아챘지만 여 대표가 사람을 놓아줄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고 선생이 실질적 상해를 입지 않았던 지난번과 다르다.물론 그는 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서 담당자에게 연락했다.…병원 VIP 병실에서 고다정은 의식이 없는 채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었고 그녀의 이마에는 흰색 붕대가 감겨 있고 얼굴에도 거즈가 붙어있었다.여준재는 안쓰러운 눈빛을 하고 곁을 지켰고 쌍둥이도 병상 양쪽에 엎드려 눈도 깜박하지 않고 엄마를 지켰다.“아빠, 엄마는 언제 깨어날까요?”“내일쯤 깨어날 거야.”여준재가 낮은 소리로 이렇게 대답하자 쌍둥이는 축 늘어졌다.이를 보던 여준재는 고다정을 신경 쓰느라 의사에게 하준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 생각나서 급히 일어나 하준에게 다가갔다.“아빠?”갑자기 누군가에게 안긴 하준이는 무의식적으로 옆 사람을 껴안았고 자기를 안은 것이 아빠인 것을 발견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여준재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아까 그 여자한테 배를 차였다고 했잖아. 아빠가 여태 너를 신경 쓰지 못했어. 지금 아빠랑 같이 의사 선생님한테 가보자.”“나도 갈래요.”하윤이도 오빠가 걱정돼 즉시 따라나섰고 여준재는 막지 않았다. 조금 뒤, 세 사람은 의사 사무실에 도착했다. 의사는 그들이 찾아온 이유를 듣고 나서
“제 탓도 있어요. 원경하가 나쁜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집에 있으니 별일 없으려니 하고 별로 방비하지 않았어요.”고다정이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후회하는 표정을 짓자 여준재가 급해 위로했다.“당신 탓이 아니에요. 당신도 그 여자가 간덩이가 부어 집에서까지 손찌검할 줄 몰랐잖아요.”여전히 안색이 어두운 고다정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원경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그녀는 말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 잠시 멈추더니 갑자기 긴장하며 물었다.“참, 원경하 그 여자는요? 제가 기절한 후 또 무슨 일이 있었어요? 그때 준이와 윤이가 2층 복도에 있었던 것 같은데, 애들이 놀라지 않았어요?”“걱정하지 말아요. 그 여자는 이미 붙잡아 경찰서에 넘겼어요. 하준이와 하윤이는 하준이가 약간 외상을 입은 외에 아무 일도 없어요.”여준재는 하준이가 다친 것에 대해 숨기지 않고 고다정에게 사실대로 말했다.하준이가 다쳤다는 말에 고다정은 걱정하기 시작했다.“준이 왜 다친 거죠? 많이 다쳤어요?”“당신이 그 여자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보고 하준이가 그 여자를 물었다가 그 여자한테 걷어차였어요.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장기는 괜찮고 멍이 좀 심하게 들었을 뿐이라고 하셨어요.”여준재는 고다정이 의식을 잃은 후 발생한 일을 대충 얘기해줬다.다 듣고 난 고다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진짜 악랄한 인간이네요. 이번에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외할머니 생각이 나자 지나간 일인데도 무섭게 느껴졌다.“어젯밤에 외할머니가 친구 집에 가신 게 다행이네요. 집에 계셨다면 얼마나 놀라셨겠어요.”외할머니는 이제 나이가 드셔서 자극받지 못한다.잔뜩 화가 난 여인을 바라보며 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는 것으로 소리 없이 위로했다.한편, 호텔 로열 스위트룸에서 원진혁이 전화벨 소리에 깼다.“진혁 도련님, 말씀하신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고다정 씨는 YS그룹 산하의 사립병원에 있고 사람은 무사합니다.”“알았어요, 수고했어요.”
이 말을 들은 원빈 노인은 또 한 번 가슴이 내려앉았고 원씨 부부도 이 일이 쉽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특히 자기 딸이 감옥 가는 것을 원치 않는 원여사는 마음이 매우 급했다.“고 선생님,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그렇지만 저희는 딸이 경하 하나뿐이에요. 얼마를 배상하든 저희 집안에서 다 받아들일 테니 감옥만 가지 않게 해줄 수 없을까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원빈 노인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아니나 다를까 여준재가 이내 맞받아쳤다.“아니, 저희가 당신네 집안의 그까짓 물건이 없어서 그래요? 지나치다는 걸 알면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원여사는 이 말에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원빈 노인이 낮은 소리로 그녀를 꾸짖었다.“말할 줄 모르면 조용히 옆에 서 있어.”시아버지의 성난 눈초리를 보면서도 원여사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또 뭐라 말하려 했지만 옆에 있는 남편에게 제지당했다.“정말 경하를 구하고 싶으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버지에게 맡겨.”원호열이 머리를 약간 옆으로 돌리고 둘만 들을 수 있는 낮은 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원여사는 어쩔 수 없이 나오려던 말을 삼켰다.이때 원빈 노인이 원진혁의 손에서 선물함을 넘겨받아 앞으로 한 발짝 다가서더니 협탁 위에 올려놓고 사과했다.“여 대표님, 고 선생님, 이 정도 선물로 고 선생님이 받은 상처를 보상할 수는 없겠지만 저의 조그마한 성의니까 받아주셨으면 합니다.”“물건을 가지고 돌아가세요. 조금 전, 준재 씨가 말한 것처럼 저는 그 물건들이 모자라지 않습니다.”이 사죄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고다정은 차갑게 거절했다. 받은 게 있으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다.여준재도 원빈 노인의 수단을 한눈에 알아채고 얼굴빛이 냉랭해졌다.“원씨 저택에 있을 때도 원경하가 여러 번 말썽을 일으켰고 심지어 다정 씨를 2층에서 아래로 밀었지만 저희는 신수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 문제 삼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를 호락호락한 사람으로 보셨어요?”“…”말문이 막힌 원빈 노인은 멋쩍게 한마디 했다.“그럴
“말하지 마.”원호열이 경고하자 원여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정말 경하를 저렇게 버려둘 건가요?”“지금 우리가 버려두는 거야? 전혀 방법이 없잖아. 경하가 무슨 짓을 했는지 한번 생각해 봐. 됐어, 나가자.”아내가 헛소리할까 봐 원호열은 그녀를 끌고 병실을 나갔다.두 사람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지 못했다. 그들이 자리를 뜨는 것에 대해 원빈 노인도 사실 동의했다.며느리가 어떤 사람인지 그도 잘 아는데, 계속 여기 있다가 무슨 나쁜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도 작별을 고하고 병실에서 나갔다.어느새 원진혁만 병실에 남았다. 여준재는 눈을 찡그리더니 쌀쌀하게 물었다.“아직 용건이 남았나요?”원진혁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미안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고 선생님, 제 사촌 여동생이 한 짓에 대해 제가 여기서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원진혁은 고다정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고다정은 몸을 옆으로 돌려 그의 사과를 받지 않았다.“진혁 도련님이 저한테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잘못한 건 그쪽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저는 사과를 받고 싶지도 않아요. 원경하가 응당한 처벌을 받길 바랄 뿐이에요.”“그건 당연하죠. 동생이 잘못했으니 대가를 치러야죠.”원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한편, 복도에서 원여사는 원빈 노인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이내 다가가 다급히 물었다.“아버님, 정말 경하를 저렇게 둘 거예요?”“나보고 어떻게 하라고?”원빈 노인은 눈을 치켜뜨고 실망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원여사는 딸이 너무 걱정돼서인지 눈치채지 못하고 속마음을 낱낱이 털어놓았다.“어쨌든 경하를 감옥에 보낼 수는 없잖아요. 감옥에 가면 그 애 인생은 끝장나요. 경하를 외국에 내보내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아버님이 고 선생과 여 대표한테 얘기해 보는 건 어때요?”“그런 다음 네가 또 손을 써서 중도에 빼내려고?”원빈 노인은 그녀를 사정없이 비난했다.이 얘기가 나오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고다정도 걱정하는 눈빛이다. 어쨌든 얼굴에 난 상처이니 여준재가 개의치 않는다 해도 그녀는 신경이 쓰인다.그러나 더 이상 가족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그녀는 이런 기분을 꼭꼭 숨겼다.여준재가 그녀의 모든 정서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이 일을 마음속에 기억했다.이때 하준이가 어젯밤에 다쳤다는 말이 생각난 고다정은 꼬맹이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이리 와, 엄마가 다친 데 좀 보게.”“볼 게 없어요.”하준이는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배를 잡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나 고다정은 포기하지 않았다.“볼 게 없어도 엄마는 볼 거야. 스스로 올 거야? 아니면 엄마가 내려갈까?”어쩔 수 없이 하준이는 엄마한테 다가갔다.아이를 가까이 끌어당겨 옷을 젖히고 배에 있는 눈에 거슬리는 검푸른 멍 자국을 본 고다정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엄마, 이게 그냥 심각해 보일 뿐 아프지는 않아요.”엄마 표정이 바뀌는 것을 눈치챈 하준이는 급히 옷을 내리고 나른한 목소리로 엄마를 설득했다.“엄마, 화내지 마세요. 엄마가 지금 편히 쉬어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어요.”이렇게 철든 아들을 보며 고다정은 마음이 너무 아팠고, 원경하가 응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혔다.여준재도 속으로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날 오후, 그는 구남준을 경찰서에 보내 상해죄로 원경하를 고소했다. 증거가 충분한 까닭에 사건은 이내 수리됐고, 또한 100% 단죄할 수 있다.다시 말하면, 원경하는 실형을 받고 수감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교도관을 통해 이 소식을 알게 된 원경하는 안절부절못했다.“가족들을 만나게 해주세요. 저기요, 가족들을 만나게 해주세요.”그녀는 수감실 문을 긁으며 복도에 있는 교도관을 향해 소리쳤다.그녀가 너무 시끄러웠던지 교도관은 편의를 봐줘서 원씨 집안에 연락해 줬다.하지만 원씨 부부 두 사람만 왔고, 이를 본 원경하는 약간 당황해했다.“엄마 아빠, 할아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