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1270 챕터

제421화 엄마 꼭 안고 있어요

다음 날 아침 일찍 여준재는 고다정과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디즈니랜드로 향했다.도착했을 때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고 귀여운 인형 탈을 쓴 스태프들도 있었다.하윤이는 귀여운 인형들에 눈을 반짝였다.“엄마, 저것 좀 봐요! 앨리스예요, 너무 귀엽죠?”고다정은 아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앨리스 인형 탈을 입은 스태프가 웃으며 행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고다정은 시선을 거두고는 고개를 숙여 귀여운 꼬마 공주를 보며 말했다. “그럼 하윤이도 가서 인사할까?”“네!” 하윤이가 흥분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고다정은 웃으며 아이의 손을 잡고 앨리스 인형 탈을 쓴 스태프를 찾아갔고 여준재도 하준이를 데리고 따라갔다.“앨리스, 진짜 귀여워요.”하윤이가 인형 탈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인형 탈을 쓴 스태프는 눈앞의 선남선녀 가족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그녀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꼬마 공주님에게 인사했다. “우리 어린이도 너무 귀여워요. 같이 사진 찍을까요?”“그래도 돼요?”하윤이의 두 눈이 순식간에 반짝였다.인형 탈을 쓴 스태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죠, 이렇게 예쁜 꼬마 공주님이랑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오히려 영광인데요?”역시 달콤한 말에 기분이 좋아진 하윤이는 제 자리에서 퐁당퐁당 뛰며 돌더니 다정을 보며 말했다. “엄마, 언니가 같이 사진 찍어도 된다고 했는데 우리 사진 찍어주면 안 돼요?”“그래!” 고다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사진기를 들고 찍으려 할 때 커다란 손이 훅 들어오더니 귓가에 준재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할게요. 하준이 하윤이랑 같이 찍어요.”“할 수 있어요?”고다정이 눈을 깜박이더니 못 미덥다는 듯 쳐다봤다.여준재는 고다정의 마음을 알아챈 듯 실소하며 말했다. “전에 놀러 갔을 때 사진 많이 찍어줬던 거 잊지 않았죠?”그 말에 고다정 역시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럼 부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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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잡아먹지 않아요

고다정은 그 말에 잠시 홀렸던 정신을 다잡았다.의식적으로 여준재와 거리를 두려고 하자 그녀의 허리춤에 놓였던 손에 순식간에 힘이 들어갔다. 귓가에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더니 준재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울렸다. “움직이지 말아요.”고다정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여준재는 굳어진 채 뚝딱이는 다정을 바라보며 싱긋 웃더니 말했다. “편하게 있어요. 잡아먹지 않으니까.”그 말에 순간 고다정은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어떻게 편히 있냐고 따질 뻔했다.그녀의 눈에 비친 뜻을 읽어냈는지 여준재가 다시 입술을 말아 올리며 살짝 웃었다.“결혼사진도 찍은 마당에 이것도 적응이 안 되는 거요?”“누가 당신이랑 결혼사진을 찍었다고 그래요.”고다정이 부끄러우면서도 열 받았는지 눈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힘껏 여준재의 품에서 벗어나 그를 밀어낸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버렸다.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준재는 못 말린다는 듯한 눈빛을 했다.자신의 장난에 고다정이 이토록 열 받을 줄 몰랐던 모양이다.두 녀석은 엄마가 씩씩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에 눈을 마주치더니 물었다. “엄마 왜 벌써 와요, 아직 채 못 찍었는데.”“엄마가 목이 말라서. 우리 다른 데로 가서 좀 쉴까?”고다정은 진실을 말할 수 없어 아무렇게나 둘러댔다.두 녀석은 눈을 깜빡이더니 고다정이 거짓말을 하는지 알고 있음에도 뭐라 하지는 않았다.하준이 엄마의 손을 잡고 웃으며 애교를 부렸다. “아까 올라오던 길에 카페 하나 있었는데 거기로 가서 쉬어요.”말하며 동생에게 눈짓했다. 하윤이가 뜻을 알아채고 알겠다는 손짓을 하더니 여준재에게로 뛰어갔다.“아저씨, 엄마랑 무슨 일 있어요?”여준재에게 뛰어가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물으면서도 눈에는 걱정을 가득 담고 있었다.여준재는 상황을 지켜보더니 하윤이의 손을 잡고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엄마랑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엄마가 부끄러우셨나 봐.”그제야 꼬맹이는 휴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됐어요. 아저씨 우리 엄마랑 잘 지내야 해요. 전 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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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또 반한 거야

퍼레이드를 따라 둘러싼 인파도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불쌍한 두 녀석은 아직 어린애인 데다 키도 작아 까치발을 들고서야 조금이라도 볼 수 있었다.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것을 보며 조급해졌는지 말했다.“엄마, 저 안 보여요”하윤이가 고다정의 옷소매를 잡아끌었고 하준이도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봤다.고다정은 이 상황에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그녀 혼자 힘도 얼마 없어 한꺼번에 두 아이를 안아 들 수는 없었다.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눈앞의 두 녀석이 갑자기 슝 하고 높이 들려졌다.깜짝 놀라 다시 보니 여준재가 한 손에 한 아이를 번쩍 쳐들고 있었다.“우와 높아요!”하윤이가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하준이도 여준재의 목을 끌어안고 헤실헤실 웃었다.고다정은 안심되지 않는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하준이 이리 주세요. 둘 다 가볍지도 않은 애들인데 몸속 상처가 다시 벌어질까 걱정이에요!”“괜찮아요, 다 생각이 있죠.”여준재가 그녀의 손을 피하고는 아이들에게 물었다.“지금은 잘 보여?”“네 잘 보여요! 아저씨 최고!”하윤이가 신난다는 듯 작은 손을 흔들어댔다.고다정은 어이가 없었지만 여준재가 원하는 대로 아이 둘을 안고 있게 놔뒀다.잠시 후 퍼레이드가 끝나고 사람들도 흩어지자 고다정은 여준재에게 당장 아이들을 내려주라고 했다.이번엔 여준재 역시 거절하지 않고 아이들을 내려놓은 뒤 가볍게 손을 털었다.그렇게나 오래 안고 있었으니 아무리 팔 힘이 좋다 한들 시큰거렸을 것이다. 두 녀석도 빤히 보더니 철이 들었는지 아저씨에게 다가가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 “아저씨 앉아봐요, 우리가 안마해 줄게요.”“괜찮아” 여준재가 고개를 저었다.고다정은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보고는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직접 땀을 닦아줬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여준재가 잠시 멈칫하더니 웃음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고마워요.”순간 고다정은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져 손을 거두고 가볍게 헛기침했다.“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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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지금이 좋아요

헛된 생각을 하던 고다정은 여준재의 앞으로 걸어왔지만 왠지 눈앞의 이 남자를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그냥 누워요. 누워서 발라줄게요.”“그냥 이대로 하죠.”여준재는 누울 생각이 없었다. 앉아서 약을 발라야만 고다정을 품에 안고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고다정은 그의 속셈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고집을 부리지 않고 허리를 살짝 숙여 약을 발라줬다.이 행동은 둘 사이의 거리를 훅 좁혀줬다.여준재는 눈앞에서 열중하고 있는 다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특히 그의 가슴팍에 따뜻한 손길이 전해질 때마다 마음속에 눈앞의 이 여자를 와락 품속에 껴안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하지만 애써 자신을 제지한 채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그도 잘 알고 있었다. 평소 웃으며 장난치거나 한두 번 선을 넘는 것은 고다정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다급하게 선을 넘어 마음을 내보인다면 다정은 반드시 그에게서 숨으려 할 것이다.반면 고다정은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에 집중하면 누구보다 몰입해 딴생각을 하지 않는 게 고다정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약을 다 바르고 다시 붕대를 감고 나서야 허리를 펴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한마디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됐어요. 편히 쉬어요. 저녁 먹을 때 다시 부르러 올게요.”“알겠어요.”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답하고는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고다정은 상태를 보더니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다음 날 일찍, 고다정은 준재의 상처가 마음에 걸려 아침 일찍부터 준재의 방을 찾아왔다.“여 대표님, 깨셨나요?”“들어와요.”여준재의 살짝 잠긴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고다정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샤워 가운을 입은 준재가 침대맡에 앉아있었다.다정을 보고는 여준재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서 온 거에요?”“상처가 괜찮은지 보러 왔어요.”고다정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여준재는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요.”대답에도 안심되지 않았는지 고다정은 끝까지 상처를 보겠다고 했다.어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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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두 번이나 뽀뽀했으니까

고다정은 여준재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아직 엄마의 죽음을 명확하게 조사하지 못한 채로 여준재를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여준재 역시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엄마의 죽음은 그녀에게 넘지 못할 하나의 선 같은 존재였다.고다정은 복도에 잠시 멈춘 채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에서는 두 녀석이 소파에서 조심조심 귓속말하고 있었다.“오빠, 엄마랑 아저씨가 만난단 말이야?”“그렇겠지. 두 번이나 뽀뽀했으니까.”하준이가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속으로는 이렇게 했는데도 사귀지 않는다면 둘 다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했다.말하다 엄마가 내려오는 것을 보더니 배시시 웃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엄마, 내려왔어요? 아저씨는요?”하윤이가 말하며 목을 빼 들어 고다정의 뒤를 쳐다봤지만 여준재는 보이지 않았다.고다정은 눈치채고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답했다.“아저씨는 조금 있다 내려오실 거야.”몇 분 지나지 않아 여준재가 계단에 나타났다.두 녀석은 여준재를 발견하고는 기뻐하며 물었다.“아저씨 오늘 유니버설 가는 거죠?”하준이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여준재는 평소 같은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아침 먹고 바로 출발하자.”두 녀석은 환호하며 주방으로 뛰어갔다.잠시 후 아침을 먹고 난 뒤 출발했고 가는 길에 고다정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여준재와 정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하지만 자세히 보면 고다정이 말과 행동에서 여준재와 거리를 두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여준재 역시 느낄 수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눈빛을 하면서도 후회는 하지 않았다.서서히 고다정에게 스며들기로 했어도 명확한 태도를 보여 고다정이 알게 해야 했다.두 시간이 지나자 이들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도착했다.유니버셜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주위에 영화에서 볼법한 큰 로봇과 괴물이 가득했다.하준이는 로봇들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저건 아이언맨이에요. 너무 멋있죠! 그리고 저건... 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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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엄마는 아저씨한테 책임져야 해요

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는 여준재가 자신들을 생각해서 하는 말임을 알았지만, 거절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하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여준재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가고 싶지 않은 거 알아요. 그래도 외할머니한테 위험이 되는 일은 없어야겠죠?”역시 고다정의 약점을 한꺼번에 꿰뚫는 말이었다.외할머니는 연세도 많아 놀랄 일을 겪게 하면 안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결국 타협하고만 고다정은 입술을 달싹였다.“그럼 여 대표님, 신세 좀 질게요.”두 녀석은 아저씨 집에서 잔다는 소식에 기뻐했다.“엄마, 우리 고양이도 데려오면 안 돼요? 앙꼬랑 크림이도 데리고 와요.”“앙꼬랑 크림이랑 마왕이랑 같이 놀게 해요.”두 녀석은 흥분한 듯 고다정을 바라봤다.고다정은 아이들이 눈치 없이 좋아만 하자 지쳤다는 듯 문제를 여준재에게 넘겨버렸다.“아저씨한테 물어봐. 아저씨가 동의하면 짐 정리하고 돌아가서 데리고 오자. 외증조할머니도 뵙고.”그 말에 두 녀석은 바로 여준재를 쳐다봤고 쌍둥이들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여준재가 먼저 입을 뗐다. “그래, 앙꼬랑 크림이도 데려와.”“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아저씨!”두 녀석은 기쁨에 감사 인사를 했다.잠시 후 제란원에 도착하자 이상철이 미리 소식을 접하고 집사들과 함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도련님이 고다정과 쌍둥이를 데리고 차에서 내리는 걸 보자 기뻐하며 한달음에 마중을 나왔다. “도련님 돌아오셨어요. 고 선생님, 하준 도련님, 하윤 아가씨, 방은 다 준비됐습니다.”“고생 많으셨어요.”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짐을 푼 후 다정은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며칠간 집에 돌아가지 않아 외할머니가 걱정됐다.여준재는 회사에 급한 미팅이 잡혀 이상철에게 차로 다정네 세 식구를 데려다주라고 분부했다.저녁쯤 되자 다정이 두 녀석을 데리고 집에 도착했다.강말숙은 일찍 소식을 듣고는 아줌마를 시켜 식사를 준비시키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다만 집에 돌아온 다정이네 가족이 트렁크도 없이 온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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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아직도 사귈 생각이 없는 거야

그 말에 강말숙도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자 고다정은 계속 말하게 뒀다간 영영 해명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두 번이라니, 한 번이잖아.”말을 꺼내자 어딘가 잘못된 기분에 또 덧붙여 변명했다.“그건 그냥 우연한 사고였어. 사고!”마지막 두 글자에 힘을 주어 이야기했다.아쉽게도 임은미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입을 삐죽거렸다.“사고라고 해도 둘이 뽀뽀한 건 숨길 수 없지.”“맞아요!”두 녀석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고다정은 이 모습에 화가 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그녀는 눈을 치켜뜨고 두 녀석을 보며 겁을 주듯 말했다.“너희들은 나중에 혼낼 거야!”두 녀석은 놀랬는지 황급히 강말숙에게 뛰어가 불쌍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외증조할머니, 엄마가 우릴 때리려고 해요.”강말숙은 바로 아이들을 막아나서며 고다정을 노려봤다.“네 문제를 가지고 왜 우리 쌍둥이한테 그러냐. 네가 애들을 때리면 난 널 때릴 거야!”고다정은 그 말에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외할머니 품에서 의기양양해 있는 두 녀석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할머니, 애들 너무 오냐오냐해주면 안 돼요. 지금 애들 하는 짓을 보세요, 혼내지 않으면 제 엄마도 팔아치울 기세라니까요.”“내가 보기엔 좋기만 하고만. 애들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생각은 못 해봤어?”강말숙도 외손녀를 흘겨봤다.고다정은 침묵에 잠겼다. 당연히 그녀도 쌍둥이들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강말숙은 다정의 표정을 보더니 더는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지금 해서는 안 될 말들이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었다.밥을 다 먹은 후 임은미는 두 녀석과 함께 놀이를 했고 강말숙은 고다정을 끌고 약방으로 가 조용히 물었다.“도대체 여 대표님이랑은 무슨 사이인 거니? 사귈 셈이냐 아니면 그럴 생각이 없는 거냐?”“... 아직 모르겠어요.”고다정은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털어놨다.강말숙은 미간을 좁히더니 말했다. “지금은 모르겠어도 나중에는? 아이들도 아버지가 필요해.”그 말에 고다정은 입술을 깨물고는 낮게 투덜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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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아저씨는 역시 엄마 편이죠

같은 시각, 임 씨네 별장임광원이 소파에 앉은 채 잡지를 보고 있었다.그는 불현듯 무슨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들며 말했다.“초연아, 여준재가 귀국했더구나. 내일 몸보신할만한 것 좀 싸 들고 보러 가거라.”“알고 있어요.”임초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녀 역시도 그럴 생각이었다....다음 날, 고다정은 일찍 일어나 간단히 세수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충분히 이른 기상이었다고 생각하며 거실로 들어서자 여준재가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여준재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리자 고다정을 발견하고는 무표정이었던 얼굴이 부드럽게 펴졌다.그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옅은 미소를 짓고는 물었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좀 더 자지 않고?”“한번 깨니까 다시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근데 준재 씨도 좀 더 쉬는 게 어때요, 지금 몸 상태로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데요.”고다정은 말하며 여준재 옆의 소파에 앉았다.여준재가 웃으며 답했다.“쉬고 싶어도 아침부터 아랫사람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깼어요.”일과 관련된 것이라 고다정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순간 어제 준재가 자신의 친구를 초대한 일이 생각나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두 아이도 있어 길게 묻기 어려웠지만 생각난 김에 지금이라도 참지 않고 묻기로 했다.“어제는 왜 내 친구를 초대한 거에요?”“다정 씨 친구도 재밌는 분 같아서요. 친구라도 있으면 다정 씨랑 아이들이 심심하진 않을 테니깐요.”여준재는 웃으며 설명했지만 고다정은 듣고 있으면서도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여준재에게는 숨은 이유가 있었다. 여준재가 임은미를 초대한 것은 고다정과 함께 있어 주는 것 말고도 임은미와 두 아이가 함께 있으면 고다정과 가까워질 기회가 또 생길 것 같아서였다.두 사람은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실없는 대화만 나눴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분위기만 맴돌았다.얼마 지났을까 두 녀석도 깼는지 키득대며 내려왔다.그들은 거실에 앉아있는 엄마와 아저씨를 보더니 쪼르르 뛰어오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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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사귀는 거예요?

여준재는 눈앞에서 센 척하는 다정 때문에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하지만 더는 고다정을 몰아붙이지 않고 입꼬리를 올린 채 살살 달랬다.“알겠어요, 기분 나쁜 거 아니에요. 내가 잘못 봤네요. 그럼 나랑 같이 손님 맞이하러 갈래요?”“내가 왜 같이 손님을 맞아야 하는데요?”고다정은 여준재의 말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이 집 주인도 아닌데 무슨 손님맞이란 말인가. 하지만 여준재는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그녀를 끌고 내려갔다.아래층에서 임초연은 소파에 앉아있었고 티 테이블 위에는 특별히 준비해온 몸보신 제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계단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준재...”막 두 글자를 내뱉자마자 얼굴에 있던 미소가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하더니 눈에 불을 켠 채 여준재와 고다정이 맞잡은 손을 쳐다보며 질투심에 활활 타올랐다.여준재는 그녀의 이상함을 발견하지 못하고 고다정을 끌고 오더니 티 테이블에 올려진 물건들을 보며 바로 거절했다.“이런 건 필요 없으니 가져가요.”고다정은 임초연의 날카로운 눈빛을 읽어내고는 뻘쭘해져 손을 빼내려고 했다.손에 힘을 주자마자 여준재가 쳐다보며 물었다. “왜 그래요?”“목이 좀 말라서요, 손 좀 놔줘요. 물 마시러 갈 거예요.”고다정은 거짓말로 둘러댔고 여준재는 못 알아챌 리가 없었으나 할 수 없단 표정을 지으며 손을 놓았다.자유로워진 고다정은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갔다.인제야 임초연이 정신을 차린 듯 고다정이 떠난 방향을 흘깃 훑고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고 선생님이랑 잘 되시나 봐요. 사귀는 거예요?”“무슨 상관이라도 있나요?”여준재가 냉담한 표정으로 쳐다봤다.임초연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마음속은 천 불이라도 난 듯 말 못 할 고통으로 쓰라렸다.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깊게 호흡하고는 웃으며 답했다.“저랑은 상관없죠.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여준재는 그녀를 바라보며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임초연은 가볍게 아랫입술을 물며 난감해했다.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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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왜 그렇게 대하는 거야

심해영은 아이들의 부름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그녀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두 아이를 향해 팔을 벌렸고 두 녀석은 쪼르르 뛰어가 한쪽 팔에 한 명씩 쏙 안겼다.“보고 싶었어요, 엄청 보고 싶었어요 할머니.”“저도요. 이만큼 보고 싶었어요.”두 아이는 서로 대결이라도 하듯 예쁜 말만 골라서 했고 몸짓도 점점 과장됐다.심해영은 둘을 보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옆에서 지켜보던 여진성이 놀랍다는 듯 물었다.“언제부터 이렇게 정이 깊어진 거야?”“해외에 있을 때부터죠.”심해영은 자랑스럽다는 듯 대답했고 여진성은 그 말에 자신도 함께 따라 나갔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저 생각일 뿐 회사의 일들을 제칠 순 없었을 것이다.그는 곧 고개를 돌려 여준재를 바라보며 걱정된다는 듯 물었다.“몸은 좀 어떠니?”“큰 문제는 없어요, 내일이면 회사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여준재가 담담하게 말했다.여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선을 고다정에게 둔 채로 말했다.“이번에 우리 여 씨 집안에 생명 하나 구해주셨네요. 다 고 선생님 덕분입니다. 이번에 고 선생님이 계신 줄도 몰랐는데 다음에 준재한테 선물 좀 보낼게요. 받아주세요.”그 말에 고다정은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는 여진성의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 답례 선물을 함으로써 이번 일을 마무리 지으려는 뜻이었다.“선물은 괜찮습니다. 여 대표님이 약값은 충분히 지불해주셨어요.”고다정이 둘러 거절하며 말했다.여준재도 한마디 했다.“이건 저랑 고선생님 사이의 일이니 상관하지 마세요.”말끝에 경고하듯 부모님을 쳐다봤다.여진성과 심해영은 상황을 보더니 아들이 자기 뜻을 오해하고 있음을 알아챘다.그들은 그저 다정에게 감사 인사를 했을 뿐이었지만 더는 변명은 하지 않은 채 화제를 옮겼다.심해영은 아이들과 놀아줬고 여진성은 회사 일에 대해 준재와 이야기를 나눴다.분위기는 나름 화기애애했다.시간이 흐르고 이상철이 오더니 공손하게 이야기했다.“도련님, 저녁 준비됐습니다.”“알겠어요.”여준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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