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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원빈 노인이 운산에 왔어

여 씨 부부는 불만스러워했지만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사실 여준재의 말이 맞았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부모님과 함께 있는 편이 더 좋았다.

그래서 이후 매 주말 두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러 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고 고다정과 여준재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둘만의 세계를 즐겼다.

순식간에 시간은 반 달 정도 지났고, 운산에는 작은 눈이 내린 탓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겨울이 시작되었다.

고다정은 추위를 피해 대부분 시간을 산장에서 보냈다. 별 이유는 아니었고 그저 추위를 탔기 때문이었다.

한 편, 신수 노인 쪽에도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 의자에 앉아있는 어르신을 보며 순식간에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퉁명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여기 왜 온 거요?”

“왜, 아직도 화가 난 건가요?”

방문한 노인은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고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신수 노인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내가 호의로 좋은 의사를 소개해줬는데, 당신 원씨 가문 사람들이 고 선생을 모욕했잖소. 내 체면은 뭐로 생각하는 거요?”

예상대로 신수 노인을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완쾌한 원빈 노인이었다.

원빈 노인은 친구의 화난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 잘못이구려. 몸이 좀 나아지자마자 사과하러 찾아왔어요. 고 선생님께도 감사와 사과를 전하고 싶네요.”

“고 선생을 만나고 싶다고? 그 사람은 아마 당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텐데요.”

신수 노인이 거침없이 말했고 원빈 노인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은 채 그를 응시했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죠?”

신수 노인은 원빈 노인의 시선에 소름이 돋았고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하지만 원빈 노인이 대답하기 전에 신수 노인이 단숨에 뜻을 깨달았다.

“날 통해 고 선생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려는 건가?”

“신수 어르신, 우리 수십 년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이번만 도와줘요.”

원빈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부탁했지만, 신수 노인은 단칼에 거절해버렸다.

“난 안된다오. 직접 가보시지. 나는 당신 때문에 고 선생과 사이가 멀어지고 싶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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